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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좀비탈출/요새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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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편.


마션에서 와트니는 화성에 감자밭을 만들었다. 그가 특히 감자를 사랑해서 한 행동은 아니었다. 그밖에도 그는 화성에서 이것저것 만들기도 하고 베이스 캠프를 개조하기도 하면서 지냈는데 그 또한 그가 조경이나 쉐어하우스에 취미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는 화성을 탈출하기 위해 화성의 거주지를 손봐야 할 필요가 있었다.

내가 이 영화를 본 것은 우연히 시사회표가 들어왔고 우연히 같이 가고 싶은 여자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2시간 가량 펼쳐지는 전문용어 난무와 벌건 황무지 밖에 볼 게 없는 미장센 때문에 드물게 숙면을 취해버렸고 그 애하고 썸씽도 그날로 끝나버렸다. 이후 리들리 스콧과 맷 데이먼은 꼴도 보기 싫었고 암암리에 영화 사이트에 별점 테러를 가하는 걸로 복수했다.

그리고 얼마 되지도 않아서 내가 와트니를 멘토로 삼아야 될 줄이야.



딱 한 번만 외출하겠다는 계획은 폐기다. 앞으로 나는 자주 외출할 것이다. 이건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도 있다. 첫째, 생각보다 독 안에 있는 식량이 많다. 지금 가방으로는 몇 번 왕복해야 할지 모르겠다. 둘째, 집안에는 이 많은 식량을 저장할 방법이 없다. 냉장고를 살릴 수만 있으면 모를까. 알다시피 빌어먹을 전기는 끊겼다. 셋째, 이렇게 말하기는 정말 싫은데, 말하는 나도 제정신인 것 같지 않은데, 바깥은 생각보단 안전하다.

바깥 상황은 내 예상보다 훨씬 낙관적이다. 무엇보다 행운은 이 집이 건재하다는 것. 담도 대문도 제기능을 다하고 있다. 깊게 생각하고 한 일은 아니지만 대문을 닫아버려서 정말 다행이다. 이제 이웃집 쪽의 담벼락만 대비하면 녀석들이 마당으로 들어오는 경우는 급격히 줄어들 것이다. 아니, 거의 불가능해진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겠지.

그래서 나의 수정된 계획은 이렇다. 생활권을 마당까지 넓히겠다고.



그때 푹 자지 않았더라면 와트니가 하던 일들을 좀 더 자세히 봐둘 수 있었을 텐데. 물론 그가 무슨 일을 했는지는 나도 안다. 별점 테러를 하려다 보면 영화 내용이 뭔지 정도는 알아야 하고 그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스토리보드 정도는 읽어봐야 하니까. 그때는, 예를 들어서 화성에서 감자를 키우는 이야기를 "무슨 화성에서 농사나 짓고 있어? 전원일기냐?"같은 멘트를(물론 실제로는 이것보단 상스러웠다) 쓰기 위해 읽어야 했다. 그러니까 대충 마션의 스토리와 와트니의 업적은 숙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일하는 장면이 이미지적으로 떠오르지는 않는다. 그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나는 나대로 계획에 구체성을 부여하기 위해 궁리를 시작했다.

당장 생각나는건 이 집을 보수하는 일이다. 이제와서 이 집을 펜트하우스처럼 만들진 못하겠지만 안전하게 돌아다닐 수 있고 다소는 자급자족도 가능하며 녀석들에 대해서는 잊은 것처럼 살 수 있는 공간으로는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믿어야 한다. 좀비 월드에서 기획된 렛 美 하우스.

가장 먼저 떠오른건 빗물탱크였다. 와트니처럼 나도 물은 충분히 있지만 사정이 좀 다르다. 아직은 수도가 끊기지 않았지만 공급이 얼마나 갈지는 장담할 수 없다. 그렇다면 수도 외에 식수를 찾아야 하고 제일 먼저 생각난게 빗물이다. 그건 옥상의 물탱크를 쓰면 어떻게든 될 것이다. 정수 문제나 물탱크의 물을 수도로 연결하는 문제가 남아있지만 일단 그건 미뤄두자.

다음으로 농사를 짓는 문제인데, 이건 어려운 문제는 아닐 거 같다. 어제 독에서 감자를 봤다. 그래, 솔직히 말하면 감자 때문에 마션이 떠올랐다. 나는 식물학을 전공한 건 아니지만 화성보다는 좀비에 점령 당한 지구 쪽이 농사엔 적합할 거라 본다. 초등학생 때 컵에다 감자 싹을 키워본 경험도 있고. 이쪽은 마션에 의지하지 않아도 이럭저럭 해결될 거라 본다.

전기를 되살리는 문제도 궁리해봤는데, 내가 아는 전기지식이라곤 차단기가 내려가면 전기공급이 안 된다는 것 뿐이다. 그래도 내가 믿는 구석이 하나 있긴 한데, 약간 위험이 따르는 부분이라 보류한다.

그리고 선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그 담벼락. 이웃집하고 같이 쓰는 그 담벼락을 어떻게 한다. 물론 그정도 담이라도 보통 녀석들은 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눈 앞에서 토트넘이 담을 넘어오는걸 봤다. 토트넘도 못 넘을 담으로 만들지 않고서는 안전할 거라고 생각할 방법이 없다.



이제 내 계획에 구체성을 부여할 때다. 물탱크와 담벼락과 뒷마당의 농장화. 이것도 다 뭔가 자원이 있을 때 가능한 얘기다. 불행한 얘기지만 지금 손에 잡히는 물건들론 도저히 해낼 것 같지 않다. 그러니 우선은 자원 획득이다. 쓸만한 자재가 필요하다. 연장도. 일단 가지고 싶은건 튼튼한 끈과 막대기다. 묶을 것과 달아놓을 것이 있으면 초보인 나도 어떻게든 할 수 있지 않을까?

"목공소라도 털러가면 어떨까?"

이성의 소리였다. 아니, 이건 이성이 아니겠지. 골빈 소리겠지. 목공소를 털 여력이 있다면 이런데서 요새를 만들겠다고 하지도 않을 거다. 가까운 곳에서 얻어야 한다. 그것도 안전하다고 믿을만한 장소에서. 지난 번엔 골프채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없다. 물론 식칼과 아령이 있긴 한데…… 미덥지가 못해서.

다시 차분하게 정리해 보면 당장 찾아볼만한 곳이라곤 이 집안. 그리고 더 있다고 해봐야……

"옆집…… 인가?"

토트넘의 집은 우리 집을 지을 때 같이 지은 집이라 들었다. 들어가본 적은 없지만 겉에서 보기에는 우리집하고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물론 우리 집에는 없는 차고가 있다는 점은 다르지만.

이제 그 집의 고정게스트는 죽어서 우리집 뒷마당에 있다. 그럼 다른 다른 집보다는 상주하는 녀석들이 적다고 볼 수 있고 비교적 안전하다는 얘기가 아닐까?

…… 속편한 소리다. 나는 이 재앙이 내리기 전에도 이후에도 저 집에 가본 적이 없다. 설사 안전하다고 해도 그 집에 내가 필요로하는 자재가 있을 거라고 어떻게 확신한단 말인가? 턱도 없는 소리다.

그러나 한편으론…… 나는 이미 한 번 외출을 하면서 집안에서 쓸만한건 다 찾아봤다. 그러니까 몇 번을 더 뒤져본들 더 적합한게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안전하다는 이유로 자원이 고갈된 섬에서 죽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고.

이거 아무래도 골치 아픈 선택을 해야겠다.

안전이냐, 모험이냐.


3. 정보

최초작성자 함장
주요기여자
장르 호러, 생존
프로젝트 좀비탈출

4. 분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