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 매니아, 위의공의 죽음의 역사적 의미란?

학을 과도하게 애호하였던 황당한 일화 때문에 암군(暗君)으로 평가받는 인물. 스스로도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고 나라도 멸망시켰으니 암군이라 불릴 만 하다. 다만 절망적인 상황에 몰려도 적족과의 전투에서 도망치지 않고 끝까지 싸우다 죽은 것 때문에 그나마 마지막 용기는 있었다고 평가된다.

 

위의공의 죽음과 위나라의 멸망은 단순히 암군 때문에 소국이 멸망한 것으로 취급될 수 있기도 한데, 위나라의 패망은 춘추시대 초기에는 사람들에게 굉장한 충격을 가져다 주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위(衛)가 후대에 약소국으로 전락[2]한 탓에 가볍게 느껴지는 점도 있다.

 

위(衛)는 삼감의 난 이후 구 상나라 영토를 반분하여, 송(宋)과 함께 은의 유민을 나눠서 지배하는 목적으로 세워진 나라이다. 본래 상나라의 수도였던 조가(朝歌)를 수도로 하였으며, 주 무왕의 동생 당숙(康叔)이 백(伯)으로 봉해져 유력 희성 제후국[3]으로 출발하였다.

 

건국부터가 구 상나라+주왕실 유력왕족으로서, 상당히 권위가 있는 나라였던 것이다. 실제로 위는 춘추시대 초기는 주요 유력국가로서 공(公)을 칭할 정도[4]의 강국이었다. 비록 위의공 시대에는 그 위세가 좀 쇠퇴하였으나, 그렇다고 해도 제후국들 가운데서 중상급, 상급 이상의 국력[5]을 가진 유력 제후국이었던 위나라가 이민족에게 갈려나가버리고 군주가 시체도 못 챙길 정도로 처참하게 패망했다는 것은 당대인들에게 큰 충격을 준 사건이었음이 분명하다.

 

이민족인 적(狄)에 의한 위나라의 멸망은 이 당시 다른 어떤 제후국 또한 단독으로 대항해서는 이민족의 침공을 이기지 못하고 위나라와 같이 비참하게 멸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걸 보여주고 있다.[6] 잘못하면 중원 문명국들이 이민족에게 각개격파-병탄 당하여 황하 문명이 인더스 문명처럼 땅 속에 묻히는(…) 상황이 오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도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회맹-제후연합군을 구성하여 이민족과 대항하는 집단안보체계는, 과거 주나라가 주도하였으나 춘추시대가 개막하고 주나라의 권위가 상실하면서 붕괴하였다. 따라서 새로운 권위로 제후국들의 '연합군'을 만들어서 질서를 바로 잡을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국강병 정책을 펼치던 제나라의 제환공이 주도하여 위나라를 재건해줌으로서, 주 천자의 권위를 대신하여 이러한 집단안보체계를 주도하는 '패자'의 시대가 나타나는 배경이 되었다.결국 제환공의 패업의 발판일 뿐이라는 뜻인데 장대하게 썻다.

 

이러한 정황을 보면 공자가 관중을 높이 평가한 배경도 알 수 있게 된다. 위의공의 처참한 죽음은 다른 나라에도 닥쳐올 수 있는 것이고, 관중이 제나라를 부강하게 만들어 패자의 시대를 열지 않았다면 중화 문명 자체가 이민족의 공격으로 크게 쇠퇴하였을 수도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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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공은 춘추시대의 유명한 학 매니아지요.
학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나라를 멸망으로 이끈 암군입니다만.

단순히 "나라 망친 암군"이라는 관점에 머무르는건 너무 단순한 것 같아서,
춘추시대 초기 위(衛) 나라의 위상 + 그 정도 나라가 제대로 저항도 못하고 궤멸당하는 상황의 충격성
이 점을 놓고 '당대인들이 시점'을 생각하여, 그에 대한 평가를 서술해봤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그냥 나라 망친 암군이 아니라 문명 종말의 징조(…)를 보여준 암군이 됐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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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어찌보면 제나라는 오스만에 맞서 신성동맹을 주도한 베네치아 공화국꼴이 되는군요(...)
함장  
음 그런 것과 비슷하겠죠.
cocoboom  
사실 이 삽질에 비하면 학 키운거는 얘기거리도 안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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