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만화가 '오노 나츠메'의 전 5권 만화.
에도 시대의 제도인 '산킨고타이'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 당시 일반적인 '다이묘 행렬'의 상세한 전모를 들여다볼 수 있다. '츠라츠라 와라지'란 말은 다이묘 행렬 수행원들이 짚신 신고 걷는 모습을 '짚신(와라지) 행렬(츠라리츠라리)'이라고 묘사한 것.
1. 줄거리 ¶
고쿠다카[1] 31만 5천석의 거대 다이묘로 막부의 긴축정책에 비판적인 인물이어서 막부의 주목을 받고 있었던 인물 '쿠마다 하루타카'가 에도로 참근교대를 떠났다. 가신들은 행렬의 무사안녕을 기원하지만 하루타카는 가는 곳마다 세간의 눈을 신경쓰지 않는 대범한 행동을 거듭하고, 한편 그의 흠집을 찾아내기 위해 막부에서 밀정을 보내 행렬에 잠입시키는데...
2. 설정 ¶
- 비젠(備前) 쿠마다 가(家) : 오카야마(岡山) 지역을 근거지로 한 다이묘 가문으로 원래는 히메지(姫路) 지역에 근거하고 있었다. 가문의 문양은 벌 모양인데, 이는 전국시대 당시에 전투 중 말벌이 적군을 습격해 승리를 거둔 것을 기념한 것이다.
그 후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대립할 때 영주와 장남이 이에야스 군과 싸우다 전사하여 차남 '쿠마다 테루타카'가 가문을 이었고, 이에야스는 화친 후 쿠마다를 묶어놓기 위해 히데요시를 움직여 테루타카를 억지로 이혼시키고 도쿠가와 가문의 여식과 결혼시켰다. 이 때의 원한이 대를 이어 내려왔고, 이 때문인지 후임 영주 쿠마다 타카토시(테루타카와 전처의 소생)가 석연찮게 급사하고 그 아들 미츠타카는 2차례에 걸쳐 전봉당해 오카야마 지방에 자리잡게 되었다.
3.1. 참근교대 인원 ¶
- 쿠마다 하루타카 : 오카야마 번 5대 번주. 대대로 검약을 기풍으로 삼던 쿠마다 가에서 유독 풍류와 호사를 즐기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정작 도를 넘는 사치는 하지 않는다. 막부의 검약정책을 지나치다고 여겨 우회적으로 비꼬곤 했기 때문에[2] 막부의 실력자인 마츠다이라 사다노부와 사이가 나쁘다. 여러가지 일화가 따라다니는 인물로 기행을 일삼는 것처럼 보이지만 매우 속이 깊고 대범해서, 이 때문에 행렬 중간중간마다 과거에 은혜를 입었던 사람들이 선물을 바치려고 줄을 잇곤 한다.
전국시대 시절이었다면 천하통일은 무리라도 관서 제패는 해냈을 것 같은 포스다
- 쿠마다 이즈미 : 수행 가로. 하루타카의 가신으로 쿠마다 종가인 '아마키 쿠마다 가'(이에야스 군과 싸우다 전사한 장남의 가문)의 자손. 기본적으로 학식이 깊고 영민하지만 17세라는 비교적 어린 나이로 불과 4개월 전에 가로가 되어 미숙한 면이 있으며 쿠마다 종가의 긍지와 체면을 매우 강하게 의식하고 있는 가문의 기풍 때문에 매사에 과민한 반응을 보이곤 한다. 꽃꽂이가 취미.
- 큐사쿠 : 에도성 오니와반(밀정)의 일원으로 본명은 '쿠라치 큐타로'. 과거 에도에서 대화재가 일어났을 때 혼란스러운 인파 속에서 하루타카가 홀로 소방용 복장을 하고 진화를 지휘하던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막부의 명을 받아 인부로 위장하고 하루타카의 다이묘 행렬에 잠입해 일행을 염탐한다. 말을 잘 다룬다.
- 야마와키 사부로자에몬 : 오오고쇼가시라(大小姓頭. 번주의 시중을 드는 고쇼들의 우두머리)로 하루타카의 최측근 중 한 명. 점잖은 성품으로 인해 주변으로부터 인망을 사고 있는 인물로 "하루타카의 몸과 같다"고 할 정도로 그의 속내를 잘 알고 있어서 기민하게 대소사를 처리한다.
- 이와타 토메지로 : 오오고쇼가시라. 루스이(留守い. 참근교대 때문에 영주가 비운 거성을 관리하거나, 또는 반대로 에도에 있는 영주의 저택을 관리하는 직책) 출신으로, 온화하고 여려보이지만 배후에서 기민하게 움직이며 유능하게 일처리를 해낸다. 다만 야마와키와는 달리 하루타카의 속내까지 읽어내는 정도는 아니다.
3.2. 가신단 ¶
- 이기 나가토 : 수석 가로. 원래는 제2가로였으나 새로 가로가 된 이즈미가 수석 가로 자리에 앉는 것은 맞지 않다고 여긴 하루타카가 서로 위치를 바꾸게 하였다. 가로 경력 17년의 베테랑으로 영민하고 빈틈이 없어 영지의 일을 실수없이 이끌어 왔으며 다도에도 능하다. 이즈미의 성장을 위해 매우 신경을 써 주고 있으나, 이즈미는 수석 가로 자리를 '빼앗겼다'고 여겨 그를 시기한다.
- 쿠마다 야마토 : 제3가로. 가로 경력은 3년.
- 히키 모토하치로 : 제4가로. 나이는 14세로 가로 중 가장 어리지만 가로 경력은 2년이나 되어 이즈미보다 경험이 많다. 하루타카가 원래는 그를 수행 가로로 삼으려 했다가 약속을 깨자 내심 이즈미에게 샘을 내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하루타카를 진심으로 경애하고 있다. 나이는 어리지만 속이 깊은 인물.
- 쿠마다 하야토 : 제5가로. 슬하에 자식이 많아서, 자식이 없는 나가토가 그의 가문에서 양자를 들일 생각을 하고 있다. 가로 경력 27년.
- 토쿠라 시로베에 : 제6가로. 가로 경력은 4년.
- 쿠마다 치카라 : 전 수석 가로로 이즈미에게 가독을 넘기고 은퇴했다. 쿠마다 종가의 긍지나 체면을 강하게 의식해서 이즈미에게도 항상 그것을 주지시키는 완고한 인물[3]로, 이 때문에 나가토를 눈엣가시로 여긴다.
3.3. 에도성 ¶
- 마츠다이라 사다노부 : 막부의 수석 로쥬로 실권을 장악하고 있다. 보통 관직명인 '엣츄노카미'로 불린다. 실제 역사에서 전 시대인 '타누마 시대'의 중상주의 정책을 백지화하고 검약을 강요하던 '칸세이 개혁'을 주도한 인물로, 굽힘없는 완고한 성격 때문에 수많은 정적을 만들어냈으며 급기야는 쇼군에게도 노여움을 샀다. 자신의 정책에 우회적으로 비판을 던져오는 하루타카를 불편하게 여기지만 그 능력은 인정하고 있다.
- 쿠라치 마사노스케 : 큐사쿠(쿠라치 큐타로)의 부친으로 '고큐소쿠오니와노모노시하이'(御休息御庭之者支配. 오니와반슈의 우두머리 직책으로 '고큐소쿠오니와노모노'는 오니와반의 정식 명칭). 큐사쿠를 하루타카의 다이묘 행렬을 염탐할 밀정으로 추천했다. 정치적인 판단을 일절 배제하고 오로지 밀정의 본연 임무를 중시하는 인물.
- 키쿠히메 : 하루타카의 정실부인. 에도 상저택에서 기거하고 있다. 기품있고 현명한 인물.
- 오스미노카타 : 하루타카의 측실. 역시 에도 상저택에서 기거하고 있다. 키쿠히메와도 사이가 나쁘지 않다.
- 쿠마다 나리타카 : 하루타카의 장남으로 아명은 신쥬로. 학문적 소양이 깊고 근면한 성격.
3.4. 기타 ¶
- '호노이케' 젠자에몬 : 오사카 상인으로 환전상이자 오카야마 번의 전속 상인. '호노이케 상단'의 우두머리라서 평소에는 호노이케라고 불리고 있다. 번의 재정을 사실상 좌지우지하는 인물이면서도 거만하지 않고 점잖은 성품을 지녔다. 수완좋은 상인으로 주변의 다른 상인들도 앞다투어 그에게 가르침을 청하고 있으며, 칸세이 개혁의 한계를 궤뚫어보고 일시적인 정책에 그칠 것이라 내다보며 느긋하게 관망한다. 하루타카에 대해서 돈의 흐름을 알고 있다고 하며 높게 보고 있다.
- 관백 : 후지와라 씨의 혈통을 지닌 다섯 가문 중 하나인 이치죠 가문 출신 공가(公家. 귀족). 형제가 없어서, 종제(從弟)인 이즈미(관백의 모친이 이즈미의 백모)가 수행 가로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를 만나고 싶어하여 거짓 칭병(稱病)을 하였다. 조정과도 사이가 소원한 사다노부에게 반감을 갖고 있으며, 반대로 하루타카의 인품을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 나카야마 : 조정의 의주(議奏. 칙명 출납을 담당하는 직책)로, 당시 코카쿠 덴노(전대 덴노의 양자가 되어 즉위했다)의 부친에게 상황(上皇)의 존호를 내리도록 막부에 강하게 요구하여 이를 반대하는 사다노부와 대립하고 있다.
- 백락 : 호노이케가 하루타카에게 바친 명마로 하루타카가 이름을 지어줬다. 성격이 까탈스러워서 자주 소동을 일으키곤 하지만 기품이 있고 영민하다. 하루타카와 큐사쿠의 보살핌을 받은 뒤부터는 큰 말썽을 부리지 않게 된다.
- 협본진 찬모 : 고오리야마 본진(本陳. 에도 시대의 숙박 시설 중 다이묘와 그 수행원들이 이용하던 숙사의 통칭)의 찬모(반찬을 비롯한 음식을 만드는 여자). 누명을 쓰고 탈번(脫藩. 번을 이탈하여 낭인이 되는 것. 당시 무단으로 탈번하는 것은 중죄였다)한 관리와 정을 통한 사이로, 임신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 관리가 숙사를 수배하러 온 선발대에게 들켜 처형당하자 쿠마다 가에 원망을 품었다. 그녀의 사정을 알게 된 하루타카가 그녀 뱃속의 자식을 자신의 사생아인 것으로 꾸미고 이를 인정하는 듯한 연기를 하여 협본진에서 계속 일하며 아이를 키울 수 있게 되었고, 원망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하루타카의 배려에는 감사하게 된다.
- 미야노 요시키요 : 코케하타모토(高家旗本. 막부의 행사나 의식을 담당하는 막부 직속 무사계급). 막부의 명으로 이세 신궁을 참배하고 돌아오는 길에 쿠마다 가에서 수배한 본진의 팻말을 보고는 막부와 사이가 나쁜 하루타카를 골탕먹일 속셈으로 억지로 숙사를 빼앗아 묵는다. 그러나 하루타카 일행이 본진 문 앞에서 야영을 하면서 숙박비는 그대로 치러서 숙사 인근이 잔치 분위기가 되는 바람에 오히려 주변으로부터 체신머리없다, 쪼잔하다는 비아냥을 듣게 된다.
- '토리비토' 코키치 : 오오이 강 인근에서 포목상을 운영하는 상인. 과거 비젠 지방에서 표구상을 했으나 7년 전에 새 모양의 글라이더를 타고 성 아래를 날아다니다 붙잡혀 추방을 당했다. 그 이후로도 글라이더를 계속 개량하며 비행 시도를 해서 '텐구'(天狗), '토리비토'(鳥人)이란 별명을 얻었다. 추방 당시 하루타카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하루타카가 잠시 행렬을 멈추고 망원경으로 지켜보는 앞에서 글라이더로 다시 날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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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石高. 전근대 일본에서 사용한 토지 생산성 수치로, 성인 남성 1명이 1년 먹을 쌀을 생산하는 토지가 1고쿠다카.
- [2] 사치를 막기 위해 은 제품을 금지하는 명령이 내려오자 일부러 금으로 된 곰방대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준 적도 있다. (그 직후 금 제품 또한 금지령이 내려졌으나, 그 이후로도 금으로 된 곰방대를 사용하였다.)
- [3] 쿠마다 종가의 사람들은 역대로 이러한 경향이 강했다고 하는데, 일례로 초대 가로의 경우에는 오만한 성격으로 인해 한 가신에게 원한을 사 강을 건너던 중 살해당했다고 한다. (초대 가로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에야스와 싸우다 전사한 장남의 자손으로 추정되는데, 숙부인 테루타카에게 가독을 빼앗겼다고 생각하여 모난 성격이 된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