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레이어 알림

팝업레이어 알림이 없습니다.
U E D R , A S I H C RSS

창작:좀비탈출/5-1

r1.1과 현재 버전의 차이점

@@ -16,38 +16,22 @@

----

아주 잠깐 정신을 잃었다. 놓았다고 해야 정확할까? 한 30초. 시야는 열려 있었지만 그저 눈에 들어올 뿐 사고도 움직임도 정지했다. 잠시 뒤 바닥에 처박은 오른쪽 광대뼈의 격렬한 통증과 훅하고 올라오는 시멘트 바닥의 냄새에 정신이 들었다. 직감적으로 '''살았다'''고 알 수 있었다.
아주 잠깐 정신을 잃었다. 놓았다고 해야 정확할까? 한 30초. 시야는 열려 있었지만 그저 눈으로 들어올 뿐 사고도 움직임도 정지했다. 잠시 뒤 바닥에 처박은 오른쪽 광대뼈의 격렬한 통증과 훅하고 올라오는 시멘트 바닥의 냄새에 정신이 들었다. 직감적으로 '''살았다'''고 알 수 있었다.

토트넘은 죽었다. 이미 죽어있었지만 '''거듭 죽은 것이다'''. 거무죽죽한 살갗에 주둥이부터 꿰어들어간 꼬챙이. 분장에 실패한 프랑켄슈타인 같은 꼴이다. 순전히 행운이다. 찌른 부위가 좋지 않았던게 틀림없다. 약간만 각도가 틀어졌어도 녀석은 죽었지만 죽지 않은 채로 호박처럼 굴러들어오는 먹이를 즐기고 있었을 것이다. 무려 30초나 멍청히 누워있는 먹잇감을 느긋한 걸음으로 다가와서 씹고 뜯고 맛보고 즐겼겠지.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 '''녀석은 죽은 채로 죽었다.'''

얼굴을 제외하면 몸은 "깨끗한" 상태였다. 하지만 녀석과 뒹굴어 버리면서 체액이 묻었다. 바지와 신발에 조금씩. 자국은 춘장을 처발라 놓은 것처럼 검고 찐득했다. 물리지만 않으면 괜찮다고 했지만……. 어쨌든 살에 닿고 싶진 않다. 될 수 있는다시 입지 말아야겠어. 
 
----
 
그리고 다시 잠깐 동안 살았다는 생각이 꽉 차올라서 다른 행동을 하지 못했다. 기쁘다고도 어떻다고도 할 수 없는 감정이 끓어올라서 다른 생각이라곤 할 수 없었다.
 
간신히 '''원래 목적'''을 상기했을 때는 제법 시간을 써버렸다. 다시 독으로 향하면서 토트넘의 시체를 어떻게 해야 할지 잠깐 고민했다. 하지만 지금은 치우는건 고사하고 건드리고 싶지도 않았다. 녀석을 볼 땐 악몽같은 숙취에서 깨어나 어제 토해놓은 흔적을 보는 기분이다. 그저 눈을 돌리고 싶다.
 
그래서 답은 방치다. 우선은 식량이다. 그게 목적이지 않았던가?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지 않던가. 이 말이 이렇게 뼈에 사무칠 때가 다 있군.
 
독을 막아놨던 돌을 치우는데 제법 힘이 들었다. 토트넘 덕에 힘이 빠져서 더 그런지도 모르고. 첫 번째 독은 쌀이었고 두 번째는 야채였다. 기억이 맞다면 세 번째 부터는 된장, 고추장, 간장의 순서일 것이다. 이제 와서야 "가방에 어떻게 된장을 담아가냐"는 생각이 들었다. 그릇을 챙겨오지 않은건 멍청한 짓이었다. 그래서 그쪽은 돌도 치어버리지 않고 포기하고 말았다.
 
야채와 쌀을 챙기는 문제에 있어서도 가방은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처음엔 한 10kg는 챙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가방엔 그 반 정도 밖에 들어가지 않았다. 야채는 할 수 없이 손으로 들어야 했는데 돌아가던 김에 행여나 토트넘 같은 놈이 하나 더 나타난다면? 하는 상황이 떠올라 오싹해졌다. 결국 야채도 커다란 무 한 덩이 밖에는 가져올 수가 없었다.
 
그래도 고무적인 사실은 우리가 묻었던 식량의 양이다. 가뭄의 단비란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다. 배분을 생각해 봐야겠지만 잘만 하면 반년 가량은 버틸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양이다. 아무렴 라면이나 비스킷 같은 것 보다는 효율이 다르다.
 
독은 다시 돌로 잘 막아놨다. 생각해 보면 토트넘같은 녀석이 독을 건드리지 않은 것도 어마어마한 행운이었다. 이런 녀석이라면 돌 정도는 충분히 치울 수 있었을 테니까. 그렇게 생각해 보니 독은 별로 안전하지가 못하다. 빠른 시일 안에 집안으로 전부 옮길 방법을 찾아야겠다. 
 
----
나는 살아있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직관이 그렇게 말한다. 지금까지 들어왔던 모든 격려나 위로를 통틀어서 가장 살에 와닿고 기쁜마디다. 나는 살아있다.

식량 문제를 해결하고 나는 다시 토트넘의 시체 문제로 돌아왔다. 역시 그냥 둔다는건 너무 찜찜한 일이다. 녀석이 가까이에서 썩어버린다면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나는 부들거리는 무릎을 짚고 일어났다. 긴장탓일까 굳어 버린 무릎은 만화같이 삐걱대는 소릴 냈다. 나는 일어나면서 이곳 저곳을 더듬었다. 내가 모르는 상처가 생기진 않았을까, 그리고 혹시나…… 녀석의 이빨이 스친 곳은 없을까?

무섭게 부어오른 오른쪽 뺨을 제외하면 어디에도 상처는 없었다. '''기적 같은 일이다.''' 처음으로 보는 잡아먹히는 인간이 나 자신이 아닐 수 있게 됐다. 뭐, 기회가 영영 지나간 건 아니겠지만.

작성중
하지만 바지에도 티셔츠 일부에도 녀석의 체액으로 추정되는 검고 진득한 무언가가 튀어 있었다. 언뜻 보기에는 짜장 먹다 튄 자국으로 보인다. 그런 생각을 하자 갑자기 짜장면이 먹고 싶다는 실없는 생각이 떠올랐다. 공복감. 그렇다, 여기 온 이유는 그것 때문이다. 뭉쳐있던 뱃속이 풀어지듯 꼬르륵 소리를 냈다. 나는 잠시 토트넘을 쳐다보고 그 앞의 독을 쳐다보았다. 이제 할 일이 두 가지나 생겼다..


== 선택 ==
* [[창작:좀비탈출/5-1-1|시체를 치운다.]]
* [[창작:좀비탈출/5-1-2|식량을 챙긴다.]]


== 정보 ==



이전선택지 창작:좀비탈출/4-1-2-1

목차

1. 본문
2. 선택
3. 정보
4. 분류

1. 본문

무기를 잡는다.

갑자기 선명하게 떠오르는 사실. 골프채는 후방 좌측 1m 거리에 눕혀져 있다!

토트넘이 다가오는 순간 그 속도와 무기의 위치와 내가 손을 뻗는 속도의 차이에 대해서 계산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풀리지 않는 방정식이 머리를 괴롭히는 사이 몸은 직관적인 행동을 취했다. 자세를 낮추고 팔을 뻗어 손아귀에 싸늘한 손잡이가 잡히는 동안, 토트넘은 정확히 2m 앞에 있었다.

녀석으로선 기적적으로 느긋하게 움직여준 셈이다. 담장을 넘은 운동능력과 이 늦은 걸음걸이 사이에 어떤 인과관계가 있을 것인가? 그런건 생각해 봤자다. 죽은 놈의 머리통을 무슨 수로 알아맞추겠는가. 녀석의 손톱이 살갗에 박히기 전에 휘둘러버리는게 중요하지.

헤드가 둔탁한 소리와 함께 녀석의 옆구리에 박혔다. 머리가 떨어지고 앙상한 부지깽이가 된 골프채는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허공을 갈랐다. 분명 내 평생 최대로 쥐어짠 힘이었다. 하지만 토트넘은 오른쪽으로 갸우뚱했을 뿐 쓰러지지 않았다. 옆구리가 찰흙 덩어리처럼 움푹 패이고 분명 척추가 무너진 탓에 상체가 건들거렸지만 쓰러지진 않는다. 기분 나쁜 슬로우모션처럼 놈이 덮쳐오고 기울어진 대가리와 눈이 마주친다. 알맹이는 햇볕에 내놓은 푸딩처럼 느물느물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꼴은 마치 눈깔이 녹아버릴 정도로 웃고 있는 것 같아. 꺼져 토트넘! 너넨 올해도 우승 못해!

부지깽이 끝을 헤벌어진 주둥이로 찔러넣었다. 생각해 보면 그러다가 이빨에 손가락이라도 물리면 끝장인데. 아니, 그런 생각하고 있을 겨를이 어딨어. 어차피 아차하면 끝장이라고. 그대로 토트넘을 향해 몸을 날렸다. 송곳처럼 찔러 들어간 골프채가 입천장을 부수고 녀석의 정수리로 튀어나왔다. 그르륵- 녀석들 특유의 울림이 멈췄다. 녀석은 뒤로 쓰러지고 나는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다가 녀석을 짓밟고 시맨트 바닥으로 쓰러졌다.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아주 잠깐 정신을 잃었다. 놓았다고 해야 정확할까? 한 30초. 시야는 열려 있었지만 그저 눈으로 들어올 뿐 사고도 움직임도 정지했다. 잠시 뒤 바닥에 처박은 오른쪽 광대뼈의 격렬한 통증과 훅하고 올라오는 시멘트 바닥의 냄새에 정신이 들었다. 직감적으로 살았다고 알 수 있었다.

토트넘은 죽었다. 이미 죽어있었지만 거듭 죽은 것이다. 거무죽죽한 살갗에 주둥이부터 꿰어들어간 꼬챙이. 분장에 실패한 프랑켄슈타인 같은 꼴이다. 순전히 행운이다. 찌른 부위가 좋지 않았던게 틀림없다. 약간만 각도가 틀어졌어도 녀석은 죽었지만 죽지 않은 채로 호박처럼 굴러들어오는 먹이를 즐기고 있었을 것이다. 무려 30초나 멍청히 누워있는 먹잇감을 느긋한 걸음으로 다가와서 씹고 뜯고 맛보고 즐겼겠지.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 녀석은 죽은 채로 죽었다.

나는 살아있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직관이 그렇게 말한다. 지금까지 들어왔던 모든 격려나 위로를 통틀어서 가장 살에 와닿고 기쁜 한 마디다. 나는 살아있다.

나는 부들거리는 무릎을 짚고 일어났다. 긴장탓일까 굳어 버린 무릎은 만화같이 삐걱대는 소릴 냈다. 나는 일어나면서 몸 이곳 저곳을 더듬었다. 내가 모르는 상처가 생기진 않았을까, 그리고 혹시나…… 녀석의 이빨이 스친 곳은 없을까?

무섭게 부어오른 오른쪽 뺨을 제외하면 어디에도 상처는 없었다. 기적 같은 일이다. 처음으로 보는 잡아먹히는 인간이 나 자신이 아닐 수 있게 됐다. 뭐, 기회가 영영 지나간 건 아니겠지만.

하지만 바지에도 티셔츠 일부에도 녀석의 체액으로 추정되는 검고 진득한 무언가가 튀어 있었다. 언뜻 보기에는 짜장 먹다 튄 자국으로 보인다. 그런 생각을 하자 갑자기 짜장면이 먹고 싶다는 실없는 생각이 떠올랐다. 공복감. 그렇다, 여기 온 이유는 그것 때문이다. 뭉쳐있던 뱃속이 풀어지듯 꼬르륵 소리를 냈다. 나는 잠시 토트넘을 쳐다보고 그 앞의 독을 쳐다보았다. 이제 할 일이 두 가지나 생겼다..


3. 정보

최초작성자 함장
주요기여자
장르 호러, 생존
프로젝트 좀비탈출

4. 분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