蘇秉海
1942년~2005년
1942년~2005년
삼성그룹의 역사에서 컨트롤타워에 오른 인물 중, 10년 이상 장수한 전설적인 비서실장은 단 두 명이다. 1997년 1월부터 2008년 7월까지 11년 반 동안 수장에 올랐던 이학수 전 부회장과 1978년 8월부터 1990년 12월까지 12년 간 재임한 소병해 전 비서실장이다. 소 전 실장은 삼성 비서실을 기존 인사 외에 재무·감사·기획 기능까지 거느린 강력한 조직으로 탈바꿈시킨 장본인이다. 소 전 실장은 이병철 명예회장의 분신이라고 불릴 정도로 최측근이었다. 소 전 실장은 1987년 11월 이병철 회장 사후, 이건희 회장도 3년 동안 보좌하다 삼성생명 부회장을 거쳐 삼성화재 비상임 고문을 맡다가 지병으로 2005년 9월 63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재계의 청와대’라고도 불리는 삼성그룹 회장비서실(오늘날의 구조조정본부)은 1959년 5월 이병철 회장의 지시로 탄생했다. 비서실이 막강한 파워를 갖기 시작한 것은 70년대 들어서다. 1978년 8월부터 1990년 12월까지 삼성그룹 비서실장을 맡은 소병해 실장은 강력한 추진력과 엄격한 관리로 비서실의 기능을 크게 강화시켰다. 소 실장 시절에 비서실은 15개팀에 250여명의 인력을 거느린 대조직으로 성장했다. 기능도 인사 위주에서 재무, 감사, 기획, 국제금융, 홍보 등으로 다양해졌다.
워낙 빈틈없고 치밀해 이병철 회장이 무척 신임했다고 한다. 재무능력이 탁월했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는 삼성그룹의 전산화를 정착시키는등 삼성 성장의 일등공신으로 평가받았지만, 때로는 계열사 경영과 인사에 입김을 미치면서 자신의 인맥을 형성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그와 동갑인 이건희 회장(이건희는 빠른 생일이기에 사실상 한 살 차이)과는 부회장 시절부터 관계가 원만하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이건희 회장이 취임 초기 완전히 경영권을 장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계열사 사장들이 그의 눈치를 살피면서 이 둘의 관계가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건희 회장은 취임 뒤 3년간 회사에 나오지 않고, 그에게 사실상 경영을 맡겼다. 이 회장은 그 기간 중에 가만히 있었던 게 아니라 형제들과의 상속 문제를 정리하고, 소병해 제거를 위해 치밀한 준비를 했다. 삼성의 전직 고위임원은 “소 실장을 경질해도 반발할 수 없도록 개인 비리나 약점을 조사하고 증거를 확보했다”며 “소 실장을 경질하던 당일 삼성 비서실 직원들을 소 실장의 자택으로 보내, 개인적으로 갖고 있던 서류와 자료들을 모두 걷어갔다”고 회상했다. 그가 회사 기밀서류를 무기로 이 회장과 맞설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한 것이다.#
이건희 회장에 의해 1990년 삼성생명 부회장으로 발령된 이후에도 소병해는 삼성의 여러 자리를 거쳤다. 1992년 삼성생명보험 고문을 거쳐서 1993년 삼성미주전자 부회장, 1995년 삼성신용카드 부회장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