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III-1. 변형 블랙잭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 1,800

아침, 그는 눈을 떴다. 그리고 두 눈에 들어온 것은 밝은 회색으로 칠해진 천장과 조명이었다.

 

"2번방, 아침 식사 받아. "

 

아직 잠이 덜 깬 그는 비척비척 침대에서 내려와 아침 식사를 받았다. 아침식사로 온 것은 크림 스튜와 모닝빵 두 개, 그리고 음료로 마실 우유였다. 모닝빵 하나는 딸기잼이, 다른 하나는 버터가 발라져 있었고 한번 구운 모양인지 따뜻했다.

 

"9시 반에 1라운드를 시작하니 식사는 오전 9시까지 마칠 수 있도록. 9시 20분에는 집합 준비가 완료되어 있어야 한다. "

 

아침 식사를 하고 약속한 시간이 되자, 진행 요원이 방 사이를 쩌렁쩌렁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불러모았다.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이 서서히 나오자, 진행 요원들은 사람들을 줄세웠다.

 

"지금부터 이번 게임에서 사용할 두 가지 물건을 지급할거야. "

 

진행 요원은 사람들 앞에서 덜그럭 소리가 나는 주머니와 카드 상자를 꺼내들었다. 카드 상자는 전체적으로 하얀색이었지만, 넓은 면에는 검정색이 칠해져 있었다.

 

"이건 게임을 진행할 동안 돈 대신 사용하게 되는 구슬이야. 게임을 진행할 때 말로 사용하기도 하고, 내기에서 판돈으로 사용하기도 하는 구슬이지. 없어지면 안되니까 꼭 가지고 있도록 해. 그리고 이건 트럼프 카드야. 중간계에서도 흔히 봤던거고, 안도 평범한 트럼프 카드지. "

 

진행 요원은 트럼프 카드를 꺼내 앞면과 뒷면을 보여주었다.

 

"검정색 상자를 받는 사람도 있고, 빨간색 상자를 받는 사람도 있는데 랜덤이라 바꿔주지는 못 해. 이 카드는 게임을 진행하면서 쓰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너희들의 대결 상대를 결정하는 데 쓸 거야. 검정색 박스와 빨간색 박스가 서로 대결하는거고. 카드는 인원수에 따라서 다시 나눠줘야 하기 때문에 사용하고 나서 반납해야 해. 그럼 한 사람씩 나와서 카드랑 구슬 가져가. "

 

그는 진행 요원에게서 구슬 주머니와 검은 카드 박스를 받았다. 구슬이 담긴 주머니는 검은 벨벳으로 만들어져 있었고, 당겨서 여미는 끈이 양 옆으로 있는 제법 큰 주머니였다. 안을 열어 구슬을 몇 개 꺼내보니, 어릴 적 문구점에서 많이 팔았던 동그란 유리구슬 10개와 납작한 유리구슬 10개가 들어있었다. 동그란 구슬들은 어릴 적 많이 가지고 놀았던 투명한 구슬이었고, 납작한 구슬은 파란색 5개와 하얀색 5개가 들어있었다.

 

"자, 자, 구슬이랑 카드 받은 사람들은 다음 줄로 가서 대기하도록. 검은 카드는 저 쪽, 빨간 카드는 저 쪽에 서면 돼. "

 

어린 시절을 떠올릴 겨를도 없이, 그는 구슬을 도로 주머니에 넣고 줄을 섰다. 앞에는 그를 제외하고도 몇 명의 사람들이 있었고, 그의 옆줄에도 마찬가지로 몇 명의 사람들이 서 있었다.

 

"다들 받았으면 경기장으로 올라가지. "

 

경기장으로 올라가보니, 환호하는 소리가 들렸다. 진행 요원의 지시대로 두 줄로 선 사람들은, 다시 둘로 나뉘어 경기장 양 쪽에 섰다.

 

"선수 여러분들은 각자 테이블에 앉아서, 지급받으신 카드와 구슬을 내려놓아주세요. "

 

장내 아나운서의 안내 방송에 맞춰, 사람들은 각자 옆에 있는 테이블에 앉았다. 테이블에는 카지노에서나 볼 법한 고급스러운 테이블보가 있었다. 진한 초록색 테이블보가, 정말 카지노에 있는 느낌을 준다. 테이블에는 토끼 귀같이 생긴 리본이 달린 구체도 있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여러분- "

 

그리고 단상에 앉았던 토끼 모자를 쓴 여자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럼, 지금부터 판데모니움 로열 제 1라운드, 변형 블랙잭을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각 테이블을 담당하는 진행 요원들이 경기 규칙을 설명하는 시간이 있겠습니다. "

 

그러자 테이블 위에 있던 구체가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3번 테이블, 흑 7번 적 9번. 대회를 시작하기 전에 규칙을 설명하겠다. "

 

공중으로 날아오는 구체는, 마치 안구가 허공에 떠 있는듯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첫째, 지급받은 카드를 잘 섞고 다섯장을 뽑는다. 둘째, 너희 둘이 합의해서 판돈을 정하고 건다. 셋째, 내가 부르는 숫자에 최대한 근접하거나 같은 숫자를 너희들이 뽑은 카드로 조합해서 만든다. 나머지 카드는 버린다. 넷째, 카드를 내려놓기 전, 두 사람은 반드시 서로의 손패에서 카드를 하나 교환해야 한다. 다섯째, 카드의 총 합을 통해 승패를 가린다. 기본 룰은 이 정도야. 승자는 구슬을 가져가고, 진 사람은 구슬을 잃는다. 여섯째, A는 1, J, Q, K는 각각 11, 12, 13이야. "

"...... "

"마지막으로, 어느 한 쪽의 구슬이 0이 될 때까지 게임은 계속 할 거야. 그럼, 게임 개시! 박스에서 카드를 꺼내. "

 

두 사람은 카드 박스에서 카드를 꺼냈다. 그러자 구체는 두 사람의 카드를 집어들고 섞기 시작했다. 허공에서 카드가 한참 섞인 다음에야, 구체는 카드를 잘 정리해서 각자에게 카드를 건넸다. 그 동안 두 사람은, 인사를 건넸다. 자신을 9호라고 한 그녀는, 그와 달리 이 곳에 강제로 끌려온 듯 했다.

 

"좋아, 잘 섞였어. 게임 개시! "

 

처음으로 뽑은 다섯 장은 A, Q, J, 7, 8이다. 그는 맞은 편 상대가 카드를 뽑을 동안 판돈을 얼마나 걸어야 할 지 정했다.

 

"7호, 너는 얼마를 걸고 싶어? "

"처음 하는거면 안전하게 5개정도는... "

"9호, 너는? "

"저도 같은 생각이예요. "

"좋아. "

 

두 사람의 구슬 주머니가 저절로 열리더니, 안에서 구슬 다섯 개가 나왔다.

 

"30! "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는 손에 있는 카드를 통해 30에 최대한 근접할 수 있는 조합을 찾기 시작했다.

 

'다섯장을 전부 합하면 39고, 여기서 한 장을 제외하고 20 아래로 맞추려면 Q나 J를 빼야겠군... 하지만 저 쪽에서 뭘 교환하게 될 지 모르겠는데... '

 

한참을 고민하던 그는, 손에 들려있던 7과 8을 버렸다.

 

"흑, 결정할거야? "

"네. "

"적, 결정할거야? "

"네. "

"그럼 여기서 카드를 하나씩 교환해. "

 

그는 남아있던 A를 맞은 편에 건네주고, 맞은 편에서 건네주는 카드를 받았다.

 

"그대로 내려놔. "

 

카드를 내려놓으면서 교환받은 카드를 펼쳐보니, 7이었다. 맞은편에서 펼친 카드는 10, 9, A였다.

 

"흑 30, 적 20. 흑 승! "

 

두 사람이 걸었던 구슬이 그가 있는 곳으로 굴러왔다. 동시에 펼쳐놓았던 카드가 버리는 카드가 있는 더미로 이동했다.

 

"다음 카드를 뽑아. "

 

이렇게 몇 번의 게임이 진행되었다. 구슬이 왔다갔다 하자 번거로웠는지, 결국 구슬 주머니에서 구슬들이 전부 굴러나와 테이블 위를 덮었다. 카드 더미도 1/3쯤 없어졌을 무렵, 다시 새로 다섯 장을 뽑은 그는 구슬 다섯 개를 걸려고 했다. 하지만 맞은 편에 있던 그녀는 남은 구슬을 전부 다 걸겠다고 했다.

 

"한 판에 걸 수 있는 구슬은 최대 10개까지야. "

"치잇... 그래도 10개면 본전은 찾을 수 있겠지... "

"....... "

 

그도 울며 겨자먹기로 10개를 걸게 되었다.

 

"판돈이 제법 커졌네. 좋아, 이번 숫자는 21! "

 

손에 든 카드를 추려 21에 근접하게 만든 그는, 손에 들고 있던 카드를 버리고 한 장을 교환했다. 그리고 카드를 펼친 순간, 그녀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흑 19, 적 버스트. 흑 승! "

 

그녀의 두 눈은 처음과 달리 독기가 어린 상태였다. 광기 어린 눈이라는 게 이런 느낌일까? 뉴스나 다큐멘터리로만 접했던 카지노에 미친 사람이 이런 눈일까 싶었다.

 

"너도 올인해! "

"애석하게도, 둘이 똑같이 걸어야 하기 때문에 저 쪽에서도 5개밖에 걸 수 없어. 너는 이번에 올인인가? "

"응, 올인할거야! 어떻게든 본전을 찾을거야. "

 

마지막으로 판돈을 걸고 카드를 뽑자, 진행 요원은 숫자를 불렀다. 10이었다. 다행히도 낮은 숫자의 카드가 나와 최대한 10에 근접하게 맞춘 그는, 카드를 교환받고 카드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흑 9. 적 버스트. 흑 승! "

 

독기 어린 눈으로 본전은 찾으려던 것과 무색하게, 그녀는 져 버렸다. 그가 카드를 수습할 동안, 테이블 위에 있던 구슬들이 그의 주머니로 일제히 들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펑

 

뭔가가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맞은 편에 있던 그녀가 피를 토하면서 힘없이 쓰러졌다.

 

"!!"

"구슬이 0이 되면, 남는 것은 죽음 뿐이야. 수고했어, 다음 라운드에서 보자고. "

 

죽은 사람들을 수습할 동안, 이긴 사람들은 다시 경기장 안으로 들어와 카드를 반납했다. 구슬이 두 배가 된 탓인지, 그녀의 죽음을 목전에서 본 탓인지, 구슬 주머니가 유난히 무겁다.

 

"숙소가 다시 배정되었으니까 입구에서 확인해보고 들어가도록. 가서 쉬고 있으면, 저녁은 잠시 후 주도록 하겠다. "

 

입구에 붙어있는 커다란 종이를 확인한 그는 숙소로 갔다. 숙소에는 그를 제외하고도 세 명의 남자가 있었다.

 

"안녕하세요, 7호입니다. "

"11호입니다. "

"101호입니다. "

"110호입니다. "

 

네 명의 남자는, 오늘 했던 게임으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하마터면 죽을 뻔 했는데, 교체 덕분에 겨우 살았지 뭐예요... "

"저도 그래요. "

"101호님은 상대하셨던 분이 몇 호였어요? "

"2호였어요. 7호님은요? "

"전 9호님이요. "

"9호님...이요? "

 

그가 9호와 상대했다는 얘기를 듣던 11호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뭐, 차라리 이렇게 되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

"...네? 왜요? "

"그 분, 도박광이라고 해야 할지, 승부사라고 해야 할지... 지는 걸 병적으로 싫어하는 성격이라 밥 먹는 순서도 안 지려고 할 정도였거든요. 어제 숙소생활 하면서 얼마나 살떨렸는지 몰라요. 거기다가 가챠 게임? 그런 것도 꽤 하시는 것 같던데, 얘기 들어보면 한달에 어림잡아 천정도는 쓰신다고 하더라고요. "

"한달에 천이요? "

"네. 랭킹 1위에서 내려오면 안된다나... "

"게임에 돈을 많이 쓴다고 해도 재력이 받쳐주면 문제는 없지 싶은데... "

"9호님 취준생이예요. 이번에 여기 끌려오게 된 것도 게임에 쓸 돈이 부족해서 빈집털이 하러 갔다가 사람이 있어서 우발적으로 죽여서 그렇게 됐다던데... "

"...... "


Author

8,759 (78.7%)

<덜렁거리는 성격. Lv.1에 서울의 어느 키우미집에서 부화했다. 먹는 것을 즐김. >

Comment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53 외전 9. Fegefeuer Muse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2.11 2311
52 외전 13. 무한의 추격자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12.10 2306
51 외전 15. 겐소사마 전설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3.02 2299
50 X-1. 탈출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7.28 2266
49 X-6. 무지가 일으킨 파란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1.11 2266
48 외전 12. After theie life_the black ticket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11.11 2262
47 외전 17. After their life_STYX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6.15 2229
46 XI-2. 꽃다발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4.28 2221
45 XI-1. Snowball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3.16 2217
44 Prologue-XI. 백면단도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3.16 2214
43 X-8. 인생의 가치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2.14 2172
42 XI-5. 우산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6.28 2169
41 외전 14. 저주받은 단도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3.01 2164
40 X-7. 집착이 가져온 업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2.03 2147
39 외전 16. 기묘한 PC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5.26 2141
38 XI-3. 살아있는 지옥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5.12 2139
37 이세계 경비회사 습작 노숙까마귀 08.12 2106
36 X-2. 죽음의 전화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9.09 2092
35 외전 10. Karma's child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8.27 2085
34 X-4. 잃어버린 인연, 남은 인연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11.02 2060
33 외전 11. After their life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11.11 2048
32 XI-4. 정산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5.27 1999
31 XI-6. 전쟁의 상흔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8.13 1994
30 XI-8. 거울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10.01 1962
29 XI-7. STALKER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8.29 1954
28 X-3. 꽃길에서 불꽃길로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10.10 1945
27 XI-9. 백물어(百物語)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11.04 1868
26 외전 18. 우리 엄마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12.02 1846
열람중 XIII-1. 변형 블랙잭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7.10 1801
24 Prologue XII. 자승자박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11.18 1800
23 XIII-2. 폭탄 만칼라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7.14 1784
22 XII-3. 짐조의 깃털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1.20 1760
21 XIII-3. 루도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8.10 1755
20 외전 19. 괴의(怪醫)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2.20 1734
19 XII-1. 흔적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12.29 1686
18 Prologue-XIII. Pandemonium royale_집결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7.03 1677
17 XII-2. 붉은 봉투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1.09 1616
16 XII-8. Intermission (4)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7.01 1600
15 XII-5. 물욕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4.17 1496
14 XII-4. Achivement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4.03 14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