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X-5. 거울이 모르는 것

작두타는라이츄 0 29

어느 날, 사무실로 출근하던 미기야는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아이작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사람에게서 온 메일은, 미국의 폐허가 된 저택에 있는 거울에 관한 이야기였다. 필라델피아에 있는 이 저택에서, 최근 두 명의 고등학생이 저택 안에 안치된 거울을 보고 죽었으며 폐허를 탐색하는 호러 스팟 전문 유튜버와 그 사촌동생 역시 그 집에 갔다가 사망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아이작은 메일 말미에, 호러 스팟 전문 유튜버가 촬영한 영상의 URL 역시 적어서 보냈다.

 

"뭐? 미국? 또 거길 가야 한다고? 입국할 때 검열이 더럽게 깐깐해서 싫은데... "

"그래도 안 가고는 못 배기실 거 같은데요? 이것 좀 보세요. "

"뭐야, 이게? "

 

파이로 역시 메일과 동영상을 시청했다. 영상 속 여자가 유튜버인 것 같았으며, 그녀는 성수를 거울 앞에 갖다 두고 위자 보드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나타난 것은, 까만 옷을 입은 수수께끼의 여자였다. 영상이 끝날 즈음, 까만 옷을 입은 여자가 맞은 편에 앉은 여자의 손에 상처를 내 성수에 떨구는 것까지가 전부였다. 그리고 그 뒤로, 유튜버와 맞은 편에 앉았던 여자 역시 죽었다.

 

"도대체 왜 목숨을 담보로 그런 짓을 하는지 영문을 모르겠단말이야... 꼭 가지 말라는 데 가서 하지 말라는 거 하는 사람이 있어... 하여튼, 귀찮게 됐군. "

"가시는건가요? "

"당연한 얘기를 하고 있냐. 이 거울, 너희들만 가서는 절대 처리 못 한다. 성수에 담가서 처리할래도 한 100년은 담가둬야 할 텐데, 거울이 남아나겠냐? 아니... 거울이 남아나는 건 둘째치고 신성한 성수에 시체 떠 있는 꼴을 보게 될 거다. 이번엔 어디래냐? "

"필라델피아요. "

"입국심사 더럽게 까다로울텐데 이걸 또 어떻게 넘겨야 하나... 하여튼, 미국땅은 밟기 참 힘들다니까. 뭐, 좋아. 날짜 조율해라. 라우드랑 현도 가냐? "

"네. "

"좋아. 날짜 나오는 대로 통보 요망. "

 

미기야는 아이작에게 방문할 용의가 있다는 것과 2주 후인 3월 21일에 한국에서 출국할 것이라는 답변을 보냈고, 아이작은 공항에 도착하게 되면 자신이 데리러 가겠다는 답변을 보내 왔다. 그리고 3월 21일, 미기야는 파이로, 라우드, 현과 야나기를 데리고 미국으로 떠났다.

 

현지에 도착한 다른 사람들은 입국 심사를 끝내고 수화물을 찾은 다음 아이작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파이로는 꽤 오래 걸리는 모양이었다. 결국 야나기가 그녀의 수화물까지 찾은 다음에야 그녀는 입국 심사를 통과해서 나왔다.

 

"심사가 왜 이렇게 오래 걸려? "

"나이때문에 그렇지, 뭘. 상식적으로 1939년생이 거진 100년이 지났는데 이 얼굴인 게 말이 되겠냐마는... 이미 죽어서 나이를 안 먹는 걸 어쩌란거냐, 대체? "

"...그정도면 어르신 아니냐...? "

"그런 셈이지. 산전수전 다 겪고 한국전쟁떄 죽었으니... "

"...... "

 

공항을 나온 일행은 아이작을 찾고 있었다. 그리고 다섯 사람에게 까무잡잡함 피부에 연두색 드레드록을 한 남자였다. 운동을 꽤 오래 했는지 우람한 체격을 가진 그는 자신이 아이작이며, 필라델피아의 어느 교회에서 사제 일을 겸하고 있다는 것과 영상 속의 유튜버가 자신의 사촌이라는 얘기를 했다.

 

"죽은 유튜버가 사촌동생이셨군요. "

"네. 어쩐지, 아버지가 성수와 성수를 담아두는 잔이 없어졌다고 했었는데... 그걸 가지고 그 폐허로 갔을 줄은 몰랐습니다. "

"영상 속에 있는 까만 옷을 입은 여자가 관련 있는거야? "

"아마 그럴 겁니다. 영상에 달린 댓글을 보다가 알게 된 건데, 그 여자가 거울 속에 깃든 유령이라고 하네요. "

"거울이라... 거울을 부셔버리면 안 되겠지? "

"아무래도 100년이 넘은 골동품이라서요. 부수는 것도 건의해봤지만 가격이 너무 세서 차마 그러지는 못 했다고 하네요. "

 

아이작은 유튜버와 함께 영상에 출연했던 여자는 캐서린이며 자신의 친동생이라는 것을 밝혔고, 그녀의 죽음에 대해서 남겨진 단서는 없었다고 했다. 현장을 보러 왔던 경찰마저 경악할 정도로, 현장은 처참했다. 그리고 곧이어 지나도 죽었다는 연락이 왔고, 지나가 영상 속 유튜버인 미스트리스라는 것과 지나가 사망한 현장에서도 이렇다 할 단서가 없었다는 것을 말했다.

 

"그럼 그 녀석의 짓이라는 건 어떻게 안 거야? "

"그 녀석은 거울 속에 있어요. 그리고 거울을 통해 자신을 본 사람들을 찾아가서 잔인하게 죽이죠. 동생의 비명 소리가 들려서 올라갔을 때, 거울 속에서 빠져나온 하얀 손을 봤습니다. 그리고 사람이 할 수 없는... 목이 한 바퀴나 돌아가버린 채 죽어 있었습니다, 동생은. "

"...... "

"그럼 지나라는 분도...? "

"삼촌께 따로 연락은 드리지 않아서 잘 모르겠는데, 나중에 듣기로는 그렇다고 하네요. "

"그 녀석, 참 악질이네. 거울 속에서 거울을 통해 자신을 본 사람들을 찾아가서 죽인다면... 일단 너희들은 거울을 보지 않는 편이 좋아. 일단 임시방편으로 거울을 천으로 가리면 되긴 하겠지만, 그 작업 역시 내가 해야 해. "

"거울을 천으로 가리려는 시도는 예전에도 있었는데, 시도했던 작업자 두 명이 시신으로 발견됐다고 합니다. "

 

대체 어떻게 된 녀석이길래 거울을 가리려는 사람을 죽이기까지 하는데, 파이로는 궁금해졌다. 그 정도면 단순 유령 따위가 아니라 악령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였다. 거울을 덮는 과정에서 거울을 봐서 죽은건지는 단언할 수 없었지만, 일단 한 가지는 확실했다. 거울 속에 있는 그것은 절대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다.

 

"아무래도 거울을 직접 부수지 않는 이상은 무리일 것 같네요. 키츠네 씨의 결계라면 어느정도 약화는 시킬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

"성수에 사람 피를 자기가 떨수는 시점에서 그건 글렀다. 거기다가 사람 꽤나 잡아먹으면서 강력해 진 모양이니... 내일 한번 그 집으로 가보자. "

"아이작 씨, 그 집이 어디인 지 아시나요? "

"물론이죠. 오늘은 늦었으니 내일 아침에 가 봅시다. 저도 챙겨야 하는 것들이 몇 개 있어서요. "

"알겠습니다. "

 

다음날, 일행은 아이작과 함꼐 문제의 저택으로 향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저택은, 사람을 대신해 식물들의 낙원이 된 지 오래였다. 저택 안은 깔끔했지만 먼지가 자욱했고, 거기다가 거울 속에 있는 녀석때문에 멀쩡히 머무를 수 있을 지도 단언할 수 없는 상태였다.

 

"거울은 저 쪽에 있는 것 같군. 뭔가 엄청난 녀석이 있는 게 확실해. "

"조심하세요. "

"성수 조심해라. 그리고 나랑 야나기 빼고는 거울 앞으로 오지 마. "

"당신들은 괜찮겠습니까? "

"우리는 언데드거든. 두 번 죽지는 않아. "

 

거울이 있는 방으로 들어서자마자, 파이로는 거울 앞에 놓인 위자 보드와 잔을 발견했다. 안에는 붉은 액체가 들어 있었고, 위자 보드는 포인터가 Good bye에 놓여 있는 상태였다.

 

"여기서 위자 보드를 했다가는 고위급 사제가 와도 모가지가 날아갈 것 같은데? 일단 이 잔부터 받지. 오염된 성수는 더 이상 성수로서 기능하지 못 해. "

 

파이로는 아이작에게 거울 앞에 놓여있던 잔을 건네고, 거울 앞에 섰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거울같았지만, 이내 그녀의 뒤에 수수께끼의 여자가 보였다. 까맣고 긴 머리에 까만 원피스를 입은, 흑요석처럼 붉은 눈을 가진 여자였다. 하지만 창백하고 표정이 없는 얼굴은 어딘가 기분 나빠 보였다. 평소와 달리, 파이로도 기분 나쁜 기색이었다.

 

"이 녀석이군. ...일단 오지 말고 들어. 머리가 긴 생머리이고 온통 까매. 옷이고 머리고 눈이고 다 까매. 그리고... 되게 기분 나쁜 녀석이야. 이건 내 혼불로도 어떻게 할 수 없어. "

"파이로씨도 못 태우는 게 있었군요. "

"이런 걸 태우려면 태초에 프로메테우스가 인류를 위해 갖다준 불 정도의 신성력은 갖춰야 할 거다. 내가 말했지, 고위 사제라도 모가지 달아난다고. "

 

한참 거울을 통해 파이로를 보던 그녀는, 주변에 누가 있다는 걸 알아챘다. 그리고 방심한 틈을 타, 파이로가 보고 있던 그녀는 화장대의 거울 속으로 움직였다. 그녀는 화장대의 거울로 움직이자마자 현을 공격하려고 했지만, 아이작에게 막혀서 다른 사람은 비춰지지도 않았다. 아이작이 피가 섞인 성수를 처리하러 사라지자, 그녀는 이떄다 싶었는지 현에게 달려들었다.

 

"앗! "

"이 녀석! "

 

거울 속의 여자가 현의 뒷목을 긁자, 밖에 서 있던 현 역시 뒷목에 손톱으로 긁은 자국이 났다. 그녀는 라우드 역시 밀쳐서 넘어뜨리고, 미기야를 칼로 찌르려고 했지만 파이로가 가윗날로 칼을 튕겨내서 얼굴에 상처를 입히는 것에 그쳤다. 그리고 마침 성수를 처리한 아이작이 돌아왔다.

 

"어떻게 된 거예요? 파이로 씨는 왜 그러고 계세요? "

"모르겠어요. 갑자기 누가 뒷목을 긁어서.. "

"저도 누가 밀어서 넘어졌고... 갑자기 파이로가 가위를 저 쪽으로 대는가 싶더니, 오너도 얼굴에 상처가 생겼어요. "

"화장대 거울을 피해. 녀석이 그 쪽으로 이동했으니까. "

"이동이요? "

"이동까지 하리라곤 상상도 못 했지만... 역시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기분나쁜 녀석이야. "

 

거울 속에서 킥킥 웃고 있는 그녀를 보며, 파이로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간신히 가라앉혔다.

 

"이 녀석이 나올 기미가 보이면 내가 끄집어낸다. 일단 이 녀석이 나오면 거울에 성수를 뿌리든 성수로 담금질을 하든 거울로 닦든, 이 녀석을 다시 안으로 못 들어가게 해. "

"알겠어요. "

 

갑자기 거울 밖으로 하얀 손이 쑥 튀어나왔다. 파이로는 그 손을 낚아채 거울에서 끄집어냈고, 거울 속에 있던 여자가 밖으로 나왔다.

 

"지금이야, 거울을 막아! "

"네! "

 

아이작은 성수를 잔에 부은 다음 성호를 긋고 거울의 앞면에 뿌렸다. 거울의 유리면에 물이 튀자 기분이 나빴는지 그녀가 덤벼들려고 했지만, 파이로에게 뒷덜미를 잡혀 그러지 못 했다. 그녀는 분했는지 이리저리 날뛸 기세였지만, 파이로의 악력때문에 그 사태는 막았다.

 

"미안하지만 네놈은 이제 거울 속으로 들어갈 수 없어. 아, 그 화장대 거울에도 뿌려. "

"여기도요? "

"거기로 들어가면 골치아프니까. "

"네. "

"그리고 이 녀석 처리하기 전까지, 전화기 금지. 전화기로 들어가는 수가 있다. 어찌됐든 전화기에 불이 나가있으면 비치잖아? 정 전화기가 필요하면 액정 들어와 있는 상태로 꺼내. "

 

파이로는 여전히 아이작에게 덤벼들려는 그녀의 뒷덜미를 낚아챈 상태였다. 모든 거울을 봉쇄한 후 전화기를 꺼내지 말 것을 주문한 그녀는 그제서야 그녀의 뒷덜미를 놓았다. 거울로 다시 들어가려고 했지만 성수때문에 막힌 그녀는 화장대 거울로 도망치려고 했지만, 화장대 거울 역시 막혀있었다. 또한 전화기는 아예 꺼내놓지도 않은 상태였던지라 그녀가 들어갈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좋아. 그럼 이 녀석의 후속 조치를 논하기 전에... 넌 대체 뭐 하는 놈인데 인간들을 줄줄이 살해하고 다니는거냐? 원한 같은 거라도 있나? 아니면 심심풀이? "

"...... "

"성수로 목욕시켜버리기 전에 불어라. "

"치잇. "

 

그녀는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내 이름은 슈피겔. 이 거울에 붙어서 이 집으로 들어온 것 뿐, 이 집의 지박령은 아니야. 왜 죽게 된 건지는 오래되서 나도 몰라. "

"그럼 왜 사람들을 죽인거냐? "

"그냥. "

"이건 답이 없군... 성수로 목욕좀 시켜라. "

"저는 유령이 보이지는 않아서, 잡을 수는 없습니다. "

"내가 연행까지 해야 하냐... "

 

한참 슈피겔의 처분에 대해 논의하고 있을 무렵, 미기야는 키츠네의 전화를 받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통화를 마치고 들어온 미기야는 키츠네 쪽에서 슈피겔을 처리해 주겠다는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이걸 데리고 일본까지 가라고? 성수로 밧줄 하나 담가야겠는데? "

"음. 확실히 데리고 가기는 좀 힘들겠네요. ...그렇다고 어디다 임시로 넣어 둘 수도 없고... "

"너...넣어? 날 넣겠다고? "

"이대로 데려갈까? "

"일단 그러죠. "

 

파이로는 슈피겔의 뒷덜미를 낚아챈 다음 저택을 나왔다.

 

"도대체 이 녀석이나 그 마물 놈이나 다를 게 뭐냐? 심심해서 사람 죽이는 놈이나 그냥 죽이는 놈이나... 쯧. "

"원한이 없으면 성불하기도 힘들텐데요... "

"골치아픈 녀석일세. "

 

파이로는 슈피겔을 데리고 지나와 캐서린의 묘지에 갔다. 그녀는 꽃을 바치고 두 사람의 묘비에 묵념한 다음, 이제 편한이 쉬기를 바란다는 말을 전했다.

 

"네놈도 인사해라. "

"싫어. "

"최소한 사람을 죽였으면 좀 미안한 척이라도 하지? 성수로 목욕하고 싶냐? "

"하지만... 애초에 남의 집에 쳐들어온 건 저 녀석들인데! "

"시끄러. "

"애초에 내 존재를 확인하겠다고 오지만 않았어도 죽을 일은 없었을거란말야... 나쁜 건 인간들인데 왜 내가 사과해야 하는 거야? 난 그저 나 혼자 쉬고 싶었을 뿐인데... "

 

슈피겔이 살아있었을 때는, 흑사병이 만연하던 시기였다. 그녀의 눈에 보인 것은 새부리 가면을 쓴 의사들과 죽어가는 사람들이었다. 그녀는 흑사병으로 죽은 사람들을 처리하고 가족들을 부양하느라 한 시도 쉴 틈이 없었고, 흑사병으로 숨을 거둔 다음에도 마찬가지였다. 분명 눈앞이 흐려졌었는데, 어째서인지 그녀가 다시 눈을 떴을 땐 저택에 있던 큰 거울이 보였다.

 

처음에는 살아있는 것들이 증오스러웠다. 자신들과 달리 편안한 삶 속에서 오래오래 살다 죽어가는 사람들을 증오했다. 그녀는 그래서 거울 속에서 사람들을 죽여왔었다. 그러기를 수십년 반복하던 그녀는, 저택에 들어와 저택의 여주인마저 잔인하게 죽였다. 그 후, 그녀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저택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저택의 소문을 듣고 방문객들이 하나둘 들어오기 전까지는.

 

"들어가지 말라는 데 들어갔다가 피보는건 우리나 여기나 똑같구만. 아주 위아더 월드야. "

"흑사병은 지금 없어진 걸로 알고 있지만, 그 당시에는 희생자가 엄청났죠. 하지만 지금 시대에는, 비단 흑사병이 아니다 뿐이지 각자 다른 이유로 고뇌하며 살고 있습니다. 절대 평안하지 않아요. 시대라는 것은 그런 겁니다. "

"...... "

"그리고 어찌됐건 사람을 죽인다는 건 나쁜 짓입니다. 용서받지 못 할 짓이예요. "

 

필라델피아에 머무르는 동안, 파이로는 슈피겔을 데리고 필라델피아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그 곳에서 슈피겔이 본 것은 부랑자들, 그리고 일에 절어 있는 직장인들과 학생들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필라델피아의 대학 병원에 있는 중환자실과 암 병동, 근처의 요양원으로 갔다.

 

"현대인들은 흑사병만 없을 뿐이지, 그보다 더한 고뇌를 안고 살아가는 자들이야. 네놈이 살던 시대에는 암이라는 질병은 없었겠지, 아마 너에겐 생소한 질병일거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나이가 들면서 암이라는 병에 걸리기도 해. "

"걸리면... 다 저렇게 되는 거야? "

"초기에 발견하면 살 수 있지만, 발견하는 시기가 늦어지면 죽어. 진통제를 대량으로 투여해야 할 정도로 엄청난 고통 속에서 죽는거지. "

"...... "

"요양원에 있는 할머니들은 대부분 알츠하이머야. 기억이 조각나버리는거지. 병에 걸린 본인은 물론이고 주변 사람들까지... 괴롭게 만드는 게 알츠하이머야. 누군가와 함께 한 시간들이 조각나가는 걸, 주변 사람들만 알고 있고 기억하는 본인은 기억이 조각나기때문에 몰라. "

"...... "

"네놈이 그렇게 시기하던 현대인들도, 결국은 네놈과 다를 뿐 각자의 고뇌를 안고 살아가고 있어. 마치 흑사병처럼 인식되었지만 최근에 그나마 생명을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이 발견된 질병도 있고... 그리고 병에 걸린 사람들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편히 쉬지 못 하는거야. ...이래도 샘나냐? "

"...... "

 

슈피겔은 말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거울이 놓여져 있던 공간은, 쉬기 위해서 만든 공간이니까 편히 쉬는 것 뿐이야. 네놈이 보지 못하는 곳에서, 수많은 고뇌를 짊어지고 살아온 사람들이 쉬는거라고. 그거라도 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아서, 그리고 그거라도 하지 않으면 몸이 축나서. "

"...... "

"현대문명이 편해진 것도 있지만 그것때문에 또 다른 불편이 생기는 경우도 있지. 원래 공존할수밖에 없는 것이 편리와 불편, 그리고 빛과 그림자거든. 이제 알겠냐? "

"그런데 왜 살아가는거야? "

"...내일 마지막으로 들를 장소에 가면, 아마 깨닫게 될 거다. "

 

필라델피아를 떠나기 전, 파이로는 슈피겔을 데리고 정신과를 찾았다. 슈피겔은 정신과라는 자체를 모르는 모양인지 안내 책자를 살펴보고 있었다.

 

"여기는 말이지... 몸이 아니라 마음이 아픈 인간들이 오는 곳이야. "

"마음이 아프다고? "

"그래. 여러가지로 시달리다 보면, 마음이 병들기도 해. 이 곳은 병들어버린 마음을 치유하는 곳이지만 치료 기간이 상당히 오래 걸리고, 차도를 보이는건지 치료하는 사람이나 치료받는 사람도 잘 알지 못 핳 정도로 미미해. 약을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심리 상담도 받아야 하니까. "

"...... "

"마음이 병들어버리면 인간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해. "

"어째서? "

"사는 게 지치고, 너무 괴로운데 기댈 곳 없고,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것 같을 때 인간들은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도 하는거야. 어제까지 봤던, 짊어지는 고뇌들이 너무 많고 무거우면 그것들이 인간들을 죽음으로 몰아가기도 하는거다. "

"...... "

 

자기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고? 슈피겔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가 살아있을 적, 사람들은 하루라도 더 살려고 발버둥치다가 죽어갔다. 그런데 현대의 인간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고?

 

"죽는 게 나을 것 같을 때도 버텨야 하는 게, 인간들의 숙명같은 거야. "

 

정신과를 나온 둘은 아이작의 집으로 돌아가, 한국으로 갈 채비를 했다. 아이작의 배웅을 받으며 한국으로 돌아가자마자, 파이로는 슈피겔을 키츠네에게 안내하고 면세점에서 산 과자를 먹었다.

 

"이놈들 왜 이렇게 과자를 짜게 먹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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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렁거리는 성격. Lv.1에 서울의 어느 키우미집에서 부화했다. 먹는 것을 즐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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