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토끼구이가 오븐에서 나오는 체험담

베키 2 2,854

나는 오랜 친구가 집을 방문한다는 연락을 받고 어떻게 모자랄 것 없이 대접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끝에 그 친구가 최근 다이어트에 관심을 보인다는 것을 깨닫고는 오븐에 토끼를 굽기로 결심했다. 토막낸 것이 먹기에는 좋지만 아무래도 손님 대접용으로는 대단히 심심할거라 생각된지라, 적절히 내장을 손질해 둔 토끼 두마리를 토막내지 않고 그대로 쓰기로 했다.

 

적절히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하고 썰어놓은 각종 야채 위에 살며시 토끼를 얹어 천천히 굽기 시작했다. 친구가 올 시간에 맞춰서 구웠으니 모든 계획은 완벽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구워지는 것을 기다리며 거실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별안간 부엌에서 덜컹거리는 소리가 나지 않겠는가? 놀란 내가 오븐을 잠시 들여다봤는데, 충격적인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여어 친구! 오늘은 대단히 화끈한 밤일세! 같이 들어와서 춤추고 노래하세!"

 

세상에나. 오븐 안은 이미 난장판이였다. 플레이트 위에 소금간이 되어있는 토끼가 조금씩 갈색으로 변하며 흘러나온 육즙과 야채즙이 섞인 물로 몸을 적시는게 아닌가? 그리고 뭔가 사람마냥 몸을 들썩이고 일어서더니 두 토끼가 오븐을 밤무대 삼아 춤추고 노래를 하고 있었다. 머리없는 몸으로 약간씩 머리를 흔들거나, 잘려진 다리로 기기묘묘하게 서서 한쪽 발을 들어보이기도 하질 않나... 이건 꿈이야. 꿈이야.

 

머리를 얻어맞은 듯 멍하니 오븐을 바라보던 사이 어느새 시간이 토끼가 바싹 구워질 시간이 되었다. 오븐이 띵! 하고 끝나는 시간을 알려오면 최면은 분명 풀려야 했을텐데... 오븐을 여는데도 여전히 토끼는 가무를 즐기고 있었다. 슬슬 공연의 클라이맥스라도 되는 것인지 격렬한 움직임을 보여왔다. 그리고는 토끼의 마지막 말을 듣고 이제야 정신을 차렸다.

 

"당신도 나를 친구를 위해서 준비했던 것이겠지? 그렇다면 기꺼이 내 몸을 바치리다."

 

요리를 옮겨담을 접시를 준비해두자 잘 구워진 토끼 두마리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동시에 몸을 스스로 접시에 던지고는 이내 그 화려한 공연에 종지부를 찍었다. 어안이 벙벙한 사이에 친구는 벨을 누르고 있었고... 다행히 맞을 준비는 되어있었으니 망정이지 그 친구가 내 당황스런 표정을 봤더라면. 아니, 그 토끼가 보여준 디너쇼를 같이 봤다면 어찌됐을까?

 

친구를 대접하는 데는 성공적이였고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작별을 고했지만, 그때도 토끼의 마지막 순간은 잊혀지지가 않는다.

Author

Lv.1 집토끼  3
862 (86.2%)

등록된 서명이 없습니다.

Comments

디아니
인장의 유래인가요?
베키
판단은 오븐 제조회사에게 돌리겠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413 외전 24. 404호에 소원 빈 사람 있어?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1.05 1016
412 외전 23. 소원을 들어주는 폐건물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1.05 1020
411 XIII-3. 루도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8.10 1426
410 XIII-2. 폭탄 만칼라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7.14 1444
409 XIII-1. 변형 블랙잭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7.10 1480
408 Prologue-XIII. Pandemonium royale_집결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7.03 1383
407 XII-8. Intermission (4)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7.01 1288
406 XII-7. 등가교환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6.21 1120
405 외전 22. 어느 폐건물 이야기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6.13 1128
404 외전 21. 예정된 불행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6.11 1138
403 XII-6. 무능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5.27 1141
402 외전 20. 어서오세요, 메피스토 상담실에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5.27 1158
401 XII-5. 물욕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4.17 1190
400 XII-4. Achivement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4.03 1190
399 외전 19. 괴의(怪醫)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2.20 1403
398 XII-3. 짐조의 깃털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1.20 1421
397 XII-2. 붉은 봉투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1.09 1302
396 XII-1. 흔적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12.29 1357
395 외전 18. 우리 엄마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12.02 1494
394 Prologue XII. 자승자박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11.18 1456
393 XI-9. 백물어(百物語)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11.04 1495
392 XI-8. 거울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10.01 1606
391 XI-7. STALKER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8.29 1604
390 XI-6. 전쟁의 상흔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8.13 1654
389 XI-5. 우산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6.28 1820
388 외전 17. After their life_STYX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6.15 1863
387 XI-4. 정산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5.27 1662
386 외전 16. 기묘한 PC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5.26 1777
385 XI-3. 살아있는 지옥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5.12 1777
384 XI-2. 꽃다발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4.28 1849
383 XI-1. Snowball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3.16 1850
382 Prologue-XI. 백면단도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3.16 1858
381 외전 15. 겐소사마 전설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3.02 1948
380 외전 14. 저주받은 단도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3.01 1799
379 X-8. 인생의 가치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2.14 1845
378 X-7. 집착이 가져온 업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2.03 1829
377 X-6. 무지가 일으킨 파란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1.11 1942
376 외전 13. 무한의 추격자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12.10 2010
375 X-5. Loop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11.25 2027
374 외전 12. After theie life_the black ticket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11.11 19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