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랜 친구가 집을 방문한다는 연락을 받고 어떻게 모자랄 것 없이 대접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끝에 그 친구가 최근 다이어트에 관심을 보인다는 것을 깨닫고는 오븐에 토끼를 굽기로 결심했다. 토막낸 것이 먹기에는 좋지만 아무래도 손님 대접용으로는 대단히 심심할거라 생각된지라, 적절히 내장을 손질해 둔 토끼 두마리를 토막내지 않고 그대로 쓰기로 했다.
적절히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하고 썰어놓은 각종 야채 위에 살며시 토끼를 얹어 천천히 굽기 시작했다. 친구가 올 시간에 맞춰서 구웠으니 모든 계획은 완벽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구워지는 것을 기다리며 거실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별안간 부엌에서 덜컹거리는 소리가 나지 않겠는가? 놀란 내가 오븐을 잠시 들여다봤는데, 충격적인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여어 친구! 오늘은 대단히 화끈한 밤일세! 같이 들어와서 춤추고 노래하세!"
세상에나. 오븐 안은 이미 난장판이였다. 플레이트 위에 소금간이 되어있는 토끼가 조금씩 갈색으로 변하며 흘러나온 육즙과 야채즙이 섞인 물로 몸을 적시는게 아닌가? 그리고 뭔가 사람마냥 몸을 들썩이고 일어서더니 두 토끼가 오븐을 밤무대 삼아 춤추고 노래를 하고 있었다. 머리없는 몸으로 약간씩 머리를 흔들거나, 잘려진 다리로 기기묘묘하게 서서 한쪽 발을 들어보이기도 하질 않나... 이건 꿈이야. 꿈이야.
머리를 얻어맞은 듯 멍하니 오븐을 바라보던 사이 어느새 시간이 토끼가 바싹 구워질 시간이 되었다. 오븐이 띵! 하고 끝나는 시간을 알려오면 최면은 분명 풀려야 했을텐데... 오븐을 여는데도 여전히 토끼는 가무를 즐기고 있었다. 슬슬 공연의 클라이맥스라도 되는 것인지 격렬한 움직임을 보여왔다. 그리고는 토끼의 마지막 말을 듣고 이제야 정신을 차렸다.
"당신도 나를 친구를 위해서 준비했던 것이겠지? 그렇다면 기꺼이 내 몸을 바치리다."
요리를 옮겨담을 접시를 준비해두자 잘 구워진 토끼 두마리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동시에 몸을 스스로 접시에 던지고는 이내 그 화려한 공연에 종지부를 찍었다. 어안이 벙벙한 사이에 친구는 벨을 누르고 있었고... 다행히 맞을 준비는 되어있었으니 망정이지 그 친구가 내 당황스런 표정을 봤더라면. 아니, 그 토끼가 보여준 디너쇼를 같이 봤다면 어찌됐을까?
친구를 대접하는 데는 성공적이였고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작별을 고했지만, 그때도 토끼의 마지막 순간은 잊혀지지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