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이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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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먼 옛날, 별의 바다를 떠돌던 거대한 배가 왕의 장례식을 위해 땅에 닿았던 그때, 그 배는 다시는 떠오르지 못 할 만큼 땅에 강하고 거칠게 부딛쳤다. 수많은 아이가 비명을 질렀고 그 아이를 부모가 품에 안으며 충격을 견뎌냈다. 짙은 흙먼지가 땅 위에 짙게 피어올랐고, 삐걱거리며 부서지는 소리가 황야에 울려퍼졌지만, 결과적으로, 모두 살아남아 그 잔해로부터 걸어나왔다. 열두 이름을 가진 사람들과 그들의 왕은 먼지 가득히 들어찬 배의 잔해를 빠져나와 난생 처음으로 찬란한 태양과 푸른 하늘과 드넓게 펼쳐진 지평선을 목도했다.

평생을 별의 바다만 보며 자라왔던 그들에게 그 광경은 매우 신기했고 또 진귀했기에 열두 이름을 가진 사람들과 그들의 왕은 넋을 놓고 그 풍경을 바라보았다. 공기는 맑았고 바람은 거칠고 또 푸근했다. 멀리선가 동물이 우는 소리가 들려왔고 구름은 살랑이며 하늘을 떠다녔다. 상상하는 것이 불가능했던 그 광경 앞에서 왕은 처음으로 자신의 삶과 사랑에 빠졌고, 죽음에 미련이 생겼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곧 죽게 되리라는 사실에 대해 그 어느때보다 화가 났으며 또 그 어느때보다 억울했다.

그래서 그는 부서진 배의 심장부로 발걸음을 옮겼다.

무너지고 부서지고 산산조각으로 나뉘어 수많은 철골이 위태로이 고정되어 떨어지기 직전의 상태를 겨우 유지하며 왕의 안위를 위협했지만, 그는 결코 겁내지 않고 안으로, 또 안으로 들어갔다. 그 안에서, 왕은 날개를 잃었음에도 세차게 뛰며 거대한 힘을 내뿜는 배의 심장을 발견했다.

왕은 그 심장을 뽑아내 집어삼켰다.

그 순간, 그는 열두 이름을 가진 사람들과 예전의 왕 그 자신, 혹은 거대한 별의 바다를 함께 항해하던 다른 수많은 이들과도 전혀 다른 존재가 되었다. 그의 눈은 붉게 타올라 그 어떤 옷과 비밀도 그로부터 결코 진실을 감출 수 없었고, 그의 뿔은 크게 솟아나 그 어떠한 몽상과 유혹도 그로부터 일말의 의지도 앗아갈 수 없었다.그는 그가 원하는대로 땅 속 깊은 곳에서부터 용암을 끌어냈고, 하늘 높은 곳에서 서리를 불어냈으며, 낱알이 거목이 되고 거목이 낱알이 되게 만들 수 있었다. 그는 배가 떨어졌던 거대한 황야에 서 하루 밤낮만에 거대한 성을 세우고 그 성 안에 열두 이름을 가진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말해싿.

"장례식은 끝났다. 나는 새로이 태어났으며, 이 곳은 내 새로운 고향이다. 내 말이 곧 법이요 내 의지가 곧 진리니, 택하라. 내 선의로부터 비롯된 배풂을 숭배하며 내 신민이 될 것인지, 아니면 나와 갈라서 거친 세상에 홀로 내던져질지. 선택하라. 그것이 곧 나의 뜻이다."

왕이 더이상 중재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열두 이름을 가진 사람들은 왕의 성에서 떠나 공터에 원을 그리고 앉아 마주보고 토론을 시작했다. 핏기가 가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자가 있었는가 하면, 오히려 이 상황을 즐기는 자도 있었고, 조용히 그 모습들을 지켜보는 자도 있었다.

여러 의견을 내놓던 열두 이름을 가진 사람들은 서로 반목하기 시작했다. 자기가 옳고 남이 그르다며 열변을 토하고 상대방을 비난했다. 싸움이 계속되자, 그들은 오랜 전통에 따르는 것에 합의했다. 각자의 이름에 따라 각자의 의견을 단 한번씩만 말하고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 의견을 따르는 것이었다. 첫째 이름을 가진 자가 먼저 말했다.

"첫째 이름을 선원들로부터 물려받은 자로써, 지금 왕의 행위는 전통에 위배되는 불순한 행위요. 거대한 배가 고향을 떠나온 이래, 우리는 신중한 논의를 펼치고 이에 따른 왕의 중재로 모든 의사결정을 해내왔지. 우리가 단순히 땅에 정박했다 해서 그 오랜 전통을 싸그리 무시하는 것은 비상식적이오."

둘째 이름을 가진 자가 보완했다.

"말은 똑바로 하시오. 배는 부서졌소. 그것도 처참하게. 이건 정박이 아니라 추락이요. 두번째 이름을 가진 선원의 자식으로써 보장할 수 있소. 설사 왕이 삼킨 심장을 배에 되박아도 지금 우리의 능력과 우리가 가진 것으로는 항해는 커녕 별의 바다로 나가는 것 조차 불가능하지. 그런 상황에서 우리에게 전통은 더이상 쓸모가 없는것이 사실이오. 때문에 왕이 지금 새로운 형태의 정치를 구사하겠다고 해서 잘못되었다고 이야기 할 수는 없지. 하지만, 그의 행위는 폭정이오. 그리고 나와 두번째 이름을 가진 자들은 이를 용인할 수 없소."

셋째 이름을 가진 자가 반론했다.

"하지만 그를 내치기에 척박하고 생소한 이 땅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은 하나도 없소. 하지만 왕은 잘 알고 있지. 셋째 이름을 가진 다른 모든 이는 알고 있소. 왕의 고귀함과 그의 현명함을 잘 알고 있소. 셋째 이름을 걸고 맹세하오. 그런 그가 전지 전능한 힘을 가지고, 우리에게 배푼다고 하고 있소. 그가 우리를 기억하는 한 그 보은은 계속될 것이고, 이 새로운 터전에서 자리잡는 것 또한 어렵지 않겠지. 그런 그를 배신하고 그의 능력을 내치는 것이 현명하다 할 수 있소? 난 그런 의견을 이해할 수 없소. 그가 한 선택은 언제나 모두를 위한 선택이었고, 우리의 이해를 벗어날 때도 많았다오. 때문에 그의 행위가 설령 폭정으로 보일 수 있음에도, 나는 그를 지지하오. 별의 바다에서 현명했던 그가 땅에 내려왔다 해 갑자기 멍청해졌다는 것도 말이 안되지 않소?"

넷째 이름을 가진 자가 물었다.

"그렇다면, 왕이 자신의 의견을 고집하도록 놔두어야 한다는 이야기오? 그는 더 이상 현명하지 않소! 이 땅에 당도한 것도, 그리고 다시 출항이 불가능할 정도로 배가 부서진 것도 그대가 그토록 현명하다 일컫는 왕의 선택이었소! 또, 잊었소? 왕의 억지에 희생당한, 검은 별의 바다에 휩쓸려간 수많은 우리의 자식들을? 그런 선택을 한 자가 바로 왕이오! 그런 왕을 믿을 수 있단 말이오? 분명 그는 전지전능하지만, 셋째 이름을 가지고 있었던 자들 사이에 내려져 오는 말이 있소. '고기를 잘 가르는 칼은 사람을 죽이는 데에도 능하다'. 나는 단순히 그 능력이 뛰어나다는 이유로 왕의 곁에 있을 수 없소. 그런 무지막지한 칼과 함께 있을 수 없소."

다섯째 이름을 가진 자도 함께 비웃었다.

"맞소. '그가 우리를 기억하는 한'? 헛소리요. 그가 정말 우리를 생각한다고 보시오? 틀렸소. 그는 우리라는 종의 안위만을 생각한다오. 우리가 우리의 권리를 포기하고 그의 밑으로 들어가는 순간, 우리의 이름이 잊혀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고 왕은 이를 신경쓰지 않을 것이오. 마치 개나 양처럼 우리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그의 힘을 휘두르고 우리를 제한하겠지. 기억나시오? 수많은 이름이, 다섯째 이름과 함께 별의 바다를 누비던 시절을? 우리 말고도 수많은 동포가, 수많은 이름이, 수많은 땅을 향해 나아가던 때를? 하지만 그중 몇이나 지금까지 남아있소? 결국 모든 배는 부서졌고, 남은 이름은 열둘 뿐이고, 다다른 땅은 하나밖에 없지. 이 상황에서 우리가 왕에게 복종한다면, 우리 또한 잊혀져 이 땅위에 남은 이름은 하나도 남게 되지 않을 것이오.

여섯째 이름을 가진 자가 동조했다.

"동의하오. 그의 말대로라면, 그는 이름을 가진 자들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말을 충실히 따르는 노예를 원하는 것이지. 그는 자신의 호의로 남에게 배푼다고 생각하겠지만,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건 남의 호의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조언하는 자요. 왕은 이전에 여섯째 이름을 가진 자의 말을 무시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는데, 지금은 우리는 커녕 그 누구의 이야기도 들을 생각일랑 하지 않소. 독선적으로 일을 추구하는 이는, 결국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알지도 못한체 그 자신을 파멸로 몰아넣고 만다오. 그 주위에 있는 자와 함께 말이오. 그만한 힘을 가진 사내가 무너질대, 얼마나 많은 것이 함께 무너지겠소? 상상 이상의 파멸이 다가올 것이고, 여섯째 이름을 가진 자들은 이를 용인할 수 없소."

뜨거워진 분위기를 식히려, 일곱째 이름을 가진 자가 말했다.

"자, 자. 진정들 하시오. 결국 셋째 이름을 가진 자들 말고는 왕으로부터 독립하길 바라는거 아니요? 그렇다면 우리 일곱째 이름을 가진 사람들 또한 그리 하겠소. 수많은 이들의 반대를 무릅쓴 자의 결말은 결코 옳다 할 수 없으니 말이오.


여덟째 이름을 가진 자가 그 말을 듣고서 폭소했다.

"지금 그걸 의견이라고 내놓은거요? 하하, 역시 일곱째 이름을 가졌던 멍청이들의 자손답군! 비열한 기회주의자라는 말이 어울려! 많은 이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해야할 일 이란게 이 세상엔 있는 법이고, 그로인해 세상은 변화하게 된다오! 세간에선 그걸 결단이라고 부른다지, 알고 있소? 생각해보시오. 단지 왕이 우리의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왕을 반대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거요. 그는 배의 심장을 집어삼킨 바로 그 순간부터 그 전의 자신과는 전혀 다른 존재로 변질되었소. 그는 더 이상 이전의 왕의 일을 하지 못하게 되었지! 하지만 그 대신, 그가 어떤 일을 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오! 혼돈을 가져올 수도 있고, 번영을 가져올 수도 있지! 그 가능성을 그따위 고리타분한 전통이나 질서 따위에게 막히게 둘 수는 없소!"

아홉째 이름을 가진 자는 여덟째 이름을 가진 자의 말을 잠자코 듣다 분노를 머금은 목소리로 일갈했다.

"닥치시오. 이 자리는 우리 모두의 운명을 논하고 있는 자리요. 다른 이름을 가진 자의 목소리를 한낱 헛소리로 치부하지 마시오! 하지만 이를 제외한다면, 나는 여덟째 이름을 대표하는 자의 말이 잘못됬다고 생각하지 않소. 왕은 실제로 심장을 집어삼킨 그날 왕 자신과 다른 무언가가 되었소. 우리가 결코 알 수 없는 무언가 말이오. 넷째 이름을 대표하는 자가 말했던 것처럼 잘 벼려진 칼은 사람을 죽이는 데에도 능하지. 그런 칼에 대적할 생각이오? 아니, 대적할 능력일랑 있기야 하는거요? 미안하지만, 우리의 운명을 논하자는 자리에서 그 어떤 칼보다 날카로운 칼을 앞에 두고 그 앞으로 달려들자는 이야기는 결코 최선의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소? 그는 우리가 결코 쉬이 상대할 수 있는 자가 아니라오. 반면에 그는 우리를 아주 손쉽게 상대 할 수 있지. 마치 파리인양 말요. 그런 승기없는 싸움에 아홉째 이름을 가진 이들의 목숨을 바칠수는 없다오. 살아남는 것이 바로 이 아홉째 이름이 가진 참 의미이니 말이요."

이윽고, 열째 이름을 가진 자가 말했다.

"아홉째 이름을 가진 자가 거칠게 말하긴 했소만, 열째 이름을 대대로 물려받은 이로써 지금 우리가 그 어느때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사실에는 동의한다오. 저 왕, 아니 왕이었던 자는 우리가 상상조차 하지 못한 새로운 존재이니 말이오. 분명 나는 그의 폭정이 잘못됬다 생각하오. 하지만 지금 당장 반기를 들고 대처하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지. 그로부터 떨어지는 것 말고도, 그의 행보를 저지할수 있는 방법은 많이 있소. 또, 만약 그와 싸워야 하게 된다면, 시간을 들여 지켜본 뒤에 그의 약점을 파악한 뒤에 해도 늦지 않고 말이오. 그리고, 심장을 삼킨건 우리가 아닌 왕이요. 그게 독이었는지 약이었는지는 시간이 증명할 것이고, 그동안 우리는 어떤 결과가 다가온들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오."

그리고 모두의 시선이 열한쨰 이름을 가진 자에게 향했다. 그는 말했다.

"우리는 침묵할 것이오. 열한째 이름을 가진 나와 다른 모든 이가 그리했고 또 그리할 것처럼, 우리는 침묵할 것이오."

열둘째 이름을 가진 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다 생각을 정리하고서야 겨우 입을 열었다.

"5대 5에 기권 1이라. 결국 언제나처럼 열두째 이름을 가진 자가 결정하는 거로구만, 그렇지 않소? 자. 다들 성으로 돌아갑시다. 왕이 우리를 기다릴 것이오."

열두 이름을 가진 사람들은 열둘째 이름을 가진 사람의 뒤를 따라 왕의 성으로 향했다. 몇몇은 비통했고 몇몇은 긴장하고 몇몇은 기뻐했다. 접현실의 문이 열리고, 어딘가 엉성하면서도 웅장한 거대한 왕좌 위에 앉아있던 왕이 열두 이름을 가진 자들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결정을 내렸느냐?"

열둘째 이름을 가진 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순간, 열둘째 이름을 가진 자가 왕의 품으로 뛰어들어 안겼다. 움찔하는 사이, 열둘째 이름을 가진 자가 왕의 품에서 떨어졌고, 왕의 화려한 비단옷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열둘째 이름을 가진 자가 단검을 품에 되집어넣으며 말했다.

"이것이 나의 선택이오, 왕이었던 자여."

왕은 그 자리에 쓰러져 그대로 죽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열둘째 이름을 가진 자가 나머지 이름을 가진 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들 잘 알다시피 우리는 모두 이 땅에 갇혔소. 더 이상 별의 바다에 나아서는건 불가능하지. 다시말해 지금이 바로 여덟째 이름을 가진 자가 말한, '결단'을 내려야할 때란 말이오. 이를 위해선 일단 그 누구도 더이상 우리의 위에 있어서는 안되오. 중재라는 이름으로, 호의라는 이름으로 다른 누군가가 우릴 위해 대신 선택을 내리게 해서는 안된단 말이오. 우리의 머리 위에 있을 수 있는건 오직 우리의 이름 뿐이란걸, 모두 기억해야하오."

그리고 열둘째 이름을 가진 자가 단검을 다시 꺼내 왕의 시체에서 머리를 잘라내 높이 들고 말해싿.

"이를 위해서, 우리는 내일 장례식을 치룰 것이오. 열두 이름을 지닌 자들에게 왕의 죽음을 알리고 이 땅 위에서 시작하는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을 높이 외칠 것이오. 왕이 없이, 우리 스스로만 존재하는 시대 말이오. 그리고 위대한 자의 장례를 치루는 오랜 전통에 따라 그 장례식에서, 우리는 왕의 피를 나누어 마실 것이오. 우리의 몸이 닳고 다해 이 땅 위에서 스러지고 풍화된더라 할지라도 우리와 우리의 자손이 서로의 이름을 결코 잊지 않으리라는 맹세와 함께 말이오. 그 맹세를 우리는 왕의 피와 함께 뼛 속 깊숙히 새겨 우리가 이루었다는 것을 우리 스스로에게 증명하는 그날까지, 열두 이름은 이 땅 위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오."

다음날, 열둘째 이름을 가진 자는 왕의 피가 담긴 잔을 높이 들고 말했다.

"왕이 사랑했던 이 땅을 위해."

다른 열한개의 이름을 가진 사람들도 잔을 높이 들고 말했다.

""그 땅에서 살아갈 열두 이름을 위해.""

열두 이름을 가진 자들이 그 피를 들이키자, 곧 그들과 그들의 자손의 머리 위에 곧고 검은 뿔이 자라났다. 마치 흑요석처럼 새까맣게 빛나는 그 뿔에서 그들은 그들이 누비던 별의 바다를 떠올렸다. 그렇게 서로를 지켜보던 그들은 곧 자신들이 왕이 누렸던 위대한 권능의 티끌 또한 자신들에게 이어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열두 이름을 가진 사람들은 그 권능을 제각기 다른 방법으로 사용하고 연마하기 시작했고, 그 힘을 자신의 자식들에게 나누어 번영을 꾀했다. 그렇게 그들은 최초의 가주가 되어 열두 이름을 가진 시작의 열두 가문으로 자리잡게 되었고, 그리하여 마족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끝]







-------



"전에 들었던 이야기와 조금 많이 다른데."

"기분탓이야."

난희가 말했다.

"아냐. 진짜야. 기분탓이라고 하기엔 많은게 바뀌었다고."

"그럼 판본탓으로 돌려놓자."

"자꾸 남탓하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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