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가 우주비행사를 만드는 법

Heron 1 2,519

"옳지, 천천히 들이쉬고, 천천히 내쉬고. 긴장할 것 없어. 그냥 침착하게 가만히 있기만 하면 돼.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수염 난 늙은이가 음침한 표정으로 킬킬거리며 이것저것 만져댔다. 싫어도 저 늙은이 말을 들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내 사지는 지금 십자가에 단단히 결박당해있고, 입에는 재갈이 물려 있어 말 한마디 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그저 핏발선 눈으로 늙은이를 노려볼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첫 경험도 아니잖나. 그럼 시작하지."

저 늙은이의 사타구니를 강하게 걷어차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저들은 내 생각이 어떻든 신경도 쓰지 않았다.

늙은이는 내 가슴팍에 파란 보석을 달아놓고 뒤로 물러섰다. 내 몸 주변으로 푸르스름한 막이 생기는 걸 보며, 늙은이는 뒤에 서 있는 그의 제자들에게 손짓했다. 아까부터 바닥의 마법진에 이런저런 보석과 금속막대기를 배치하던 젊은 놈이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별반 달라진 것은 없어 보였다. 제자 중 또 다른 하나가 이번에는 깃털을 한 움큼 쥐고 다가왔다. 마법진 바로 바깥에서 멈춘 그는 깃털을 나를 향해 들이부었다. 깃털 몇 개는 마법진 바깥으로 흩날렸지만, 대부분은 나를 향해 쏟아졌다. 그렇다, 쏟아진 것이다. 깃털은 나풀거리지도 않고 나를 향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왔다. 그가 몇 번 더 깃털을 뿌렸고, 시간이 지날수록 깃털은 더 빠른 속도로, 더 정확하게 포물선을 그리며 내게 날아왔다. 그리고 내 근처에 도달하자마자 다시 나풀거리며 내 코를 간질였다. 재갈 때문에 크게 숨쉬기도 힘든데 재채기까지 연달아 나니 죽을 맛이다.

처음 실험대에 묶여 호되게 당하기 전까지는 이 작자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몰랐었다. 그저 일당을 두둑하게 챙겨주겠다는 말에 잡일이 끝난 뒤에 실험실에 왔을 뿐이었다. 실험실에 도착하자 마법사의 제자들이 근사하게 생긴 갑옷을 가져다주기에, 나는 그저 어느 돈 많은 귀족이 주문한 신형 마법 갑옷이라도 테스트하는가 싶었다. 아직 번쩍거리는 갑옷에 대한 동경이 있었기에 흔쾌히 그것을 껴입자, 저들은 다짜고짜 나를 십자가에다 묶어놓고 공기를 없애기 시작했다. 그래, '공기를 없애'버렸다는 것이다.

실험이 실패해서 내가 뻗어버린 뒤, 그제야 실험을 주도한 마법사가 나타나 내게 자신들이 무슨 짓거리를 하는지 설명했다. 내가 껴입은 갑옷은 바람계 보호마법을 새겨 넣은 철판 갑옷으로, 공기가 없는 상황에서도 착용자를 보호한다고 했다. 아니, 그럴 의도로 만들었지만 실패한 거다. 안 그러면 내가 정신을 잃었을 리는 없으니까. 보통 같으면 내게 이런 설명도 해주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은 내 신체조건을, 특히 공기가 완전히 없어져서 보통사람이면 그대로 기절해버릴 만한 상황에서 도 입을 뻐끔거리며 1분 좀 넘게 욕설을 퍼부은 끈질김을 높이 산 모양이다. 그래서 마법사 늙은이는 내게 지속적으로 실험에 참가하라고 권했고, 나는 씩 웃으며 늙은이의 멱살을 잡아주었다.

그의 제자들이 달라붙어 나를 붙잡는 탓에 망할 늙은이를 바닥에 메다꽂지는 못했지만, 덕분에 늙은이가 머리에 충격을 받고 정신이 나가기 전에 내게 혹할만한 제안을 할 수 있었다. 실험에 참가해서 실전에 투입되기까지만 하면 부와 명예를 안겨주겠다는 것이었다.

늙은이는 지금 국가주도의 탐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데, 다른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목적지를 탐사하고 돌아와야 한다. 그리고 만약 그곳에서 쓸 만한 자원을 채집해온다면 직접 투입되어 작업하는 내 인건비 역시 높게 쳐 줄 수 있으며, 거기에 더해 국가적으로 큰 공을 세울 수 있기 때문에 잘하면 명예기사 작위는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다른 건 몰라도 기사라는 것에 꿈을 품고 가문이 망하기 전까지만 해도 실제로 종자로서 수련을 해왔기에, 명예기사라도 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 유혹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 정신 나간 짓거리에 동참하게 되었다. 지장을 찍었다고 해서 욕 나오는 짓이 아니게 되는 건 아니었지만.

하여튼 이제 다섯 번째 실험에 접어들어, 드디어 성과가 나기 시작한 것 같다. 깃털이 진공상태인 마법진 위에서 전혀 나풀거리지 않을 때가 되어서도, 내가 숨 쉬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가슴팍에 붙은 보석에서는 일정한 밝기의 빛이 끊이지 않았고, 손에는 갑옷 주변을 따라 천천히 대류하는 공기의 흐름이 만져졌다. 마법사들은 내가 몇 분이 지나고서도 그들에게 들리지 않을 욕설을 내뱉느라 끙끙거리거나 핏대를 세우며 팔다리를 퍼덕거리지 않는 것을 보며, 만족한 표정을 짓고는 마법진 가동을 중단했다. 서서히 마법진 안에 공기가 돌아오면서 바닥에 널브러진 깃털이 뒹굴었다.

"드디어 성공이군. 어때, 뭔가 이상한 게 느껴지거나 한 거 없나?"

늙은이가 가슴팍의 보석을 떼며 물었고, 나는 그를 노려보며 웁웁하는 소리를 냈다. 그는 그제야 내 입에 물린 재갈을 풀어주었다.

"없수다. 그럼 이제 이 짓거리도 끝인 거요?"

늙은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셈이지. 몇 번 더 실험을 해봐야겠지만, 앞으론 어지간하면 제대로 작동할걸세."

"그럼 내가 명예기사가 되는 거요?"

늙은이가 사악한 표정을 보이며 웃었다.

", 몇 가지 훈련만 더 받으면 그렇게 될 걸세."

불안해진 내가 물었다.

"이것 보쇼, 확실히 해둡시다. 이 일이 끝나면 진짜 명예기사는 확실한 거요?"

"물론이라네. 그거로 끝이겠는가? 혹시라도 자원획득에 끝나지 않고 옛날에 신대륙 개척하듯이 땅이라도 얻으면 그날로 진짜 귀족이 될 수도 있을 테지. 하지만 어디까지나 가능성일 뿐이고, 적어도 큰 보상이 있다는 건 약속함세. 내 목을 걸어도 좋지."

자기 목을 건다는 말을 하는 그의 표정은 여태까지 봐왔던 것 중에서 가장 진중한 것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어서 다음 훈련으로 넘어갑시다. 그런데 대체 내가 최종적으로 가는 데가 어디인 거요? 꽤 험한 곳 같은데."

늙은이의 얼굴에 다시 악마가 떠올랐다.

 

", ! ! ! 뭐 같은! 미친! 노망난! 망할……."

30분째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지만, 저 잡것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훈련단계는 다음으로 넘어왔는데 내 신세는 여전히 결박당하는 것이었다. 그것도 이번에는 폭발하는 불더미 위에다 족쇄로 단단히 고정된 상태였다.

갑옷시험에 성공한 뒤, 나는 몇 번 더 비슷한 상황에 처해야했다. 하지만 이전과는 달리 결박당하지 않았고, 오히려 정반대로 좁은 마법진 안에서 별짓을 다 해야 했다. 갑옷이 움직이면서 표면의 마법진이 손상되지는 않는지도 검사하고, 내가 갑옷을 입고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어졌는지도 검사한다고 했다. 거기에서는 별문제가 없었고, 망할 늙은이가 한번 내 가슴팍에 보석을 붙이는 걸 까먹었을 때 빼곤 훌륭하게 훈련을 소화했다. 그리고 그 다음 단계를 소개한다면서 늙은이가 나를 끌고 간 곳이 수도 성벽 바깥의 근위대 연병장이었다.

수도 인근에서 넓고 평평하게 정돈된 빈 땅이 거기밖에 없었기에, 근위대원들은 몇 달째 자기네 연병장에서 쫓겨나 산과 들에서 굴러다닌다고 했다. 지금 연병장에는 집주인을 대신하여 로브를 입고 있는 수많은 마법사와 그들의 지휘를 받아 자재를 나르는 짐꾼들이 모여 북적거리고 있었다.

때마침 내가 찾아갔을 때는 무슨 실험을 시작하고 있을 때였다.

"잘 보게. 저게 잘하면 앞으로 실전에 투입될 수도 있는 강력한 무기일세."

나 따위가 저런 걸 기억해둬 봐야 무슨 쓸모가 있을지 싶었지만, 확실히 인상 깊기는 했다. 바닥에 수직으로 세워져 단단하게 고정된 커다란 철판 중심 쪽에 붉은 보석, 그 주변에는 푸른 보석이 무수히 박혀있는 거대한 마법진이었는데, 마법진 뒤에는 또 금속으로 만들어진 판에 번쩍거리는 보석이 수십 개씩 박혀 있었다.

"저게 죄다 보석입니까?"

경외심에 목소리가 떨려왔다. 저기에 박혀있는 보석 중에서 하나라도 팔면 수도 성벽 안에 꽤 멋진 저택을 지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럼, 당연하지. 실제 기능에 필요한 건 마법진에 있는 보석들이고, 뒤편의 보석들은 마력을 공급하는 용도라네. 마침 시작하려고 하니,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직접 보게나."

그의 말대로 마법사들은 곧 철판 뒤로 물러나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요란한 종소리가 들린 뒤, 회로를 따라 뒤편의 보석들에서 마력이 밝은 빛을 내며 흘러 철판 위의 마법진에 공급되었고, 마법진에 박힌 보석들도 서서히 빛을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이어 폭풍이 불더니 요란하게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은 너나할 것 없이 귀를 틀어막았다. 보아하니 파란색 보석들은 내 갑옷 가슴팍에 붙은 것처럼 바람계 마법을 쓰는데 필요한 것 같았고, 그게 폭풍의 원인일 것이다. 그리고 요란한 폭음은 그 가운데에 배치된 붉은 보석에서 나는 것이겠지. 지금 철판은 수십 미터에 달하는 뜨거운 불기둥을 쏟아내고 있다.

", 저게 뭐하는 물건입니까?"

철판이 작동을 멈춘 뒤에도 몸이 덜덜 떨렸다. 천둥번개가 코앞에 떨어진 것 같은 기분이다. 늙은이가 킥킥거리며 설명했다.

"원리적으로는 간단한 물건이지. 저 가운데에는 폭발마법을 지속적으로 일으키는 마법진이 새겨져있네. 그리고 그 주변에는 바람계열 마법진이 새겨져 중앙의 마법진에 공기를 불어넣고 불꽃을 한 방향으로 밀어내는 역할을 한다네. 저 뒤편에 있는 보석들은 앞편의 마법진에 박힌 보석에 공급할 마력을 저장하고 있지."

"거참, 무시무시하네. 그럼 저거로 적들을 죄다 불태워버리는 겁니까?"

"그래도 되겠지만, 자네도 조금만 있으면 저걸 어디에 쓰는지 직접 느끼게 될 걸세."

늙은이는 그대로 나를 연병장 한군데에 내버려두고 다른 마법사들을 찾아가 뭔가 떠들어댔다.

나는 괜히 심심해서 쭈그려 앉은 채, 입고 있는 갑옷 가슴팍에 있는, 보석이 들어가는 소켓을 만지작거리며 사람들이 하는 양을 구경했다. 마법사들은 골렘을 움직여 조금 전의 그 철판을 들어 올려 쇠기둥으로 만든 지지대 위에 올려놓았다. 철판은 높이 5m 정도 되는 곳에 불을 뿜어내는 마법진을 아래로 한 채 고정되었다. 그리고 그 위에 마력을 저장하는 보석판들이 올라갔고, 그보다 더 위에는 다른 곳에서 가져온 커다란 통이 올라갔다. 통에도 겉에 보석이 몇 개씩 달라붙어있고 마법진이 그려져 있는데, 아무래도 마력공급용 철판을 크게 만들어놓은 듯, 비슷한 종류의 보석들이 빼곡히 박혀있었다.

일꾼들이 마법사들의 지휘를 받아 그것들을 단단하게 고정하고 그 위에 추가로 잡다한 것들을 얹고 있을 때, 늙은이가 내게 돌아왔다.

", 이제 준비하게. 자네가 활약할 차례야."

그의 말에 내가 일어서며 물었다.

"거참, 오래도 걸리네. 어디로 가면 됩니까?"

"저길세."

늙은이가 또다시 사악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의 손끝을 따라가자, 조금 전까지 내가 보고 있던 물체가 있었다. 순간 불길한 느낌에 주변을 둘러보았으나, 이미 건장한 일꾼들이 다가와 나를 포위하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일꾼들에게 포박당해 질질 끌려가, 5m 높이의 지지대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철판 위에 마련된 자리에 올라앉게 되었다.

철판 위에는 여러 가지 올라간 부품들을 덮는 금속 덮개가 씌워졌고, 그 위엔 의자 하나가 고정되어 있었다. 마치 사형수가 도망치거나 몸부림칠 수 없도록 족쇄와 쇠사슬로 묶어놓을 수 있는 것 같은…….

"맞아, 저거 사형대에 붙어있던 의자네. 잘 봤어."

늙은이는 내 욕설을 들으면서도 아무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 킥킥거리며 말을 계속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은 재갈을 챙기지 않아 입을 틀어막을 수 없는 게 아쉬운 것 같았지만.

"걱정 말라고. 자네를 사형에 처하겠다는 게 아니라, 그냥 앉은 사람을 단단히 고정하기에 저게 딱 좋아서 가져왔을 뿐이야. 떨어지면 위험하거든. 물론 잘못하면 저 자리에 앉아서 죽을 수도 있겠지만, 이미 꽤 실험을 많이 해봤으니 걱정 말게. 개나 원숭이, 사람 무게 인형으로는 성공했어."

그리고 그는 내려가 버렸다. 나는 욕설을 계속하며 발버둥 쳤지만, 네 명의 건장한 남자가 내 사지를 붙들고 의자에 고정시키는데 저항할 수가 없었다. 그들은 진저리를 치며 내려가 버렸고, 마지막으로 젊은 마법사 하나가 내 가슴팍에 보석을 붙인 뒤에 내려갔다.

그러고 난지 30분째, 점점 밑에서 작업하던 사람들은 멀어졌고, 아까도 울렸던 불길한 종소리가 들려왔다. 밑에서 뭔가 덜덜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진동은 점점 커져서 몸이 얼얼할 지경이 되었고, 곧이어 굉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아래가 보이지 않아 알 수 없었지만, 아무래도 내 엉덩이 아래에서 아까 봤던 폭풍과 폭발이 일어나는 것 같았다. 나는 서서히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지지대는 밑으로 떨어지는 것만 막아놓은 것 같았다. 내가 올라탄 철판은 점점 속도를 내면서 솟구쳐 올라갔다. 아래를 내려 보자 손을 흔드는 망할 늙은이의 모습이 보였다. 목이 터져라 욕설과 저주를 퍼부었지만 굉음 때문에 내 귀에도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나마 저 망할 것들이 귀마개는 끼워주었지만, 그렇게 큰 효과는 없었다. 진동 때문에 계속 머리가 흔들려 정신을 차리기도 어려웠다. 그대로 어디론가 처박히는 게 아닌가 싶어서 겨우 눈만 뜨고 주변을 살펴봤지만, 철판은 계속해서 위로 똑바로 솟구쳐 올랐다.

날아가는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갑옷의 바람계 보호마법 덕분에 완화되기는 했지만 바람도 계속 몸을 때려댔다. 저 아래로 수도가 점점 조그맣게 보였고, 사람 따위는 더 이상 보이지도 않았다. 나는 어느새 구름을 뚫고 새도 날아오르지 못할 정도로 높은 곳까지 도달했다. 하늘이 점점 어두워졌고, 저 멀리 지평선이 둥글게 휘어지기 시작했다. 희한하게도 엉덩이 아래에 붙은 것에서 들리는 굉음은 점점 줄어들었다. 직접 연결된 부분이 떨리면서 나는 소리는 들렸지만, 귀를 아프게 하던 소리가 없어지니 그나마 정신적으로 안정이 되는 느낌이다. 나를 때리던 바람도 어느새 없어졌다.

하늘 위에서 내려 보는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빌어먹을 마법사 놈 때문에 억지로 올라온 것만 아니었더라도 감격하며 눈물을 흘렸겠지. 하지만 마냥 그런 감상에 빠질 만큼 내 상황이 좋지는 않았다. 엉덩이로 전해지는 진동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저 아래로 뻗어있는 연기로 된 꼬리가 점점 옅어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화력이 다된 모양이었다. 나는 이제야 끝나는구나 싶은 생각을 하며 마음을 놓을 뻔했지만, 이내 아직 끝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누군가 말하길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다지만, 나는 날개는 고사하고 무거운 쇳덩어리에 꽁꽁 묶여 꼼짝도 할 수 없는 처지였다. 점점 몸을 누르는 듯한 감각이 사라지고, 마침내 아무런 압박도 없어졌다. 그리고 이내 붕 뜨는 듯한 느낌과 함께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 실수야 실수. 사람이 타본 적은 없어서 깜빡해버렸다네. 그러니까 우선 해결할 문제가 소음과 바람 정도인가……."

"아니 애초에 당신네들이 사람을 저 위로 날려 보내는 게 문제라고! 듣고 있는 거야?"

탁자를 내리치며 고함을 지르자, 주변에 서 있던 병사들이 또다시 내 어깨를 붙잡으며 온몸으로 내리눌렀다. 나는 씩씩거리며 몸에서 힘을 풀어야 했다.

나를 싣고 하늘 위로 날아갔던 쇳덩어리는 정점을 찍은 뒤에 그대로 자유낙하했다. 이제 땅바닥에 부딪혀 작살나겠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정신을 놓고 고함을 질러댔다. 온몸의 괄약근에 힘이 빠지는 것도 깨닫지 못했는데, 만약 그걸 깨달았다고 해도 곧 죽을 거란 생각에 신경 쓰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나를 회수하러 온 사람들은 코를 싸매며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정점을 찍었을 때 마력이 완전히 바닥난 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바닥에 가까이 다가가 수도의 건물들을 눈으로 구분할 수 있게 되었을 때쯤, 갑자기 쇳덩어리의 속도는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고요하게 아래를 향해 내려앉아, 처음에 있었던 연병장에서 조금 떨어진 밀밭에 내려앉았다. 마법사는 일정 시간 뒤에 작동하도록 공중부양 마법을 걸어놓았다고 설명해주었다.

"애초에 저런 망할 불기둥을 쏘아 올릴 필요는 없잖습니까. 공중부양 마법으로 저걸 사뿐히 내려앉힐 수 있다면 반대로 올려보낼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왜 나를 죽음으로 몰아넣느냐 이거요, 내 말은."

화를 억누르며 물었지만, 마법사는 마치 대단히 당연한 사실을 모르느냐는 듯이 나를 깔보는 태도로 말했다.

"공중부양 마법은 바람계 마법이지. 그리고 바람계 마법이라면 공기가 있는 곳에서만 작용할 수 있고. 하지만 자네가 저 위로 올라갔던 곳이 어떻던가? 공기가 있던가?"

나는 당연히 그렇다며 대꾸하려고 했지만, 문득 하늘 위에서 무척이나 고요한 상태가 찾아왔던 것을 떠올렸다. 귀가 이상해진 것은 아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밑으로 내려왔을 때는 소리가 제대로 들렸으니까. 그리고 그 상태는 이미 상당히 익숙했다. 빌어먹을 마법 갑옷 시험에서 공기를 다 빼버렸을 때 바깥 소리는 하나도 들리지 않았었지.

"공기는 하늘 위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희박해져서 숨도 쉬기 어려워지지. 그리고 더 위로 올라가면 아예 공기가 사라져버린다네. 애초에 공중부양 마법으로 하늘 저 위로 올라갈 수 있었다면 저런 장치는 필요하지도 않았어. 마법사들이 혼자서 마법으로 날아가 버리면 되니까. 하지만 옛날에 믿었던 것과는 달리 하늘 위에는 공기가 전혀 없었다네. 그래서 공중부양 마법이 아니라 다른 게 필요했던 거네."

"그러면 적어도 착륙은 제대로 시켜준다고 말은 하지 않아야 된 거 아닙니까? 난 진짜로 죽는 줄 알았다고! 뭘 하려면 설명이나 제대로 해줘야 될 거 아냐!"

내 고함소리에 병사들이 재갈을 만지작거리면서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나를 회수하러 온 사람들이 내 아랫도리를 보며 지었던 경멸스러운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단 말이야!

"그건 당연한 거 아닌가? 자네가 입고 있던 갑옷만 해도 값어치가 얼만데 그냥 버려뒀겠는가? , 하여튼 다음부터는 자네 수준에 맞춰서 상세히 설명해주도록 하지."

마법사는 그 말을 끝으로 자리를 떠났다. 병사들도 그를 따라 자리를 비웠고, 나도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방에서 나섰다. 지나가면서 마주친 하녀들조차 나를 보며 피식거리며 얼굴을 돌리는걸 보면 아무래도 소문이 퍼질 대로 퍼진 모양이었다. 제길, 네놈들이 같은 상황에 처해보라고. 겁먹어서 심장마비로 죽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지.

그 다음부터는 그나마 일이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망할 늙은이는 내가 똥오줌을 지릴 정도로 겁먹은 상황에서도 정신을 잃지 않고 온갖 욕설을 퍼붓는 것을 보며, 내 정신력과 끈기를 확실하게 신뢰하게 되었던 모양이다. 듣기로는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실험을 하고 있는 모양인데, 그쪽에서는 실험참가자들이 하나같이 정신을 잃거나 겁에 질려 심장이 멈추기 일쑤라서 이젠 지나가던 부랑자를 붙잡아 하늘로 쏘아 올리는 실정이라고 한다. 당연히 그런 사람들은 실험에 도움이 되지 못했고, 굳이 사람을 쏘아 올리면서도 개선해야 될게 뭔지도 찾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니 자네가 이 일에서 상당히 중요한 걸세. 비록 자네를 보는 시선이 겁쟁이 오줌싸개를 보는 것과 같다고 해도 기죽을 거 없어. 실험이 더 진행된 뒤에는 자네 말고도 더 많은 사람이 하늘로 갈 테고, 그러면 자네가 하는 일이 얼마나 강한 담력이 필요한 것인지도 다들 알게 되겠지."

늙은이는 나름대로 위로를 하려는 것인지 이렇게 말하며 어깨를 두들겨 주었지만, 내 심정은 점점 참담해졌다. 제길, 이대로 그만두면 내 명예 따위 박살이 나버릴 테니 떠날 수도 없고.

"그런데 대체 제가 가는 데가 어디인 겁니까? 전에도 물었는데 이제 좀 명확히 해주십쇼."

"하늘로 날아오르고도 모르겠는가? 당연히 하늘 저 너머지. 정확하게는 저 위에 떠 있는 달이라네."

"장난치지 마십쇼. 달에 사람이 어떻게 간다는 겁니까? 제대로 좀 털어놔 봐요. 아무한테도 말 안 할 테니. 내가 뭘 할지도 모르고 날아다녀서야……."

"달이라고."

"……불안해서 어디 쓰겠습니까? 그러니까……."

Author

Lv.1 Heron  3
0 (0%)

등록된 서명이 없습니다.

Comments

레이의이웃
~~처음 네 줄만 읽으면 여길 빠져나가겠어!~~

냉전시대의 우주개발 경쟁을 풍자한건가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53 만월의 밤 自宅警備員 06.26 2374
252 추락. 댓글1 양철나무꾼 06.14 2454
251 헌신하는 아내 이야기 3 (끝) 네크 06.13 2189
250 無力と言う罪_after 블랙홀군 06.08 2268
249 예전에 쓴 즉흥시? 댓글1 귤탕자MAK 06.08 2312
248 無力と言う罪_Borderland 댓글1 블랙홀군 06.05 2377
247 남자로 돌아왔는데 두근거림이 멈추지않는다 댓글1 네크 05.23 2539
246 헌신하는 아내 이야기 2 네크 05.22 2381
245 헌신하는 아내 이야기 1 네크 05.16 2392
244 단상 1 WestO 05.11 2357
243 안개왕 이야기 네크 05.09 2381
242 여느 4월 때와 같은 날씨였다. Novelistar 05.04 2413
241 백마를 탄 놈 랑쿤 04.29 2569
240 무제 YANA 04.29 2529
239 꿈을 꾸는 이야기 네크 04.19 2362
238 부재 greenpie 04.19 2282
237 애드미럴 샬럿 4 폭신폭신 04.12 2358
236 통 속의 뇌 댓글1 네크 03.22 2526
235 Robot Boy - 2 댓글1 Novelistar 03.17 2578
234 Robot Boy - 1 댓글1 Novelistar 03.14 2421
열람중 마법사가 우주비행사를 만드는 법 댓글1 Heron 03.11 2520
232 239Pu 댓글1 Heron 02.25 2513
231 디트리히 루프트헬름의 이야기 (1) 네크 02.24 2485
230 별의 바다와 열두 이름들 이야기 네크 02.15 2585
229 운명론자 이야기 네크 01.25 2476
228 붉은 찌르레기 이야기 네크 01.23 2407
227 천랑성 作家兩班 01.18 2459
226 마녀 이야기 2(끝) 댓글1 네크 01.17 2479
225 마녀 이야기 1 댓글2 네크 01.16 2514
224 미래의 어떤 하루 주지스 01.07 2409
223 시간 야생의주지스 01.07 2532
222 그 해 가을 - 上 Novelistar 12.18 2823
221 애드미럴 샬럿 3 폭신폭신 12.15 2491
220 기관사 아가씨 16편 폭신폭신 12.06 2591
219 매장昧葬의 후일담後日談 Novelistar 11.10 2826
218 있을 때 잘해. 댓글1 Novelistar 10.31 2516
217 유리 구슬과 밤이 흐르는 곳 - 2 Novelistar 10.25 2386
216 상담사님과 함께 작가의집 10.24 2530
215 프로자식 레나 10.23 2572
214 유리 구슬과 밤이 흐르는 곳 - 1 Novelistar 10.21 25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