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론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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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먼 옛날, 스벤이라는 남자가 살고있었다. 그는 나뭇꾼이었는데, 어느날 길을 지나가던 한 노인과 마주쳤다. 그 노인은 오래된 현자라 불리던 자였는데 스벤의 눈동자를 잠시 바라보고는 놀라며 말했다.
"자네를 보니 스벤이라는 남자가 파르벤의 폭정을 끝내고 영웅이 되는 운명이 보이는군."
스벤은 웃으며 말했다.
"이 영감이 노망이 났나, 파르벤이라는 자는 누구요? 내가 아는 한 지금 왕은 지게르요."
스벤은 노인이 어떤 사람인지 듣지도 알지도 못했다. 그 사실을 안 노인은 별 말을 더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예언했다.
"운명은 언제나 흘러간다. 넌 그 운명을 타고 난게야. 파르벤이라는 자가 나타나면 그때서야 깨달을수 있겠지."
그리고 노인은 길을 떠났다. 이주일이 지나자, 풍문이 들려왔다. 파르벤이라는 자가 지게르를 죽이고 새로운 왕위에 올랐다는 이야기였다. 스벤은 놀랐다. 그제서야 스벤은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에게 예언을 한 노인이 어떤 사람인지 물어보았다. 그가 현인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스벤은 흥분감을 감추지 못했다. 스벤은 노인을 다시 찾았다. 노인은 먼 곳에 있지 않았다. 스벤은 노인에게 물었다.
"영감님, 지난번엔 몰라뵈서 죄송하우. 그런데 말입죠, 당신이 진짜 운명을 읽을 수 있는 자라면, 가까운 미래도 볼수 있지 않습니까?"
영감은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
"자네가 믿고 안믿고는 상관 없지만, 스스로를 믿어야 하지만, 이를 위해 내가 살짝 도와줄 수는 있겠지. 열번째 밤이 지나고 영웅와 여정을 함께 할 보검이 자네에게 쥐여질 걸세."
스벤은 이 이야기를 듣고 당장 집에 틀어박혔다. 운명이 진짜로 존재한다면 그가 아무것도 하지 않더라도 검을 발견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홉번의 밤이 지나고 열번째 아침이 찾아왔을때 그는 밖에서 비명이 들려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결코 나가지 않겠다 다짐했지만 그 소리가 너무 다급했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뛰쳐나갔다. 그 곳에는 상처입은 사내가 누워있었다. 그가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도와주시오.. 물을.. 물을.."
하지만 스벤은 운명이 자신을 조종하려 한다고 생각해 괘씸하다 생각하고 외쳤다.
"하! 운명의 푸른 별이여! 내가 당신네 맘대로 움직이리라 생각했다면 되도 않는 소리라우!"
그리고 다친 사내를 두고 자기 집으로 다시 돌아갔다. 사내는 곧 죽고말았다. 다음 날이 될때까지 스벤은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때, 한 남자가 문을 두드렸다.
"여기, 누구 계시오?"
스벤은 문을 빼꼼 열고 말했다.
"일 없수. 돌아가시오."
남자는 물었다.
"혹시 어제 여기서 신음소리를 흘리며 죽어가는 사내를 보지 못했소?"
스벤은 문을 쾅 닫았다. 하지만 그 순간 칼날이 문 틈새로 날아들어와 스벤의 팔을 베었다.
"사내를 보았구나! 그럼 살려둘수 없지! 죽어라!"
스벤은 뒷걸음질치며 사내의 칼질을 피했습니다. 그리고 벽에 걸려있는 도끼를 들어 사내를 내리쳤습니다. 남자는 미처 도끼날을 피하지 못하고 머리가 반으로 쪼개져 죽고 말았습니다. 그런 사내가 쥔 검을 본 스벤은 놀랐습니다. 독특하게 생긴 날렵하고도 멋진 검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스벤은 그 검을 쥐고 노인에게 돌아가 말했습니다.
"영감 말이 사실이구려! 아하핫! 드디어 팔자가 피는구나! 나는 영웅이다! 그렇지 않소? 나는 영웅인게야!"
노인은 얼굴을 찌뿌리며 말했습니다.
"말 했지 않았나. 운명의 푸른 별이 자네를 선택했다고. 하지만 지금의 자네는 영웅이 아니네. 자네 스스로 영웅이 되어야하지. 운명이 자네를 집어삼키게 두지 말게."
"헛소리 마쇼! 운명은 내편이오! 하하! 잘게시게 영감! 나는 이만 가보겠소, 구해야할 나라가 있어서 말이오!"
스벤은 칼을 허리춤에 찬 채 거리로 나섰다. 거리를 걸어가던 스벤은 거리의 모습이 예전과 달리 황폐해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지나가는 한 남자에게 물었다.
"어이 양반, 마을이 왜 이 모양이오? 왜 죄다 부서지고 망가지고 굶어가고 있는거요?"
"어디 촌에서 왔소? 새로운 왕 파르벤이 세금을 걷어갔소. 그 광인은 우리가 어떻게 살든 관심없나보지."
절망에 찬 남자의 푸념에 스벤은 소리높여 폭소했다. 
"하하하하! 운명의 푸른 별이 진정으로 나를 선택했구나! 이제 내게 남은건 이 검을 들고 황도로 전진하는 것 뿐! 그게 꼭 오늘이 될 필요는 없지 않는가! 오늘은 영웅이 된 기념으로 마음껏 마셔야겠구나!"
그 길로 스벤은 마을의 술집에 들어가 종일 술을 마셨다. 거하게 취한 스벤은 술집에서 시끄럽게 떠들었다.
"파르벤은 죽을것이야! 바로 이 칼로 말이지! 그러니 내일의 영웅에게 술을!"
그렇게 한달이 지났다. 술에 진탕 취한 스벤은 길거리를 걷다 슬피 울고 있는 한 여인을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여인은 스벤의 검을 알아보고는 이야기했다. 
"당신이 소문의 영웅인가요?"
스벤은 취기에 올라 즐거운 듯 헤헤거리며 그녀에게 말했다.
"그렇지! 히히. 내가 바로 그 영웅이오. 스벤이라고 하오. 무엇이 알고싶소?"
여인은 스벤에게 부탁하듯 말했다.
"스벤, 파르벤을 물리칠 영웅이여, 제 이름은 브랜다라고 합니다. 당신이 영웅으로써 바쁘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제 기구한 운명을 도와주실 수 있나요?"
"오 물론, 돕구 말고! 아름다운 여인을 위해 운명은 언제나 기다릴 수 있다우!"
브랜다는 눈물어린 눈으로 스벤을 올려다보며 이야기했다.
"오, 세상에. 감사합니다! 운명의 푸른 별이 그대를 인도하시길! 저는 저 산 너머에 있는 작은 마을에 살고 있어요. 하지만 며칠 전 파르벤의 세금징수인이 산적무리를 이끌고 와서 저희 부모님을 죽이고 마을의 모든 것을 약탈하고 말았답니다."
스벤은 물었다.
"브랜다라고 했수? 미안한데, 내가 도울 일이 있긴 한거요? 모든 것을 약탈당했다면 되찾을 것도 없지 않소?"
"세금징수인은 약탈품을 들고 도망갔지만, 부모님의 펜던트를 산적이 챙기는 것을 보았어요. 아마 그 산적은 아직 그 펜던트를 가지고 있을거고, 그 유품을 영웅이신 당신이 찾아주셨으면 해요."
"흥, 알았소. 영웅인 나라면 그런 산적쯤은 아무것도 아닐테지!"
그 말을 하고 스벤은 산 너머 산적의 기지로 향했다. 기지에 다다랐을때 땅거미가 짙게 깔린 저녁이 되었다. 스벤은 나무뒤에 숨어 산적의 동태를 살펴보았다. 산적의 두목으로 보이는 자의 목에, 브랜다의 부모의 것으로 보이는 펜던트가 걸려있었다. 스벤은 몰래 그의 뒤로 다가가 목을 베고 그 펜던트를 되찾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때 스벤은 보초에게 걸리고 말았다.
"침입자다! 왠놈이냐!"
스벤은 칼을 뽑아들고 외쳤다. 
"나는 스벤! 파르벤의 폭정을 끝낼 영웅이다!"
몰려드는 산적에게 스벤은 칼을 휘둘렀다. 하지만 검술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나뭇꾼이었던 스벤은 금새 산적에게 포박당하고 말았다.
"멍청한 녀석! 네녀석이 무슨 영웅이라는건지! 하하하!"
그런데 그 순간, 바람이 세차게 불더니 횃불을 쓰러트리고 말았다. 그 불은 산적의 짐에 옮겨붙더니 이내 사방을 태우기 시작했다. 산적들은 불을 끄기 위해 사방팔방 뛰어다녔지만 곧 불에 타 죽고 말았다. 스벤은 홀로 겨우 살아남아 두목의 시체에서 칼과 펜던트를 챙겨 브랜다에게 돌아갔다. 브랜다는 아침이 되어 펜던트를 들고오는 스벤을 보고는 기쁘게 소리지르며 달려와 품에 안겼다.
"영웅! 나의 영웅! 도와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뭘로 이 빚을 갚아야 할지! 쓰러진 저희 부모님들도 감사를 표할거에요!"
스벤은 품에 안겨있는 브랜다를 들어올려 키스하며 말했다.
"그럼 나의 아내가 되어줄수 있수? 그대가 있는 세상이라면 구할 맛이 날것 같아서 그러오!"
그렇게 스벤과 브랜다는 결혼했고, 몇년동안 그렇게 살았다. 아들 딸을 낳고 숲 속에 집을 지어 살아가던 어느날, 노인이 스벤을 찾아왔다. 그는 분노하면 말했다.
"언제까지 이렇게 놀고 있을텐가! 파르벤의 폭정은 점점 더 심해져만 가고 백성들은 고통에 신음을 흘리고 있다네! 이렇게 놀고 있을때가 아니네!"
그 말에 스벤은 화내며 대꾸했다.
"파르벤은 기다릴수 있잖수! 그가 내 손에 죽는건 운명이요. 하지만 브랜다는, 그녀와 내 아들딸들은 그 운명에 없지 않수! 어찌 될지 모르는 그들을 두고 파르벤을 죽이러 갈 수는 없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오!"
"닥쳐라 미련한 녀석! 만약 너희 가족을 버리고 당장 이 마을을 떠나지 않는다면 운명이 널 그렇게 만들 것이야! 운명의 푸른 별은 결코 자비롭지 않아!"
저주에 가까운 폭언을 한 노인은 당장 뒤를 보고 길을 떠났다. 스벤은 노인이 가는 길에 침을 뱉고는 욕짓거리를 내뱉었다. 다음날, 파르벤의 병사가 마을에 와 스벤을 찾았다. 파르벤의 폭정을 막을 자라고 공공연하게 떠들던 자를 처단하기 위해 온 것이다. 스벤은 가족을 숨기고 칼을 뽑아 그들과 싸웠다. 하지만 스벤은 그들을 지킬수 없었다. 기나긴 싸움 끝에 스벤은 가족이 숨어있는 곳으로 찾아갔지만, 그곳에는 잔인하게 죽은 가족의 시체만이 널려있었다. 스벤은 오열했다. 그리고 끊었던 술을 다시금 들이키기 시작했다. 스벤은 그가 나뭇꾼이었을때 모았던 모든 돈을 탕진했다. 아내의 유품이었던 펜던트와 검마저 팔아제낀 스벤은 거리에 나앉아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스벤이라는 이름의 나뭇꾼은, 어느 추운 겨울날 얼어죽고 말았다. 어느날, 한 소년이 스벤이 팔았던 검을 전당포에서 우연히 구매했다. 그 소년은 신기하게 생긴 그 검을 가지고 싶었다. 그 검은 영웅이 가지게 될 운명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궁핍했다. 소년은 끼니를 굶고 돈을 모았다. 네달이 지나고서야, 소년은 겨우 그 검을 살 수 있었다. 그 소년의 이름은 스벤이었다. 그리고 10년뒤, 소년은 파르벤 왕을 물리치고 자신을 왕으로 선언했다. 그가 바로 거지왕 스벤이다. 운명은 이루어졌다.



[끝]






"거지왕 스벤의 이야기는 유명해서 잘 알지?"
난희가 말했다. 마차는 달그락거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옆에 앉아있던 패트리샤가 말했다.
"그렇게 유명하지는 않아. 몰랐어?"
난희는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윌리엄은 유명하다고 이야기했었는데?"
"걘 상트우드 출신이잖아. 지안-토 밑에서 그런 민담은 거의 퍼지지 않았다고."
"하긴 그런가."
패트리샤는 그런 난희를 잠시 바라보다, 갑자기 말을 걸었다.
"그런데 난희. 많은 이야기를 알면서 정작 네가 알고있는 민담은 이야기해주지 않는것같아."
"엥? 전부 내가 알고 있는 이야기인데? 그러니까 이야기해주는거지."
"아니 그러니까, 네 고향의 민담말야."
그 순간, 짐칸에서 울피나가 마부쪽으로 고개를 빼고 패트리샤를 거들었다.
"맞는 이야기네. 고향의 민담을 들려줘."
"음.. 곤란한걸.."
"왜? 고향이 없어?"
난희는 씁쓸하게 말했다.
"아니, 고향은 있긴 한데, 너희들에게 맞는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어."
"빼지말고, 난희! 부탁해!"
패트리샤가 난희에게 찰싹 붙어 부탁했다. 난희는 고민하다, 어쩔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좋아. 이번 한번만이다? 재미 없어도 난 몰라."
그리고 뭔가를 떠올리려는 듯 하늘을 보다, 입을 열었다.
"옛날 옛적에, 헨젤과 그레텔이라는 오누이가 살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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