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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샤르베인 0 2,331

아이가 막 문을 나선 후였다. 저들끼리 이야기하던 무리 중 한명이 일어났다. 그는 곧장 주인에게로 왔다. 계산대에 있던 주인이 그를 보았다. 그는 다짜고짜 물었다.

 

"이봐. 이번엔 좀 들르는 인간이 없었나?"

 

매상을 걱정해주는 이야기 같진 않았다. 무엇보다 인상도 그렇고 말투가 불친절하기 짝이 없었다. 주인은 어색하게 웃었다.

 

"흉흉한 소문이 돌아서 말입니다. 여행자들이 많이 줄었지요."

"그럼 좀 전의 저 꼬마는?"

 

주인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어제 해 저물 무렵에 들어왔죠."

 

그는 대답하는 대신 고개를 뒤로 돌리고 까딱거렸다. 신호를 받은 무리 중 몇 명이 컵을 내려놓곤 밖으로 나갔다.

 

=======================

 

아이는 서둘러 움직였다. 편지를 얼른 전달하기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예감이 좋지 않았다. 추격자들이 따라붙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장군의 부관도 죽이고 그 행세를 했던 자들이니 어쩌면 자신도 그렇게 죽일지도 몰랐다. 적의 정체도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는게 그의 입맛을 쓰게 했다.

아이는 최대한 발소리를 죽였다. 주변의 소리 하나 놓칠 수 없었다. 아침에 보았던 그 여행자들이 떠올랐다. 그들은 곁눈질로 사람들을 일일이 보고 있었다. 자신이라고 해도 예외가 아니었다. 숨을 곳을 찾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도를 확인해 보았다. 숲은 아주 길어서 하루만에 빠져나갈 수 없었다. 아이는 비상식량부터 꺼내서 입에 물었다. 물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물부터 구해야 했다. 다행히 이 산엔 수원지가 있었다.

 

한참 걸어 도착한 곳엔 깨끗한 물이 흐르고 있었다. 어찌나 맑은지 고기도 보이지 않는 수준이었다. 이 정도라면 거를 필요도 없었다. 아이는 수통에 물을 넣었다. 한창 쪼그라든 상태였던 수통이 차기 시작했다.

느긋하게 물이 차기를 기다리며 아이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람이 지나다닌 흔적이 아니었다면 길 찾기 어려울 정도로 깊은 숲이었다. 초보인 자신이 길을 잃지 않는 게 다행이었다. 다음 길은 개울 건너에서 이어지고 있었다. 아이는 수통을 잠그고 가방을 챙겼다.

그때, 가방 옆으로 무언가가 스치고 지나갔다. 아이의 표정이 변했다.

 

"찾았다."

 

조금만 더 옆에 있었더라면 가방이 아니라 자신이 꿰뚫렸을지도 몰랐다. 가방 옆이 찢어져서 물건들이 터져 나오려고 했다. 아이는 입술을 깨물었다. 아침의 그 사람들이었다.

 

"누구...세요?"

 

일부러 겁먹은듯한 목소리를 냈다. 그들은 의기양양하게 다가와선 아이를 둘러쌌다. 한명이 석궁을 쥐고 있었다.

 

"누군지 알면 어쩔 건데?"

"사...살려주세요."

 

역시 도둑인 모양이었다. 아이는 최대한 겁먹은 목소리를 내며 이들을 어찌할지 궁리했다. 특히 저 석궁부터 처리하지 않으면 도망간다 할지라도 위험했다.

 

"그럼 가진거 다 꺼내봐. 돈 되는 거 있으면 살려줄게."

 

아이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최대한 친절한 척 하고 있었지만 저들에겐 살기가 가득했다. 게다가 여긴 숲 속, 인적도 드문 곳이었다. 얼마든지 죽여버리고 파묻으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의심하는 게 들통나서는 곤란했다. 아이는 덜덜 떨면서 가방을 움켜쥐었다.

 

"그...그런거 없어요. 여긴 먹을거밖에..."

"내놔."

 

아이는 직접 가방을 풀어서 보였다. 비상식량과 수통 외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무리 중의 한 명이 만지고 칼로 찢어내기까지 했지만 수상한 건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에게 순간적으로 낭패란 표정이 스쳐가는 걸 아이는 놓치지 않았다.

 

"머, 먹을거밖에 없잖아요. 이제 그만..."

"그건 뭐냐?"

 

석궁을 든 자가 삿대질을 하자 아이는 그 시선을 따라갔다. 목걸이가 보였다. 아이는 본능적으로 이것만은 빼앗기면 안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이는 애걸하듯 말했다.

 

"이 이건... 부모님 유품이에요. 안돼요."

"뭔 잔말이 그리 많아? 내놓으라고."

 

그자가 팔을 뻗어 목걸이를 잡으려는 순간, 아이는 석궁을 빼앗아 그의 관자놀이를 냅다 후려쳤다. 상대는 억 소리도 못 내고 쓰러졌다. 아이의 태도가 돌변하자 무리의 표정이 변했다.

 

"이, 이 꼬마가 지금 뭘 한거야!"

"잡아!"

 

어차피 그들도 그냥 보내줄 생각이 없었다. 석궁을 전부 한대씩 후려갈기니 그들은 쓰러져서 움직이지 못했다. 석궁은 워낙 힘을 실은 까닭인지 대가 부러져 버렸다. 고칠 수도 없을 터였다. 아이는 석궁을 내팽겨치고 가방을 집어들었다.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야 했다. 상대가 일어나기 전에. 아이는 서둘러 개울을 건너서 숲속으로 사라졌다.

그가 떠난 자리엔 가짜 호적패만이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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