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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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은 중심부의 큰 건물을 둘러싸고 작은 집들이 간간히 보이는 형상이었다. 아이는 지도를 확인하곤 곧장 큰 건물로 걸어갔다. 안에는 손님들 몇이 저들끼리 떠들고 있었다. 삐걱거리는 소리에 사람들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곤 너나 할 것 없이 아이를 주시했다.

시선은 이미 두번이나 경험했기 때문에 아이는 무시하듯 곧장 계산대로 향했다. 주인이 아이를 내려다보았다.

 

"무슨 일이냐, 꼬마야?"

"방 하나 주십시오."

 

아이는 목소리를 일부러 더 낮게 내리깔았다. 주인은 눈을 꿈뻑거리다가 아이가 주는 돈을 받아들었다. 손님인 이상 거절할 이유가 없기도 했다. 주인은 열쇠를 아이에게 내밀었다.

 

"이 위층으로 올라가면 빈 방이 하나 있을거야."

 

아이는 받아들곤 고개를 살짝 꾸벅이는 걸로 인사했다. 그리곤 곧장 방으로 향했다.

 

=======================

 

아이는 눈을 떴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달빛이 아니었다면 자신이 여전히 눈을 감고 있다고 착각했을 것이다. 꽤 오래 잤던 것인지 방안은 어두웠다. 아이는 표정을 찡그리고 빛에 적응했다. 곧 방 안을 파악할 수 있었다. 아이는 먼저 커튼부터 걷었다. 희미하던 빛이 꽤나 강해졌다. 방 안의 사물이 잘 보였다. 

아이는 먼저 방문을 점검했다. 잘 잠겨 있어서 일부러 힘을 주지 않는 이상은 열리지 않을 터였다. 아이는 잠시 한숨을 내쉬었다. 들어올 사람도 없는데 이런 걸 걱정하고 있다니. 아이는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았다.

마을의 불은 전부 꺼져 있었다. 그러나 밖에서 이동하는 그림자가 보였다. 아이는 눈을 깜빡였다. 이런 작은 마을에도 도둑이 있는 건가? 아이는 그곳에 시선을 집중했다. 사람 여럿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그러나 살금거리며 숨어들진 않았다. 그들은 곧장 여관으로 향하고 있었다. 밤중이라면 길이 잘 보이지 않을텐데 이곳이 익숙한 모양이었다.

배가 조금 고팠지만 참기로 했다. 아이는 다시 누웠고, 아침까지 잠들었다. 그의 잠을 깨운 건 주인의 목소리였다.

 

"어이, 꼬마야. 식사할테냐?"

"내려가겠습니다."

 

옷 매무새를 고치고 내려가자 어제 봤던 그 사람들이 보였다. 왠지 모르게 꺼림칙한 기분이 들어 그는 혼자서 조용히 테이블에 앉았다. 주인이 아침을 내려놓았다.

 

"서비스는 여기까지야. 하루 더 묵을 거라면 방세를 더 내야 해."

"알겠습니다."

 

아이는 가만히 끄덕였다. 어차피 오래 머무를 생각도 없었다. 푹 잤던 터라 몸은 가벼웠다. 밥을 먹으면서 아이는 여관을 둘러보았다. 창문을 내다보니 사람들이 일을 하고 있었다. 걔중엔 어제 봤던 사람들도 있었다. 마을 사람인 모양이었다. 그에 반해 지금 여관 내에 있는 사람들은 복장부터가 이질적이었다. 여행자 같기도 했고, 용병 같기도 했다. 그리고 자기네들끼리 이야기를 하면서도 주변을 힐끗거리는 게 눈에 보였다. 들으면 안 되는 이야기라면 차라리 시끄러운 곳에서 하는 게 더 나을텐데.

식사를 마치고 아이가 일어났다. 장군이 챙겨준 가방을 들고 길을 나섰다. 무사히 도착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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