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논

안샤르베인 2 2,393

제네시스는 납득했다. 어느 누구라도 목숨이 위험하다면 도망치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사체 더미와 떨어진 곳에서 발견되었다는 보고가 생각났다.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일이었다. 아이를 완전히 신뢰할 수 있느냐와는 별개로. 제네시스는 한마디 더 질문했다. 

 

"네가 누구인지 여전히 기억이 나지 않느냐?"

"...."

 

아이는 잠깐 생각하는 표정이 되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별로 표정이 변하는 걸 본 적이 없었지만 이번만큼은 착잡함이 얼굴에 떠올랐다. 장군은 고개를 끄덕였다.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아이도 똑같이 일어서서 따라 나오려고 했다. 제네시스가 손을 들어 만류했다.

 

"괜찮다. 나오지 않아도 된다."

"...그럼 살펴가십시오."

 

90도로 허리를 굽혀서 인사하는 아이를 보며 장군은 생각에 잠겼다. 적이든, 적이 아니든 이 아이는 특이한 존재였다. 더 알아볼 필요가 있겠어.

 

=======================

 

죽은 자들을 전부 화장한 이후로 병사들 사이에서 흉흉한 기운이 감돌았다. 특히나 아이와 같이 싸웠던 병사들은 타 부대원들을 알게 모르게 경계하는 표정이었다. 아군이 죽었고 그 이유가 내부의 적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말을 들었으니 당연한 일이기도 했지만, 제네시스로선 좋지 않은 일이었다. 서로를 믿지 못하면 통제하기도 어려울 터였다. 위급한 상황에서 명령을 듣지 않는 병사는 필요 없음을 넘어 위험한 존재였다.

제네시스는 고민스러웠다. 아직 미심쩍은 병사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아이의 말을 마냥 무시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괴물에 대해서도 더 알 필요가 있었다. 

 

"절 부르셨다고 들었습니다."

 

아이가 막사 안으로 들어오자 제네시스는 병사들을 물렸다. 그리고 아이에게 물었다.

 

"괴물에 대해 아는 것이 더 있느냐?"

"괴물...입니까."

 

아이는 잠시 생각에 빠진 표정이 되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 제가 본 건 사람의 모습을 한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동물 모습도 있었습니다. 공통점은 신체가 기괴하게 뒤틀려 있고, 뒤틀린 몸의 어딘가엔 마석이 박혀 있다는 것입니다. 그 마석을 신체에서 분리하거나 파괴하면 무력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건 저번 사건 때 봐서 알고 있네."

"그리고..."

 

아이가 잠시 말을 망설였다. 제네시스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왜 그러지?"

"...이건 확실하진 않습니다만..."

"얼른 말해봐라."

"괴물은... 저부터 쫓아오는 것 같았습니다."

 

제네시스의 눈이 커졌다. 그리고 괴물이 나타났을 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괴물이 마구잡이로 병사들을 공격했던가? 아니, 아니었다. 그들은 아이를 집중적으로 보고 있었다. 무식하리만치 강한 신체능력 때문에 고전하던 병사들이 괴물을 처리할 수 있었던 건 순전히 그 덕분이었다.

장군은 표정을 굳혔다. 그렇게 생각하니 저 아이를 어떻게 둬야 할지 더 판단이 서지 않았다. 괴물을 끌어들이는 거라면 병사들을 위해서라도 당장 쫓아내야 했다. 하지만 강하다고 해도 아이는 아이, 자신이 보호해야 할 민간인이었다.

아이는 잠시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입을 뗐다.

 

"전 떠나볼까 합니다."

"뭐라고?"

 

제네시스의 목소리가 조금 커졌다. 아이가 다시 말했다.

 

"정말로 제 존재가 괴물들을 끌어들이는 거라면, 저 혼자 있는게 나을 겁니다."

"아니, 그건..."

 

제네시스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순간적으로나마 그 생각에 동조하고 있었던 것이다.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아이는 그 말만 남기고 일어나려고 했다. 그때 제네시스가 아이를 다시 붙잡았다.

 

"잠깐, 그럼 한 가지만 확인하게 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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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1 안샤르베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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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흐린하늘
너무 잘게 잘리고 글 내에서도 자주 잘리다보니 읽기 좀 힘들어요 ;ㅁ;
Nullify
여러 챕터를 한 글에 모아서 담는 건 도저히 안 될려나요.

그냥 챕터 앞머리마다 제목 달아주는 식으로 하면 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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