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드 시네스, 익숙한 이름이었다. 현 시네스 가의 주인이며 왕실 근위대의 훈련대장. 그리고 제네시스 장군의 부인. 시네스 가는 이 나라가 있고부터 항상 왕실의 호위와 군사의 훈련을 도맡아 해왔다. 그래서 왕가와 가장 가까운 가문 중 하나이기도 했다.
그런데 어째서 이 자는 그 이름을 언급한 것일까? 소년의 눈썹이 움찔하는 걸 그는 놓치지 않았다.
"죄송하지만 도와주실 수 있으십니까? 그 분을 꼭 뵈야 합니다."
그가 갑자기 손을 잡아서 하마터면 뿌리칠 뻔 했다. 다행히 자국이 남을 정도로 잡은 건 아니었다. 다만 올려다보듯 보는 자세에서 간절함이 느껴져왔다. 태도가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이 사람의 본모습은 어느 쪽에 더 가까운 걸까?
문득 눈길이 상대의 허리춤으로 향했다. 허리 부근에 돌돌 말린 천이 잘 묶여 있는 것이 보였다. 그게 무엇인지 소년은 바로 알아보았다.
소년은 잠시 생각했다. 이 자는 굉장히 특이한 심부름꾼이었다. 우악스런 힘도 힘이지만 좀 전의 움직임도 보통 사람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에 반해 소심해 보일 정도로 예의를 챙기고 있었다. 강함에 비해 허술한 점이 많았다.
암살자나 스파이라면 처음 보는 이에게 타겟의 이름을 술술 흘리지 않을 것이다. 소년은 잠시 그를 떠보기로 했다.
"맨 입으로?"
상대가 눈에 띄게 당황하는 것이 보였다. 그는 입을 벌리는가 싶더니 다물곤 손가락으로 턱을 잡았다. 예상대로의 태도라 소년은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솔직히 내가 당신의 뭘 믿고 알려줘야 돼? 날 납치한 사람한테?"
상대는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었다. 좀전에 자신을 납치한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잘못했다는 자각은 하는 듯했다. 일부러 강하게 나왔는데도 뭐라고 하지 못하는 걸 보면. 소년은 이참에 그를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뭐, 부탁을 들어준다면 도와 줄 수 있을지도 모르지."
"무슨... 부탁 말입니까?"
긴장한 어조가 역력했다. 소년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쉬워. 간단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