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레이의이웃 6 2,346



옛날에, 그러니까 아직 고래가 하늘 위를 날아다니던 때의 이야기야.


그때는, 정말 옛날이었으니까, 모든 것이 지금보다 작았어. 얼마나 작았냐면 태양이 지구만하고, 지구가 달만하고, 달이 공만했지.


물론, 고래도 멸치만큼 작았어.


아무튼 이 멸치만한 고래는 열심히 하늘을 떠다녔어.


고래가 어떻게 하늘을 날 수 있냐고? 그야 그 때는 멸치처럼 작고 가벼웠다니까?


어찌나 작고 가벼운지, 고래는 끝을 모르고 계속 높이 더 높이 올라가다 결국에는 신까지 만나게 됬어.


신이 말했지.


여기까지 올라온 건 고래 네가 처음이구나. 상으로 소원을 하나 들어주마.


그래서 고래가 곰곰이 생각을 하는데, 별로 부족한게 없거든.


그래도 신이 소원을 이루어 준다는데 그냥 갈 수는 없어서 어서 어른이 되게 해달라고 빌었어.


왜냐면 그 때는 아주 옛날이었으니까 모든 게 다 어린이나 다름없었거든. 원래 어린이들은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하는 법이잖아?


그렇게 소원을 빌고 다시 지구로 내려온 고래는 누구보다도 빨리 어른이 되었어.


몸집도 커지고 목소리도 굵고 낮게 변했지.


그런데 점점 이상한 일이 일어나는 거야.


고래가 점점 어른이 될수록 지구에 사는 식물이니 동물이니 하는 온갖 것들이 다 시름시름 앓아가는거 있지.


고래는, 그 때는 고래가 가장 어른이고 가장 똑똑했으니까 금방 답을 찾을 수 있었어, 그게 다 자신의 커진 몸 때문이란 걸 말이야.


지구는 달처럼 작은데 고래만 고래만하게 커다랗게 됬으니 그 밑에 있는 땅에는 햇빛이 안들 수 밖에.


그래서 풀도 시들고, 풀 먹는 짐승들도 굶어가고, 또 그 짐승들을 잡아 먹는 맹수들까지 다 시름시름 앓 수 밖에 없었던거야.


그 때 부터 고래는 햇빛을 가리지 않으려고 요리조리 자리를 옮겨 다녔지만, 몸은 너무 크고, 지구는 너무 작았던 모양인지, 아무런 효과도 없었어.


오히려 여기저기 해를 다 가리고 다니니까 땅에서는 다들 아파서 끙끙 앓는 소리만 더 커져갔어.


결국 고래는 결심을 했지.


자신이 햇빛을 가려 땅에 있는 모두가 고통을 겪는다면, 처음부터 해가 들지 않던 바다 깊숙히 숨어야 겠다고 말이야.


고래는 그렇게 조용히 바다 속으로 들어갔고, 그래서 지금까지도 바다 속에 살고있는 거야.



Author

Lv.1 레이의이웃  1
0 (0%)

등록된 서명이 없습니다.

Comments

greenpie
오..이런 글 참 좋아합니다.
레이의이웃
원래는 다른 글에 인용할 요량으로 지어낸 설화인데

그 다른 글이라는 것이 좀처럼 잘 안 써져서 고래 이야기만 따로 올려봤습니다.

재미있게 읽어 주시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흐린하늘
동화같네요.
레이의이웃
그런 느낌이 들도록 쓴 글이니까요.

~~아니 누가 봐도 동화 느낌이 아니라 그냥 동화인데?~~

~~사실 동화 맞습니다.~~
앙그라마이뉴
삽화를 곁들여서 동화로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데요?
레이의이웃
기분 좋은 칭찬이네요. 감사합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열람중 고래 댓글6 레이의이웃 08.31 2347
172 切段 댓글4 Novelistar 08.27 2445
171 납치 안샤르베인 08.26 2282
170 마주침 댓글4 안샤르베인 08.18 2348
169 뒤를 무는 악마 댓글2 작가의집 08.10 3049
168 작문 쇼 댓글2 민간인 08.10 2493
167 애드미럴 샬럿 2 폭신폭신 07.30 2377
166 검은 나비의 마녀 댓글1 블랙홀군 07.17 2451
165 애드미럴 샬럿 1 폭신폭신 07.15 2490
164 섬 저택의 살인 9 댓글2 폭신폭신 07.06 2417
163 섬 저택의 살인 8 폭신폭신 07.04 2500
162 네버랜드 - 3. 엄마? 마미 07.03 2481
161 섬 저택의 살인 7 폭신폭신 07.03 2386
160 네버랜드 - 2. 알브헤임 마미 07.02 2304
159 섬 저택의 살인 6 폭신폭신 07.02 2421
158 섬 저택의 살인 5 폭신폭신 07.01 2319
157 도타 2 - 밤의 추적자 팬픽 Novelistar 06.30 2368
156 섬 저택의 살인 4 폭신폭신 06.29 2296
155 네버랜드 1. 웬디 그리고 피터팬 마미 06.28 2301
154 라노벨 부작용 다움 06.27 2401
153 파리가 사람 무는거 본적 있어? 댓글2 다움 06.27 2728
152 카라멜 마끼아또, 3만원 어치 민간인 06.26 2474
151 섬 저택의 살인 3 폭신폭신 06.26 2269
150 섬 저택의 살인 2 폭신폭신 06.24 2255
149 섬 저택의 살인 1 폭신폭신 06.23 2292
148 무제 민간인 06.22 2440
147 발을 무는 악마 댓글6 작가의집 06.19 2545
146 [본격 휴가 나온 군인이 쓰는 불쌍한 SF 소설] 나방 (#001 - 강산은 변하지 않았다. 변한 것은 사람뿐) 레이의이웃 06.11 2448
145 인문혁명 댓글2 Tongireth 06.11 2795
144 손님을 맞는 이야기. 폭신폭신 06.05 2432
143 훈련소에서 댓글1 폭신폭신 05.25 2493
142 [공모전에 낼 소설 초안] 꿈, 혁명, 그리고 조미료와 아스피린 (1) 댓글1 BadwisheS 05.19 2581
141 학교에 가는 이야기. 폭신폭신 05.13 2465
140 세달만에 첫사랑을 만나러 가는 이야기 폭신폭신 05.12 2226
139 뚜렷 한흔적 댓글2 다움 05.10 2470
138 Spinel on the air(스피넬 온 디 에어) - 프롤로그 [군대간]렌코가없잖아 04.26 2268
137 마지막 약속 댓글3 안샤르베인 04.18 2401
136 빛이 지는 어둠 속 작가의집 04.14 2592
135 아름다웠던 하늘 김고든 04.10 2484
134 이별의 아침 아이언랜턴 04.09 22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