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레이의이웃 6 2,362



옛날에, 그러니까 아직 고래가 하늘 위를 날아다니던 때의 이야기야.


그때는, 정말 옛날이었으니까, 모든 것이 지금보다 작았어. 얼마나 작았냐면 태양이 지구만하고, 지구가 달만하고, 달이 공만했지.


물론, 고래도 멸치만큼 작았어.


아무튼 이 멸치만한 고래는 열심히 하늘을 떠다녔어.


고래가 어떻게 하늘을 날 수 있냐고? 그야 그 때는 멸치처럼 작고 가벼웠다니까?


어찌나 작고 가벼운지, 고래는 끝을 모르고 계속 높이 더 높이 올라가다 결국에는 신까지 만나게 됬어.


신이 말했지.


여기까지 올라온 건 고래 네가 처음이구나. 상으로 소원을 하나 들어주마.


그래서 고래가 곰곰이 생각을 하는데, 별로 부족한게 없거든.


그래도 신이 소원을 이루어 준다는데 그냥 갈 수는 없어서 어서 어른이 되게 해달라고 빌었어.


왜냐면 그 때는 아주 옛날이었으니까 모든 게 다 어린이나 다름없었거든. 원래 어린이들은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하는 법이잖아?


그렇게 소원을 빌고 다시 지구로 내려온 고래는 누구보다도 빨리 어른이 되었어.


몸집도 커지고 목소리도 굵고 낮게 변했지.


그런데 점점 이상한 일이 일어나는 거야.


고래가 점점 어른이 될수록 지구에 사는 식물이니 동물이니 하는 온갖 것들이 다 시름시름 앓아가는거 있지.


고래는, 그 때는 고래가 가장 어른이고 가장 똑똑했으니까 금방 답을 찾을 수 있었어, 그게 다 자신의 커진 몸 때문이란 걸 말이야.


지구는 달처럼 작은데 고래만 고래만하게 커다랗게 됬으니 그 밑에 있는 땅에는 햇빛이 안들 수 밖에.


그래서 풀도 시들고, 풀 먹는 짐승들도 굶어가고, 또 그 짐승들을 잡아 먹는 맹수들까지 다 시름시름 앓 수 밖에 없었던거야.


그 때 부터 고래는 햇빛을 가리지 않으려고 요리조리 자리를 옮겨 다녔지만, 몸은 너무 크고, 지구는 너무 작았던 모양인지, 아무런 효과도 없었어.


오히려 여기저기 해를 다 가리고 다니니까 땅에서는 다들 아파서 끙끙 앓는 소리만 더 커져갔어.


결국 고래는 결심을 했지.


자신이 햇빛을 가려 땅에 있는 모두가 고통을 겪는다면, 처음부터 해가 들지 않던 바다 깊숙히 숨어야 겠다고 말이야.


고래는 그렇게 조용히 바다 속으로 들어갔고, 그래서 지금까지도 바다 속에 살고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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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greenpie
오..이런 글 참 좋아합니다.
레이의이웃
원래는 다른 글에 인용할 요량으로 지어낸 설화인데

그 다른 글이라는 것이 좀처럼 잘 안 써져서 고래 이야기만 따로 올려봤습니다.

재미있게 읽어 주시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흐린하늘
동화같네요.
레이의이웃
그런 느낌이 들도록 쓴 글이니까요.

~~아니 누가 봐도 동화 느낌이 아니라 그냥 동화인데?~~

~~사실 동화 맞습니다.~~
앙그라마이뉴
삽화를 곁들여서 동화로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데요?
레이의이웃
기분 좋은 칭찬이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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