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

안샤르베인 0 2,292

소년은 침을 삼켰다. 그의 옷차림이 눈에 들어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까만 복장이라 당장이라도 어둠에 녹아들 듯 했다. 얼굴은 제 나이쯤 됐겠다 싶었지만 차림을 봐서는 용병이나 여행자에 더 가까운 듯 했다. 

소년은 퍼뜩 불길한 생각을 떠올렸다. 얼마전부터 수도에 용병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걔중에는 말이 용병이지 무뢰배들이나 다름없는 자들도 많았다. 대낮부터 술을 마시다 싸움이 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치안대뿐만이 아닌 군인들도 나서야 할 수준의 사고도 많이 발생했다. 어쩌면 병사들이 늘어난 이유도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소년은 천천히 걸음을 뒤로 뗐다.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했다. 

 

"저기... 난 좀 바빠서 말이지..."

 

난처하다는 듯이 이야기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리를 터 주곤 했다. 하지만 앞사람은 여전히 자신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상대방의 눈이 보이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쯤은 알 수 있었다. 소년은 시선을 피했다. 얼른 자리를 뜨고 싶었다. 등을 돌리려고 하는데 손목으로 손이 휘감겨왔다. 엄습하는 통증에 소년은 외마디 소리를 냈다. 아귀힘이 장난이 아니었다.

고통스러운 신음에 상대도 얼른 손을 놓았다. 안절부절하는 모습이었다. 

 

"죄송합니다. 결례를 저질렀군요."

 

결례인 걸 안다면 하지 말라고,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입을 떼지 못했다. 옷을 살짝 걷어보니 손목엔 붉은 손자국이 새겨져 있었다. 얇기만 한 손가락 어디에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놀라웠다.  

그는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소년은 발을 떼려고 했다. 그러나 골목으로 한 무리가 들어닥쳤다. 병사들이었다.

 

"찾았다!"

"도망쳐 봐야 제까짓 게 어디로 갈 수 있겠어?"

 

소년은 잠시 당황한 표정으로 제 앞에 있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자도 태도에서 당황스러움이 묻어났다. 병사들이 창을 들고 빠져나갈 길목을 옥죄어왔다. 낭패라는 두 단어만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소년은 이곳에서 빠져나가긴 글렀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는 행동이 빨랐다. 그가 바로 등을 돌리는가 싶더니 어느새 소년의 허리에 팔을 감았다.

예상치 못한 행동에 소년이 입을 떼려는 순간, 허공에 붕 뜨는 느낌이 들었다. 소년은 얼빠진 표정이 되었다. 마치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다. 옆구리의 불편함을 제외한다면. 병사들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면 현실이란 생각도 못 했을 것이다. 

 

"앗! 사람을 납치했다! 거기 서라!"

 

소년이 상황을 파악했을 때, 그는 달리고 있었다. 상점가의 지붕 위를.  


Author

Lv.1 안샤르베인  3
0 (0%)

등록된 서명이 없습니다.

Comment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413 외전 24. 404호에 소원 빈 사람 있어?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1.05 693
412 외전 23. 소원을 들어주는 폐건물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1.05 701
411 XIII-3. 루도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8.10 1098
410 XIII-2. 폭탄 만칼라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7.14 1083
409 XIII-1. 변형 블랙잭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7.10 1085
408 Prologue-XIII. Pandemonium royale_집결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7.03 1080
407 XII-8. Intermission (4)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7.01 990
406 XII-7. 등가교환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6.21 804
405 외전 22. 어느 폐건물 이야기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6.13 832
404 외전 21. 예정된 불행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6.11 808
403 XII-6. 무능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5.27 824
402 외전 20. 어서오세요, 메피스토 상담실에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5.27 840
401 XII-5. 물욕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4.17 896
400 XII-4. Achivement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4.03 902
399 외전 19. 괴의(怪醫)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2.20 1052
398 XII-3. 짐조의 깃털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1.20 1061
397 XII-2. 붉은 봉투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1.09 1000
396 XII-1. 흔적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12.29 1053
395 외전 18. 우리 엄마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12.02 1160
394 Prologue XII. 자승자박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11.18 1105
393 XI-9. 백물어(百物語)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11.04 1122
392 XI-8. 거울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10.01 1214
391 XI-7. STALKER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8.29 1232
390 XI-6. 전쟁의 상흔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8.13 1301
389 XI-5. 우산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6.28 1452
388 외전 17. After their life_STYX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6.15 1486
387 XI-4. 정산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5.27 1307
386 외전 16. 기묘한 PC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5.26 1414
385 XI-3. 살아있는 지옥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5.12 1406
384 XI-2. 꽃다발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4.28 1497
383 XI-1. Snowball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3.16 1498
382 Prologue-XI. 백면단도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3.16 1509
381 외전 15. 겐소사마 전설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3.02 1585
380 외전 14. 저주받은 단도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3.01 1433
379 X-8. 인생의 가치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2.14 1506
378 X-7. 집착이 가져온 업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2.03 1486
377 X-6. 무지가 일으킨 파란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01.11 1587
376 외전 13. 무한의 추격자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12.10 1677
375 X-5. Loop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11.25 1673
374 외전 12. After theie life_the black ticket 허니버터뚠뚜니라이츄 11.11 15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