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저택의 살인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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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은 둔기에 의한 두개골 골절과 뇌손상...이겠죠."
공용 욕실에 붙어있는 사우나 시설 구석에서 발견된  시신, 이번의 희생자는 장남인 아이노미야 겐지.
살해 도구는 딱히 볼것도 없이 근처에 놓여있는 금속 파이프였다.
사우나 시설은 장비 고장으로 인해서 수리중이였는지 수리용 시설물들이 여기 저기 놓여있었고 그중 아무거나 집어서 죽인듯 했다. 
발견자는 아이노미야 히카리. 문을 열자 피비린내가 났고 무언가 있기에 발견헀다고 했다.
"죽은지는 얼마 안된것 같군요... 여자들은 전부 알리바이가 있을테고 범인은 남자인가. 쿠로사와씨. 남자들을 전부 불러주세요."
"네?"
"여자들은 다 알리바이가 있으니까요. 아무튼 불러주세요."


어느샌가 취조실로 쓰이고 있는 작은 방에 아이노미야 겐이 앉아있었다. 에파는 메모지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그때까지 써온것을 정리하는듯 하다가. 고개를 들었다.
"아이노미야 겐이로군. 마지막인가."
"젠장, 또 살인범 취급인가. 작작좀...."
겐이 짜증을 냈지만 돌아오는건 에파의 차가운 눈빛뿐이였다.
"흥, 재밌는 놈이 아닌가. 내 신분을 알고도 그렇게 함부로 지껄이는놈은 얼마 없었다. 그리고 모두 죽었지."
"읏..."
그 차가운 눈빛에는 건장한 남자도 일순간 웅크리게 만들듯한 무언가가 있었고 겐이라고 해도 그 예외는 아니였다.
"뭐, 지금은 봐주마. 난 범죄자놈을 잡아 족치고 싶으니 그런 사소한것에 신경쓰고 싶지 않다. 아무튼 네놈은 그 욕실에 다른이들과 함께 목욕을 하러 갔었지?"
"그래..아니 그렇소.. 겐지형의 부탁도 있었고,"
"부탁?"
"아무래도 내가 형제들중에 가장 듬직하다보니 호위같은 개념이였지.
"총을 든 소년이 있었을텐데?"
"소마? 그 꼬맹이 말야? 아직도 동정인 놈이 총만 들었다면 다인가?"
"조금 비꼬면 연방에 대한 모욕으로 이해할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봐주마. 증언에 따르면 가장 먼저 들어가서 가장 나중에 나왔다고?"
"내 덩치를 보시오. 씻는데 시간좀 걸리겠지."
"그런가? 그렇다면 목욕탕에서 뭘 했었지?"
"욕실에서 뭘 하겠소?! 당연히 목욕을 했지!"
"욕탕에도 들어가지 않고?"
"이보쇼, 난 어릴적에 물에 빠질뻔한 적이 있어서 욕탕엔 들어가지 않소!"
"호오, 그랬나?"
"쿠로사와씨에게 물어보면 답해줄거요. 다름 아닌 여기 욕탕에 빠져 죽을뻔했으니."
"알아보겠다. 그럼 좀 다른 이야길 묻겠는데.."
"빨리 끝내 주시오."
"사생활이 난잡했다지?"
"뭐?"
에파는 메모지를 읽기 시작했다.
"이거 참 화려하구나. 이집 하녀도 셋이나 임신시켜서 중절시키고 돈좀 쥐어줘서 해고시켰고 밖에서도 멋진걸. 캬바쿠라 종업원 폭행이 네건에 강간으로 입건된것만 세번... 전부 무죄로 풀려났긴 했지만."
"이봐, 일본은 법치국가라고. 법률이 무죄라고 하면 무죄란거야. 애초에 그년들은 창녀였고 내가 돈좀 있다는걸 아니까 뜯어보려고.."
"첩의 나라는, 첩의 말이 곧 법이라. 그런건 잘 모르겠구나."
에파는 말을 끊어버리고는 자기 말을 이었다.
"중요한건 네놈이 네 아비에게 꽤나 짐이되는 녀석이였다는거다. 하녀들에게 쥐어준 돈이나 법정에서 쓴 막대한 변호사 비용과 물밑작업으로 건넨 합의금. 이정도면 유산과 맞먹겠다고 생각해도 무리는 아니겠구나."
에파는 더 들을것도 없다는듯 메모지를 접어서 가슴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얇은 종이긴 했지만 워낙 큰 가슴때문에 세번정도 밀어서야 주머니 안으로 들어갈수 있었다.
"네 아비가 널 호적에서 파버리지 않은것만 해도 대단하구나. 만약 네 아비가 유산을 분배했다면. 한푼도 못받았을지도 모르겠구나."
"무슨말을 하고 싶은거지?"
"글쎄다. 마음대로 생각해도 좋다. 그럼 나가보거라."
"엉뚱한 소리 하지 말라고. 그쪽이 말한대로 난봉꾼이긴 했지만 그걸 가능하게 해준 아버지에겐 감사하고 있으니까 말이지." 

"웃기고 앉았네."
겐이 나가자. 에파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밤 열한시쯤.
근처 방에서 들리는 흐느끼는 소리가 에파와 리에를 심란하게 만들었다. 가장을 잃은 아내와 아들의 우는소리는 수없는 전쟁터에서 서있었던 에파에겐 익숙한 소리일텐데도 몇번을 들어도 심란했다  
"키미코님..."
"세번이나 사람이 죽어야만 범인을 알아챘다니. 난 셰린에 비해선 멀었네."
"범인을 알아내신건가요?"
"그렇긴 한데.. 확실한 증거가 없다고나 할까. 납득이 안가는게 있다고나 할까.. 어쨌든 넌지시 말해놨으니 더이상 문제를 일으키진 않을거예요."
"누구인가요?!"
"일단은 비밀. 클라이언트에게 완전하지 않은걸 알려드릴순 없지요."
에파가 생긋 웃으며 대답하자 
"그래도 더이상 피해가 안나온다면.."
"비도 내일이면 그칠거고. 헬기도 부를수 있겠지.."

 똑똑, 누군가가 문을 노크했다.
"누구신가요?"
"쿠로사와입니다."
"아, 집사님. 들어오세요."
리에가 쿠로사와를 맞이했다.
쿠로사와의 손에는 튼튼해보이는  잠금가방이 들려있었고 제법 무거운듯 했다.

"아, 약속을 잊고 있었네요."
잠옷차림인 에파가 침대에서 일어나며 맞이했다. 쿠로사와는 정중히 인사를 하고 입을 열었다.
"실은, 주인님의 마지막 명령때문에 왔습니다."
"명령? 돌아가시기 전에 내리셨나보군요."  
 "네."
익숙하다면 익숙한 죽기 직전의 명령. 에파가 겪은 그런것들은 대부분 지휘관이 전사하기 직전에 내리는 후퇴 명령이였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철수하라. 중화기의 파기도 허가한다. 같은것들. 
"그런거라면 들어드려야겠죠."
그런 명령이라면 군법 위반이라 할지라도 상부에서도 묵인하는 경우가 많았다. 애초에 에파 자신이 그 상부가 아니던가.
"감사합니다."
쿠로사와는 가방을 에파에게 보여주었다.
"주인님께서는 손님께서 이 가방과 함께 리에양을 데리고 이섬을 나가달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가방 안에 써있는 메모대로 행동해주셨으면 한다고 하셨습니다."
"네?"
"가방안에는 그걸 위한 서류와 손님의 호의에 보답하기 위한 약간의 보상금이 있다고 하셨습니다만 그 이상은 저도 모릅니다. 그리고 가방의 자물쇠는 타임 락 방식이라 사흘뒤쯤에 자동으로 열린다고 하셨습니다. "
"으음..그렇게 말씀하신들.."
"부탁드립니다. 주인님의 마지막 부탁을 이뤄드릴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느닷없이 바닥에 엎드려 머리를 땅에 조아리는 쿠로사와를 보곤 에파는 재빨리 쿠로사와를 일으켜세웠다.
"알았어요 알았다구요. "
"정말이십니까?"
"그래요, 뭐 리에 정도면 어디가도 빠지진 않을 아이니까요."
"다행이군요. 정말로 감사합드립니다."
"하지만 중요한게 빠지지 않았나요?"
"어떤것 말씀이십니까?"
에파는 옆머리를 만지면서 손바닥으로 리에를 가리켰다
"본인의 마음을 물어야죠."
쿠로사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리에에게 말했다.
"리에양. 주인님의 명령입니다."
에파가 손을 내저었다.
"그러시면 안되죠. 적어도 선택지는 줘야.."
"괜찮습니다. 손님께 맺은 계약도 있고 손님께서도 계약을 완수하신것 같으니."
"계약? 무슨계약 말입니까?"
쿠로사와가 물어봤지만 에파는 얼버무렸다
"그런게 있답니다. 뭐 그러면 그런걸로 할까요.."
"그럼 다시 한번 부탁드리겠습니다."
거의 구십도로 고개를 숙인 쿠로사와가 방을 나갈때쯤. 
타아앙- 이라며 총성이 울렸다.

"7.62mm , 두발. 50미터 이내. 쿠로사와씨, 리에양을 부탁해요!"
M60을 집어든 에파는 총성이 들린곳으로 뛰어들어갔다.


교전 예상 지역에 도착한 에파는 어두운 복도를 향해 총을 겨눴지만 총을 든 범인은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총을 들고 서 있는 범인이 없었다. 그곳에는 총을 옆에 떨어뜨린채 쓰러져 가쁜 숨을 쉬고 있는 아이노미야 겐이 있었으니까.
"이런 세상에.."
저항할수 없어보이는 겐에게 다가갔다. 수류탄같은게 있는것도 아닌이상 갑자기 저항할리는 없어보였다. 
실제로도 가까이서 본 겐은 총알 두발을 복부에 맞았다. 
출혈이 심하네. 당장 막지 않으면... 이라고 생각한 에파의 머리 바로 위로 탄환이 지나갔다.
곧바로 들려오는 총탄의 바람 가르는 소리, 이어지는 약간 힘이 없는 총성, 초음속탄이다, 사격 방향은 후방. 
판단을 끝낸 에파는 재빨리 근처 코너에 숨어들어가 M60만 내놓고 격발했다
베트남전때부터 화력을 뽐내온 검은색의 강철 돼지가 탄띠를 집어삼켜가며 불을 뿜자 상대의 사격도 멈췄다. 


------------

총이란건 방아쇠를 당겼을때 격발은 되어야 총이라고 부를수 있는겁니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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