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타 2 - 밤의 추적자 팬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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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먼 옛날, 그 누구도 지금과 그 때의 시간의 거리를 가늠하지 못할 정도로 오래 된 시대에 산으로 둘러싸인 영지 위에 세워진 성이 있었다. 그 성의 영주는 남부럽지 않은 재력과 정부로부터 멀리 떨어진 거리의 이점을 이용하여 권세를 잡고 마치 자신이 왕인 마냥 살고 있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면 시찰할 때 봐두었던 고운 농부의 딸이 알몸으로 침실로 들어왔고, 손가락질 한 번에 다음 날 아침 그 사람의 목이 창 끝에 매달려 있었다. 그는 그렇게 평화롭게, 자신의 일상을 반복하며 왕처럼 떵떵거리며 살고 있었다.


어느 날, 그의 침실에 인기척이 나서 문득 눈을 떠보니, 창문은 열려 커튼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고, 달빛이 정면으로 들어오는 가운데 테라스에 한 여자가 걸터 앉아 있었다. 그는 경비병을 부를까 했지만, 여자가 상당히 아름다운 것을 깨닫고 그만두었다. 그는 그녀더러 가까이 오라 명했다. 아우구리 계곡의 영주로서. 그러나 그녀는 자존심이 센 여자인 모양인지 가만히 있었고, 그렇게 몇 시간이 흘렀을까.

달이 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는 달빛이 창문 옆으로 스쳐 지나가자마자 허공으로 스며들 듯 사라졌다. 보통의 여자였다면 영주는 아마 그녀를 잊었을 것이다. 뭐 저런 년이 다 있나. 내일 아침 시찰을 나가서 누구 딸년인지 알아 보아야 겠다. 라고 침을 뱉으며 얼굴을 구기며 잠시 궁시렁 댔을 것이다. 그러나, 후일 그에게 참으로 애석하게도, 그녀는 정말 달빛 만큼이나 아름다웠다. 영주는 일어나자마자 전속 환쟁이를 불러 그녀의 얼굴 그림을 그리게 한 후 영지 내에 빼곡하게 붙여 신원을 확인하고자 했다. 그러나 그 누구도 그녀의 정체를 알지 못했다. 날마다 날마다, 밤이 올 때마다 그녀는 항상 테라스 난간에 걸터앉아 다리를 천천히 휘저으며 그를 바라보았고, 그는 애석하게도, 손을 뻗고, 발걸음을 옮겨 그녀를 만지고 그녀를 가지고자 했으나 시찰을 나갔을 때만 해도 신나게 농부들을 채찍짏하던 체력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옴짝달싹 못하게 되어 있었다. 날이 지날 수록 영주는 그녀에 집착하게 되어 정말로 그녀를 모르는 평민들에게 채찍질을 하며 심문하기에 이르렀고, 그 채찍은 경비병, 근위대, 하인, 신하, 기사들에게까지 이르렀다.

그렇게 그의 영지에서는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갔고, 너덜거리는 창문에 부서진 지붕 날개를 바람에 휘날리는 폐가만이 늘어갔다. 그의 대전에는 몇몇 신하들 외에는 아무도 남지 않게 되었고, 그 신하들은 떠나간 하인들을 대신해서 성의 잡무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그는 점점 미쳐갔다. 낮에는 영혼이 빠져나간 마냥 가만히 대전에 앉아 식음을 전폐했고, 해가 지려는 시간에는 귀신같이 침소로 뛰어가 누워 그녀를 기다렸다.

그렇게, 그 해의 마지막 보름달이 떴다.




양초는 이미 다 쓰고 없어져 방 안은 캄캄했다. 몇 명의 신하가 또 도망쳤을까. 그는 그런 생각 따위는 하지 않은 채 오직 그녀의 가녀린 다리. 그녀의 아름다운 머리카락. 그녀의 향기를 싩고 창가에서 불어오는 실낱같은 바람. 그런 것을 생각하며, 그녀를 기다렸다. 그녀를 기다렸다. 그녀를 기다렸다. 그녀를 기다렸다. 그녀를 기다렸다. 그녀를 기다렸다.



그녀는 오지 않았다.
영주는, 아니 남자는 초조해 했다. 그녀를 찾아 나서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이 움직여졌다. 그는 문을 박차고 대문을 혼자 밀어서 열고 계단을 구르다시피 내려가고 성문 도르레를 돌려 밖으로 나갔다. 미친 듯이 달렸다. 달이 떠있는 동쪽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렸다. 아우구리 계곡의 가시덩굴에 스쳐 몸이 만신창이가 되고, 몰락한 수도원에 스며 있는 죽음의 바람을 마시며, 한 몽마에 의해 몰락한 성의 잔해에 발을 베여가며 달렸다. 그렇게 그는 몇 년이고 달리고, 또 달렸다. 낮에는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밤이면 나타나 달리는 사내에 대한 이야기가 퍼져갔다. 사내의 몸은 점점 울그락 불그락 해지며 심줄과 핏줄이 비정상적으로 피어나기 시작했고, 몸은 밤에 물들어 거무푸르딩딩해졌으며, 한정된 시간 안에 더 많이 더 빨리 달리기 위해 날개가 뻗어 나갔다. 입은 그녀의 냄새와 그녀로부터 불어오는 미약한 향기를 최대한 담기 위해서 갈라져 갔고, 귀는 그녀의 발소리를 듣기 위해 비정상적으로 커졌다. 그렇게, 그는 낮과 밤 사이에서 밤을 택했고, 셀레메네의 은총을 받았다.

그렇게 그는 아우구리 계곡의 남작이 아닌, 셀레메네의 은총을 받은 발라나로서, 수 많은 영겁의 밤을 헤매며 달리는 밤의 추적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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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달리고 달려 발라나는 어느 제단에 도착헀다. 그 제단 위에서 달을 바라보니 정 중앙에 떠있었다.
셀레메네의 제단이었다. 그리고, 그는 문득 그녀의 향기가 엄청 가까워져 있다는 것을 느꼈다. 제단 위에 놓인 실루엣이 보였다.


그녀였다.



발라나는 그녀를 붙잡고 이리 저리 만지며 핥고 쓰다듬으며 포효했다. 하지만 이상했다. 밤공기가 차갑다고는 하지만 그녀의 몸이 왜 이렇게 차가울까? 그렇게 그는, 그녀의 아름다운 가슴을 뚫고 뭉게버린, 길다란 화살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화살에 뚫린 장문의 문서까지도. 그는 울부짖었다. 온 세상의 밤에 자신의 존재를 선포했다. 지옥 끝까지라도 쫓아가리라. 지옥에도 밤이 있을 것 아닌가. 반드시 달려가서 갈퀴로 찣어버리고 발겨버리리라. 각오했다. 그는 그녀의 몸을 마지막으로 기억하려는 듯 천천히 쓰다듬고 입맞춘 후,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글을 읽은 지는 오래되어 기억이 희미해져 갔지만 그는 천천히 달리며 놓여있던 문서를 읽었다.


생귄, 셀레메네의 셋 째 딸, 여기 어머니 셀레메네께 제물로 바칩니다.


그는 그 문서의 종이의 냄새와 잉크의 냄새, 그리고 살며시 묻은 필자의 손 냄새를 킁킁거리며 달리기 시작했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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