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을 맞는 이야기.

폭신폭신 0 2,393
"신들이 이 세상을 창조할때에..."
간만에 기합이 잔뜩 들어간채로 교실에 들어왔던 마리아 교관이 잡다한 인삿말 다음으로 한 말은 어처구니 없는 말이였다.
"교관님, 뭐라고 하셨어요?"
"신들이 이 세상을 창조했을때..라고 했었는데요?"
오늘 교관이 뭔가 이상하다. 느닷없는 창조설에 이젠 존댓말까지 한다.
"느닷없이 창조라고 하신들.."
"세리 훈련병이 이해를 하든 안하든 나와는 상관없어요.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연방의 공식적인 의견이라는걸 알아두고 그냥 들어줬으면 하네요. 그리고 세리양은 어머니 자궁에서 태어났으니 모르겠지만 난 처음부터 인간의 손에 창조된거라 딱히 이상하다는 느낌도 없다고요."
"네..알겠습니다."

내가 자리에 앉아 마리아 교관은 이야기를 계속 했다.

"그래요, 아무래도 처음듣는 훈련생들도 있으니 좀더 근원적인 곳부터 시작하죠. 우리가 우주라고 부르는곳. 그러니가 우리가 딛고 있는 지구라고 불리는행성을 표함하고 있는 이 우주는 신들의 놀이터 비슷한곳 이였어요.  질문은 있다가 받을테니 손 내려요.  원래대로라면 수천년동안.. 그래봐야 신들에겐 얼마 안되는 시간이지만. 어쨌든 신들은 제법 오랫동안 써왔던 이 우주를 없애고 새 게임을 짜려고 했었죠. 인간들이 더이상 신들조차도 통제할수 없는 무기를 손에 넣었기에. 뭐. 과거 이야기로 말하고 있는걸 보면 알겠지만 지금은 알바 없는 이야기예요. 신들은 이 우주를 없애긴 커녕 우두머리가 살해당했고  제1차 대신전쟁, 그들 말로는 피조물들의 반란을 짓눌러주겠답시고 괜히 덤비다가 얼마 되지도 않는 신족들의 숫자만 반토막 났죠. 신들의 세계는 핵으로 쑥대밭이 됐구요. 물론 그에따른 희생도 엄청났습니다.  전쟁 초반에 신들에게 통하는 무기가 전혀 없었을 때의 무력감이란.."

교관은 잠깐 몸서리를 치더니 화면을 밝혔다. 화면은 별들이 가득한 우주였다. 
"뭐 더 알고 싶으시면 역사시간에 들으시고. 본론으로 들어갈게요." 
마리아 교관은 화면을 바꾸었다. 나체의 여성들이 몇 서있었다. 맨 왼쪽은 인간이였지만 오른쪽으로 가면 인간과의 차이점이 보였다. 악마처럼 꼬리가 달렸다던가 귀가 뾰족하다던가 심지어 하반신이 동물인 사람도 있었다.

"이 모두가 신들의 입장에선 인간입니다. 그리고 연방의 입장에서도 모두가 인간이죠." 
마리아 교관이 말을 잠시 끊고 급우들을 둘러봤지만 아무도 말을 하질 않았다. 나처럼 모두 놀란걸까.

"여러분들중에 이들을 보신적 있나요?"
그럴리가..
하지만 에밀리가 손을 들었다.
"저들은 신화나 전설속에서 종종 등장하는 괴물들입니다."
"네, 맞습니다. 한참 전 과거에는 신들의 농간으로 자신들의 별이 아닌곳에 배치되기도 했고 그 후에도 신들로부터 흘러나온 이야기가 내려오기도 했었죠."
배치?  마리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마리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듯 눈이 마주쳤다. 서로 이해가 안가는 모양이다.

"이 우주에 인간만이 살고 있지 않아요. 하지만 이 우주에 있는 수많은 별들에 살고 있는 생명체중 주도권을 잡고 있는 생명체라면 인간..이라기보단 인간 비스무리한 종족들..이라는편이 맞겠죠. 이건 신들이 의도한 사항이예요. 비교하자면 온라인 게임에서 사람들이 플레이 하는 캐릭터는 인간이거나 인간과 비슷한 아종족이듯. 신들도 자신들과 비슷한 종족을 주역으로 창조한거니까요. 다만. 인간도 신과 같지 않듯 다른 별에 사는 인간들은 우리가 인간이라고 생각하는것과는 좀 다를수 있답니다. 뭐 신들도 취향이라는게 있을테니까요."
그러고보니 여기에 온 첫날 교관이 했던 말중에 비슷한 말이 있었던것 같은데....

"이 모두가 신들의 입장에선 인간입니다. 그리고 연방의 입장에서도 모두가 인간이죠." 
마리아 교관이 말을 잠시 끊고 급우들을 둘러봤지만 아무도 말을 하질 않았다.

"뭐,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직접 보시는게 낫겠죠. 들어오세요."

앞문으로 누군가가 들어왔다. 그리고 또 들어왔다.
조명을 꺼놨기에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여섯명째쯤 들어왔을때. 하반신이 동물인 사람이 들어왔다.
"..아..."
그렇게 인간이 아니라는 자각이 들었을때쯤 마지막 사람이 들어왔고. 마리아 교관이 불을 켰다.

"안녕하세요!"

정신을 차렸을땐 인간과 비슷하지만 비슷하지 않은 그녀들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한 후였다.




 
"6번, 6번 뽑으신분?"
제비뽑기라니, 최첨단 과학기술을 가지고서도 이런걸로 추첨이라니.
내 제비에는 6번이 쓰여있었다. 손을 들었다.  그러자 하반신이 말인 소녀가 내앞에 섰다.
키 크다... 
어여쁜 드레스차림의 그녀는 내게 손등을 내밀었다.
"제 이름은 아드리아나 데 벨라스. 손등에 키스해주세요."
"에?!"
당황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더니 어느샌가 그녀의 등 뒤에 선 마리아 교관이 '해, 당장 해!' 라는 쪽지를 들고 있었다.

http://i.imgur.com/Pslxc1O.jpg


어쩔수 없이 손등에 입을 맞춰주었다. 마리가 뭐라고 생각할까? 그런생각이 들어 마리쪽을 바라봤지만... 마리는 또다른 말 소녀에게 리드당하고 있었다. 마리쪽은 아드리아나와는 정 반대로 중갑을 입은 기사같은 모습이였다. 마리 말고도 다른사람들도 휘둘리고 있긴 매일반이였다. 에밀리는 옷을 입은건지 안입은건지 모를 뿔달린 여자애한테 잡혀있었고 알료샤는 밝은 분위기의 소녀와 담소를 나누고 있었으며 그 외에 사람들도 이리 저리 휘말리고 있었다.

"귀하의 성함은?"
아드리아나가 물어왔다
"유세리..입니다." 그녀의 몸에 깃든 품위가 하반신이 말인 괴물이라도 말을 높이게 만들었다.
"높이지 않으셔도 된답니다. 왕족으로서 온것이 아닌 그저 친구가 되기위해 온 것이니까요. 하지만 인사를 나누기엔 좀 복잡하군요."
아드리아나가 그렇게 말하며 마리아 교관쪽을 바라보자 마리아 교관은 알았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자, 오늘 오전 훈련은 딱히 없으니까 각자 맡은 이종족 친구들을 데리고 근처 산책이라도 다녀오시면 됩니다."




"세리야! 같이가!"
뒤돌아보니 마리가 거친 숨을 쉬며 쫒아오고 있었다.
"인간이란 것들은 원래 이렇게 지구력이 부족한가?"
무거워보이는 갑옷을 상체는 물론이고 말 모습의 하체까지 두른 여자가 말했다.
"세리야, 총 있으면 이사람 쏴버려!"
"마리야, 손님을 쏘면 안돼."
"감정 조절도 못하는건가.."
"아까부터 이런식이야. 계속 우리 인간을 깔본다니까!"
"깔보는게 아니라 그저 사실을 있는 그대로.."
"그만하세요 칼리스토양."
"네."
"우리가 여기 온것은 인간들을 깔보기 위함이 아니라 서로를 잘 이해하기 위함입니다. 그것을 잊는일이 다신 없기를 바랍니다."
"송구하옵니다."
"그럼 그녀에게 사죄를."
"네."

순식간에 기사를 제압한 아드리아나, 게다가 기사는 앞다리를 굽히고 고개를 깊게 숙였다.
"사죄드립니다."
"아, 그..괜찮아."
"그러시다면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기를."
마리가 기사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기사는 다시 원래대로의 자세를 취했다.
"감사합니다."

"잘 해결됐군요. 세리양, 이쪽은 제 가신인 칼리스토 티베르나입니다. 칼리스토. 이분은 절 담당하게 된 유 세리양이라고 합니다."
"부디 저하를 잘 부탁드립니다."
"아...네.. 아 벨라스 이쪽은 제 친구.."
마리가 순식간에 표정을 험하게 했기에 말을 고쳤다.
"가 아니라 애인인 마리안느 뒤샹이라고 해요." 
"호오.. 혼약자 분이셨군요.."
"아니 그건 아니고.."
"아닌가요? 하지만 세리양은 이미 약혼을 하고도 한참 지났을 나이인걸요??"
"아니 일단 우리들은 그런걸 한참뒤에나 하니까.."
"아, 그렇군요. 저희 기준으로 생각해서 죄송합니다."
"아뇨.. 서로 잘 모르니까.."
"그렇군요... 저희는 처음으로 사냥을 성공한 해의 생일에 약혼자를 정한답니다. 사실 서로가 원한다면 약혼을 바꿀수 있긴 하지만.. 때문에 아직 마음에 드는 상대가 없을땐 나중에 서로 헤어지기로 하고 약혼을 맺는 경우도 있답니다. 안그러니 칼리스토?"
"네, 물론입니다."
"후훗.. 칼리스토는 제 약혼자거든요. 지금은."
"아..네..."

뭐가 뭔진 모르겠지만 문화가 다르다는건 알겠다.

"참, 여기에서 꼭 보고 싶었던게 있어요."
"아, 뭐 어떤걸?"
"기사입니다!"
갑자기 아드리아나의 눈빛이 한껏 흥분한 눈으로 바뀌었다.
"지구인들도 기병이 있고 기사도라는게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걸 꼭 이 두눈으로 체험하고 싶습니다."
"아.. 기사라니.."
기사라니, 그런건 수백년전에 사라진지 오래다. 아니 가끔 누가 기사작위를 받았다고 해외뉴스에 뜨긴 하지만. 그거랑은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그렇다고 '그런건 없어요 데헷!' 이라고 할수도 없다. 아드리아나 뿐만 아니라 칼리스토도 이미 눈빛을 초롱초롱 빛내고 있었던 것이다.
"아.. 그럼 잠깐만."
못미덥긴 해도 이수밖에는.


"마침 잘됐네. 거기서 모노레일을 타서 육상 훈련장 정거장에서 내려서 동쪽으로 가다보면 제4 훈련장이 있는데 거기서 제8 기병연대랑 14 용기병연대가 모의전 훈련중이야. 데리고 가봐."
의외로 깔끔한 대답이 돌아왔다. 기병연대라니. 아직도 기병을 쓰고 있었단 말이야?
어쨌든 모노레일에 탄 두 사람..인지 말인지 아무튼 아드리아나와 칼리스토는 모노레일도 꽤나 신기하게 느끼는듯 하다.
"과연. 지구력이 떨어지니 이런걸로 이동한다는건가..!"
"우리에게도 이런게 있다면 대규모 공사에 도움이 되겠는걸.."

설마 저 나라에선 차량같은게 전혀 없는걸까..

"그러니까.제4훈련장이면.. 이쪽이네. 따라와."
"네."
마침 정거장에서 주먹밥을 까먹고 있던 여자 한명이 있어서 안내를 받을수 있었다. 
"말 아가씨들인가. 지구에선 처음보네."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거 먹을래?"
"인간들은 이런걸 주식으로 먹는다는건가..."
칼리스토가 뭔가 오해를 하고 있었지만 그냥 모른척 했다.


"여기가 제4 훈련장의 특등석이지." 
숲 바로 옆에 도로가 있었고 그 너머에는 넓은 들판이 있었다.
"좋은 들판이로군요.. 격전의 장으로선 더할나위 없겠습니다."
"음..저 숲에 매복작전을 펼쳐도 좋을것 같은데..."
무언가 전술적인 이야기에 빠진 두 사람..말 ..아무튼 둘.
그때 귀청을 찢는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마침 시작이로군. 저길봐."

선배가 가리킨곳에는 헬리콥터가 잔뜩 있었다.
"뭐죠 저건?"
"뭐냐니, 헬기잖아."
"하지만 저흰 기병연대간의 훈련이라고 들었는데요?"
"맞잖아?"
"네?"

선배는 손가락으로 헬기들을 가리켰다. 
"저기가 제 8 공중기병연대. 애칭은 프린세스 줄리아나 기병대."
그리고 선배는 다른쪽을 가리켰다. 도로위에서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저쪽이 제 14 용기병 연대. 애칭은 빌헬미나 기갑척탄병단."
"하아?"
"뭐냐, 진짜 말들이 싸우는걸 바란거야? 말이나 되냐. 너랑 나랑, 니 친구 셋이서 기관총만 쏴갈겨도 기병 연대가 전멸일거다."
"그건 그렇지만요.."
"요즘 시대에는 전차와 장갑차가 중기병이고 공격헬기가 궁기병인 셈이지 뭐. 어차피 보병들이야 예나 지금이나 죽어나가는거고."
"그런가요.."

헬리콥터들의 미사일 일제사격으로 훈련의 막이 올랐다.




"인간들은... 정말로 대단하군요.. 하늘을 나는 기병이라니..."
"우리들보다 훨씬 앞서있지 않은가..."

비록 기병은 없었지만 둘은 완전히 인상깊은 경험을 한 모양이다.

"봤니 칼리스토?  완전히 그 무시무시한 중갑기병을 일방적으로 가지고 놀았어!"
"무슨말씀을 하시는겁니까 공주님. 수많은 공격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전진하는 중갑기병을 보지 못하신겁니까?!"
"무슨소리야. 궁기병이 뭘 한발 쏘니까 콰앙하고 터져서는!"
"요란하기만 했지 실제로는..."

아무래도 둘의 눈에는 기병들의 격전으로 보인 모양이다...
그렇게 한창동안 격전을 벌인 두사람은. 각자를 담당한 우리에게 말했다
"저를 인간들의 공중기병으로 훈련시켜 주세요!"
"나를 인간들의 중갑기병으로 훈련시켜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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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샬럿을 다시 쓸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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