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가는 이야기.

폭신폭신 0 2,009
훈련소라는곳. 가본적은 없었지만 TV프로그램이나 영화같은데서 본적은 있었다. 이리 저리 소리지르는 조교라는 사람과 욕설을 퍼부어대는 교관이라는 사람. 큰 목소리로 대답하는 훈련병들.
같은건 이곳에는 없었다.

"이래서야 그냥 학교같지 않아?" 내 팔에 찰싹 달라붙은 마리가 주변을 훑어보며 이야기 했다.
마리는 언제 중병에 걸렸냐는듯 팔팔했다. 시체같았던 비부는 팔팔한 심대소녀의 분홍빛도는 하얀 피부가 되었고 제대로 뛰어보지도 못했던 다리는 어지간한 급우들보다 훨씬 튼튼해졌다.  2차성징시기가 다 지나서 왜소한 몸매 그대로 평생 가야할것 같았지만 의사선생님, 아니 군의관님이 말하기를 나노머신을 가동시켜 2차성징을 재유발할테니 다시 성장할거라고 했었다. 

 나는 마리에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학교. 다른점이 있다면 칠판이 뭔가 굉장히 비싸보이는 거대 모니터라는것과 그외 책상이나 의자같은것도 비싸보이는 것. 그리고 교실 크기에 비해서 자리가 매우 적다는정도. 20개밖에 되지 않았다. 그나마도 앉아있는 학생..이라고 할만한 사람의 수는 우리 둘을 합쳐도 열다섯이 전부였다. 
설마 잘못 찾아온건 아니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때 누군가가 튀어나왔다

"혹시 그쪽 한국인?"
"네? 아, 맞는데요.."
"오, 역시. 이몸의 분별력은 대단하다니까. 보통 동양인은 구별하기 힘들단 말이지, 호호호호홋.."
"뭐야 얘?"
마리의 일침에 갑자기 말을 걸어온 여자앤 살짝 자세가 흐트러졌지만 금새 바로잡으며 양손을 가슴께에 올려놓고 맞잡았다.
"물어보시니 대답하지 않을수 없겠네요. 저는 준비된 인재인 에밀리 에트몽데스입니다! 훗."
대답이 없자 에밀리는 혼자 말을 이어갔다.

"저는 말이죠, 여신연방군에 입대하기 위해서 오년이 넘는 준비를 해왔답니다. 당신과 대화중인 한국어 정도는 마스터!"
그러고보니 에밀리는 우리말을 쓰고 있었다.
"발음 이상한데."
"신경쓰지 마라!"
"..뭐야..."
마리의 태클을 가볍게 넘겨버린 에밀리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바뀌더니 말소리를 낮췄다

"두분은 역시, 사랑의 도피?"
"아니 그런건 아니고."
"맞아! 사랑의 도피!"
"어이.."
"괜찮지 않습니까? 연방은 레즈비언 커플의 도피처로 딱이니까요. 저에겐 아직 운명의 상대가 없었습니다만, 이제 영원의 시간이 주어졌는데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뭔소리야.."
사랑의 도피라는 말이 마리에겐 제법 맘에 든 모양이였다. 마리건 나건 둘다 집안에서 허가 받고 온건데 말이지..
"에밀리는 뭐때문에 여기 왔어?"
"최첨단을 달리고 싶기 떄문이지요. 인류는 이제야 화성에 인간을 보내겠다고 소란을 떨지만 연방 우주군은 벌써 외행성에 기지를 세우고 있다구요. 어줍잖은 첩보,통신위성을 가지고 우주군이니 전투 위성이니 하며 주접떨고 있을때 연방군은 벌써 우주요새를 건축했고 우주전함으로 구성된 함대를 가지고 외계 생명체와 전쟁을 벌이고 있단 말입니다! 아직도 광속을 넘을순 없다며 세대간 우주선이나 구상하고 있을때 연방은 벌써 초공간 도약을  버스 타듯 쓰고 있다구요!"
"미안, 뭐라는지 하나도 모르겠어."
"정말로 무식하네, 정말로 우주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나라에 살았던거 맞아요?"
"뭔데 그건."
"하아.. 등잔밑이 어둡다더니.."
에밀리는 혼자 한숨을 쉬더니 또다니 쏜살같이 말을 이어갔다

"잘 들어요. 수십년만 지나면 이제 인간이 지구밖에 살수 있을지도 몰라요. 농사도 지으면서! 제2의 지구까진 아니더라도..."
"그건 틀린말인걸."
"뭐예욧!"
갑자기 에밀리의 등 뒤에서 들려온 말에 에밀리는 화를 내며 뒤돌아섰다
"테라포밍 완료된 행성은 벌써 30개가 넘었고 제2 다이슨 스피어는 건설이 완료되었고 테라포밍 진행중이다. 제2의 지구니 제3의 지구같은건 이미 널리고 널렸어."
"거짓말하지 말라구욧! 이몸이 얻은 정보는 천문학계의 최첨단을.."
"믿거나 말거나."
에밀리의 말을 끊은 그녀는 교탁위치쯤 되는 테이블 뒤에 섰다.
"어찌되었든, 오늘부터 훈련과정 수료까지 여러분을 담당하게 된 훈련교관 마리아 21 제국 우주군 소령이다. 주특기는 외우주 위력순찰. 잘부탁한다."
우리들이 앉아있는 책상에 그녀의 사진과 한글,영어,일본어로 쓰여있는 이름, 기타 세부사항과 계급등이 쓰여있는 문서나 나타났다. 아무래도 사실인 모양이였다.

"뭐, 에트몽데스 양의 말은 좀 부족한면이 있었지만 절반은 맞다고 할수 있겠지. 지금 연방에겐 영토도, 자원도 부족하지 않다. 연방에게 부족한건 단 하나. 인력이지. 바로 여러분들같은 인재말이야. 사실대로 말하자면 굳이 처녀만 골라받지 않고 전 인류를 다 긁어모아도 모자르다고 할까나.."
"저기 질문이요."
"내말 끝나고 해라."
"앗 넵."
누군가의 질문을 순식간에 제압한 마리아 교관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지만 난 전혀 이해를 할수 없었다. 탄호이저 게이트는 뭐고 반짝이는 c빔이 대체 뭐란 말인가.
"그래서 질문?"

"저요."
"아, 그래 코코양?"
"선생님은 이름이 왜 그래요?"
"아 21때문에 그런가보구나. 뭐 그거야 난 마리아급 메이드로이드의 21번째 출하형이니까 그렇지."
"이해를 못하겠는데요."
"로봇이라고 로봇."
"네?!"

아무리봐도 인간으로 보이는 선생..아니 교관은 스스로를 로봇이라고 했다.
"말했잖니, 다른 나라와 연방의 기술 격차는 차원이 다르다고. 게다가 난 엄청 구형이다? 제국의 최신형들은 프레임 자체가 없어. 그냥 나노머신에 유전자 정보를 주입해서 수태시키면 스스로 근처의 자원을 먹어치우면서 증식하고 한달정도 지나면 꼬마정도가 된다니까. 뭐 말하자면 세포 대신 나노머신인거지."
"거짓말."
"뭣."
"무슨 로봇이 가슴이 이렇게 말랑말랑해요?"
"츠바키양? 30점 감점."
"엣?"
얼굴이 굳어버린 츠바키라고 불린 여자애를 무시하고 마리아 교관은 말을 이었다.
"우리들은 이름에서부터 알수 있듯 하녀로 써먹으려고 개발되었거든. 뭐 어쨌든 어지간한 인간보단 괜찮은 성능이니까 모자른 인간이나 기타 종족과 함께 전투에 투입되고 있고. 그전에 위험한 외우주 근무는 대부분 우리같은 메이드로이드 들이라구? 구축함 같은 소형함엔 인간 함장조차 보기 힘들어."
그러다가 갑자기 한숨을 쉬었다.
"나도 돈모아서 신형바디로 바꾸고 싶다... 섹스란거 해보고 싶어.. 나같은 극초기형은 못한단 말야.. 빌어먹을 통신판매만 아니였어도."
쇼핑 중독인가.. 묘하게 우리 엄마같은 사람..아니 로봇이다.

"뭐 아무튼!"
교관이 갑자기 교탁을 쳐서 놀랐다. 교탁도 모니터인데 괜찮나 저거.
"오늘은 첫시간이니까 설렁설렁하자. 그래 서로 친해지자는 의미에서. 어째서 연방에 자원했는지를 들어볼까? ..아, 여기 납치됐거나 끌려온애는 없지? 그럼 알아서들 이야기 나눠. 난 몬헌이나 해야지."
어이. 교관님.

휴대용 게임기를 꺼내들고 게임을 시작한 교관은 아무래도 할 생각이 없어보였다. 그냥 우리끼리 대화를 나누는 편이 나아보인다.

"난 펠리시아 에볼트 마르트그리드. 무기가 너무 좋아서 자원헀어!"
밀덕이냐.
"난 델핀 리. 집안 사정이 안좋아서.."
"저런.."
"괜찮아. 덕분에 빚은 다 갚은것 같으니까. 어차피 학교에서 내 가슴이나 훔쳐보거나 치근덕대는 남자들 싫었고. 여기 끝나면 가서 다 쏴버려야지."
무섭다..
"저는 세실리아 데 멜키트예요. 에...부끄럽지만 자원했던 이유는.. 이세상 모든 미녀들과 동침해보고 싶어서예요.."
귀여운 얼굴로 무슨말을 하는거야.
"전 돌로레스, 어머니가 공중화장실에서 절 낳고 그대로 두고간 바람에 성도 없네요...  고아라서 갈곳도 없고... 돈도 없고... 가진거라곤 몸밖에 없어서 거리로 갈바엔 이쪽으로 왔어요."
"그런..."
"이쪽이 훨씬 낫다니까. 밥도 맛있고."
"그러네요."
"그러고보니 다들 한국어 하네?"
"여기 오기전에 교육 받잖아?"
"그래?"
"당신은 안받았나요?"
"세리는 한국인이고 이쪽인 마리는 한국에서 오래 살았대"
"아..."
뭐야, 에밀리가 대단한게 아니였던건가?
"세리씨와 마리씨는 어쩌다 지원하셨어요?"
"아, 그게.."


"그래서 연방이 뭔지는 잘 모른달까.. 그냥 치료가 목적이였으니까."
마리의 이야기를 하자 다들 뭔가 대단하다는 표정으로 우리 둘을 바라보았다. 마리의 얼굴은 새빨개져 있었고 아마 나도 그렇겠지.

"그래서, 했냐."
"에? 히익"
어느샌가 교관이 머릴 들이밀고 있었다.
"했냐고 그날밤."
"비밀!"

아무말도 않고 있던 마리가 튀어나와서 말하자 교관은 숙였던 허리를 펴서 일어났다
"젊은애들은 좋구만.. 아무튼 대충 안면을 텄으면 맛뵈기로 훈련을 하러 가볼까! 전원 일어나!"
열다섯명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마리아 교관의 뒤를 따라갔다.


"쏴 봐."
"..네?!"

열입곱명이 똑같은 대답을 했다.
탱크탑과 핫팬츠 사이로 단련된 복근이 보이는 이번 수업의 교관이 한 말에 대한 대답이였다
그도 그럴것이 교관은 우리들  열 다섯명에게 총을 던져주고는 다짜고짜 한말이였다.
"연방식 교육법이다, 쏴. 그리고 총구는 절대로 아군을 향하지 말고."

하다못해 쏘는 방법이라도 알려주던가! 
그런 생각을 하고 총을 보며 골몰히 생각하고 있었을때 굉음이 들렸다
난생 처음듣는 총성이 연달아들리자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였다.  총성의 주인은 돌로레스. 돌로레스는 주저앉은채 혼이 빠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 지려버렸나."
모두의 시선이 돌로레스한테 가있을때 또다른 총소리가 들렸다
두번, 세번, 두번, 아까처럼 길게 이어지는게 아니라 짧게 몇번씩 반복됐다.

"재장전!"
펠리시아였다.
"이번엔 쓸만한 녀석이 좀 들어왔나보네. 뭐 하냐, 너희들도 어서 쏴!"
그러자 모두들 펠리시아를 따라하기 시작했다.

"귀가 멍멍해.."
"좀있으면 괜찮아진대." 
마리의 귀를 만지작거려주자 귀가 점점 빨개지는것 같다.

"넌 현역 지망이냐?"
사격 교관이 펠리시아에게 말을 걸었다.
"글쎼요. 일단은 무기를 쓰는게 좋지 사람 죽이는것 까지는.."
"사람이라.. 아무튼 사고는 조심해라."
"네!"
"어이 마리아, 이녀석들 데려가."
"네 네~" 
 


다음 수업은 그나마 익숙한 실내 수업같은거였다.
"유세리양, 발포 허가 요건이 뭐라고 했죠?!"
"넷?! 아 그러니까..음.. 에.. 상대방히 흉기를 꺼냈을때입니다."
"틀렸어요. 그냥 쏘고 싶으면 쏴버리면 됩니다. 이런것도 틀리다니 커플은 역시 바보네."
마리아 교관의 악의 섞인 대답만 돌아왔다.

"그냥 상대가 못생겼다고 생각해서 쏴도 상관없고. 정말로 범죄자라서 피치못해서 쏴도 상관없어요. 하지만 우리는 인간이니까. 최소한의 자제력은 기르도록 합시다."
"선생님은 로봇이라면서요."
"코코양, 자꾸 이상한 소리 할래요? 어디 한번 감점 더 먹어서 유급 한번 경험해볼래요?"
"아니 그건 좀.."
"그리고 연방에선 메이드로이드도 어엿한 인간으로 취급돼요. 애초에 연방원중에 순수한 인간이 40%도 안된다구요.  여기가 지구니까 인간이 대부분 보일뿐이지 키가 인간의 열매는 되는 거인도 있고 잘 빠진 요정같은 애들도 있고 더없이 차가워서 여름철에 한명 있으면 좋을만한애들도 있고 애초에 장성분들은 전부 여신족인걸." 
"하아?"
"대체 연방에 대해 뭘 알고 있는거니 너희들."
"돈 많이 주는거요."
"레즈비언 천국."
"버진 헌터."
"헌트리스 아냐?"
"아 그러네."
"이녀석들이...!"

수업의 마지막은 총알 피하기였던것 같다.
다행히 마리아 교관님이 극도로 흥분한 상태였던데다가 권총에 총알이 얼마 없었기에 희생자는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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