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re feet song

블랙홀군 0 2,337
*소설 제목은 충사 오프닝입니다. 
**작중 등장인물인 노인보타 루카는 한참 어립니다. 거기다가 설정상 실험실에만 갇혀있다보니 존대나 예절같은 개념이 없습니다. 

----------

벨타가 깃든 나무를 뒤로 하고 루카는 또다시 정처없는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목적지도 없이 그저 앞으로만 걷던 그녀는 이윽고 눈앞에 펼쳐진 넓은 사막과 마주했다. 

'넓군. 이런 곳이 있었나? '

사막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도 없던 그녀는 호기심에 사막 안으로 들어갔다. 모래바람이 거세게 불자 그녀는 팔로 눈앞을 감싸고 앞으로 걸어갔다. 
모래바람을 뚫고 앞으로 가던 그녀는, 큰 가방을 지고 사막을 헤매는 노인을 만났다. 

"자네는 어쩐 일로 이 사막에 들어섰는가? "
"그냥 정처없이 헤매는 중인데. "
"껄껄, 재밌는 처자로군. 사막을 목적도 없이 정처없이 헤매다니... "
"그러는 당신은 왜 이곳에 있는거지? "
"나는 찾는 것이 있어서 이 사막에 들어섰지... "
"뭘 찾는데? 보물? "
"보물이라면 보물이겠지,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니까... "
"......? "
"자네도 같이 갈텐가? "
"음... 그럼 그럴까... "

그녀는 노인을 따라 사막을 가로질러 걷기 시작했다. 과연 노인이 말한 보물은 어떤 것일까, 그녀는 궁금했다. 

'보물이라는 게 뭘까? 소중한 물건? '

"그런데 보물이라는 건 뭐지? "
"보물이라... 보물은 비싼 것을 말하기도 하고, 소중한 것을 말하기도 하지... "
"비싸고 소중한 것...? 그럼 당신이 찾는 보물도 비싸고 소중한 것이야? "
"나한테는 귀한 것이지. 값을 매겨서 팔 수도 없을 만큼... "

그렇게 말한 노인은 품 속에서 사진을 한 장 꺼냈다. 

"이게 뭐야? "
"내 동생과 함꼐 찍은 사진일세. 내 동생은 이후로 전쟁에 참전해 생사를 알 수 없는 몸이 됐고, 나는 당시 허리를 크게 다쳐 징집돼지 않아 이렇게 살아있다네. "
"...... 그럼 당신은 지금 동생을 찾는거야? "
"그렇다네. 살아만 있어주면 좋으련만...... "
"...... 그럼 여기가 예전엔 전쟁터였던 거야? "
"아닐세. 내 동생이 싸웠던 곳은 여기서 한참 더 걸어가야 하지... "
"그런데 어째서 걸어가는거야? 차로는 못 가? "
"허허, 나도 차를 타고 간다면 좋겠지만 여비가 충분하지 않아서 말이야. 어쩔 수 없다네. "
"...... "

여비라는 건 뭘까? 인간들은 여행을 가는 데도 돈이란 게 필요하구나. 
지금까지 얻어먹기만 했던 그녀에게는 생소한 것들이 너무 많았다. 
연구실에 갇혀있었던 동안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구나. 

"엇차, 오늘 저녁거리가 여기 있군. "
"!!"

사막을 걷던 노인은 마침 발견한 선인장의 한쪽을 베었다. 
가시가 있어 따끔거리긴 했지만, 이내 가시를 전부 잘라낸 그는 선인장의 껍질을 깎고 알맹이를 한 입 베어물었다. 

"자네도 먹을텐가? 이 사막에서 가장 맛있는 선인장일세. "
"엑... "

마지못해 건네받은 그녀도 한입 베어물었다. 
그렇게 먹을만한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지만, 수앱맛이 달콤했다. 

"동생은 어쩌다가...? "
"나와 동생은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로 힘들게 살고 있었지. 전쟁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가난했지만 그래도 둘이서 행복하게 살았었다네. 나는 나가서 돈을 벌고, 동생은 하고싶어하는 공부를 시켰었지... 그런데 어느 날 전쟁이 터진게야. 나는 그 전날 일을 하느라고 허리를 심하게 다쳐서 참전하지 못 했지만, 동생은 그 때 나라를 구하겠다고 스스로 참전했었다네. "
"...... "
"그 후 3년만에 전쟁은 끝났지만, 내 동생은 돌아오지 않았어. 상이군인들 사이에서도 보이지 않었고, 전사자들 목록에도 없었지... 심지어는 그 후 적국에서 포로로 잡혀가 죽은 사람들 중에도 없었어... 분명 살아있을거라 믿고 싶지만...... "

그녀는 문득 벨타의 일을 떠올렸다. 
루돌프가 살아있을거라고 믿었던 그녀였지만 정작 루돌프는 급류에 쓸려온 지 여드레만에 죽어버렸었지. 
지금 이 영감이 찾는 동생도 어쩌면 그렇지 않을까. 전쟁터에서 뼈만 남아있지는 않을까,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기분탓이려나... '
"자, 일찍 잠드세나. 내일도 아침 일찍 일어나서 해가 질 떄까지 걸어야 한다네. "

오랫동안 걸어온 탓인지, 루카는 바닥에 누워 잠들었다. 여기서 누워서 잠들어도 돼나 싶었지만, 어차피 팔로 감싸고 자면 그만이고. 
곤히 잠들었던 그녀는, 다음날 아침에 눈을 떴다. 그리고 곤히 잠들었던 노인 역시 일어나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끄응... 자도 잔 것 같지도 않군... "
"여행이 처음인가보군? "
"이런 건 처음이지. 이런 걸 해 볼 일도, 할 이유도 없어. "
"자네는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없는가? "
"응. 사실 인간들이 그런것에 집착하는 이유도 난 모르겠어. "
"차차 알게 될걸세. 그걸 깨닫기까지 얼마가 걸리는가, 그건 사람마다 다른게지... 자, 가세나. 갈 길이 멀다네. "
"...... 사막을 건너가면 동생이 있는 곳으로 가는거야? "
"그렇겠지. 전쟁터였으니까... "
"...... "

며칠동안 선인장을 먹고 잠들기를 반복한 끝에 두 사람은 사막을 건나 옛 전쟁터로 돌어왔다. 
전쟁이 끝난 후 아무도 손대지 않았는지, 곳곳에는 탄피와 불발탄들이 떨어져 있었다. 

'왜 인간들은 이런 걸 남겨가면서까지 전쟁을 할까? '
"후우... 여기가 내 동생이 있었던 곳이군... "
"...... 여기야? "
"그렇다네. "

주변을 둘러봤지만 온통 잡초만 무성했다. 여기에 정말 동생이 있을까? 

"여기서 동생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까...? "
"찾아야지. "
"하지만 너무 넓은걸. "
"보물을 찾기 위해서는 아무리 넓은 곳에 가더라도 샅샅이 뒤져야 해. 정말로 소중한 것을 찾는다면 그리 해야 하는게지. "
"...... "

그녀는 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말할 수 없었다. 
제발 동생의 흔적이라도 찾을 수 있기를 바라는 노인을, 그녀는 가만히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한참동안 땅을 이곳저곳 헤집어보던 노인은 철모 하나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근처 땅을 헤집었다. 
이내 그녀는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진 노인의 표정과, 주름진 얼굴 사이로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보았다. 

"동생은 찾은거야...? "
"...... 이제서야 찾았네...... 차가운 땅에서 몇 년동안이나 묻혀있었던겐가...... "
"...... 이게... 동생? "
"그렇다네. 이 만년필...... 내가 처음으로 동생에게 사 준 것이었는데... 고이 간직하고 있었던게야... "

노인이 내보인 것은 검은 만년필 한 자루였다. 
땅에 꽤 오랫동안 묻혀있었는지, 몸통에는 흙이 묻어 있었다. 뚜껑과 몸통이 까맣고 가운데 금색 줄이 그려진 꽤 고급스러운 만년필이었다. 

"미안하다, 동생아... 이제서야 찾았구나...... "

노인은 땅에서 꺼낸 두개골을 끌어안고 말없이 울고 있었다. 
아직도 못 해준 게 많았을테고 무사히 살아있었더라면 더 좋았겠지. 어쩐지 모르면서도 알 것 같았다. 
왜 인간들이 보물을 그렇게 소중히 지키는지도 알 것 같았다. 

"...... "

한참을 흐느끼던 노인은 구덩이에 묻힌 뼈들을 수습해 가지고 온 모포에 쌌다. 

"그 뼈들은 다 어떻게 할 거야? "
"집 근처에 묻어줄걸세. 동생도 좋아할거야. "
"하지만, 여기서 또 다시 걸어가려면 힘들텐데...? "
"괜찮네. 지금 남은 돈이면 기차 정도는 탈 수 있을걸세. "
"...... "
"자네는 이제 어디로 갈 생각인가? "
"모르겠어. 또 다시 목적지를 찾아 방황하겠지... 동생, 잘 묻어주길 바래. 아마 동생도 좋아할거야. "
"고맙네. "

노인은 모포에 싼 유골을 소중히 안고 돌아갔다. 루카 역시 그 곳을 빠져나와 다른 곳으로 돌아갔다. 

Author

8,759 (78.7%)

<덜렁거리는 성격. Lv.1에 서울의 어느 키우미집에서 부화했다. 먹는 것을 즐김. >

Comment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73 고래 댓글6 레이의이웃 08.31 2335
172 切段 댓글4 Novelistar 08.27 2436
171 납치 안샤르베인 08.26 2270
170 마주침 댓글4 안샤르베인 08.18 2338
169 뒤를 무는 악마 댓글2 작가의집 08.10 3025
168 작문 쇼 댓글2 민간인 08.10 2483
167 애드미럴 샬럿 2 폭신폭신 07.30 2362
166 검은 나비의 마녀 댓글1 블랙홀군 07.17 2441
165 애드미럴 샬럿 1 폭신폭신 07.15 2479
164 섬 저택의 살인 9 댓글2 폭신폭신 07.06 2410
163 섬 저택의 살인 8 폭신폭신 07.04 2491
162 네버랜드 - 3. 엄마? 마미 07.03 2474
161 섬 저택의 살인 7 폭신폭신 07.03 2380
160 네버랜드 - 2. 알브헤임 마미 07.02 2293
159 섬 저택의 살인 6 폭신폭신 07.02 2411
158 섬 저택의 살인 5 폭신폭신 07.01 2311
157 도타 2 - 밤의 추적자 팬픽 Novelistar 06.30 2360
156 섬 저택의 살인 4 폭신폭신 06.29 2291
155 네버랜드 1. 웬디 그리고 피터팬 마미 06.28 2289
154 라노벨 부작용 다움 06.27 2393
153 파리가 사람 무는거 본적 있어? 댓글2 다움 06.27 2715
152 카라멜 마끼아또, 3만원 어치 민간인 06.26 2462
151 섬 저택의 살인 3 폭신폭신 06.26 2259
150 섬 저택의 살인 2 폭신폭신 06.24 2246
149 섬 저택의 살인 1 폭신폭신 06.23 2284
148 무제 민간인 06.22 2425
147 발을 무는 악마 댓글6 작가의집 06.19 2540
146 [본격 휴가 나온 군인이 쓰는 불쌍한 SF 소설] 나방 (#001 - 강산은 변하지 않았다. 변한 것은 사람뿐) 레이의이웃 06.11 2435
145 인문혁명 댓글2 Tongireth 06.11 2772
144 손님을 맞는 이야기. 폭신폭신 06.05 2420
143 훈련소에서 댓글1 폭신폭신 05.25 2484
142 [공모전에 낼 소설 초안] 꿈, 혁명, 그리고 조미료와 아스피린 (1) 댓글1 BadwisheS 05.19 2571
141 학교에 가는 이야기. 폭신폭신 05.13 2454
140 세달만에 첫사랑을 만나러 가는 이야기 폭신폭신 05.12 2217
139 뚜렷 한흔적 댓글2 다움 05.10 2460
138 Spinel on the air(스피넬 온 디 에어) - 프롤로그 [군대간]렌코가없잖아 04.26 2260
137 마지막 약속 댓글3 안샤르베인 04.18 2390
136 빛이 지는 어둠 속 작가의집 04.14 2579
135 아름다웠던 하늘 김고든 04.10 2476
134 이별의 아침 아이언랜턴 04.09 22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