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운 이야기

기억의꽃 2 2,837

더러운 이야기

 

 

  어디서부터 화젯거리가 그런 쪽으로 흘러갔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뭐 우리끼리는 그리 이상한 주제도 아니었지만……. 학교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난 우리들은 서로 앞다투어 자기가 경험한 더러운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아빠의 자동차앞에 시커먼 점들이 잔뜩 붙어있었는데 가까이서 가서 보니 달리는 차에 쳐박은 날파리, 하루살이 떼였다든지, 인터넷에서 나방떼들이 훓고 지나간 마을의 이미지를 보았었는데 징그러웠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시골에서 개구리가 죽어있는 것을 보았다든지, 강에 떠내려온 쥐 시체들을 보았다든지, 이야기들이 하나같이 시시해서 나는 별 흥미를 느낄 수 없었다. 하나 흥분되는 사실이 있다면 나에게는 모두에게 먹힐만한 더러운 이야기를 딱 하나 알고는 있었다는 점이었다.

다른 아이들의 시시한 이야기들을 듣던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끼어들고야 말았다.

“너희들 똥침 알지? 어린 아이들은 장난으로 똥침 똥침 거리는데 이게 사실을 은근히 위험한 행위지.”

뭔가 이상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아마 그들이 기대하던 그러한 더러움이 아니라서 그런 것 같다. 물론 나의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했지만.

“근데 똥침을 혼자서 놓을 수 있다는거 알아? 누군가가 이 방법을 생각해냈어. 적당한 굵기의 딱딱한 봉이 박혀있는 의자에 스스로 앉는거야. 그것 만으로 스스로 자신에게 똥침을 놓는 행위라고 할 수 있는거지.”

주변 친구들의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말이지, 그런 도구가 없어도 스스로 똥침을 놓을 수 있어. 그러니까 자기 손으로 말이야. ‘에이 이게 어떻게 가능해’ 싶어도 일반인이라면 두 손을 맞잡아 침을 만든 상태로 모아진 두 손가락을 충분히 자신의 똥꼬 안으로 집어넣을 수 있는거야. 어때?”

  사실 정말로 그러하다. 일반인의 유연성을 가지고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자세이고 행위인 것이다. 단지 아무도 감히 상상하지 못하였을 뿐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생각하지도 못한 사실을 생각해내었다는 자신감에서 나는 이 이야기를 당당하게 이야기한 것이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이건 오히려 나 자신에게 독이 된 오만함이었다. 하여튼 친구들은 내 이야기가 끝나자 진심으로 더럽다는 반응들을 보였다. 더럽다는 이야기가 수근수근 들리는 와중에  누군가가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에이. 그게 가능해? 실제로 그걸 한 사람이 있어?’ 나는 여유롭게 대답했다.

“뭐 직접 확인해 본적은 없지만.”

그러자 친구들의 반응은 다음과 같았다. ‘실제로 일어났을리가 있나. 그렇지만 듣고보니 가능은 한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그 다음의 반응은 나의 예상과 상식을 벗어난 것이었다. 얼굴 표정이 변한 친구들이 나에게 슬금슬금 다가오기 시작했다.

“붙잡아!”

순간 내 팔과 다리를 붙잡는 친구들. 이게 어찌된 일인가 싶었다. 친구들 중 한명이 말했다.

“직접 확인해보고 싶은걸?”

“어?”

그 말을 한 친구는 지민이였다. 그는 주변 친구들과 같이 음흉한 미소를 띤 채로 나를 살펴보고 있었다.

“앉혀!”

그들은 나를 앉혔다. 나는 교실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상태가 되었다. 친구들이 내 팔을 이리저리 움직이더니 등쪽으로 내 두팔을 모으기 시작했다. 나는 저항했고 친구들은 저항하면 다친다고 나에게 협박했다. 나는 내 주변에 둘러싼 열두명의 친구들의 힘을 당해낼 수 없었다.

“얘들아 잠깐 기다려!”

누군가가 이야기했다. 나는 이 사태를 말릴 사람이 왔나 싶어서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아니였다. 영민은 손에 비닐장갑 한쌍을 들고 있었다.

“우리들의 최소한의 양심이라고 할 수 있지.”

그 비닐장갑은 강제적으로 내 손에 씌여졌고, 내 손은 묶이기 시작했다. 나는 생각했다. 이건 안될짓이다. 얘들아. 장난이라고 이야기해줘. 지금 얘들은 왜 이리 진지한거야. 하지만 나의 바램이 무심하게 내 손은 깍지를 낀 채로 묶였고, 나의 두 집게손가락은 서로 맞대고 쭉 펴져 있었다. 나는 그 손가락을 구부리려고 애쓰기도 했지만 내 주변 친구들의 단결력은 대단했다. 당장이라도 일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순간이었다. 그것도 모자라서 나의 친구들은 내가 입고 있던 교복바지를 벗기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아……. 안 돼!”

안 된다는 비명에도 불구하고 나의 벨트는 풀러졌고, 지퍼는 내려졌으며 내 바지는 슬금슬금 내려오고 있었다. 이건 말도 안 된다. 내 다리에 난 털이 보였다. 아 물론 나의 사각팬티도. 하지만 그들은 나의 팬티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들의 관심은 오로지 내가 나 자신에게 스스로 똥침을 놓는 광경을 보는 것에 있었다. 이제 그들은 서로 힘을 합쳐서 내 묶인 두 손을 나의 엉덩이 쪽으로 밀어 넣으려고 하였다. 교실바닥에 꿇어앉아있는 채로 나는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하지만 결국에는 그 순간이 왔다. 나의 등이 둥글게 뒤로 구불어지고 내 팔이 뒤로 젖혀져 똥구멍과 두 집게손가락이 맞닿는 순간…….

나는 꿈에서 깨어났다. 그렇다. 아침이었다. 이 모든 게 꿈이었다니. 정말 현실인 것 같아서 너무 무서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단지 꿈이었던 것이다. 나는 기뻤다. 뛸 듯이 기뻤다. 아늑한 내 침대가 있었고, 꿈속과는 대비되는 평화로운 현실이 있었다. 나는 행복했다. 역시나, 영민이와 지민이는 그런 못된 친구들이 아니지. 어쨌거나 교훈도 하나 얻었다. 똥 침은 더러운 것이 아니다. 그것은 무서운 것이다. 지금도 그날 꾼 꿈을 생각하면 등 쪽이 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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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1 기억의꽃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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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Sir.Cold
이런걸 제곧내라고 하던가요.
기억의꽃
나름 직설적인 제목이지요.
칼댓글이 달리니 쓴 사람으로서 감사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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