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천상혼이 뭔데?"
"황녀 되시는분이 그것도 모르십니까?"
"르네는 캡스턴이 뭔지 알아?"
"그래 캡스턴."
샬럿이 너도 모르잖아 라는 표정을 짓자 발리에르양은 납득했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말그대로 신분이 높은분과 낮은 자의 혼인입니다. 후계문제 같은게 복잡해지기 때문에 왕가는 물론이고 귀족즈음 되면 절대적 금기에 가까운 일입니다."
"으음..."
샬럿이 턱을 괴자 발리에르양은 손가락을 하나 올리고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간단한 이야기입니다. 여공작과 공작부인이 있었다고 했는데 그녀들의 후손들이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또 그 딸들이성장해서..그렇게 몇백년만 지나도 공작위가 수백개는 생겨날지도 모르는 일이죠. 그러니 귀천상혼으로 태어난 아이는 작위를 인정하지 않아서 작위의 수를 줄이는 방법입니다."
샬럿은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을 하다가 입을열었다.
"뭔진 몰라도 나와는 상관 없는 이야기지?"
"당연히 상관 있습니다. 황녀님의 아내 되실분은 최소한 왕녀 이상이여야 한다는 이야기기도 하니까요."
"헤에? 하아, 모르겠다."
샬럿에겐 결혼은 너무나도 먼 나라 이야기로 느껴졌기에 그러려니 하고 한숨을 쉬었다.
"참, 그러고보니 앙리에타 황녀님께선 평민과 결혼하셨잖아?"
"네, 그덕에 아직도 파티만 가시면 뒷이야기의 단골 주제시죠, 여제님의 따님만 아니였어도 평민으로 강등당해도 할말 없기도 한 처사였습니다."
"으."
기다렸다는듯한 발리에르양의 대답에 샬럿은 기가 죽었다. 아무래도 이쪽으론 이길수 없을것 같으니까.
"그런데 느닷없이 왠 귀.."
"귀천상혼."
"응, 그거. 그 이야기는 왜 꺼내는건데?"
"이 편지 때문입니다."
발리에르양이 편지를 내밀었다. 편지에는 붉은색 밀랍 봉인이 멀쩡하게 남아있었으며 그 위에는 베르기움란트의 인장이 찍혀있었다.
"뭐야 이거?"
샬럿이 편지에서 시선을 돌려 발리에르양을 바라보자 발리에르양은 말없이 편지 개봉용 나이프의 손잡이부분을 내밀었다
"어디보자... 신성한 세실리아왕국의 제 4 황녀이시자 제국 황금 함대 전대사령관이시자 로슈포르의 대공이시자 브리란테 왕국의 가터 훈작사이시자 해군 대... 본문..본문을 보자."
편지를 읽어내려가던 샬럿은 다 읽어보고는 다시 처음부터 읽기 시작했다. 해군 명령서를 읽을때의 버릇 그대로였다.
"그러니까.. 사테라를 달라고?"
"네."
"...왜?"
"맘에 들었나보죠."
"왜?"
"글쎄요... 제가 외제니 양이였다면 언제 암살당할지도 모르는 불안한 궁정생활에서 믿을수 있는건 외국에서 느닷없이 나타난 장애를 가진 소녀뿐이라서 라는 대답을 하겠지만 제 개인적인 의견을 말씀드리자면 바이올렛 왕녀는 사테라에게 첫눈에 반했었다고 생각합니다."
"에?"
"모르셨습니까?"
"몰랐지. 요새짓느라 바쁘다가 그다음엔 전쟁하느라 바빠서."
"무정하시군요."
"군인이 싸우는것보다 중요한게 어딨어?!"
"무정하다고 했지 잘못됐다고는 안했습니다."
"..... 아니 그보다. 이건 정식 요청인가?"
"아니죠. 제가 아까 드린말씀을 생각해보세요."
샬럿은 잠깐 생각하다가 답을 내놓았다
"귀천상혼 문제인가.."
"역시 똑똑하시다니까."
샬럿은 한숨을 쉬고는 입을 열었다
"어떻게 할수가 없잖아. 사테라는 그냥 고아원 출신이라고. 나도 마찬가지지만."
"네, 그렇죠."
별것 아니라는듯한 태도로 발리에르양이 답하자 샬럿은 살짝 화가 난듯했다
"뭐? 그럼 사테라를 정부로라도 보내라는거야?"
"그런건 아닙니다. 하지만 말씀하셨지 않습니까?"
"뭘."
"황녀님도 마찬가지였다는 말씀을요."
"응?"
발리에르양은 서랍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샬럿에게 내밀었다. 편지였다.
"황녀님께서 나선다면 브리란테 왕실도 거부하진 못할겁니다. 이름뿐인 동맹이 아니라 혈연으로 이어진 동맹을 얻는것과 간신히 이어진 동맹을 잃을수도 있는 짓을 하는것중 어느쪽을 골라야 하는지정도는 알테니까요. 그러니 서명만 하시면 됩니다 황녀 전하. 라고 외제니양이 전해달라고 하더군요."
이상의 대화가 두달전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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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 썼는지도 기억이 안나고
등장인물 이름까지 가물가물하고
몇편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