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업][Cytus 소설제 출품] Area 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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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ea 184

(Playtime 0:00-0:45)====================================
  조명이 눈이 부시다.
  맞은 편의 자동차는 노란 불빛을, 이쪽 편의 자동차는 붉은 불빛을, 교대로 나의 눈에 쏘아온다. 중심가의 휘황찬란한 네온 사인은 멀리에서 시작하여 앞으로 모여들다가 눈 깜짝할 사이에 뒤쪽으로 사라져간다. 점멸하는 문자와, 그림과, 반짝이는 붉고 노란 점들dl 모두 선이 되어 지나쳐간다. 속도계의 바늘은 이미 160km를 훌쩍 넘겼다.
  "꺄아아아아!! 차! 저기 차!"
  파트너 마리가 조수석에서 질러대는 비명이 시끄럽다. 호쾌한 성격으로 유명하지만 옆에 앉혀놓고 잘 살펴보면 실은 쏘는 걸 좋아하고 사고가 업적지상주의일 뿐, 겁이 많은 녀석이다.
  "정말로 잔챙이 하나 잡는 데에 목숨 걸겠다는 거야!?"
  "그러면 놓아줄까? 연금 줄어든다, 너."
  예상대로 업적과 위험 사이에서 고뇌하는 마리를 내버려두고, 나는 저 앞을 왔다갔다하고있는 붉은 두 점에 집중한다. 새벽 두시라고는 해도 도심에 차량이 적은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 사이사이로 용케도 길을 찾아 크게 속도를 줄이지도 않으면서 질주하고 있다.
  "칫."
  철컥철컥하는 소리에 흘끗 돌아보니 마리는 탄창을 빼놓고 권총을 조물거리고 있었다.
  "어이어이, 뭐하는 짓이야."
  "공포탄 빼잖아."
  "...상상 이상의 답변이로군."
  "저 녀석이 멈추면 만사 오케이다 이거지!"
  기세좋게 초탄 실탄을 장전한 마리가 창문을 열고 창 밖으로 몸을 길게 빼는 것과 동시에, 목표 차량은 난폭하게 트럭의 앞으로 끼어들었다. 트럭은 도로 위에 긴 스키드 마크를 남기며 미끄러지다가 비틀거리더니, 결국엔 가로로 나자빠지고 말았다. 내가 급하게 차를 돌려 부딪히지 않고 트럭의 왼쪽으로 지나쳐갈 수 있었던 건 순전히 나의 운이 좋은 덕택이었다. 그리고 차창에 걸터앉아있다시피했던 마리가 총알보다 빠르게 차 밖으로 튕겨져나가지 않은 것은 순전히 그녀의 체형이 안산형(安産形)이었기 때문이었다.
  "뭐하는거야!"
  "그럼 들이받으리!"
  마리는 좌절하지않고 다시 차 밖으로 몸을 내밀었다. 총성이 한번. 곧 차가 갑자기 오른쪽으로 움직여야 했던 바람에 그녀는 차 지붕을 머리로 세게 들이받았다. 쿵!하는 소리는 상관없는 나마저도 아찔할 정도였다. 총성이 다시 한번. 이번에는 차가 갑자기 왼편으로 움직여야 했던 바람에, 마리는 오늘 두번째로 좁은 자동차의 창문에게 자신의 목숨을 신세져야 했다. 대신이라기에는 뭐하지만, 그녀의 권총은 도로 저편 어딘가로 휙 날아가 버렸다.
  "좀 더 신사답게 못해!"
  "너나 얌전히 안전벨트 해!"
  마리가 권총을 잃어버린 것은 내게는 행운이었다. 이제 마리가 할 일이라곤 얌전히 조수석에서 투덜대거나 시끄럽게 비명을 질러대는 것 정도일테니 내버려둬도 걱정은 없다. 나는 아까부터 마음 한 구석에 걸리던 것을 차분히 정리해 볼 수 있겠다.
  "난 처음부터 이 작전이 싫었어! 이렇게, 우와! 부딪혀부딪혀부딪혀부딪혀!"
  저 터무니없이 훌륭한 운전 실력을 가진 도망자는 류큐 시민 해방 전선의 접선책일 것이었다. area 184에서 접선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리와 나는 이 접선책을 체포하기위해서 area 184에 대기했다. area 184가 어디인지 알아내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우리 수사팀은 엘리야(エリヤ)와 area(エリア)의 발음의 유사성에 근거하여, area 184가 중의적인 의미를 포함한 암호로써 히가시마치 184번지 엘리야 호텔을 의미하며, 다른 후보지와는 관련이 없다는 결론을 냈다. 그리고 결국 실제로 이 녀석이 그곳에 나타난 것을 보면, 이 곳이 접선 장소였던 것은 틀림없는 사실로 생각된다. 그런데도 마리는 아직도 뭔가 불만이 있는 모양이다.
(Playtime 0:45-1:07)====================================
  "애초에말이야, 아무리 암호라도 호텔을 area로 부르다니 뭐냐구요."
  "...어? 지금 뭐라고 그랬어?"
  그저 옆자리에서 꿍얼거리던 마리이지만, 지금의 발언은 뭔가 내가 생각하는 켕기는 구석과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었다. 마리는 혼혈이다. 만화에나 나오는 일어밖에 할 줄 모르는 일본 토박이에, 오타쿠이기까지한 그런 혼혈이 아니라, 명실공히 미국과 일본을 오가며 자란 진짜배기 혼혈이다. 그녀의 영어 강의라면, 즐겁게 듣는 것은 무리일지 몰라도 납득은 할 수 있다.
  "엘리야 호텔과 같은 단일 시설이라면 point 같은 말을 쓰지 area를 쓰지 않는다구."
  듣고보니 그럴 듯하다. area는 해석하자면 "지역/영역" 정도 되는 말이다. 특정할 수 있는 랜드마크나 지점에는 point를 쓰는 것이 양키의 감성이다 - 체크포인트 찰리와 같이. 그런 규칙이라면 이 경우에도 엘리야 호텔을 지칭하려면 point 184로 불러야 마땅할 것이다. 다만, 이 경우 수사팀이 이야기한 "중의적인 의미"는 없어진다.
  "제대로 된 교육도 못받는 사람들이 굳이 영어 따위를 쓰려니까 정말이지."
  사실 나도 큰 도시를 둘러싼 방벽 밖으로 병자들을 내쫓고 제대로 된 학교 하나, 병원 하나 없이 내팽개쳐두는 것이 올바른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돌연변이라지만 한 때는 국민이었던 이들인 것이다. 한편, 경찰이라는 지금의 내 입장도 역시 잘 알고 있다 - 난 당장 저 폭주족을 잡아야 한다. 그 뿐이다.
  그건 그렇고, 분명 point 대신에 area를 쓴 것에 대해서는 수사팀이 주장하는 "중의적인 의미"따위 없었다면 끝일 이야기이지만, 왠지 나는 아직도 개운하지가 않고 뭔가를 놓친 것만 같은 느낌이다.
  "그럼 Area는 어디에 쓰지?"
  "Area는 더 넓은 지역에 쓰는 말이잖아. Area 51이라든가. 있잖아, 시설군(群)이잖아, 거기."
  "쓸데없이 복잡해..."
  그렇게 말하다가, 184에 생각이 미쳤다. 1, 8, 4. 그리고 다음 순간, 나는 마리를 향해 미친듯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Playtime 1:07-1:28)====================================
  "본부에 무전 넣어! 당장 거기 호텔 샅샅히 뒤지라고 해!"
  "왜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그래!"
  "전부 호텔 뒤지거나 우리 지원해 달라고 해! 당장!"
  "마코토 얼굴 무서워!"
  "좀 빨리 좀! 목표는 히토야시 전체라고!"
  "...에?"
  그렇다. 히토야시(一椰子)시(市). 본래라면 야자나무 한그루라는 기묘한 이름으로 끝났을 도시. 하지만 사사키요 마코토의 추리에 의하면, 지금 이 도시는 대규모 테러의 대상이 되어있다 - 틀림없다.
  "히토, 야, 시! 하나(一), 여덟(八), 넷(四)! 1, 8, 4라고! Area 184는 접선 장소가 아니라 목표 지점이야! 히토야시시 및 주변 지역 전체!"
  "그렇게 읽는 법이 어디있어!"
  "야오이판 대신에 801판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거야!"
  "...야오...뭐?"
  "시끄러. 빨리 본부에 연락이나 해!"
  워낙 윽박질러진 탓인가, 마리는 여전히 물음표를 머리 위에 띄운 채로 내가 전한 말을 착실히 무전기에 읊기 시작했다.
  한편 나는 그 간의 의문을 하나하나 다시 되돌아보기 시작하고 있었다. 왜 Point가 아니고 Area인가 - 그것은 타겟은 작은 호텔 따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히토야시 시 전체와 주변 지역 - 그것은 정진정명 "지역(Area)"이란 말이 어울리는 목표이다. 왜 area(エリア)와 엘리야(エリヤ) 호텔은 가타카나에서부터 차이가 나는가 - 애초에 area(エリア)는 엘리야(エリヤ) 호텔을 지칭하지 않기 때문이다. 왜 목표가 저리 운전을 잘 하는가 - 도시 하나를 통째로 날리겠다는 계획에 대충 허투른 자를 보낼 리 없다. 류큐 시민 해방 전선 놈들은 가장 우수한 자를 철저히 훈련해서 내보낸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하고 이 음모의 스케일에 몸을 부스스 떨고 있는데, 무전기가 울렸다.
  '본부로부터 사사키요 팀에. 호텔 지하의 바에서 다수의 정체모를 드럼통이 확인되었다. 현재 생화학 팀을 기다리는 중이니 사사키요 팀은 용의자 추격에 전념할 것.'
  나는 한층 악셀을 밟는다. 그에 답하듯 옆으로 다른 차량을 스치고 지나갈 때마다 질러대는 마리의 비명이 한옥타브 정도 더 높아졌지만, 이젠 나로서도 양보할 수 없는 싸움이 되었다. 만약 저 드럼통 안에 있는 것이 방벽 밖의 사람들에게 퍼진 돌연변이 전염병이라면, 이건 나를 포함한 모두의 목숨을 건 싸움인 것이다.
  '본부로부터 사사키요 팀에. 지원 요청에 승인이 떨어졌다. 3102번 경찰 헬기가 곧 현장에 도착할 것이다. 미나토우에(港上) 거리에 스파이크 트랩을 설치하고 있으니, 사사키요팀은 참고하도록.'
  헬기씩이나 오는 거냐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조금 아까 지나온 골목에서부터 하나둘 경찰차가 튀어나오더니 내 뒤는 어느 새 붉고 푸른 색으로 번쩍이고 사이렌을 요란하게 울려대는 수십대의 자동차의 퍼레이드가 되어 버렸다. 분명 이건 인생에 다시 없을 으리으리한 추격전이 될 것 같지만, 지금 상황을 생각하면 그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Playtime 1:28-1:49)====================================
  생각하느라 잠시 방심했었던 모양이다. 느닷없이 건물 사이에서 요란한 소리를 내는 조명등이 나타났다. 그 빛을 바로 눈에 쏘인다면 어지간히 운이 좋지 않으면 곧바로 컨트롤을 잃고, 차는 가로수로 돌진하고 말 것이었다. 나는 퍽 운이 좋은 편이라서 다행히도 차가 급브레이크에 균형을 잃고 몇바퀴 빙글빙글 도는 것으로 끝났다. 나보다 조금 운이 나쁜 내 파트너는 조수석에서 미친듯이 비명을 질러대다가 혼절하는 정도로 수습했다. 하지만 우리의 도망자는 그렇지 못했던 모양이다. 잠깐 어지러워하다가, 방향을 파악하고 목표를 찾으니, 형편없이 찌그러져 전봇대에 쳐박혀 있었다. 파트너의 상태가 안타깝지만 저 아이는 보기보다 터프하다. 지금은 보다 중요한, 해야 할 일이 있다.
  "...위험하잖아...!"
  나는 헬기 운전사와 조명 기술자에게 투덜대면서 서둘러 용의자의 차로 다가갔다. 저런 사고로 비명횡사해서는 안되는 인물이다 - 우리는 저 용의자를 족쳐서 당장 위험 물질의 위치와 그 정체를 알아내지 않으면 안되는 입장인 것이다. 용의자의 목에서는 아직 맥박이 뛰고 있다. 기절한 모양이지만, 지금 이런 녀석의 사정을 봐줄 때가 아니다. 나는 클랙션에 이마를 묻고 정신을 잃은 용의자를 냅다 끌어내서는, 주먹으로 후려치고, 길바닥에 내팽개쳤다.
  "어디야!"
  용의자는 당황한 모습이지만 눈에 빛이 돌아왔다. 나는 용의자의 멱살을 나꿔채어 그의 코앞에서 소리를 질러대며 재촉했다.
  "위험 물질은 어디야! 호텔 지하냐!"
  "...뭐야!"
  내 주먹이 다시한번 용의자의 얼굴을 친다.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차량에서 내린 마리가 급히 이 쪽으로 달려온다.
  "Area 184는 어디야!"
  "뭔소리야. 엘리야 호텔에 들어가려던 걸 막은 건 너네들이잖아."
  "우리가 그런 이야기에 속을 것 같아! Point 안쓰고 Area 쓰면 우리가 영영 모를 줄 알았지?"
  내가 한번 더 휘두르려던 주먹은 용의자의 말 한마디로 멈추었다.
  "거기서 포인트가 왜 나와!"
  "...뭐라?"
  "거기서 점수(Point)가 왜나와!"
(Playtime 1:49-1:59)====================================
  ...Point와 Area의 차이를 몰라...? 그보다, Point의 의미 자체를 잘 모르는 거 아냐? 나는 당황해서 마리 쪽을 돌아보았다. 그녀는 끌끌 혀를 차며 고개를 젓고 있다.
  "...아니, 잠깐 있어봐. 그러면 이건 어떻게 설명할 거야. area(エリア)는 엘리야(エリヤ)는 글자가 다르잖아."
  "호텔 이름이 뭔상관이야. 184번지에 있으면 땡이지."
  184번지라서 Area 184냐고. 머릿속이 하얗게 되었다. 그런 내 뒤에서, 마리가 말했다.
  "그러니까 애초에 제대로 된 교육도 못받은 녀석들이 쓰는 영어라니까."
  "...알고 있으면 말을 하라구."
  "마코토 얼굴이 무서워서 대꾸를 못한거야. 마코토의 잘못이야."
  마리의 지적에 대꾸할 말이 없다. 어색한 침묵속에서, 오직 무전기만이 시끄럽다.
  '본부로부터 사사키요 팀에. 호텔 지하의 드럼통은 보통 맥주로 밝혀졌다. 사사키요, 사사키요, 듣고 있나? 테러리스트는 확보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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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군님이 개최하셨던 cytus 소설제에 내놓았던 졸고입니다. 백업을 핑계삼아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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