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zelnut

블랙홀군 2 2,522
여기는 중간계의 한 도시인 셀렌티아. 
이 곳은 특히 옛 선조들의 자취가 많이 남아있는 곳이지만, 특히 여기에 있는 셀렌티아 유니버시티는 옛 왕궁을 그대로 대학교로 개조한 곳이라 어쩐지 멋스러운 느낌이 났다. 중간계에서는 Top 2에 든다는 얘기가 있었고, 여기에 오기 위해 다들 마법 수련을 열심히 한다고도 하던. 

---

"어, 헤즐넛? "
"아, 발렌티아씨. 안녕하세요? "

수업도 휴강했겠다, 심심한지 교정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헤즐은 카페로 향하던 도중 발렌티아를 만났다. 
오른족 어깨로 넘긴 긴 머리가 부드럽게 말려 있는, 하얀 피부에 까만 눈을 가진 뱀파이어. 급하게 나왔는지 어제 입었던 데님 셔츠에 스키니진을 그대로 입고 나왔다. 

"어디 가나봐? "
"수업도 휴강했고 해서, 그냥 카페나 좀 가려고요. "
"아... 그래? 도서관이라도 가지 그래? "
"거기도 오래 있을 곳은 못 돼요. "
"하긴... 웬지 그럴 법도 하다, 너라면- 아차차, 나 지금 수업 지각할 것 같아서 이만! "
"지각하시기 전에 얼른 가세요. "
"응, 나중에 보자! "

손을 흔들어주고 그녀는 뛰어갔다. 
굽이 낮은 신발이라 망정이지, 하이힐이었으면 100% 넘어졌다. 그녀도 발길을 돌려 평소에 늘 가던 카페에 들어섰다. 

"어서오세요~ "
"카페모카 하나랑 와플 주세요. 와플은 초코시럽 뿌려서 주시고, 카페모카에는 휘핑크림 올려주세요. "
"7,800원입니다. 음료랑 와플 같이 드릴까요? "
"네. "
"진동벨 울리면 찾으러 오세요. "

진동벨을 건네받은 그는 창가에 자리를 잡고 책과 가방을 내려놓았다. 

"후우... 왜 하필 휴강이래...? 이것만 없었어도 늦게 나올 수 있었는데... "

자리에 앉아 책을 막 펼칠 무렵, 진동벨이 울렸다. 다르르르, 울리는 진동벨을 들고 카운터로 간 그녀는 커피와 와플을 받아왔다. 
하도 자주 와서 그런지 이제는 그녀가 어떤 컵에 담아달라고 하는지 정도는 외운 듯 하다. 그만큼 그녀는 이 카페를 많이 왔다. 친구도 별로 없는데다가 수업시간이 다 어긋났던 터였다. 그렇다고 도서관에 가 있자니, 조금만 자리를 비워도 연락처를 적어둔 쪽지가 열몇개는 와 있어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저기... "
"......? "

막 와플을 한 입 먹으려던 찰나, 누군가가 그녀를 불렀다. 올려다보니 낯선 남자였다. 
머리에는 까만 머리카락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걸 보니, 인간인 듯 했다. 앞머리는 한 쪽으로 넘긴 것 외에 따로 스타일링은 하지 않았다. 그것도 최근에서야 넘기기 시작했는지, 앞머리가 가지런하지 않았다. 체크무늬 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평범해보이는 남자였다. 그는 막 받아왔는지 한 손에 들고 있었던 커피를 테이블에 내려놓고, 한참동안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잠깐 실례좀 해도 될까요...? "
"......? "

그리고 이내 그는 테이블 위에 펼쳐진 책을 읽어보고 있었다. 까만 뿔테 안경 너머로, 글자를 읽느라 눈이 바쁘게 움직였다. 

"이 책, 어디서 사셨어요? "
"예...? 이거 전공서적인데...... "
"아, 그렇구나... 전공이 어떻게 되세요? "
"어둠속성 마법이요. 그런데 그건 왜...? "
"아, 제 소개가 늦었군요... 실례했습니다. 저는 헤이라고 합니다. 다른 학교를 졸업하고 여기에 마법 연구원으로 와 있습니다. 이 책, 한번 읽어보고 싶었는데 여기서는 전공서적으로 쓰나봐요? "
"네. "
"실례지만 이거 며칠만 빌려주실 수 있으세요? "
"그건 좀...... 이걸로 수업을 지금 듣고 있어서요... "
"아, 참... 그렇군요. 이거 어디서 사셨어요? "
"학교 서점에서요. "
"...... "

그녀는 썰어놓았던 와플을 한입 베어물고, 커피를 한모금 마셨다. 손으로는 연신 빨대를 움직여 애꿎은 휘핑크림을 커피에 녹이고 있었다. 

"와플 좋아하세요? "
"네. "
"저도 좋아하는데... 참, 그쪽은 이름이 뭐예요? "
"헤즐이예요. "
"헤즐...? 헤즐넛? "
"어, 그거 제 별명인데... "
"진짜요? "
"네. 다들 헤즐넛이라고 불러요. "

그제서야 경계가 조금 풀렸는지 크림을 휘젓던 손을 멈췄다. 
빨대를 다시 컵에 꽂아두고 와플을 한 입 베어문 그녀는 포크를 접시 위에 내려놓고 헤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연구원으로 와 계시면 지금 교수님 밑에 계신건가요? "
"네. 목속성 전공하시는 교수님 밑에 있어요. "
"음... 그럼 그쪽도 전공이 목속성이세요? "
"네. "
"...? 그런데 이 책을 읽고싶다고요...? "

그는 고개를 움직이던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와플에 닿으려는 머리카락으로 손을 뻗었다. 

"......? "
"아, 이거 닿을 것 같아서... "
"아... "
"뭐, 저는 전공이 목속성이긴 한데 어둠 마법 수업도 듣긴 들었었거든요. 교양이지만... 그때 교수님께서 한번 읽어보라고 추천했던 책이 이거였어요. "
"아... "
"헤즐씨는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
"저... 올해 201이요. "
"......? 예? 201세라고요...? "

그는 이해가 안 된다는듯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그를 이해할 수 없었다. 
다른 종족을 한번도 본 적 없지는 않았을텐데? 게다가 머리 양쪽에는 뿔이 있어서 다른 종족이라는 것도 쉽게 알 수 있는데. 

"......? 악마라던가, 몽마라던가 하는 건 본 적 없으세요...? "
"아뇨, 그런 건 아닌데... 생각보다 나이를 꽤 드셨네요. "
"...... "
"201살이면 우리들 나이로 치면 20세정도 돼나요? "
"아, 네. 그...그러네요. 그쪽은 나이가...? "
"전 올해 서른 하나입니다. "
"아... 저보다 연장자시네요... "

서른 하나라고? 그정도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 했는데, 꽤 동안이구나. 
의외라고 생각했는지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이를 밝히기 전까지는 20대 중후반정도로 보였기 때문에. 꽤 귀엽게 생긴 인상도 그렇지만, 키가 머리 하나는 작아보여서 더더욱 그랬던 것 같다. 어쨌든, 그녀는 전혀 의외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저기, 실례가 안 된다면 전화번호 좀 알려주세요. "
"어... 잠시만요... "

가방을 뒤적거리던 그녀는 가방 안쪽에 들어있던 전화기를 찾았다. 그리고 그녀는 헤이에게서 건네받은 전화로 그녀의 번호를 누른 뒤, 전화를 걸었다. 

"이름이... 헤이...라고 하셨죠? "
"네. "
"됐다... "
"저, 그럼 이만 가볼게요. 참. 괜찮으면 말 놔도 돼요? "
"네. 윗사람이 존칭쓰는 거 불편해서... "
"그렇구나. 그럼, 나중에 보자. "
"네, 나중에 봐요. "

맞은편에 앉아있었던 헤이는 가볍게 인사를 건네고 일어섰다. 
얼핏 보기에도 그녀보다 머리 하나는 작아보였지만, 그보다도 다른 남자들처럼 무턱대고 작업을 걸지 않아서 더 마음에 들었다. 

'이미 여자친구가 있는건가? 뭐... 그거야 내가 신경쓸 일은 아니지만. '

그녀도 와플 접시를 마저 비운 후 자리에서 일어섰다. 

카페를 나선 그녀는 강의실에 도착해 자리를 잡고 앉았다. 
가방을 옆 책상에 올려놓고 필기구를 정리하고 있을 때, 인기척이 느껴졌다. 올려보니 아까 만났던 헤이가 그녀의 앞에서 씩, 웃고 있었다. 

"안녕? "
"...? 여긴 어떻게 오셨어요...? "
"청강. 이 수업 하시는 교수님께 허락 받고 왔어. "
"......? "
"옆에 자리 있어? "
"아뇨. "

옆 책상에 올려뒀던 가방을 치우자, 헤이는 옆 책상에 앉았다. 

"그 책, 같이 봐도 돼? "
"예, 뭐... "
"점심은 먹었어? "
"아직이요. 수업 끝나고 먹어야죠. "
"그럼 같이 먹을래? 나도 아직 점심 안 먹었어. "
"뭐... 그러죠. "

평소에는 그녀가 자리에 앉아있으면 선배들이 와서 작업을 걸곤 했었는데, 오늘은 다른 날과 달랐다. 아무래도 옆에 다른 사람이 있어서 그런걸까. 
평소같지 않아서 이상한지, 그녀는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왜 그래? "
"아, 아뇨;;; 평소에는 이러고 있으면 다른 사람들이 와서 작업을 걸곤 했거든요... 오늘은 그런게 없네요. "
"아... 진짜? "

말없이 턱을 괴고 있는 헤즐을, 헤이는 위아래로 찬찬히 뜯어봤다. 
까맣고 구불거리는 머리에, 허리에는 작은 날개가 돋아 있었다. 아마도 몽마의 혼혈인지, 의자 밑으로 꼬리도 살랑거리고 있었다. 

"음... 웬지 알 것 같기도 하고... 너, 혹시 몽마쪽 혼혈이야? 등에 날개가 있네? "
"아... 부계는 악마고, 모계가 몽마예요. "
"그렇군... "
"......? "
"왜, 너 예쁜데. "
"에, 뭐... "

헤즐은 부끄러운지 고개를 외로 꼬곤 발갛게 물든 양 볼을 두 손으로 가렸다. 그런 그녀가 재밌었는지, 헤이는 킥킥 웃었다. 

"왜그래요...? "
"재밌어서. "
"......? "
"너, 한번도 이런 얘기 못 들어봤지? "
"듣기야 많이 들었죠. 작업때문에... 근데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처음이라;; "
"이렇게...? "
"어, 그러니까... 음...... 작업 멘트 없이? "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헤이가 웃음을 터뜨렸다. 

"왜, 왜그래요? "
"너 되게 귀엽다. "
"......? "
"그렇게 얘기하는 사람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작업 멘트 없이 그 얘기가 나와서 그런거야? 진짜? "
"호불호는 잘 모르겠어요. 애초에 작업남은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저한테 작업 거는 선배들도 솔직히 소문 안 좋은 게 사실이고... "
"풋, 그래? "

헤이는 귀엽다는 듯 헤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Author

8,759 (78.7%)

<덜렁거리는 성격. Lv.1에 서울의 어느 키우미집에서 부화했다. 먹는 것을 즐김. >

Comments

Nullify
--제목의 그건 헤이즐넛의 의도적인 오타인가요?--
블랙홀군
어 스펠링 이거 아니예요?

+아이고 틀렸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13 雪遠 - 3 Novelistar 10.15 2363
212 雪遠 - 2 Novelistar 10.06 2525
211 개목걸이 댓글2 주지스 10.05 2546
210 (본격 아스트랄 판타지)성스러운 또띠야들의 밤-1 댓글3 greenpie 10.04 2456
209 길을 무는 악마 댓글4 작가의집 10.03 2659
208 Resolver(리졸버) - 4 댓글2 [군대간]렌코가없잖아 10.03 2484
207 雪遠 - 1 Novelistar 10.03 3281
206 Resolver(리졸버) - 3 댓글2 [군대간]렌코가없잖아 09.28 2463
205 walking disaster 1.1 - 구원 댓글2 전위대 09.28 2484
204 추격 안샤르베인 09.26 2331
203 휴식 안샤르베인 09.25 2330
202 죽음의 완성. 댓글2 흐린하늘 09.24 2298
201 부탁 댓글2 안샤르베인 09.24 2474
200 정리 안샤르베인 09.23 2512
199 반의 성공, 반의 실패 안샤르베인 09.22 2430
198 합류 안샤르베인 09.21 2271
197 드러남 안샤르베인 09.21 2170
196 Reslover(리졸버) - 2 댓글2 [군대간]렌코가없잖아 09.20 2328
195 의논 댓글2 안샤르베인 09.20 2355
194 도주 안샤르베인 09.19 2238
193 의심 안샤르베인 09.19 2235
192 전투 댓글2 안샤르베인 09.17 2340
191 습격 안샤르베인 09.17 2175
190 기억 안샤르베인 09.15 2184
189 [습작] 죽음을 거스르는 방법 Prologue 댓글4 앙그라마이뉴 09.14 2444
188 Resolver(리졸버) - 1 댓글5 [군대간]렌코가없잖아 09.14 2422
187 위험 안샤르베인 09.14 2542
186 예감 안샤르베인 09.13 2171
185 일행 안샤르베인 09.12 2282
184 심문 댓글2 안샤르베인 09.12 2297
183 관찰 안샤르베인 09.12 2467
182 발견 안샤르베인 09.11 2616
181 무슨 일이 있었나? 안샤르베인 09.10 2273
180 알현 댓글6 안샤르베인 09.10 2228
179 서찰 안샤르베인 09.09 2202
178 Resolver(리졸버) - 프롤로그 [군대간]렌코가없잖아 09.09 2188
177 이성적인 악함 댓글1 작가의집 09.08 2233
176 전달 댓글2 안샤르베인 09.05 2230
175 협박 댓글2 안샤르베인 09.04 2202
174 반항 댓글2 안샤르베인 09.03 2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