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 살아주소서. 15년의 제위 기간을 마치고 전대 카간은 목졸려 죽었다. 평화로운 퇴위식이었다. 카간을 목졸라 죽인 대신들은 손도 씻지 않은 채 카간의 장례식에서 크게 읍소했다. 3일간의 짧은 국장을 치룬 뒤 예법에 따라 신성한 들에 버려지고 6개월 동안 왕래를 금했다. 하루를 내리 말을 타고 달려야 숲이 나오는 거대한 들판은 그 기간 동안 왕릉이 되었다. 수리 떼들이 카간의 육신을 처리해줄 것이다.
새로운 카간에는 가장 유능했던 셋째 아들이 지목되었다. 아무도 그가 카간에 오르는 데 반대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만큼 모두에게 신뢰받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맏형이 카간에 오르는 게 순리에 맞다며 그에게 왕위를 돌리고자 했다. 맏형은 크게 허리를 굽히며 절을 했다. 나는 그럴 그릇이 못 된다. 아버님이 퇴위하실 때 같이 있지 못한 불효자가 무슨 카간이냐. 가장 가까이 서 있던 네가 우리를 이끌어야 한다. 셋째는 맏형이 카간에 오르지 않으려는 이유가 무엇일까 싶었다. 그때 형의 얼굴에서 대신들에게 목 졸리는 카간의 새파란 얼굴이 떠올랐다. 아버지를 매우 닮은 형이었다. 셋째는 맞절했다. 모자란 몸이나마 노력하겠습니다.
즉위식이 열렸다. 성대하게 열린 축제와 같았다. 국장 기간과 같이 3일 동안 열렸는데, 기묘한 대칭이었다. 일주일의 절반은 차게 식었고, 절반은 크게 불탔다. 그것은 마치 대검을 제련하는 과정과 같았다. 여러 번 반복해 두드려 단단해진 철을 식힌 뒤 다시 느슨하게 만드는 시간이었다. 다시 열이 가해진 왕국은 망치질될 것이고 결국 부러지지 않을 단단한 검이 될 것이다.
3일의 마지막 날, 대신들이 모두 새 카간에게 다가와 읍했다. 맏형도 같이 있었다. 카간이여, 그 영혼이 무강하소서. 야훼께서 무궁히 수호하리로다. 카간의 옆으로 랍비가 다가왔다. 그리고 그에게 성수로 안수한 뒤 카간의 왕관을 씌워주었다. 카간은 야훼를 찬미하며 왕이 된 것을 고했다. 그 의식은 유대교의 그것보다는 유목민의 신앙인 텡그리에 고하는 것과 비슷했는데, 비록 유대교로 개종한지 기백 년이 지났으나 아직 전통의 흔적이 남아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카간이여, 앞으로 몇 해를 통치하고자 하나이까. 랍비가 묻자 카간은 고민했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즉위할 당시의 기억이 떠오른 탓이었다. 15년으로 하겠다. 아버지는 그렇게 말했고, 15년 뒤 정확히 그는 퇴위하게 되었다. 그것은 하나의 거대한 약속이었다. 15년의 세월은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다. 침묵하던 카간이 말했다. 30년으로 하겠다. 랍비가 말했다. 카간이여, 신의 왕궁에 다다르기에 너무 먼 시간이옵니다. 그래도 그리 하겠다. 고함에 가까운 확답에 대신들은 과장되게 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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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는 언제 올라올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이걸로 끝일지도. 새로운 카간은 과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