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그리트와 메를로 퐁티 그 사이에서.

Sir.Cold 2 2,553

 언어는 그 어떤한 좌표도 가지고 있지 않다. 설령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정확하게 한 좌표로 머물지 못하고 방향성도 없이 정처없이 부유한다. (부유한다? 부유한다보다는 방황이라고 봐야하나. 방황은 일정한 목적지나 목표가 있지만 그것에 다다르지 못하여 헤매는 것이라 본다면 언어의 목적성으로 봤을 때 부유보다 방황을 써야겠다.) 언어가 하나의 대응물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한들 언어와 그 대응물과의 관계는 매우 임의적이고 우연적으로 산출되어있다.
 언어는 대응물을 지시하지 못하며 지시한다고 하더라도 대응물에 도달하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대응물도 언어 자체를 지목하지 못하며 지목한다고 하더라도 언어로 산출되지 못한다. 특히 물자체가 존재하는 언어의 경우에는 덜하지만 관념적 언어의 경우에는 대응물을 지시하는 '힘'이 매우 약하고 그 연결고리가 더욱 희미하다. 그렇기 때문에 대응물과 언어 사이의 밀도가 떨어짐으로 유물적 언어에 비해서 매우 분계적인 모습을 띈다.(그만큼 의식적으로 다양하고 임의적으로 사용된다. 관념어들만큼 자유자재로 주관적으로 사용되는 언어는 그리 많지 않다. 아니 없다.)
 이런 분계적인 모습은 비트겐슈타인에 의해서  놀이로 표명된다. 놀이처럼 언어가 고정된 모습을 가지지 못하고 상황과 문맥이라는 외부적, 부차적 원인으로 인해서 변형된다면 그것은 언어가 부유한다는 것의 반증이다. 놀이 그 자체도 언어로 인해서 구축된다. 언어는 언어만을 가르킬 수 있으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할 수 없다. 언어가 언어를 가르키는 (본인이 본인을 바라보는, 혹은 본인에게서 출발해서 본인을 가르키며 끝나는) 현상에서 의미와 내용을 부여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의 우매한 뇌만이 할 수 있는 정신현상이다.
 밤하늘에 별은 그저 그 자리에 떠 있을 뿐이지만 인간은 그 별자리를들 임의적으로 선택하고 그들을 이어서 '하나의 명명(命名)'행위를 거쳐 별은 별 그 개별체적으로 인식되지 않고 하나의 '자리'로서 인식된다. 별자리로 선택되어지는 과정에서 반드시 어떤 한 별에게서 가장 가까운 별이 선택되는 것도 아니며 선택 과정에서 고의적으로 별을 인지하지 않거나 건너 뛴다. (언어 구성의 기초적 행위)
 이 과정에서 언어는 대상(대응체)에 대한 일방적 폭력이다. 의도적인 개념(혹은 대상)에 대한 거세화를 통해서 대상을 정제하고 그것은 언어의 프레임 속에 가둬놓는다. 평소 언어행위를 하는 뇌는 이를 일체화된 과정으로 보기 때문에 고의적인 해체 과정을 통하지 않는 이상 이를 인지하기 어렵다. 그렇게 뇌는 단순하고 편협하며 독단적인 정제화 과정을 통해서 언어 세계를 구축한다. 이를 깨뜨리고 최후의 보루까지 해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이유는 이간의 사고와 의식, 심지어 무의식과 기억(이미지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기억은 사진처럼 명확한 인식이 아니다. 기억 속 거실에 있던 전화기는 어떤 색이고 어떤 모델이건 상관없다. 그저 '전화기'라는 계(界)에서 분류되어 '어떤 전화기'로도 대체될 수 있고, 대체된다.) 마저도 언어 세계 위에 구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뇌에 있어서 언어는 매우 편리하고 유용하며 효율적인 수단이다. 그러나 뇌 속에서 이 개념들의 실제와 정제화된 언어 프레임은 격한 마찰을 일으킨다. 언어라는 틀 안에 개념들은 넘쳐흐르거나 기괴하게 그저 '담겨져'있을 뿐이기 때문에 수용체와 수용자 사이의 괴리가 발생한다. 이 괴리는 꿈 속에서 언어들이 혼선되어 뒤죽박죽으로 대체되거나 서로를 보완하고, 지시하는 형태로 발현한다. (이 부분에서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주장처럼 꿈과 무의식은 '언어적 체계'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꿈은 언어와 대응체 사이의 격한 괴리가 가장 극적으로 발현되는 형태이다.) 이 형태는 언어틀의 붕괴 혹은 대응체들의 반란으로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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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르네 마그리트 작품들을 공부하면서 무한하게 (그리고 분별없이) 사유가 뻗어나가네요. 언어철학에 있어서 메를로퐁티와 비트겐슈타인, 촘스키까지 읽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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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레나
재밌네요. 내용이 사실인가요?
Sir.Cold
현상학의 철학자 메를로-퐁티와 초현실주의자 마그리트의 작품 세계에서 나타나는 언어에 대한 인식을 제 식으로 정립해 본 겁니다. 물론 좀 더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겠지만요. 언어철학에 엮여서 심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 철학언어를 해체하려던 비트겐슈타인도 인용해봤습니다. 언어에 관한 뇌의 반응도 어느정도 EBS 다큐나 언어학자 촘스키, 뇌과학 서적에서 얻은 지식도 조금 참고했고요. 그래도 그들의 주장을 조금 보강하는 정도의 내용이지 제 입으로 사실이라고 말하기는 힘들 것 같네요. 요약해서 말하자면, 언어는 사실 인위적이고 하나도 당연한게 아니고 억지에 오해라는 거죠. 물자체를 언어로부터 해방시켜야한다! 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