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erholic-Death In Exams(1)

Lester 2 2,030
Death In Exams-시험 속에서 죽다



종소리가 울리자 학생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교실에서 뛰쳐나왔다. 학생들은 그 동안 억눌려 있던 흥분과 분노, 슬픔 등 갖가지 감정을 풀기 위해 각자 가고 싶은 곳으로 달려갔다. 몇몇은 시내로, 몇몇은 가까이에 있는 친구 집으로 뛰어갔다. 몇몇 애들 중에는 시험을 제대로 못 봤는지 얼굴이 망가지고 몸이 축 처진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결과가 어땠든 '카르페 디엠(Carpe Diem)'의 정신에 충실하려는지 날아갈 것처럼 뛰어다니는 경우가 많았다. 애초에 중학생이니까 뛰어다닐 나이이기도 했지만.
존 휘태커는 학생들이 좀비 떼처럼 교문 앞에서 쏟아져 나오는 걸 보고 쓴웃음을 지었다. 자신이 시험을 봤을 때도 그랬던 것 같았다. 최선을 다했건 다하지 않았건 이미 자기 손을 떠난 일, 어떻게 해도 바꿀 수 없다는 걸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어디로 갔더라? 바다? 시내? 거기까진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확실한 건 친구들과 서로 경쟁하듯이 놀았다는 거였다. 시험 점수가 안 좋았던 것 같지만, 지금 존의 생활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으므로 어떻게 되든 상관없었다.
존은 손목시계를 슬쩍 쳐다봤다. 예상보다 늦는 것 같았다. 존은 자신의 고물차인 갈색 4도어 세단의 조수석에 있던 신문을 꺼내 펼쳤다. 신문에는 '프라임 시티에서의 저급한 마약전쟁, 드디어 끝나려는가?'라는 쓸데없이 고상한 헤드라인 아래 갱전쟁에 관한 기사가 길게 쓰여 있었다. 존이 쓱 훑어보니 거의 모든 갱단을 까고는 '이렇게 위급한 상황에 경찰은 대체 뭘 한 거냐'는 일갈로 마무리했던데, 존은 참 겁도 없는 기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존은 그 기자를 응원하고 싶어졌다.
"뭐, 당연한 일은 일어나지 않는 게 요즘 사회니까."
존이 다른 기사로 눈을 옮기려는 순간, 누군가가 뒤에서 그의 등을 손가락으로 찔렀다. 존이 돌아보니 작은 여학생이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녀가 말했다.
"노상에서 담배 피면 불법이에요."
"누가 그래?"
"학교 선생님이요."
"오오, 그러냐."
존이 물고 있던 담배를 힘을 줘서 뿜자 담배가 허공을 날더니 길가의 배수구로 떨어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학생이 계속 노려보자 존이 물었다.
"나더러 또 뭘 해달라는 거야, 꼬마 아가씨?"
"차 빼요. 스쿨버스가 못 다닌다고요."
"교문 앞만 아니면 되잖아?"
"학교 선생님이 그랬어요."
존의 얼굴이 방금 다시 조수석으로 집어던진 신문지마냥 구겨졌다. 그가 운전석에 타서 시동을 거는 순간, 누군가가 뒷좌석 문을 열고 들어왔다. 설마 그 여학생인가 싶어 얼른 뒤를 쳐다보자 다행스럽게도 다른 여학생이 타고 있었다. 그 여학생이 아까 여학생과 달리 밝은 목소리로 물었다.
"오래 기다렸어?"
"별로. 얼마 안 기다렸다."
사실은 상당히 오래 기다렸다. 부탁한 사람이 하도 강조한데다 딱히 할 일도 없었으므로 미리 나와서 기다리던 참이었지만, 슬슬 질리려던 참에 거슬리는 여학생이 이래라저래라 떠들며 놀아줘서 다행이었다. 존이 차를 빼며 큰 길로 나가던 중 백미러를 살짝 보자 아까 그 여학생이 뒤돌아서 걷는 게 보였다. 소원대로 해 줬으니 인상을 폈을런지 궁금했지만 크게 신경쓰고 싶지도 않았다. 존이 뒷좌석의 여학생에게 물었다.
"그래, 린."
"리넷이야. 똑바로 불러."
리넷이 살짝 눈을 치켜뜨자 존이 장난삼아 움찔하는 반응을 보였다. 애들은 어른을 잡아먹는 걸 좋아하거든.
"그래, 리넷. 그래서 시험은 잘 봤어?"
"최악이야!"
리넷이 갑자기 언성을 높였지만 존은 이미 익숙해진 터라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는 리넷의 분이 풀리기를 기다렸다가 천천히 물었다.
"괜찮아, 내가 어릴 때도 그랬어. 뭐가 최악인데?"
"그냥...몰라! 난 수학이 싫어! 차라리 클린트 삼촌이랑 탐정놀이 하는 게더 재밌는데!"
"리넷...삼촌이 바쁘니까 날 보낸 거 아니겠니."
"맨날 바빠?"
그 말엔 존도 섣불리 대답을 하지 못했다. 아까 신문에서 읽었던 프라임 시티에서의 마약거래를 단속하느라 바쁜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클린트가 '여유가 있어도 해코지를 당할까봐 가족을 일부러 안 만난다'고 한 것도 사실이었다. 따라서 존은 '아니'라고 대답해야 했다. 하지만 존은 능수능란하게 얼른 말을 돌렸다.
"어어, 저기 연기 난다. 불 났나?"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해."
리넷이 아까보다 약하게 재촉했다. 리넷은 중학생이긴 했지만 무작정 떼를 쓴다고 해서 원하는 걸 얻을 순 없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존은 뭐라 말할지를 머릿속으로 정리한 후에 천천히 털어놓았다.
"리넷, 어른들이라고 전부 진실을 말하진 않아."
"그럼-"
리넷이 발끈해서 좌석 사이로 얼굴을 들이밀었지만 존이 계속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전부 거짓말은 아니야.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어. 네 삼촌은 본업에 매우 충실히 임하고 있다구. 하지만 삼촌이 무슨 일 하는 지 알지? 목숨을 거는 일이야. 그러다 보니까 방심을 할 수가 없어. 무슨 말인지 이해하겠니?"
존은 범죄자들이 네 목숨을 노려서 그래, 까지 말하진 않았다. 아무리 리넷이 당찬 아이라고 해도, 자신은 물론 그렇게 보고 싶어하는 삼촌이 위험에 처했다는 말을 듣고 날뛰진 않을 터였다. 리넷이 뒷좌석에 몸을 파묻자 존은 더 말하지 않고 운전에 집중했다. 마음을 추스를 시간을 주는 게 중요했다.
그들이 탄 차는 침묵에 휩싸인 채 거리를 달리더니 고속도로로 접어들었다. 이 고속도로에서 빠져나오면 그들은 시외권에 있는 리넷의 집으로 갈 수 있었다. 시외권으로 가는 다리를 건너는 동안에도 뒷좌석이 조용하자 존은 슬쩍 백미러를 보았다. 리넷은 창 밖을 보다가 잠들었는지 고개를 떨구고 자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쳐다본다는 걸 귀신같이 알고는 얼른 잠에서 깼다. 리넷이 공연히 투덜댔다.
"뭘 쳐다보고 그래."
"아니, 그냥. 것보다 시험은 언제까지 봐?"
"...놀려?"
리넷이 볼에 바람을 넣고 노려보자 존이 미안한 마음에 어설프게 웃으며 말했다.
"아니, 내가 꼭 해야 될 일이 있어서 그래."
"아무 일도 안 하는 백수면서."
"백수라니, 나도 일을 전혀 안 하진 않는다고."
"뭔데, 사람이라도 죽여?"
"마음대로 얘기해. 그래, 언제까지 봐?"
리넷이 뭐라 빈정거리려다 존의 정색한 얼굴을 보고는 얼른 입을 다물었다. 건드리면 안 될 선을 넘었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리넷이 조용히 말했다.
"응, 수요일."
"내일 모레네."
"어."
이번엔 둘 다 깨어 있었지만 차 안엔 다시 침묵이 감돌았다. 리넷 입장에서는 존이 왜 그렇게까지 정색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창 밖을 보는 척 하면서 클린트 삼촌에게 배운대로 존이 화는 이유를 추리해 봤다. 존이 정색한 이유는 자신이 한 말 때문인 게 확실했다. 그렇다면 정말 사람을 죽이나? 하지만 클린트 삼촌은 '존이 시키는 대로 해'라고 답했다. 왜?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는 걸까?
리넷이 더 생각해 보려는 순간, 차가 멈췄다. 집에 다 온 것이었다. 존이 주차를 하자 리넷은 차에서 내리려다 존을 불렀다.
"존 삼촌."
존이 시동을 끄다가 리넷을 돌아보았다.
"왜?"
리넷은 정말 사람을 죽이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존의 묘하게 얼빠진 얼굴을 보자 더 묻고 싶은 생각이 사라졌다.
"됐어."
리넷은 재빨리 책가방을 들고는 집 안으로 들어갔다. 존은 이유를 모르겠다는 듯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핸드폰을 꺼내고는 누군가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응, 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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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하시티를 버리기는 아까워서 해당 배경을 활용하는 소설입니다. 재미는 없을 수도 있습니다.

Author

Lv.1 Lester  3
571 (57.1%)

Leaving this world is not as scary as it sounds.

Comments

안샤르베인
흠 이 존 삼촌이라는 캐릭터는 리넷을 잘 아는 모양이군요. 이야기가 어디로 갈 지 궁금해지네요.
Lester
감사합니다. 사실 휘태커는 제 오너캐고 리넷은 옭님이 만드신 캐릭터들 중 일부...라고 하면 이해가 되시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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