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 공모에 낼 소설] 결혼식 (2/2)

BadwisheS 0 2,503

 

나는 생각했다. 이 곳에는 수많은 형태의 사랑이 모여 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짝사랑을 마음에 평생을 산 나의 볼품없는 그것, 그것을 위해 사회에 맞서는 어쩌면 위태로운 민호와 유민의 그것, 죽은 아버지에 대한 애증이 번갈아가며 마음을 괴롭히는 아현의 그것, 사랑하는 사람의 고통을 어찌하지 못하고 지켜봐야 하는 진수의 그것이 바로 이 곳에 모인 사랑이다. 그것 말고도 더 있을 것이다. 은사님은 사람, , 그리고 다른 모든 것에 대한 한없는 사랑을 보이시며, 사람들이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 그 자체에 대해서도 사랑했다. 세상에는 수많은 형태의 사랑이 존재한다. 어쩌면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직은 어린 이 청년들을 이끌어야 할 내가 품어야 할 태도일지도 모른다. 마음을 다잡고, 나는 민호와 유민의 준비되지 않은 결혼식을 축복하기로 했다. 둘이 팔짱을 끼고 내게 마주섰다.

 

「……하나님께서 만든 모든 것이 아름답습니다. 여러분이 각자 마음속에 품고 있는 것도 바로 그 아름다운 것들의 하나입니다. 다시 말해 오늘 우리는, 하나님께서 만드신 아름다움을 기념하고, 축복하고, 다시 한 번 확인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인 것입니다. 여러분의 관계와, 행동 양식과, 그 사랑의 형태는 남들과는 분명히 다를 것입니다. 그것은 다시 생각해보면 사람들은 그 만큼이나 많은 사랑의 형태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지금 새로 시작하게 되는 이 사랑의 형태를 잘 기억하시고, 마음속에 사진으로 남겨두어 앞으로 한참이 지나 인생에 황혼이 찾아올 때 꺼내보시며, 과거와 현재의 사랑의 형태는 같은 것인가, 살피시길 바랍니다. 이것으로 제 축사는 마치겠습니다. 입장하신 두 분께서는 마지막으로 맹세의 입맞춤을 하여 주십시오.

 

두 남자가 서로 가볍게, 그리고 수줍게 입을 맞춘다. 그 때 고물 발전기가 마침내 전구송이에 전력을 공급하며 요란하게 돌아간다. 그리고는 언덕을 불빛으로 가득 채운다. 그리고 세 사람의 조용하고 느긋한 박수소리가 그칠 줄을 모르고 조용한 밤을 가득 채웠다.

 

Author

0 (0%)

등록된 서명이 없습니다.

Comment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93 길 잃은 바이킹 - 2 댓글1 작가의집 01.18 2657
92 길 잃은 바이킹 - 1 작가의집 01.18 2714
91 [Project Union] 여명 댓글1 Badog 01.07 2488
90 Workerholic-Death In Exams(2) 댓글3 Lester 01.01 2572
89 태양이 한 방울의 눈물이 되던 날 댓글2 Novelistar 01.01 2700
88 계약 안샤르베인 12.30 2411
87 Xeperux-ziram 의 페허 안에서 가올바랑 12.29 2524
86 [소설제:STEP] 통합정리글입니다! 댓글9 QueenofBlade 12.22 2755
85 [소설제: STEP] 종료입니다! 댓글2 QueenofBlade 12.22 2420
84 기사의 맹약 댓글1 안샤르베인 12.22 2551
83 [소설제: STEP] 시작합니다! 댓글15 QueenofBlade 12.21 3086
82 Workerholic-Death In Exams(1) 댓글2 Lester 12.17 2433
열람중 [교내 공모에 낼 소설] 결혼식 (2/2) BadwisheS 12.15 2504
80 [교내 공모에 낼 소설] 결혼식 (1/2) 댓글2 BadwisheS 12.15 2497
79 그와 그녀가 세상을 살아가는 법. 2. 언리밋 12.12 2512
78 그와 그녀가 세상을 살아가는 법. 1. 언리밋 12.12 2417
77 블릿츠 크리그 댓글4 작가의집 12.05 2635
76 겨울冬寒 Novelistar 12.04 2451
75 Magica - 3 마미 12.03 2397
74 [img][소설제:엑스컴]드디어 감상글 및 상품 추첨입니다!!!!! 댓글4 가올바랑 12.03 3406
73 경계를 넘어선 만남(完) 댓글2 안샤르베인 12.01 2403
72 [img][소설제:엑스컴]끝났습니다!+상품부여관련 사항 댓글2 가올바랑 12.01 2506
71 외계로부터의 에코 프렌들리 계획 댓글2 잉어킹 12.01 2452
70 [img][소설제:엑스컴]시작합니다~ 댓글4 가올바랑 11.30 2941
69 나는 너의 미래다 - 1 민간인 11.28 2547
68 Cats rhapsody - 4 민간인 11.23 2472
67 Cats rhapsody - 3 민간인 11.23 2495
66 Cats rhapsody - 2 민간인 11.23 2500
65 Cats rhapsody - 1 민간인 11.23 2449
64 HIGH NOON -5 잉어킹 11.21 2462
63 HIGH NOON -4 잉어킹 11.21 2488
62 HIGH NOON -3 잉어킹 11.21 2515
61 HIGH NOON -2 잉어킹 11.21 2583
60 HIGH NOON -1 잉어킹 11.21 2436
59 해바라기 소이소스 11.18 2433
58 Magica -2 마미 11.18 2357
57 바톤터치 댓글1 글한 11.17 2409
56 색깔의 무게 (4), 完 댓글1 글한 11.13 2340
55 색깔의 무게 (3) 글한 11.13 2324
54 색깔의 무게 (2) 글한 11.13 21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