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s rhapsody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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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호기심, 꿈, 명예, 정치 온갖 것들이 대전으로, 대덕구로 모여들었다. 대전지방경찰청이 피해상황을 간략히 발표할 즈음 언론에서 고양이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들을 내보냈다. CCTV에 찍힌 고양이와 날다람쥐의 추격전, 중간에 장난감 차가 끼어든 상황을 수많은 사람들이 보았다. 한동안 카서스는 거대 고양이, 대전 고양이 등의 단어로 인기 검색어 순위에 자리했다. 실제로 일어난 영화 같은 상황에 많은 사람들이 소설을 썼다. 국내에서 가장 추천수가 많은 소설은 전 정권이나 전전 정권과 연관 지어 써내려간 소설들이었다. 외국에서도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으로 빠르게 퍼졌다. 외국에서는 카서스가 일종의 유행이 되는 듯한 움직임도 있었다. 피해 상황과 배경에 대해서만 얘기하느라 언론에서는 다루지 않았지만, 카서스의 품종인 코리안 숏헤어, 고양이 태비가 수출되었다. 비록 고양이 협회에서 정식으로 등록되지 않은 종이긴 하지만 말이다.

 과학계와 동물보호단체가 한 목소리를 내며 움직였다. 고양이의 가치와 가능성, 대우에 관한 주장이었다. 외국 단체들은 국내 단체들과 손을 잡았다. 시위를 하거나 탄원서를 내는 등 구체적으로 움직였다. 그와 별개로 국내에서는 길고양이에 대한 핍박과 보호가 동시에 진행되었다. 한 때 잔인하게 고양이를 살해한 인터넷 인물에 대한 농담 어린 재평가가 일어났다. 평소 고양이를 싫어하던 어르신이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캣맘과 캣대디를 폭행해서 기사로 나왔다. 아홉 시 뉴스에서는 괴수 고양이를 비롯한 고양이, 나아가 야생동물과 반려동물에 대한 뉴스가 유래 없이 계속 나왔다. 우리는 지금 고양이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고양이의 시대. 논객으로 활동하는 한 명사의 말이 전파를 타고, 랜선을 타고 전국으로, 늙은이에서 말을 배우기 시작한 어린아이에게까지 퍼졌다. 그 때였다. 여론을 한 번에 끌어 모으는 사건이 터졌다. 아홉 살 송 양의 죽음이었다.

 카서스에겐 좀 억울한 구석이 있었다. 다른 경우들과 다르게, 송 양을 먹지 않았다. 사람들은 오히려 그 부분에서 공분했지만 말이다. 송 양은 판암동에서 살며 판암초등학교에 다니는 2학년짜리였다. 판암주공아파트에서 살았다. 가족들과 아파트 근처 벤치에 앉아 외식을 한 날이었다. 화창하고 맑은 주말이었고  아이의 모험심을 자극하는 날이었다. 송 양은 먼저 밥을 먹고(반 그릇만 먹고 남겼지만) 아홉 살이 가볼 수 있는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갔다. 아파트 뒤 수풀에서 송 양은 카서스와 마주쳤다.

 두 귀여움이 만났다. 송 양은 카서스를 무서워하지 않았다. 고양이를 조심해야 한다는 엄마 말은 이미 머릿속에서 없었다. 카서스가 끄응 하고 얕게 신음하자 송 양은 거대 고양이의 매력에 홀딱 빠졌다. 카서스는 송 양을 보며 자신이 앰버이기 이전, 동물병원에서 자신을 안고 집으로 데려간 박 양의 품을 떠올렸다. 카서스는 문 군에게 그랬던 것처럼 애교를 부렸다. 철없으며 끔찍한 애교였다. 연약한 송 양은 카서스의 애교에 분해됐다. 돌아오지 않는 송 양을 찾던 가족은, 옷이 찢기고 제 형체를 잃은, 한 때 송 양이었던 것을 발견했다. 주검과 조금 떨어져 어쩔 줄 모른 채 난처해하는 카서스도 보았다. 송 양의 아버지는 딸의 사망에 이성을 잃고 카서스에게 달려들었다. 카서스는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이 사건은 카서스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사람들의 공분을 일으켰다. 한동안 사람이 죽지 않다가 벌어진 일이기도 했고, 실종이 아닌 시체로, 끔찍한 모습으로, 아홉 살 여자아이라는 점에서 사람들의 분노가 더해졌다.

 그제야 정부는 단호해졌다. 군부대의 투입을 결정했다. 32사단 16연대가 맡았다. 더 필요하다면 인근 군부대를 지원할 수도 있었다. 야생동물 전문가와 엽사, 밀렵 전과까지 있는 사람들을 모았다. 대전시는 정부의 방침을 적극 보조하겠다고 선언했다. 경찰은 최 노인과 두 연구원의 소재를 알아냈다. 그건 최 노인이 바라던 바였다. "우리만으로는 힘드네. 해치울 순 있겠지만 모든 과정까지 책임질 수 는 없어." 최 노인의 말이었다.

 카서스의 행보가 나왔다. 계족산과 응봉산 줄기를 따라 카서스는 동쪽으로, 아래로 내려갔다.  카서스는 보문산 자락에 있었다. 최 노인과 양 연구원은 괴수 고양이를 잡기 위한 새로운 기계를 만들었다. 군대와 작전을 짰다.

 박 연구원은 초조함을 숨기며, 한 편으로는 영웅 놀이에 즐거움을 느꼈다. 자신은 양 연구원의 보조라며 원래 직함을 낮췄지만 말이다. 양 연구원은 날다람쥐의 부품을 회수하여, 새로 고치는 동시에 개조했다. 다리 네 개를 더했다. 총 열 두개 다리였다. 양 연구원은 새로운 날다람쥐의 이름을 마크2로 정했다. 날다람쥐 마크2. 어릴 적 본 어느 애니메이션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했다. 최 노인은 리모컨으로 조종하는 장난감 차를 더 전보다 튼튼하게 새로 만들어다. 장난감 차의 외관은 전보다 더 장난감 같았다. 마치 바퀴가 달린 사각의 상자로, 심지어 헤드라이트엔 눈썹과 눈동자가 달려있었다.

 운명의 날이 다가왔다. 보문산 자락에 있는 가정집, 가게, 점집 할 거 없이 모조리 사람들을 방공호로 보냈다. 최 노인과 양 연구원, 박 연구원이 보문산 자락에 나타났다. 세계의 존망이 달린 듯한 결연한 모습이었다. 그 뒤를 장난감차가 따랐다. 날다람쥐 마크2는 따라 오다가 숨었다. 세 사람은 경차에 탔다. 고질라가 밟아도 멀쩡하다는 경차였다.

 장난감 차가 산을 향해 딸랑거렸다. 소리가 적막한 거리에서 울리듯 하다 사라졌다. 장난감 차는 몇 번을 더 딸랑였다. 산에서부터 포효하는 울음소리가 들렸다. 야옹… 야오옹… 야아오오옹…… 그리고 멀리서부터 지축이 울렸다. 산기슭 높은 곳에서 카서스가 내려왔다. 집 한 채가 다리를 달고 움직이는 듯했다. 장난감 차에서 빨간 등이 번쩍였다. 이윽고 차에서 찍찍 쥐소리, 재잘재잘 새소리, 벌레 소리기 나왔다. 카서스를 유인하기 위한 소리였다. 카서스는 반응했다. 먼 곳에서부터 큰 덩치가 아래로 수그렸다. 최 노인과 양 연구원, 박 연구원이 긴장했다.

 카서스가 도약했다. 순식간에 믿기지 않을 정도로 먼 거리를 날아왔다. 세 사람은 기함을 질렀다. 장난감 차가 보문산로를 내질렀다. 추격전이 시작되었다. 장난감 차는 부사동에서 석교동으로 옥계동으로, 옥계동에서 효동으로 문창동으로 한 바퀴를 돌며 질주했다. 개발이 닿지 않은 낡은 거리와 늙은 집들이 추격전 사이에서 위태했다. 옥계동에서 회전할 때 카서스와 부딪칠 뻔했다. 100킬로 짜리 술래잡기였다.

 장난감 차는 다시 부사동으로 진입해 충무체육관으로 갔다. 장난감 차가 대전구장으로 들어갔다. 대전구장은 한화 이글스가 야구를 못해서 야구장을 수월하게 비웠다. 카서스는 조금 지친 상태로 대전구장으로 들어왔다. 카서스의 뒤로 날다람쥐 마크2가 몰래 들어왔다. 카서스는 당황했다. 도망치려고 뛰어올랐다. 날다람쥐 마크2가 도약해서 카서스의 위를 덮쳤다. 날다람쥐는 카서스를 사로잡았다. 카서스는 비명을 질렀다. 카서스는 아둥바둥 발악했다. 대전구장 덕아웃과 관중석에서 군인들이 나타났다. 카서스는 포위되었다. 전과 다르게 날다람쥐 마크2를 풀어내지 못했다. 힘을 쓰면 쓸수록 더 큰 힘이 카서스를 죄었다. 절규는 문창동 대흥동 은행동까지 퍼졌다. 사람들이 카서스를 포위하며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갔다. 이제 고양이의 운명은 끝난 듯 했다. 그 때였다.

 누군가가 뛰쳐나가 카서스 앞에 섰다. 문 군이었다. 그 동안 문 군은 카서스를 따라다니며 돌봐왔다. 문 군은 카서스 앞에 서서 두 팔을 벌렸다. 사람들을 막으며 울먹이듯 소리쳤다.

 "하지 말아요! 죽이면 안 돼요!"

 다가오던 사람들이 멈칫했다. 카서스는 문 군이 나타나자 슬프게 울며 얌전해졌다. 문 군은 뒤돌아서 벌린 두 팔로 카서스를 안았다. 팔 전체를 움직이며 카서스를 쓰다듬었다. 괜찮아. 문 군이 다시 한 번 말했다. 괜찮아. 카서스는 서글프게 울었다. 야아옹.

 카서스는 지치고 연약한 고양이가 되었다. 사람들은 카서스의 눈빛과 울음소리, 고양이 특유의 유연한 선들, 아래로 흘러내리는 수염. 사람들은 카서스의 매력에 빠졌다. 카서스를 죽이려는 사람들은 죄책감을 느꼈다. 지휘관, 병사 할 것 없이 모두 머뭇거렸다. 마음이 흔들린 지휘관은 마취총만 쏠 것을 지시했다. 지휘관의 망설임이 병사들에게 옮은 것처럼 마취총도 간격을 두고 발사되었다. 한 대의 마취제가 꽂히자 이내 수십 대의 마취총이 꽂혔다. 카서스는 단발성을 내질렀다. 과격한 몸부림이 점점 미약해지더니 눈이 감겼다. 군인과 경찰들은 카서스의 털을 꼭 붙잡던 문 군을 어렵게 떼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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