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s rhapsody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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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한동안 앰버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죽거나 계절잠을 자지는 않았다. 앰버가 사람들에게 모습을 보이지 않는 동안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선비마을 2단지 205동 611호에 사는 문 군은 스물여섯 취업준비생이었다. 명석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우송대 화학공학과를 나왔다. 직장을 어디로 갈지 고민했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취업 자체를 할 수 있을지 걱정했다. 사실 문 군은 어디든 불러만 준다면 가고 싶었다.

 문 군의 바람이 노력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가방엔 언제나 공무원 문제집이 들어있었다. 공무원 자습서를 들고 먼저 향하는 곳은 팔 할이 피씨방이었다. 게임은 왜 그리 재미있는지, 하면서도 스스로 답답했다. 이럴 바엔 피씨방에 와서 게임을 하지 말고 인터넷 강의를 듣자고 마음먹었다. 한 시간 반 즈음 되자 의지가 스러졌다. 그 즈음부터 가방에는 공무원 자습서마저 없었다.
 
 문 군은 이런 위태로운 방탕을 선천적인 처세술로 넘겼다. 집에서는 가만 있을 수 없도록 눈치를 쏘아댔다. 오히려 나가 살기가 편했을 텐데도, 문 군은 현상 유지를 위하여 그럴 듯한 말로 부모님을 안심시키며 스스로도 속였다. 달리 보면 수완이 굉장한 셈이었다. 어쩌면 문 군은 정치에 재능이 있을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정계 입문의 길은 너무 높았다. 문 군 역시 하루하루 버티기에 급급했다.
 
 아버지를 따라 나서는 아침 산행은 가장 고되지만 확실한 설득이었다. 문 군의 아버지 문 씨는 매일 아침 선비마을 뒤에 있는 응봉산에 올랐다.  주말처럼 시간 여유가 생길 때는 간혹 더 멀리 계족산으로 갔다. 문 씨에겐 새벽부터 산에 올라 내려온 뒤 든든하게 아침 식사를 하기가 하루의 준비이자 시작이었다. 계족산에 붙어 있는 응봉산은 높지도 산새가 험하지도 않은 동네 야산이었다. 하지만 문 군에게는 유격 야간행군만치 죽을 맛이었다. 오르막의 가파름, 등산로의 길이보다 새벽 기상이 더 힘들었다. 겨우 일어나 근무에 투입되는 초병을 문 군은 아침마다 생각했다. 아버지 문 씨는 옷을 주섬주섬 입고 따라 나온 문 군이 답답할 정도로 한심하고 안쓰러웠다. 그러나 또 한 편으로는 가상했다. 아침부터 충고라는 명목의 잔소리를 하면서도, 본인이 출근하기 전에 문 군에게 굶고 다니지 말라며 만 원짜리 한 장을 쥐어주었다.
 
 그만한 노력과 고생을 차라리 취업 준비에 쏟아 부으라는 충고는 그만 하자. 문 군은 그런 뻔한 충고들을 익히 수없이 들어왔다. 본인도 알고 있었다. 아무리 들어도 단번에 고쳐지지도 않으리란 것도 알았다. 문 군에게 닥친 괴로움은 아침 기상만으로도 충분했다.
 
 문 군이 사는 시늉을 하는 어느 날이었다. 문 군과 그의 아버지 문 씨는 어스름한 새벽 빛 사이에서 운동했다. 언제부턴가 전국적으로 생긴 운동 보조기구의 도움으로 허리를 돌리기도 하고 적당한 힘으로 팔을 앞뒤로 움직여 의자를 들었다 놨다. 문 군은 아버지를 따라 운동하는 척만 했다. 5분이나 지났을까, 문 군은 아버지에게 볼일을 보고 오겠다고 했다. 어떻게든 운동 시간을 넘겨보려는 속셈도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으슥한 산 속. 문 군은 볼일을 보며 하품했다. 나무 사이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다가왔다. 사실 그림자가 아닌 검은 줄무늬였지만, 줄무늬라고 하기에는 한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컸다. 문 군은 갑자기 쎄한 기분이 들었다. 고개를 돌렸다. 눈이 마주쳤다.
 
 문 군은 자신이 볼일을 보고 있음을 잊었다. 정리되지 못한 노란 줄기가 바지에 튀었다. 공포 이전에 당혹감으로 몸이 굳었다. 빛이 들어오지 않아 커다래진 동공이었다. 눈이라고 하기엔 너무 커서 농구공만한 구슬 한 쌍 같았다. 야옹.
 
 고양이가 속삭이자 문 군은 그제야 자신이 무엇인가 해야 한다고 느꼈다. 비상식적 상황이 머리로 이해되기 시작했다. 이해를 시작한 머리는 아주 급박하게 돌아갔다. 어쩌지? …나 죽는 거야? ……근데 저건 뭐지?
 
 문 군이 한 보 뒷걸음질 할 때였다. 고양이는 다시 한 번 속삭였다. 야옹. 그대로 발랑 뒤집어 누웠다. 문 군을 향해 애교를 부렸다. 손톱을 세우지 않은 흰 장화 같은 앞발을 내저었다. 앞발이 애교를 부리다 나무에 닿자 나무가 힘에 밀려 우지끈 부러졌다. 고양이가 또다시 울었다. 냐아옹.
 
 그토록 파괴적이고 무시무시한 야옹이 세상에 있을까. 야옹 소리가 산에 메아리쳤다. 냐옹… 냐아옹…… 냐아아옹…… 문 군은 고양이를 보았다. 자신을 바라보는 고양이의 눈에 점차 홀렸다. 문 군은 고양이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소변 묻은 손으로 고양이의 콧잔등을 훑었다. 고양이는 기분 좋은 가르릉 소리를 냈다. 수많은 동물들이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도망쳤다. 문 군은 고양이의 이곳저곳을 쓰다듬었다. 고양이는 누운 채 꼼짝 않고 자신을 내맡겼다.

 한참을 고양이를 쓰다듬는데 멀리서 누군가 문 군을 불렀다. 아버지 문 씨였다. 고양이는 깜짝 놀라 몸을 바로 세우고서 다시 포복했다. 문 군은 고양이의 마법에서 벗어났다. 한 번 더 쓰다듬은 뒤 아버지 목소리 방향으로 내려갔다. 고양이는 아쉬운 듯 짧게 신음한 뒤 떠났다. 떠날 때 사람 몸이 흔들릴만한 돌풍이 일었다. 문 씨가 문 군을 보자마자 나무랐다.

 "너는 대체 오줌을 싸러 가는 거냐 만들러 가는 거냐?"

 아무 말도 못하고 쭈뼛거리는 문 군에게 문 씨가 물었다.

 "근데 호랑이 소리 들었냐 너도? 계족산에 웬 금수가……."

 "저쪽 산 멀리에서 나던 것 같던데."

 "그러니까 조심해야 돼. 괜히 만나서 당하기라도 하면 누가 책임지냐. 오줌도 세월아 네월아 싸지 말고 근처에서 얼른 싸고 와. 근데," 갑자기 문 씨는 아들을 한심한 표정으로 보았다.

 "일단 자크나 올려라. 사내새끼가 뭐 보여줄 게 있다고 저렇게 덜렁대고 다니고……."
 
 앰버는 어떻게 응봉산까지 갔을까. 유성구청 직원 생각과는 다르게 앰버는 북쪽이 아닌 동쪽으로 갔다. 전민동 상가 거리와 연구소 단지 사이에 있는 야트막한 산에서 지내다, 자신을 둘러싼 위협을 감지하고 전민동에서 떠났다. 전민동 엑스포 아파트를 지나 징검다리를 통해 갑천을 건넜다. 새벽녘의 일이었다. 앰버는 갑천을 건너 신대동으로, 와동으로, 장동으로 갔다.

 장동 맨발산책로를 한 바퀴 돌아보고서 앰버는 처음으로 사람을 잡아먹었다. 첫 희생자는 장동 군부대 앞에서 살던 고 씨 할아버지였다. 고 씨 할아버지는 장동에 미군이 있을 때 들어왔다. 그 때 장동은 미군 기지촌으로 잘 나갔었다. 미군이 떠나자 기지촌은 쇠락했다. 기지촌의 흔적과 함께 할아버지도 늙었다. 많은 사람들이 장동에서 떠났다. 남은 몇몇은 지박에 걸린 듯 장동 안에서 살아갔다. 앰버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인간이 아닌 굼뜬 장난감정도로 보았다. 앰버는 장동에 사는 노인 한 명을 더 먹었다. 두 노인을 찾는 사람은 일주일에 한 번 찾아오는 복지사 뿐이었다. 복지사는 경찰에게 신고도 하고 가족을 수소문도 했으나 마치 유령의 자취와도 같아서 다른 연고도 관계도 찾을 수 없었다.

 사람과 산짐승을 잡아먹으며 앰버는 시내버스만큼 커졌다. 그 이상 성장하지는 않았다. 앰버를 항상 괴롭히던 허기도 약간 줄었다.

 세 번째 희생자는 계족산 자락, 선비마을 1단지 뒤에 있는 작은 밭을 일구던 김 할머니였다. 김 할머니는 영세민이 모여 사는 한마음 아파트에서 살았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후 항상 누워만 있는 할아버지와 함께였다. 김 할머니가 종적을 감춘 이후 할아버지는 그대로 시체가 되었다. 할아버지의 끔찍한 시취를 견디다 못한 이웃 주민에 의해 발견되었다. 할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김 할머니의 실종이 드러났다.

 네 번째 희생자부터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었다. 네 번째 희생자는 평소 산행을 즐기던 40대 중반 남성이었다. 대화공단에 있는 동아연필에서 근무했다. 이즈음 앰버는 도망치는 사람을 벌레 잡듯 앞발로 툭툭 치며 사람을 물고 놓아주며를 반복했다. 사람이 만신창이가 되었을 때야 먹었다. 사람 입장에서는 잔인하고 공포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앰버는 다른 고양이처럼 그것을 손쉬운 사냥, 혹은 장난으로 행동했다. 희생자는 일곱까지 늘었다. 독립적으로 진행되던 실종자 수사가 한데 묶였다. 실종자 모두가 '산'을 공통으로 묶였다. 수사가 진행되자 김 할머니와 실종된 장동 노인들도 수면 위로 드러났다. 스산한 분위기가 계족산 자락에 감돌았다. 송촌동에서 법동, 읍내동 와동까지 산을 찾는 발걸음이 뚝 끊겼다. 그 와중에 갈가리 찢기고 피가 튄 희생자의 옷이 발견되었다.

 산 이외에는 희생자들의 공통점이 없었기에, 수사당국은 용의자가 사람이 아닌 맹수를 추측했다. 대전 동물원에 문의했다. 사파리에 있는 맹수들은 얌전히 있었다. 맹수가 아닌 걸까, 의심을 접을 즈음 CCTV에서 중요한 단서가 나왔다. 바로 폐쇄회로로 천천히 다가오는 집채만 한 고양이었다. 고양이는 카메라를 향해 다가와 똘망똘망한 눈으로 바라보더니, 찹쌀떡 같은 앞발로 귀엽게 한 번 내질렀다. 화면이 요동치더니 터지듯 꺼져버렸다. 화면만 봐도 내동댕이쳐지는 듯한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CCTV를 본 사람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세상에. 맙소사. 고양이였어?

 경찰은 고양이를 중점적으로 조사했다. 산에서 배설물과 털을 채취했다. 경찰은 기자회견을 열었다. CCTV에 찍힌 영상을 틀며 발표했다.

 종은 코리안 숏헤어로 추정. 나이는 추정 불명. 행동은 어린 고양이의 특성을 가지고 있음. 하지만 숏헤어라는 종명이 무색하게 앰버는 어느 장모종 고양이보다 털이 길었다. 용의자는 계족산 일대에서 활동하는 걸로 예상함. 거대 고양이가 알려지자 단숨에 전국 이목을 끌었다. 반응은 뜨거웠고 다양했다. 사람 목숨에 위협이 되는 맹수는 당연히 사살해야지요. 저렇게 큰 고양이는 생포해서 특별 관리를 해야 해요! 저 고양이 후쿠시마산 고양이가 아닌지…, 근데 고양이 정말 귀엽다; 보고서 심쿵함(심장이 쿵 놀랬다는 뜻), 병신들 ㅋㅋㅋ 고양이보다 개가 짱임.

 수사하던 경찰은 경찰력의 한계를 느꼈다. 관련 있는 모든 기관에 요청했다. 소방청은 곤란해 하면서도 최대한 돕겠다고 했다. 하지만 다른 곳들은 난색을 표했다. 대전시는 올레길을 포함한 계족산 자락 등산을 막고 철조망을 쳤으나, 더 이상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고 했다. 한밭대에서 더 가면 나오는 대전시 유기동물 보호관리 센터는 맹수는 우리 소관이 아니라고 딱 잘랐다. 과학계에서 거대 고양이의 과학적 가치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언론에서 거대 고양이의 가치를 액수로 추산했다. 몇 백억이었다. 경제논리가 끼어들자 국가 차원으로 거대 고양이를 논의했다. 거대 고양이의 희귀성과 귀여움을 두고 포획이냐 사살이냐, 진압한다면 군대를 투입해야 하는가 국론이 나뉘었다. 처음엔 한 목소리를 내던 정계는 반대여론을 의식하여 의견이 쪼개졌다. 강경파와 온건파가 대립했다. 그 사이 대전 주민, 특히 대덕구 주민들은 밖에 나가지 못했다. 학교와 학원에 나가는 인근 학생들은 차와 건물 밖 나오려고 하지 않았다. 상가들을 찾는 손님들의 확 줄었다. 밤에는 개점 휴업이었다. 송촌동 선비마을 앞 상가와 식당가가 가장 타격이 컸다. 송촌동에서 잘나가는 꼬막짬뽕집도 파리만 날렸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항상 비상 대기였고, 인근 군부대는 초소의 숫자와 투입하는 초병을 같이 늘렸다. 군인들은 군일과에 제한이 생겨 이전보다 휴가나 외박을 나가기가 힘들어졌다. 육군간호학교와 자운대에 있는 행정학교 군수학교까지 노심초사했다. 간혹 인근 군인들이 애꿎은 짬타이거에게 화풀이했다.

 대전의 재난이 외부로 알려지고 이틀 즈음이 지났다. 세계인들도 한국 대전에 일어난 전대미문 초유의 사태에 관심을 보였다. 세계 뉴스들이 대전에 일어난 재난을 보도해주었지만 토픽으로 나가는 경우가 더 많았다. 거대 돌연변이 고양이라는 뉴스는 외국인의 눈에도 귀여운 재앙이었다. 코리안 자이언트 캣이라며 유튜브 등지에서 고양이 동영상이 올라왔다. 조회수가 폭발적으로 늘었으나 아래에 달린 반응들은 국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태가 일파만파로 뻗어나갈 때 경찰에게 고양이 사살 명령이 떨어졌다. 유명한 엽사들도 데려왔다. 지역 향토사단인 32사단이 나서야 안심한다는 여론도 있었지만 대외적인 정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예상 외로 동물 보호단체의 반발이 거셌다. 내부적으로도 경찰소방국이냐 군대냐 하는 절차상 문제에 강력한 제압 대응은 계류 중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고양이에 대한 수사가 점차 좁혀졌다.

 앰버는 자신을 향해 집중되는 이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날아가는 새를 껑충 뛰어 잡거나 발톱 크기도 되지 않는 쥐를 잡는 소일을 했고, 그게 아니면 가르릉 잠들었다. 희생자들에 비해 문 군은 아주 운이 좋았다. 문 군은 아버지에게 받은 돈을 고양이 사료에 쏟아 부어 앰버에게 털어넣어주었다. 사료를 지고 땀을 뻘뻘 흘리며 산에 올라가면, 앰버는 5킬로 짜리 사료를 가루약처럼 삼켰다. 그럴 때는 허망하고 섬뜩했다. 하지만 그런 기분도 잠시였고, 문 군은 앰버가 귀여웠다. 자신의 목숨이 날아갈지도 모르는 발짓도, 공사현장 작업 소리같은 목울림도 귀여웠다. 앰버는 얼굴로 몸을 들이밀면 카서스가 냉장고만한 혀로 핥았다. 그럴 때면 몸이 공중으로 들렸고 까끌한 혀 때문에 옷이 까졌다. 피부에 직접 닿는 부분 오죽하랴. 그래도 문 군은 앰버가 귀여웠다. 문 군은 앰버에게 카서스라는 새 이름을 지어주었다. 문 군이 자주 하는 게임 캐릭터를 따온 이름이었다.

 아무튼 이 대전에서 이 거대 고양이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당연히 이 고양이 사태의 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박 연구원도 소식을 들었다. 박 연구원은 아연해졌다. 이 수사의 방향이 나에게 오면 어떡하지. 희생자에 대한 보상과 샘플을 빼돌린 책임을 물으면 어떡하지. 이 사건의 근본인 방만한 예산 사용을 캐내면 어떡하지. 박 연구원은 수많은 걱정에 제대로 잠도 자지 못했다.

 박 연구원은 어렵게 양 연구원을 찾아갔다. 양 연구원은 기계공학 전공이었다. 박 연구원은 친한 사람이 얼마 없었다. 그 중에서도 고양이 사태를 이야기 할 만한 사람은 더욱 없었다. 양 연구원과는 그저 슬쩍 인사나 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박 연구원은 양 연구원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몰래 거대 로봇을 개발한다는 소문이었다. 양 연구원에게 간 단 하나의 이유였다. 썩은 동아줄이라도 잡고 싶었다.

 박 연구원은 대화를 빙빙 돌리며 분위기를 살폈다. 거대 고양이가 얘기가 나오자 양 연구원은 열의를 띄며 본인이 꼭 잡았으면 했다. 무슨 특별한 방법이라도 있는 듯 말씀하시네요? 박 연구원이 미끼를 던지자 양 연구원이 덥석 물었다. 그럼요! 내가 괜히 허풍 치는 그런 사람이 아냐. 만들어놓은 게 있다구요. 써먹을 수 있다면 좋겠지. 박 연구원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양 연구원을 꼬득였다. 곧 잡을 것처럼 굴던 양 연구원이 난감해했다. 박 연구원은 기계 로봇 이야기를 들은 상황에서 물러날 수 없었다. 사건의 진상을 조심스레 말했다. 양 연구원의 반응은 박 연구원의 예상과 달랐다. ……아니 지금 그 사람 죽인 고양이를 박 연구원이 만들었다구요?

 박 연구원은 태도를 바꿨다. 내가 수습을 못해서 일이 이렇게 됐어요. 그래서 부탁하러 온 거 아닙니까. 사람 좀 살려줘요, 이렇게 부탁하리다. 양 연구원은 기가 막혔다. 너무 황당한 내막이라 이것저것 꼬치꼬치 물으니 포장했던 거짓말을 풀고 조금씩 사실을 말했다. 감추고 싶었던 예산 사용까지 밝힐 수밖에 없었다. 양 연구원은 흥분해서 예의고 겉치레고 건너뛰고 말했다.

 "돈이 없어서…… 고양이를 실험했는데, 고양이가 도망갔다고?"

 박 연구원은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돈이 없으면 천천히 진행을 하던가.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이야! 자네 때문에 이게 무슨 난리냐고, 사람이 죽고 대체!"

 "미안해…… 다 내 잘못이야. 그래서 내가 부탁하러 왔잖아요. 응? 자네밖에 없어요, 부탁이야. 제발. 아까 말한 방법으로 날 도와주면 되잖아…요."

 그러면서 박 연구원은 설득과 협박을 병행했다. 현재 대전이 처한 위험을 상기시키며, 이 사태를 해결한 유일한 사람이 당신밖에 없음을, 어린 시절 꿨던 꿈을, 저 거대 괴수를 무찌를 수 있는 주인공임을, 해결로 인해 따라오는 명예를, 그리고 당신과 나는 이미 한 배를 탔음을 을렀다.

 양 연구원은 못마땅해 하는 척하면서도 박 연구원의 말을 들었다. 박 연구원의 말은 실은 자신이 몰래 품던 바람이기도 했다. 명예와 관심을 향한 공명심과 소년 시절의 꿈. 아톰이나 마징가를 만든 박사들이 실제로 되는 것이다. 고양이 사태를 보며 한 번 해볼까 하는 마음이 구체적인 모습으로 나타났다. 결국 양 연구원은 아쉬운 척하며 박 연구원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다. 양 연구원은 실은 취미로 만들어봤어… 라며 예의상 겸손을 차리며 박 연구원을 자신의 비밀기지로 데려갔다. 건물 뒤편, 천막 쳐진 양 연구원만의 공간이었다. 박 연구원은 양 연구원의 비밀병기를 보았다.

 저게 뭐야… 선풍기? 비밀병기를 본 박 연구원의 소감이었다. 박 연구원의 눈에는 양 연구원의 비밀병기가 덮개 없는 거대 선풍기로 보였다. 박 연구원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 선풍기와 헬리콥터에게서 모티브를 따와 만들었기 때문이다. 양 연구원은 자신의 비밀을 보여주는 중2 남학생처럼 조심스러우면서도 열의에 들떠 설명했다.

 "스파이더맨에 나온 닥터 옥토퍼스를 기억하나? 기계 촉수로 공격하던 악당."

 선풍기의 중심축으로 날개와 여덟 갈래의 살들이 있었다. 가볍고 튼튼한 신소재였다. 날개는 비밀병기의 공중 이동을 책임졌다. 철골처럼 생긴 여덟 갈래로 뻗친 살들은 전후좌우로 움직임이 가능한 다리였다. 가늘고 긴 다리들은 비상시에 날개가 될 수도 있었다. 양 연구원은 구석에 있는 리모컨을 꺼내 부채를 접듯 비밀병기의 다리들을 접었다. 다리 하나 길이가 승용차 한 대 길이만 했다. 박 연구원은 양 연구원의 비밀 업적을 대단하게 보면서도 한 편으로는 미심쩍었다. 박 연구원이 물었다.

 "그러면 이 기계가 하늘에서 유인하고… 경찰이나 군대가 제압하는 건가?"

 양 연구원은 답답한 듯 고개를 저었다.

 "아냐, 그게 아니지. 경찰이나 군대를 부를 필요가 없어. 하늘을 나는 건 아주 작은 부분일세. 혼자서 처리가 가능하다 이거지. 내가 이 녀석 이름을 무어라 지었을 것 같나?"

 거미? 선풍기? 하지만 박 연구원이 원하는 대답이 아닌 듯했다.

 "모르겠는데……."

 그러자 양 연구원은 으스대듯 말했다.

 "날다람쥐네."

 박 연구원이 되물었다.

 "날다람쥐?"

 양 연구원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이 녀석의 진가는 시가전이네."
 
 
 
 그 때 선비마을을 포함한 송촌동, 법동 상황은 계엄과도 같았다. 밤에 돌아다니는 사람은 이제 거의 없었다. 낮에도 그 수가 얼마 되지 않았다. 학생들의 귀가 시간은 당겨졌다. 동네 학원들도 나오지 않는 학생들로 골머리를 앓았다. 대전시는 대덕구와 한참동안 공방을 벌이다 아파트와 산 사이에 설치한 철조망을 늘리는데 그쳤다. 앰버는 이런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며 자신을 찾아오는 문 군과 놀았다. 문 군이 사온 사료나 생고기, 생선을 씹지도 않고 삼켰다. 문 군의 노력으로 식인은 거의 줄었지만 배가 고파지만 언제 다시 먹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계족산과 운봉산의 야생동물이 빠르게 줄었다.

 문 군은 선비마을 5단지 외곽에 있는 식당 뒤로 돌아가 산으로 들어갔다. 선비마을 단지 뒷길을 돌아 굴다리를 통과해 카서스와 마주쳤다. 문 군은 카서스와 재미있는 한 때를 보냈다. 그 때였다. 하늘에서 무언가가 둘에게 다가왔다. 여덟 개의 살과 그 아래 날개가 뱅글뱅글 돌면서 다가왔다. 바람을 일으키며 천천히 둘 앞에 내려앉았다. 카서스는 바짝 긴장해 자세를 낮추었다. 문 군은 옆에 있는 나무 뒤에 숨었다. 날다람쥐는 뱅글뱅글 돌던 여덟 개의 살을 멈추고 관절을 구부려 거미처럼 카서스 앞에 섰다.

 날다람쥐가 다리를 까딱거렸다.

 카서스의 동공이 확대되었다.

 카서스는 날다람쥐를 잡기 위해 도약 자세를 잡았다.

 문 군은 영문도 모른 채 자신이 기댔던 나무를 꼭 안았다.

 박 연구원은 철조망 반대편 차 안에서 운전대를 꼭 잡고 있었고, 양 연구원은 옆자리에서 리모컨을 꼭 쥐고 있었다. 두 사람 다 날다람쥐와 연결된 작은 화면을 보았다. 양 연구원이 외쳤다. 가자!

 날다람쥐가 갑자기 선비마을 방향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카서스는 날다람쥐를 추격했다. 날다람쥐는 철조망 앞에 서자 다리를 오무렸다 폈다. 아파트 6층 높이까지 도약해서 철조망을 건넜다. 카서스는 시 예산을 들여 만든 철조망을 쉽게 넘어 뒤쫓았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날다람쥐는 동춘당을 지나 길 건너 식당가로 내달렸다. 그 뒤를 카서스가 뒤쫓았고, 카서스 뒤를 두 연구원이 따라갔다.

 좁은 골목이었다. 날다람쥐가 묘기를 부렸다. 길을 뛰어다니지 않고 다리로 벽을 밀었다. 날다람쥐는 사뿐하고 재빠르게 건물과 건물 사이를 뛰어다녔다. 오… 오오! 박 연구원이 열광했다. 유리창에 닿을 때는 다리 끝에서 유리창보다 넓적한 빨판이 나타나 박살을 막았다. 카서스는 약이 바짝 올라 날다람쥐를 향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건물들을 허물었다.

 날다람쥐가 묘기를 부릴수록 카서스는 발광을 했고 송촌동이 쑥대밭이 되었다.

 "고양이는 언제 잡을 거야!"

 박 연구원은 양 연구원을 보았다. 양 연구원은 흥분으로 들떠 있었다.

 "잡을 거야! 타이밍을 보는 거라고!"

 날다람쥐는 송촌동 상가에서 대덕구 청소년수련관으로 방향을 돌렸다. 카서스가 미친 듯이 뛰어갔다. 박 연구원이 다급하게 말했다.

 "어떻게 잡을 건데?"

 "일단 넓은 곳으로 가야지!"

 날다람쥐는 다시 방향을 꺾어 법동 초등학교로 갔다. 법동 초등학교 입구에서 날다람쥐가 멈췄다. 그리고 강풍에 우산살이 뒤집히듯 접시 모양으로 뒤집어졌다. 고양이가 멈칫했다. 곧 도약자세를 취했다. 카서스는 날다람쥐를 덮쳤다.

 날다람쥐는 뛰어든 카서스를 쥐었다. 문어처럼 각 다리들로 얽었다. 카서스가 비명을 질렀다. 처절한 비명이 오정동까지 울렸다. 카서스가 몸부림 쳤다.

 "됐어! 된 거야!"

 "이제 어쩌지?"

 "어? 그게 무슨 말이야?"

 "이대로 죽일 거야? 가만히 둘 거냐고."

 박 연구원은 생포 이후를 생각하지 못했다. 날다람쥐의 상황이 불길했다. 다리가 조금씩 벌어졌다. 어떤 다리는 휘었다. 양 연구원이 미친 듯이 리모컨을 눌러댔지만 날다람쥐는 힘에 부치는 듯했다. 카서스가 앞다리를 쭉 내밀었다. 살 하나가 부러졌다. 뒤이어 뒷다리도 풀렸다. 두 연구원이 사색이 되었다. 날다람쥐는 무의미하게 버둥거렸고, 카서스는 울부짖으며 자신을 궁지에 넣은 날다람쥐를 응징했다. 생물이 아닌 기계를 공격하는 것임에도 섬득했다. 날다람쥐는 곧 너덜해졌다.

 두 연구원은 사색이 되었다. 카서스는 이글거리는 눈으로 두 연구원을 보았다. 두 연구원은 위험을 직감했다. 그 자리에서 유턴해서 내달렸다.

 카서스가 두 연구원을 뒤쫓았다. 영화 속 추격 장면이 실제로 일어났다. 운전대를 붙잡은 박 연구원은 보이는 모든 신호와 차선을 무시했다. 맹수에게 쫓기는 초식 동물 신세가 되었다.

 무작정 밟고 달리니 동부 터미널 네거리를 지나 가양 네거리였다. 다른 운전자들은 연구원들의 차를 피해 화를 내다, 뒤쫓아 오는 카서스를 보며 정색했다. 카서스를 피하려다 자기들끼리 부딪치기도 했다. 어떤 운 없는 차는 할부금도 갚기 전에 고양이에게 깔렸다. 박 연구원은 있는 대로 차를 밟았지만 카서스를 따돌리지 못했다. 카서스는 바로 뒤까지 쫓아왔다. 두 박사는 이제 죽었구나 싶었다.

 가양 산부인과를 지날 때. 차와 카서스가 내달리는 그 찰나의 틈에 어떤 차 하나가 끼어들었다. 차는 카서스의 옆구리를 들이받았다. 카서스는 도로를 나뒹굴며 건물을 허물었다. 두 연구원은 영문도 모른 채 질려서 내달렸다. 그리고 어느 새 자신들의 뒤에 카서스가 없음을 알았다.

 "고양이가 없어! 고양이가 없다구!"

 양 연구원이 소리 질렀다. 박 연구원은 듣지 못했다. 엑셀레이터를 밟은 발이 그대로였다. 양 연구원이 박 연구원의 귀에 대고 소리쳤다. 그제야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다. 안전벨트가 없었다면 두 사람은 앞유리를 깨고 튀어 날아가 주검이 되었을 것이다. 두 박사가 죽을 고비를 넘기고 상황을 추스르기 시작할 때, 카서스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카서스는 끄응 신음하더니 장난감 차 한 대를 보았다. 오프로드 카처럼 생겼으며, 안에 사람은 없었다. 장난감 차가 딸랑 소리를 울렸다. 그리고선 약 올리듯 주위를 재빠르게 맴돌았다. 카서스는 아픔도 잊고 유혹에 걸려들었다. 장난감 차가 내달렸다. 카서스가 장난감 차를 따라갔다.

 "내 날다람쥐!"

 "어쩌지?"

 "다시 가보자. 확인해야지."

 "잡아먹힐 수도 있는데?"

 "너가 벌인 일이잖아!"

 "젠장!"

 예의를 차리던 두 연구원의 관계는 박살났다. 두 사람은 답도 의미도 없는 말싸움을 벌이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로 했다. 박 연구원은 그 자리에서 유턴했다. 그러자 자신들 바로 앞에서 장난감 차가 지나갔고, 그 뒤를 카서스가 맹렬하게 따라갔다.

 장난감 차는 가양 네거리에서 우송대 방향으로 가다가 갑자기 좌회전했다. 남간정사와 동아마이스터고가 있는 방향이었다. 이차선 좁은 도로에서 100Km를 넘기며 차들을 피해갔다. 카서스는 앞뒤 가리지 않고 뒤쫓았다. 두 연구원의 차는 장난감 차가 헤쳐 놓고 카서스가 뭉갠 도로를 아슬아슬하게 가로질렀다. 두 연구원은 몰랐지만 소형 마티즈 한 대가 그들 뒤를 따라갔다.

 장난감 차는 순식간에 마이스터고로 올라갔다. 마이스터고 입구에서 본관을 뱅 둘러 언덕까지 올랐다. 건물 뒤 언덕에 오르니 더 이상 길이 없었다. 카서스는 막다른 길에서 당황하여 주춤하는 장난감 차를 지켜보았다. 동공이 커졌다. 몸을 움츠리는 듯싶더니 순식간에 도약해서 차를 덮쳤다. 마이스터고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정체모를 분해 소리와 짐승의 포효를 들었다. 장난감을 쟁취한 고양이 괴수의 울음소리였다.

 따라가던 두 박사는 언덕 아래에서 장난감 차의 오체분시를 보곤 부리나케 도망쳤다. 남간정사로 들어가 차를 세웠다. 흥분과 긴장을 가까스로 추스르고 대책을 논의했다.

 "결국 못 잡았잖아, 그것밖에 안 돼? 잡을 수 있을 거라고 했잖아!"

 "나한테 따지지 마! 너가 먼저 시작했으면서!"

 "그래서 해결하려는데 너가 망쳤잖아!"

 "더 튼튼하게 만들 수 있어, 원래 처음부터 잘 되는 건 없다구! 한 것도 없는 주제에!"

 "내가 운전 안 했으면 우린 벌써 죽었어! 이제 와서 허세는……."

 "뭐? 이 자식이!"

 두 연구원은 영화 속 멍청한 은행강도범처럼 실랑이를 벌였다. 누군가 다가왔다. 팔팔한 노인과 손녀뻘로 보이는 여자였다. 노인이 물었다.

 "당신들이 저 기계 거미를 만들었소?"

 박 연구원이 부정했다.

 "내가요? 아뇨, 저는 저딴 건 취급하지 않아요, 이 사람이 만들었습니다 이 사람이."

 양 연구원이 성을 냈다.

 "저딴 거라니, 말조심해 당신. 제가 만들었어요. 그리고 저건 거미가 아니라 날다람쥐입니다. 대체 저게 어딜 봐서 거미에요?"

 "날다람쥐건 날생선이건 어쨌든." 노인이 말했다. "기술이 좋더군. 훌륭했는데 아까웠어. 난 예전에 기계공학 교수하던 최문근이란 사람이오. 옆엔 차운전을 해준 내 손녀딸이고. 방금 보니 꽤 잘 만들었던데, 난 저 장난감 차를 만들어 당신들을 살렸소. 고양이를 유인했지. 서로 어떡할지 이야기를 나누었음 좋겠소만."

 두 연구원은 서로를 쳐다보았다. 괴수 고양이의 돌진만큼 급작스러운 인연이었다.
 
 본인이 밝혔듯 최문근씨는 전직 교수였다. 또한 박사였고, 양 연구원의 대선배였다. 양 연구원은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최 노인은 카이스트에서 한창 잘나갈 즈음 갑자기 교수직을 관두었다고 한다. 풍문에 의하면 장난감에 미쳐서 그랬다고 했다. 양 연구원이 가끔 다른 연구원들과 장난으로 얘기한 장난감에 대선배가 바로 최 노인이었다. 양 연구원은 최 노인을 따라가서 정말 장난감에 미친 현장을 목격했다.

 최 노인은 유성구 탄방동 골목에서 토이샵을 운영했다. 주로 RC카였고, 그 외엔 리모컨으로 조종할 수 있는 비행기나 헬리콥터 등이었다. 타미야, 아카데미, 손오공 갖가지 메이커들이 있었다. 여기까지는 일반 가게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가게를 들어갔을 때, 후각이 예민한 사람은 이 가게의 느낌이라 할 만한 것을 느꼈을 것이다. 김밥집에 들어가면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나고, 오래된 순대국밥집에 가면 돼지 누린내가 나듯, 이 장난감 가게에도 특별한 냄새가 있었다. 바로 윤활유와 기계들의 쇳내다. 입구에 진열된 장난감 박스들을 난다. 그 사이를 비치는 한 줄기 햇살과 냄새를 따라 들어간다. 그러면 이 가게의 진정한 가치라고 할 만한 부분을 깨닫는다. 벽 쪽 계산대에 널브러져 있는 수많은 기계부품들. 일반인들로선 알 수 없는 부품들이 알 수 없게 조합된 가게의 뒤를 보면 어떤 경이감마저 든다. 냄새는 거기가 끝이 아니다. 냄새의 근원을 따라가면, 부품으로 가린 뒷문의 손잡이를 발견할 수 있다. 손잡이를 열고 들어가면 눈앞에 믿기지 않을 광경이 나타난다.

 계산대 뒤엔 겉보기엔 가정집처럼 보이는 집과 연결되었다. 실은 거대 장난감을 만들던 창고였다. 창고 안에는 리모컨으로 움직이는 RC카와 내부 회전에 의해 움직이는 플라스틱 공, 사람보다 조금 더 큰 로봇, 비행기 등이 있었다.

 양 연구원은, 소년 시절 꿈을 간직한 사람이 자신만이 아님을, 연구소 뒤에서 비밀스런 계획을 세우던 사람이 자신만이 아님을 알았다. 자신보다 더 한 사람이 있음을 알았다. 서울도 아닌 대전에서 말이다. 양 연구원은 경이로웠다.

 "이것들은… 이것들은 대체 뭔가요?"

 최 노인이 말했다.

 "이건 내게 유일하게 늙지 않은 부분들이지. 사람들은 흔히 꿈이라고 말하는 그런 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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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 노인은 실존 모델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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