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s rhapsody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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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일보에 따르면 2013년 대전광역시의 예산은 약 3조 5천억 가량 한다고 한다. 대덕연구단지의 예산은 대전시 예산의 2~3배 가량이라고 한다. 하지만 어디든지 그 지역의 예산이 그 주민의 생활이 되지는 않는다. 일부는 예산을 통하여 2조원의 생활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살 수 있으리라. 그렇다고 전부에게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혹 돌아간다 하더라도 너무 많이 나눠져 자기 몫은 얼마 돌아오지 않는다. 과학단지도 마찬가지이다. 연구 인원들이 약 6조가량 되는 예산을 풍족하게 누리며 살지는 않는다. 번영을 누렸던 전성기 로마 제국도 부자와 빈자는 분명하게 나뉘었다. 과거와 현재, 부자와 빈자의 공통점이라면 돈에 대한 고민이다. 예나 지금이나 돈이란 인간의 고민을 이루는 한 축인 것이다.

 박 연구원은 카이스트에서 동물의 성장을 연구했다. 박 연구원도 한창 돈에 앓았다. 열의가 가득한 의욕은, 앞뒤 가리지 않고 덤벼드는 소년소녀 비슷한 구석이 있었다. 알뜰하게 쓴다면 어쩌면 남겼을지도 모를 예산이었다. 박 연구원은 일찌감치 거덜내버렸다. 남은 건 독 안에 든 쌀알 몇 톨과 같은 돈들뿐이었다. 그럼에도박 연구원은, 제출해야 할 예산 보고서를 생각 저편으로 미루었다. 예산이 있었다면 진행해야 할 연구만 고민했다. 이제 어쩌지… 어쩌지… 하며 박 연구원은 혼잣말했다. 박 연구원의 불안은 다른 연구원들에게도 퍼졌다.

 박 연구원이 하는 동물의 성장 촉진은 크게 두 방향으로 나뉘었다. 유전자를 재조합하는 방법. 그리고 그 방법을 촉진시킬 약물을 개발하는 부분이었다. 유전적인 조합은 어느 정도 성과를 이루었다. 문제는 약물을 개발하는 부분이었다. 시장성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개발해야 하는 부분이었으나 갈 길이 요원했다. 우선 동물에게 임상실험을 해야 했는데, 실험용 쥐를 살 돈도 궁했다. 그러면서도 박 연구원은 사업의 규모를 키워보고 싶은 사업가의 마음처럼, 어떻게든 일을 진행시켜보고 싶었다.
 갑천에 나가 생쥐라도 잡을까 고민하던 박 연구원. 문득 동물 하나가 스치듯 떠올랐다. 곧 있으면 초등학교에 입학할 딸이 데려온 동물이었다. 딸은 어느 날 새끼 고양이를 데려왔다. 길거리에서 태어나 어미를 잃은 것을 동물가게에서 데리고 있었다. 박 연구원의 딸 박 양은 동물가게를 지나가다가 문득 어떤 시선을 느꼈다. 자신의 뒤통수를 빤히 바라보는, 고양이의 순진무구한 눈이었다. 물론 그 눈만으로 동물가게의 문을 열어 고양이에게 쉽게 다가가지는 못했다. 동물가게 유리창에 붙은 새끼고양이 무료라는 말이 박 양을 동물가게로 이끌었다. 박 양은 무료라는 단어를 읽을 수는 있었지만 뜻은 몰랐다. 박 양은 앞에붙은 종이와 적힌 단어에서 고양이의 특별함을 느꼈다. 특별함은 새끼 고양이의 특별함이었으며 박 양 본인이 느끼는 자신감과 비슷한, 그보다 조금 더 신비스러운 종류의 특별함이었다. 두 특별함이 만나 새로운 특별함이 생겼다. 박 양은 어린 마음에 확신과도 같은 특별함을 느끼며 들어갔다.

 박 양은 당돌하게 들어갔다. 다짜고짜 새끼 고양이를 달라고 했다. 요구는 먹히지 않았다. 집에서 그러듯 새끼 고양이를 끌어안고 생떼를 썼다. 데리고 키우고 싶다고 말한 뒤, 동물가게 직원이 난처해하자 울기 시작했다. 동물가게 직원은 아이의 무례함을,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해했다. 박 양에게 물어봐 박 양 부모님의 번호를 알아냈다. 박 양의 어머니는 딸의 무례를 거듭 사과했다. 새끼 고양이를 무료로 데려가는 대신 10만 원가량의 고양이 용품을 사갔다. 동물가게 직원은 새끼 고양이를 돌보는 방법을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결국 박 양은 새끼 고양이를 쟁취할 수 있었다.

 이름은 앰버라고 지었다. 로보캅 폴리에 나오는 암컷 로봇 캐릭터의 이름을 따왔다. 물론 원래 이름과는 상관없이 앰버는 수컷이었다. 크기는 성인 남자의 손만 했다. 배는 하얬고, 등은 회갈색 바탕으로 검은 선이 꼬리서부터 엉덩이, 등을 지나 이마까지 닿았다. 검은 선은 좌우 대칭으로 옆구리까지 퍼져 새끼 고양이를 감싸는 듯 보였다. 고양의 특유의 또 다른 선은 콧잔등 사이를 가로질러 살며시 내려와 좌우 아래로 희미한 곡선을 그렸다. 그 곡선은 입이었다. 마치 미소처럼 보여 앰버를 보는 사람들을 흐뭇하게 했다. 귀는 하늘을 향해 뾰족하게 세운 이등변 삼각형이었다. 앰버가 아닌 다른 무언가가 조종하는 것처럼 전후좌우로 움직였다.

 귀 아래에는 사군자의 난을 떠올리는 눈썹이 있었고 그 아래에는 뻗은 수염이 있었다. 수염은 새끼 고양이임에도 고양이라는 종족 특성의 품위를 드러냈다. 고양이의 눈. 여물지 않은 묽은 눈은 아직 어렸다. 조금만 더 자라면 그 안에 물방울 세공과 같은 세로로 길쭉한 동공이 된다. 앰버는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하는 동공으로 세상을 해석했으며, 사람들을 홀렸다. 박 연구원은 고양이의 눈을 보며 어릴 적 했던 구슬치기를 떠올렸다. 유리구슬 안에는 항상 휘날리는 스카프의 형상이 있었다. 색색의 스카프들은 구슬의 영롱함 자체였다. 장래가 촉망되는 미모를 가진 앰버는, 영롱한 눈으로 세상을 보고 동정심에 호소하는 미약하지만 강력한 울음으로 자신을 드러냈다. 야옹.

 이 완벽한 어린 고양이에게 단 하나의 단점이 있었다. 앰버는 너무 작은 고양이었다. 고양이의 작은 크기는 기호에서는 유리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양이 자신의 성장과 건강에는 매우 불리했다. 직원이 아니었다면 앰버는 길거리의 불결과 영양 부족으로 일찌감치 죽었다. 직원은 지저분함에 감춰진 앰버의 마성을 알아차렸다. 친한 수의사의 도움으로 눈병과 영양부족을 해결해주었다. 그러나 영양부족으로 뱃속에서부터 꺾인 꼬리는 어쩌지 못했다. 정말 작은 주제에 식욕마저 부진했다.

 박 양의 애정은 변덕으로 인해 오래가지 못했다. 유치원에서 남자친구를 사겼다. 식구들은 앰버에게 관심이 없었다. 고양이는 본래 스스로 잘 지내는 동물이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의 환경이 도와주어야 가능하다. 화장실 변기에서 스스로 볼 일을 보는 영특함이 다가 아니다. 밥은 얼마나 먹는지, 안 먹는다면 왜 그런지 관심을 주어야 한다. 하지만 박 연구원의 가족은 그런 애틋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화장실 변기에서 용변을 보는 앰버를 대견해했지만 그 뿐이었다. 무관심에서 오는 소외, 소외에서 오는 무지가 앰버의 성장을 막았다. 그 상황에서 박 연구원이 앰버에게 눈길을 돌렸다. 그제야 앰버가 왜 자라지 않는지 의문을 가졌다. 그러나 박 연구원은 앰버를 위해 동물병원에 가야겠다는 생각보다 쥐 대신에 고양이를 써봐야겠다는 탐구정신이 앞섰다.

 연구실에서 샘플을 꺼내기는 쉽지 않았다. 박 연구원은 무언가를 훔친 적이 없었다. 몇 단계의 보안절차, 그 와중에 아는 사람과 마주침은 조마조마했다. 미션 임파서블보다 훨씬 정적이고 지루했는데도, 박 연구원은 긴장해서 집에 갈 때까지 화장실에 두 번이나 갔었다.

 집까지 무사히 가져왔으나 앰버에게 주사하는 과정 역시 순탄하지 않았다. 박 연구원은 고양이의 발악이 얼마나 사나운지 알았다. 앰버는 자신의 운명을 온 몸으로 저항했다. 거세게 몸부림을 치며 울어댔다. 앰버의 할켜서 주사기를 두 번이나 떨구고, 팔과 손등에 벌건 스크래치 열댓 줄이 났다. 그제야 주사할 수 있었다. 박 연구원은 내키지 않는 마음을 밀치고 앰버를 우악스럽게 움켜쥐며 생명과학의 첨단을 주사했다.

 박 연구원은 좀 힘든 과정을 거쳤지만 모든 일이 잘 될 것만 같았다. 애묘인을 상대로 약을 시판해 연구자금을 모으는 망상도 현실로 다가올 것만 같았다. 앰버는 박 연구원의 소망을 들어주려는 듯 구석에 숨어 있다가 눈빛을 번뜩이며 새끼고양이용 사료를 남김없이 다 먹었다. 박 연구원이 더 준 한 접시도 비워버렸다. 그 날부터 앰버는 하루에 아홉 접시를 먹었다. 그것도 모자라 박 연구원 가족이 먹다 남긴 음식도 먹어치웠다. 번지수를 잘못 찾은 벌레들. 본의 아니게 앰버의 단백질 보충원이 되었다. 앰버는 말 그대로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랐다. 보름이 지나니 앰버는 어른 고양이라고 보일 만큼 훌쩍 커졌다.

 덩치만 큰 어린 고양이 앰버는, 모든 유년처럼 주체할 수 없는 호기심으로 가득했다. 약을 맞고 보름 하고 이틀이 지난 후였다. 환기를 시키겠다고 열어놓은 창문에서 나비 한 마리가 들어왔다. 나비는 몇 번의 날갯짓으로 나풀거리며 집안을 둘러보았다. 앰버는 나비를 보았다. 동공이 커졌다. 모든 신경이 이 외계에서 온 장난감에게 쏠렸다. 나비가 고양이 따위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유유히 창밖을 나갔다. 앰버도 아래를 내려다보지 않은 채 창밖을 따라 나갔다. 박 연구원의 집은 아파트 15층 꼭대기였다.
 만약에 고양이가 사람이나 단단하고 무거운 물체였다면 아마 원래 형체조차 찾지 못했으리라. 고양이의 균형감각과 안전성은 경이롭다. 앰버는 아주 멀쩡했다. 다만 너무 멀리 와버렸다. 15층에서 뛰어내린 앰버는 자신이 어디 있는지 알지 못했다. 즉 길을 잃었고, 돌아갈 방법마저 몰랐다. 앰버는 호기심과 두려움, 허기가 이끄는 대로 길을 나섰다. 다시 돌아오지 못한 길이었다.

 앰버가 있는 곳은 대전시 대덕구 가장동이었다. 엑스포와 국립중앙과학관 사이의 큰 길을 따라 올라가면 나오는 동네였다. 작지만 세련된 곳으로 연구원들이 많이 살았다. 좌측에는 매봉산을 끼고 있고 매봉산을 지나면 대덕연구단지였다. 우측에는 우성이산을 끼며 산 아래 터널을 지나면 또 다른 연구소들이 있는 문지동이 나온다. 문지동 위엔 전민동이 있었고, 그 위 차례대로 송강-신탄진-통합 청주시였다.

 매봉산을 지나 대덕연구단지로 간다면 귀환의 여지가 조금 늘지도 몰랐다. 박 연구원이 가끔 대덕연구단지를 오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앰버는 박 연구원과 만날 확률과 점점 멀어졌다. 앰버는 반대편 우성이산을 넘어갔다.

 처음부터 동쪽을 마음먹지는 않았다. 앰버는 커진 덩치로 다른 고양이들의 공격에도 꿋꿋이 버티며, 자신의 작은 영토를 설정했다. 하지만 만족할 수 없는 영토였다. 앰버를 바깥으로 이끈 호기심과 식욕은 영역을 이루려는 고양이의 본능도 무질렀다. 음식물 쓰레기, 작은 새나 곤충 등 닥치는 대로 먹었으나 허기가 쉽게 차지 않았다. 겨우 허기를 채우면 몸집이 눈에 띄게 커졌다. 몸집이 커지면 전보다 더 간절하게 배가 고팠다. 허기-포만-성장-허기의 순환이 점점 짧아졌다. 우성이산을 갈 즈음엔 하루 삼분의 일 가까이를 먹는데 썼다. 앰버는 성묘를 넘어 중형견에 달하는 크기가 되었다. 여기까지는 다행이었다. 조금 눈에 띄었지만, 사람들이 놀라면서도 우쭈쭈 손짓하는 정도는 되었다. 앰버를 가끔 보던 사람들은, 어느 새 훌쩍 자라난 친척 아이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가장동에 있는 나날은 여기까지였다.

 호랑이가 없는 곳에서는 여우가 왕이 되고, 여우마저 없으면 토끼가 왕이 된다던가. 앰버는 우성이산의 왕으로 군림했다. 호랑이를 이길 수는 없겠지만 여우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토끼쯤은 한 끼 식사도 못 되었다. 앰버는 대덕대로 위로 올라가 얼마 있지도 않은 야생동물을 잡아먹으며 몸집을 키웠다. 운이 좋을 때는 꿩이나 고라니를 잡아먹었다. 앰버는 우성이산의 생태계를 초토화시켰다.

 우성이산에서 문지동으로 갔다. 문지동에서는 오래 머무르지 않았다. 연구소와 카이스트 문지캠퍼스 빼고 휑했기 때문이다. 앰버는 발길을 돌려 북쪽, 가장동보다 훨씬 큰 전민동으로 갔다.

 앰버는 한 달 전과 비교해서 말도 안 되게 커졌다. 그에 반해 머리는 자신의 덩치를 인식하지 못했다. 아직 어리고 철없는 고양이 그대로였다. 가장동에서처럼 어슬렁 거리로 들어서려고 했다. 한 밤이었다. 앰버는 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학생 한 무리와 맞닥뜨렸다. 야 야 저게 뭐야, 저거 보여? 헐… 생긴 건 고양이 같은데, 고양이 아냐? 병신아, 고양이가 저렇게 큰 거 봤냐. 표범이나 치타인가? 씨발 저게 뭐야 무섭게, 동물원에서 탈출했나. 야 야 눈 마주치지 마. 생긴 건 고양이 맞는 것 같은데… 야 닥치라니까 좀, 우리 보잖아. 그리고는 한 명이 바닥에 있는 부서진 보도블록을 던지는 패기를 보였다. 앰버는 움찔했다. 보도블록은 앰버까지 닿지 못했다. 그러나 중학생 무리 전부가 손에 쥘만한 모든 걸 던졌다. 앰버는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앰버는 충격 받았다. 날 무서워하다니. 고양이에 대한 막연한 배척은 종종 느꼈어도 단체로 자신을 공격한 적은 없었다. 자신은 사람들에게 공포를 일으킬 수 있었다. 앰버는 커진 자신의 몸을 인식했다. 그 이후로 앰버는 사람이 없는 새벽에만 갔다.
 그 즈음부터였다. 전민동에서 기묘한 소문이 돌았다. 시작은 고양이를 처음 보았던 중학생들부터였다. 존나 큰 고양이 본 적 있냐? 얘도 같이 봤어, 그치? 어 쩔어 완전 사자만하던데. 야 사자는 에바고, 하여튼 존나 컸어. 시베리안 허스키만 했다니까. 야, 세상에 그런 고양이가 어딨어. 아 있다니까, 학원 끝나고 가는데 애들이랑 봤어. 병신 눈 애자새끼. 중학생들의 경험은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일축되었다. 그러나 다른 곳에서도 거대 고양이를 본 사람들이 나타났다. 어제 퇴근하고 오는 길에 고양이 비슷한 걸 봤는데, 무슨 멧돼지만 하더라구. 여보, 어제 술 마시고 차 몬 건 아니죠? 어제 맥주 한 캔 밖에 안 마셨는데…. 유리 엄마, 어제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려고 가는데 말야, 엄청 큰 고양이가 있더라구 글쎄. 그런 고양이가 있어? 유리 엄마가 잘못본 거 아냐? 목격담 대부분은 다른 이야기들에 밀려 붕 떠버렸다. 그러나 간혹 기억을 매개로 또 다른 목격담과 연결되었다. 밤늦게 연구하다 집에 돌아가는 연구원에게, 새벽까지 계산대를 지킨 뒤 퇴근하는 노래방 알바생에게, 4차까지 달리고 돌아오는 중년에게도 거대 고양이가 스쳐 지나갔다. 어제 엄청 큰 동물을 봤는데 말야. 아 그 고양이처럼 생긴 그거? 고등어 줄무늬 있는 그거 말야. 어 맞아, 너도? 그거 무슨 크기가 호랑이만 하던데.

 목격담은 뭉쳐서 하나의 거대한 소문이 되었고, 소문은 서서히 윤곽이 잡혀 몇몇을 행동으로 이끌었다. 동물농장에 제보해보기도 했고, 내다놓은 쓰레기봉투가 뜯긴 피해를 겪은 사람들은 구청이나 시청에 민원을 넣기도 했다.

 결과부터 이야기하자면 동물농장 촬영팀은 아주 나중에 왔다. 그것도 전민동에서 시작한 게 아니라 전민동에 다다랐다. 촬영팀은 촬영에 나서기 전 수의사와 대전 동물원에 자문을 구했다. 그토록 큰 고양이는 있을 수 없다고 수의사가 말했다. 동물원 밖으로 나온 맹수는 없고, 나올 수도 없다고 대전 동물원이 답신했다. 아무튼 동물농장은 훗날 앰버 특집으로 동물농장 한 회를 꾸렸다. 그리고 그 회는 동물농장 최고 시청률을 갱신했다. 동물농장의 훈훈한 분위기와는 달리 그것이 알고싶다의 수상쩍은 분위기가 물씬 풍겼지만 말이다.

 소문의 진상 파악과 사태 해결을 위해 나온 구청직원은 좀 딱했다. 구청직원 역시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잘랐지만 형식상 어쩔 수 없이 조사해야했다. 직원은 CCTV를 통해 앰버의 존재를 확인했다. 직원은 매우 놀랐다. 호랑이 까지는 아니었지만 다 큰 멧돼지만한 고양이 한 마리가 어슬렁거렸다. 고양이가 CCTV를 쳐다보았을 때, 단숨에 뛰어 올라 순식간에 고양이의 모습이 확대되었다. 어떤 공포영화보다 섬짓했다. 구청 직원은 당장 고양이 포획 팀을 불러 생포에 나섰다. 하지만 앰버 역시 눈치가 늘어 쉽게 잡히지 않았다. 한 번은 잡힐 듯 올무 앞까지 왔으나 돌아서 가버렸다.

 어느 날부터 앰버는 눈에 띄지 않았다. 전민동 사람들의 눈에도, CCTV화면에서도 앰버는 보이지 않았다. 소문은 옅어졌으며, 대화에 나오는 빈도만큼 사람들의 기억에서도 잊혔다. 구청 직원은 고양이가 어딘가 떠났거나 죽었을 거라 막연하게 판단했다. 살아 있어도 산을 따라 북쪽으로 갔겠거니 생각했다. 그러고는 고양이에 대한 추적을 마쳤다.

 나중에 이 구청 직원은 징계성 강등을 당했다. 너무 뒤늦은 조치였다. 수동적인 관료제를, 구청 직원의 막연한 안심을 탓하기에는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늦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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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글. 단편이에요. 4편까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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