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GH NOON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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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 Noon 2 

*이 인물은 실제 단체...이 글은 실제 인물, 단체, 국가, 종교, 아무튼 기타등등 어떤 것과도 관계없는 완전한 허구입니다.


인물(+고인)소개

마이티 맥- 주인공. 키는 7피트 반, 몸무게는 220파운드. 개조인간 총잡이. 


할리 데이비슨 3세-맥의 애마.애팔래치아 종. 맥의 덩치와 무게를 감당할 정도로 거대하다. 애칭은 할리.

캐러미티 제인-'빌리와 유쾌한 친구들'의 일원. 키는 10피트, 몸무게는 340파운드(변신 후 기준, 하지만 몸무게는 같음). 평소에는 나풀나풀한 옷을 입고 있는 귀여운 여자아이지만, 화나면 근육 고릴라로 변신한다. 무시무시한 신체능력으로 맥을 죽기 직전까지 몰고 갔지만 '죽은 척 하기'에 당해 머리가 발살난다. '빌리와 유쾌한 친구들'이 서쪽으로 향했다는 단서를 본의 아니게 주게 된다.

바텐더-맥과 캐러미티 제인이 싸웠던 술집의 주인. 술집이 망가진다며 항의하다가 제인에게 목이 꺾여서 절명.

#1

캐러미티 제인을 쓰러뜨렸던 개척촌에서 출발한 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달려도 달려도 계속 황무지밖에 나오질 않는다. 데스 베이거스로 향하기 위해서는 사막을 가로질러야 하는 데다가 육포도 물도 이제 거의 바닥났다. 그래서 나는 사막으로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마을에 들러 재정비를 하고 출발하기로 했다. 말 할리도 장시간 달리느라 상당히 지쳐 있고, 나도 몸 상태가 썩 좋다고는 할 수 없으니까. 하지만 이미 날도 어두워진 지 오래고, 오늘은 마을을 찾기에는 이미 글러먹은 것 같아 나는 할리에서 내려 그날 잘 자리를 만들었다. 그런 뒤 할리의 먼지투성이 갈기와 얼룩덜룩한 몸을 가지고 다니던 솔로 쓸어줬다. 며칠 간 제대로 씻지도 못해 벌레가 많은 상태라, 할리도 솔질이 반가운 눈치다. 보통 말의 두 배 정도는 되는 덩치지만, 망아지 때와 변한 게 하나도 없다. 나는 짐에서 건초를 꺼내 말을 먹인 뒤 주위에서 그럭저럭 쓸만한 땔감을 찾아 불을 만들고 침낭을 깔았다.

황무지의 밤은 별이 많다. 그리고 춥다. 그 날 불구가 되어 몸 대부분을 기계로 갈아치운 뒤에도 이상하게 추위는 예전보다도 더 잘 느끼는 것 같다. 몸이 냉해져서 그런가. 대충 정리한 흙바닥에 깔린 침낭에 들어가 하늘을 바라본다. 밤하늘의 별들은 마치 쏟아져 내리는 것 같았다. 멀리서 짐승의 길게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온다. 할리는 이미 선 채로 자고 있었다.

놈은 데스 베이거스로 향한다고 했다.

거기가 놈의 무덤이 될 것이다.

#2

"Son of bitch...Come On! Let's go!" 바닥에는 이미 생명이 빠져나간 가족들의 시신이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다. 모두들 하나같이 사후경직과는 관계 없이 무서울 정도로 얼굴이 풀어져서 엉망이 되었다. 하지만 몸에는 상처 하나 없다. 눈부신 미소의 남자의 괴물 같은 물건 때문에 천국-지옥일지도 모르고-으로 가 버린 것이다. 놈은 내 머리채를 휘어잡고, 나까지 겁탈하고 죽이려고 한다. 놈의 다리 사이에 솟아난 것은 아무리 봐도 이 세상의 것이 아니다. 거기 당한 가족들이 죽어버린 것도 무리는 아니지. 남자는 하얀 팬티 하나밖에 걸치고 있지 않다. 그의 머리 위에 얹혀 있는 카우보이 모자는 팬티만 입고 있는 머리 아래와는 아무리 봐도 어울리질 않는다.

"꺼져, 이 변태놈!" 나는 발버둥을 치며 놈의 거대한 물건을 걷어찼다. "Oh my shoulder..."순간적으로 큰 고통을 느꼈는지 어딘가 퇴폐적인 신음소리와 함께 남자의 미소가 잠시 일그러졌고, 나는 머리털 한 움큼이 뜯겨져 나가면서 바닥에 내팽겨쳐졌다. 필사적으로 도망가려고 했지만, 어느 새 남자는 내 눈앞에서 예의 눈부신 미소를 짓고 있다. 순간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눈앞에 지금까지 살아왔던 평범한 시골 마을의 일상이 스쳐지나간다. 내 영혼도 이제 홍콩으로 영원히 떠나게 되는 걸까.

"저항하는 먹이는 더 쫄깃하지. 후후후... 하지만 널 지금 잡아먹기는 아까워." 놈은 그렇게 말하고서는 팬티 속에서 거시기만큼이나 거대한 권총을 꺼내 난사했다. 대충 겨냥한데다 반동까지 커서 거의 맞지 않았지만, 유감스럽게도 눈 먼 총알들 중 일부에 골반이 산산조각이 나면서 하반신이 몸에서 떨어져 나갔고("Oh... 아랫도리는 남아있었으면 했는데."), 어깨에 맞으면서 한쪽 팔도 떨어져 나갔다. 나는 상상할 수도 없는, 아니 상상하고 싶지도 않은 고통에 정신이 급속도로 멀어져 갔다. 차라리 머리를 맞아 즉사했더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시계가 붉게 물드는 가운데 마지막으로 놈의 목소리가 들렸다.

"새끼고양이... 언젠가 다시 찾아와서 너도 꼭 먹고 말겠어. 뒈졌다면 무덤에서 파내서 말야. 빌리 더 게이키드를 기억해라. 그때까지 깨끗하게 씻어두고 기다리라고! HAHAHAHA! 빌리 더 게이키드는 하반신이 붙어 있건 떨어져 있건 신경쓰지 않아. 구멍만 있으면 되니까...!"

나는 마침내 의식을 잃었다. 완전한 어둠만이 찾아왔다.

#3

"헉!"

나는 침낭을 찢어버릴 뻔하며 번데기 같은 상태로 일어났다. 거의 매일 그 개같은 꿈을 꾸기 때문에 침낭은 언제나 간당간당했다. 다행히 황야 한가운데인데다가 아직 동이 트기 전이라 내 꼴사나운 모습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행이었다.

동이 트자마자 말을 몰아 서쪽으로 향했다. 없어진 팔다리를 대체할 때 그 망할 돌팔이 놈이 몸에 온갖 쓸데없는 장치를 달아놓았기 때문에, 나침반이 없어도 북쪽이 어디인지 대강 알 수 있게 되었다. 이건 내 생각이지만, 팔다리뿐만 아니라 아마 몸 안쪽에도 이상한 걸 넣어놓은 게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게 가능할 리가 없지. 모래먼지를 헤치고 황량한 벌판을 달려 두 시간, 잠시 쉬려고 마을에서 내린 나는 저 멀리서 마을과,

그 너머로 끝없이 펼쳐진 사막을 보았다. 나는 힙 플라스크를 꺼내 독주를 마셨다. 몸이 개조당하면서 약물이 몸에 들어가도 거의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에, 마셔도 어지간해서는 취하지 않는다. 개탄할 노릇이다. 그래도 버번이 갈증과 에너지 요구를 동시에 해결해 주는 훌륭한 음료라는 것은 전혀 변하지 않는다.

잠시의 휴식 뒤에 나는 사막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채비를 갖추기 위해 마을로 향했다. 우기가 가까운지 언제나 구름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사막 인근 지역에 어울리지 않게 하늘은 온통 찌푸리기 시작했다. 멀리서 천둥이 울렸다.

보통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흙먼지부터 날리기 십상이지만, 오늘은 좀 달랐다. 비가 마구 쏟아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있었는데, 비를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비가 오는 동안 물을 최대한 받아두기 위해서였다. 비가 모자 챙을 때리며, 먼지를 포함한 잿빛 물이 계속 챙에서 흘러내렸다. 장비는 엉망이 되어 있을 것이 뻔했다. 총과 탄약만은 방수천으로 덮어씌워 심하게 젖는 걸 막기는 했지만, 옷과 다른 건 죄다 흠뻑 젖어버렸고 할리는 연신 재채기를 하고 있었다. 나는 가까운 마구간을 찾아 할리를 거기 맡겼다. 

어느 새 비는 거의 그쳤고, 구름도 걷히고 있었다. 나는 땅바닥에 물방울을 뚝뚝 떨어뜨리며 다 쓰러져가는 술집으로 향했다. 술집에서 악기소리가 흘러나왔다. 마리아치들이었다. 누가 어떤 악기를 연주하건 간에 맨날 똑같은 노래처럼 들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노래는 좋았다. 노래와 함께 술을 즐길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발걸음이 빨라진 나는 놀라서 멈췄다. 폭음과 함께 찢어지는 비명소리가 들리고, 여닫이문을 통해 부상당한 사람들이 혼란에 빠져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었다.


“살인이야!”

부상당한 사람들이 거의 다 빠져나오자 전신에 피칠갑을 한 마리아치들이 지옥에서 온 사자들처럼 천천히 걸어서 나왔다. 3인조였는데, 각각 기타, 아코디언, 마라카스를 들고 있었다.

갑자기 마리아치들이 연주를 시작했다. 제자리에서 미친 듯이 손가락을 움직여 현을 퉁기는 기타리스트, 저러다가 주름상자와 건반이 망가지는 건 아닐지 걱정될 정도로 연주하는 아코디언 연주자. 그리고 마라카스를 흔들면서 틈틈이 눈에 보이는 사람 모두를 마라카스로 후려치는 마라카스 연주자. 아무리 봐도 불협화음밖에는 낳을 것 같지 않은 연주였지만, 그들의 연주는 섬뜩한 선율을 빚어내고 있었다. 마리아치들 앞에 있었던 사람들 몇이 총이라도 맞은 것처럼 선혈을 뿜으며 쓰러졌고, 죽음의 마라카스에 맞은 사람들은 그대로 뼈와 살이 분리되어 원형을 찾아보기도 힘든 다진 고기가 되었다. 빗물이라도 받을까 해서 밖에 나왔던 아이들과 아낙들은 새파랗게 질려 집으로 뛰쳐들어가 문을 잠궈버렸다. 이대로 놈들을 내버려뒀다가는 오늘 저녁은커녕 사막을 건너는 데 필요할 물건들도 구하기 힘들어질 게 뻔했다. 나는 총을 뽑아 놈들을 겨눴다. 격철 소리가 들리자, 그제서야 놈들이 도륙을 멈추고 이쪽을 쳐다봤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갔다.


“멈춰라.”


구름이 완전히 걷혔고, 언제 비 같은 게 왔냐는 것처럼 살인적인 태양이 마을과,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시신들을 바싹 굽기 시작했다. 뒤의 둘이 바로 내게 달려들려고 했지만, 콧수염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

“흠?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리아. 아, 그렇지. 이게 있었지리또." 수염은 판쵸 안에서 얇고 투명한 종이 같은 것을 꺼냈다. 그가 그걸 펴서 몇 번 문지르자, 제법 그럴싸한 내 모습이 허공에 떠올랐다. 밑에는 합중국 공용어로 '죽이거나 범해도 상관 없음. B. the GK, 놈의 머리와 엉덩이만 온전한 상태로 내게 가져올 것'이라는 문구가 박혀 있었다. 그는 묘한 표정을 지으며-나는 그제서야 그의 뺨에 창이라도 관통한 것 같은 꿰멘 자국이 있는 것을 눈치챘다-그걸 다시 판쵸 속으로 넣었다.  


"네가 캘러미티 제인을 죽였다는 총잡이지리아?" 


"글쎄, 그게 누구였더라? 단말마가 참 인상깊었던 누군가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흥, 제인 정도 이겼다고 기세등등해 하지 말라리또. 그 고릴라 씨뇨리따는 우리 중 최약이였지리아. 빌리 아미고랑 너무 친해서 보기 괴로울 정도였지리또. 아무튼 빌리 아미고가 그링고를 족치라고 우리를 보냈는데, 이렇게 제 발로 찾아와서 죽으러 온 것에 감사한다리또."


"말이 많군. 총알 밥이 되고 싶지 않으면-" 나는 턱으로 마을 밖을 가리켰다. 여전히 총은 겨눈 채였다. "-마을 밖으로 꺼져라. 지금 사라져주면 못 본 척 해주지."


"호오? 그링고. 그런 물건으로 우릴 막을 수 있을 것 같나? 일단 우리 소개부터 하겠다리아. 나는 기타 연주자 칠리다리또.” 콧수염을 기르고 판쵸를 입은 남자가 들고 있던 기타의 현을 살짝 퉁겼다. ‘솔’음과 함께 뺨에 불이 붙는듯한 느낌이 들었고, 뭔가에 베였는지 뺨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나는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저 친구는 아코디언 연주자 콘이다리아. 반반한 얼굴과는 달리 성격은 우리 중에서 제일 더럽다리또.” 라틴 남자 특유의 핸섬한 얼굴이 인상적인 아코디언 연주자가 주름상자를 좌우로 살짝 폈다가 다시 눌렀다. “하스타 라 비스타, 그링고! 지옥에서 보자리또.” 흥겨운 소리와 함께 내 쪽으로 침과 작은 표창 비슷한 것들이 몇 개 날아왔다. 이번에도 아까 기타처럼 평범한 악기는 아닐 거라고 생각해서 재빠르게 반응해 피할 수 있었는데, 암기들이 꽂힌 바닥에서 매캐한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제 아무리 몸 대부분이 쇳덩이라도 저런 걸 맞으면 무사하진 못할 거다. 콘이라는 놈의 아코디언에서 계속해서 암기들이 날아오는 바람에 나는 쪽팔리게도 계속 재주를 넘어야 했다.

“마지막으로 우리 커다란 아미고 카르네를 소개하겠다리아. 덩치에 맞지 않게 소심하지만 그렇다고 그링고의 머리를 박살내버리는 걸 주저하지는 않을 거다리아. 보는 대로 마라카스 연주자지리아. 이렇게 세명이 ‘칠리 콘 카르네’다리또. 이렇게 악기도 잘 다루고 노래도 잘 하는데 유명하지도 않고 팬도 없지리아. 왜냐면 연주를 들은 사람은 전부 뒈져버렸으니까리또!” 마라카스를 들고 있던 거한이 내 쪽으로 돌진했다. 나는 피하면서 놈의 머리통을 날려버리려고 했지만, 갑자기 느껴진 살기에 한 발자국 더 피해야만 했다. “크윽!” 뒤로 물러서면서 몸을 숙이자 머리 위로 아까와 똑같은, 눈에 안 보이는 무언가가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날아가는 게 느껴졌다. 내가 있었던 자리의 땅은 무시무시한 마라카스에 의해 갈라지고 무너져 내리며 거대한 구덩이가 파였다. 아마 마라카스에 맞았으면 아까 봤던 사람들과 똑같이 고깃덩이가 될 게 틀림겠지.

수적으로도 밀리고 놈들의 무기와 연계가 너무나 성가셨기 때문에, 나는 이럴 때 쓸 수 있는 가장 좋은 전법을 선택했다. 일단 도망가는 것이었다. 바로 등을 돌리고 지그재그로 뛰기 시작하자 뒤에서 수많은 암기와 치명적인 충격파가 마구 쏟아졌다. 다행히 하나도 맞지는 않았지만. 


“기다리려리아! 비겁하게 도망가기냐리또.”

칠리가 뒤에서 소리쳤다.


“뭐야! 3대 1로 덤비는 주제에 비겁하다니 무슨 개소리냐!”


여전히 암기와 충격파가 쏟아졌고, 그 와중에도 나는 살짝 뒤로 돌아 놈들이 있던 쪽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하지만 허무한 ‘딸깍’ 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 제기랄. 그렇게 방수천으로 싸매고 싸매도 비가 무식하게 오는 이상에는 소용없었던 모양이다. 나는 재빨리 굴러 마침 길가에 있던 배럴 뒤에 숨었다. 불발탄을 버리고 새 탄을 장전하는 순간-

“잡았다리또-”

콧수염 난 놈이 기타를 도끼마냥 양 손으로 들고 내 눈앞에 서 있었다. 놈은 내 머리를 겨눠서 기타를 내리쳤다.


#5


미처 피할 틈도 없었기에, 나는 장전하다 말고 총을 교차해서 놈의 기타를 되는 대로 막았다. 이상하게도 쇳소리가 울렸다. 나무 파편이 부서져 나가더니 안에서 둔중한 금속의 광택이 보였다. 겨우 막기는 막았지만 무게가 실려 있었던 탓에 나는 뒤로 밀려났고, 팔에 감각이 없어지기 시작해서 하마터면 총을 놓칠 뻔했다.

"JAJAJA! 죽어라리또!" 콧수염이 미친 사람처럼 웃으면서 마구 기타를 휘둘렀다. 그 서슬에 통이 박살나 파편이 구르고 근처에 있던 집의 벽이 무너져 내렸다. 나는 간신히 내 장기인 1미터 서전트 점프로 뛰어올라서 놈의 어깨를 도약판 삼아 집의 지붕으로 올라갔다. 나는 밑에서 충격파의 탄환이 날아올 거라고 예상했지만, 다행히도 칠리는 마지막으로 기타를 휘둘렀을 때 그게 땅에 단단히 박혀서 빼내느라 힘껏 삽질을 하고 있었다. 곧장 놈의 머리를 겨눴지만 저 멀리서 또 지긋지긋한 암기가 날아왔다. 총 두자루를 재빨리 거꾸로 쥐어 전부 쳐내고 칠리를 벌집으로 만들려고 했지만, 갑자기 등 한복판에 둔중한 충격과 심한 고통이 느껴졌다. 주변 풍경이 빠르게 위로, 위로 움직이고 있었다. 날려지면서 뒤를 돌아보자 카르네가 마라카스를 쥐고 서 있었다. 놈의 얼굴은 무표정한 사람 특유의 잔뜩 일그러진 미소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땅바닥에 패대기쳐졌다. 이미 말라버린 땅바닥에서 먼지가 자욱히 일었다. 오른팔을 보니 무섭도록 이상한 각도로 꺾여 있었다. 신음할 틈도 주지 않고 암기와 충격파가 비오듯 쏟아졌다. 간신히 마빡이나 가슴 한복판에 날아오는 것들은 쳐냈지만, 한쪽 팔로만 전부 막을 수는 없었다. 몸 여기저기서 김이 피어올랐다.

잠잠해진 뒤, 흙먼지 너머에서 놈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 정도 했으면 틀림없이 죽었겠지리아." 칠리의 목소리였다. 나는 괜히 들키지 않게 일단 죽은듯이 가만히 있었다. "틀림없다리아. 내가 놈의 등짝을 손봐줬다리또. 놈이 맞는 순간에도 몸을 비틀어서 충격을 흘리는 바람에 한방에 죽이지는 못했지만, 그렇게 '산타나'와 표창을 가득 선물해 주었으니 뒈져 버렸을 게 틀림없다리아. 아마 빌리에게 돈은 두둑하게 받을 수 있겠지리또."아직 들어본 적 없는 목소리였는데, 아마 카르네인 것 같았다. 우락부락한 외모와는 틀리게 마치 카스트라토처럼 가늘고 찢어지는 목소리였다. 목소리들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어디 놈의 시체나 확인해볼까리아? 머리와 엉덩이를 잘라내서 소금에 절여 증거품으로 가져가자리또. 물론 놈에게 뭔가 남은 게 있을 때의 이야기지리아. JAJAJA!" 콘의 중후하면서도 멋있는 목소리였다. 개인적으로 나보다 잘생긴 놈은 용납할 수 없었고, 귀로 들었을 때 놈이 가장 가까이 있던 게 틀림없어 나는 그쪽으로 총을 쐈다. 동시에 비명("그벅!")과 호박 터지는 듯한 소리, 그리고 호스로 공기를 짜내는 기분 나쁜 소리가 들렸다.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한 먼지가 잘생긴 얼굴을 포함한 어깨 윗부분이 뭔가로 뜯어내버린 것처럼 사라져 버린 콘의 모습과, 그 광경을 보고 새파랗게 질린 칠리와 카르네의 모습을 보여줬다. 놈들은 콘의 뇌수와 뼛조각, 피를 잔뜩 뒤집어쓰고 있었다. 콘의 머리 없는 몸뚱이는 기도로 바람을 뿜더니, 그 자리에서 썩은 통나무처럼 쓰러졌다. 옆으로 떨어진 아코디언이 애수 젖은 단말마를 짜냈다. 

"안돼리아! 저놈이 콘을 죽여버렸다리또!" 칠리가 분노해서 외쳤다. 그는 콧수염까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고, 얼굴도 놀라울 정도로 시뻘게졌다. "이 개자식!" 카르네가 새된 목소리로 외치며 달려들었다. 나는 가만히 있다가 카르네가 가까이 오자 양 발로 놈의 고간을 있는 힘껏 걷어찼다. 뭔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카르네의 바지가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짙은 색으로 물들었다.


"외뫼괌와외... 내가 고자라니..."

카르네의 남자로서의 마지막 말이었다. 마라카스가 땅바닥에 떨어져 내리면서 묘비마냥 거꾸로 박혔다.


"인간이 아니다리아! 비열한 자식이다리또! 몸이 기계라도 하는 짓은 올바르게 해야지리또!"

콘이 시뻘개진 얼굴로 지껄였다. 그러건 말건 나는 이제 생물이 아닌 부분이 훤히 드러난 다리로 일어서서, 멀쩡한 왼쪽 팔로 총을 들어 카르네의 복대를 겨눴다. "애초에 죽일 생각이었으면서 말은 많군. 잘 가라, 카르네." 하지만 칠리가 쇳덩이 기타를 휘두르는 바람에 그건 불발로 끝났다. 정확히 오른쪽 옆구리를 노린 일격이었고, 맞아봐야 좋을 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나는 몸을 뒤로 크게 틀었다. 그런 다음 발로 모래를 듬뿍 차서 놈의 눈에 뿌렸다. 칠리는 눈을 감싸 쥐고 비명을 질렀다.


"이겼다! 죽어라!"

총이 불을 뿜었다. 그리고 굉음이 들렸다. 하지만 내 총의 격발음은 분명히 아니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나는 뭔가에 부딪힌 것처럼 뒤로 날려졌다. 눈 앞에서는 발사된 총알이 납작하게 구겨져 버리고 있었다. 내 앞에 엎어져 있던 카르네 역시 나처럼 날아가고 있었고, 시계가 붉게 변했다.

"오로 산타나... 너는 나를 화나게 했다리또."
나는 뒤로 쭉 날아가 뒤에 있던 민가의 벽을 뚫고 들어갔다. 안에 있던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6


 무슨 생각으로 밖에서 살인 마리아치들이 날뛰는데 대낮부터 도킹을 하고 있었던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나는 분노한 마을 애송이들이 던진 집기류에 얻어맞으면서 뭘 당했는지 생각해 보려고 했다. "이런 개자식!" "인간도 아냐! 변태!" 접시 하나가 이마에 부딪치며 산산조각이 났다. 하긴, 인간은 아니긴 하지. 흘러내리던 피가 멎기는 멎었지만, 내상을 입었는지 몸이 잘 움직이지 않았다.


 날려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본 것은 총알이 리벳을 박은 벽에라도 부딪힌 것처럼 납작하게 변하는 모습이었다. 겨우 한번 본데다가 갑자기 당한 것 가지고서는 정확히 어떤 방식의 공격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었다. 결국에는 직접 부딪혀 보는 수밖에 없나. 물론 그런 고민은 필요도 없도록 저 멀리서 얼굴까지 시뻘건 마리아치가 기타를 도끼같이 꼬나쥐고서 뛰어오고 있었다.


 "네놈 인간이 아니지리아... 죽어!" 도 미 솔. 충격파 세 발이 날아왔다. 나는 최대한 빨리 옆으로 피했지만, 합체중이던 커플은 유감스럽게도 나보다 움직임이 빠르지는 못했다. 그 말인 즉슨, 무자비한 충격파의 탄환이 머리와 가슴을 관통하고 지나갔다는 이야기로, 커플은 사이좋게 땅에 쓰러져 시체가 되었다. 나는 받은 것과 똑같이 세 발을 돌려줬는데 이번에도 굉음과 함께 발생한 무언가에 총알들은 놈에게 닿지 못하고 우그러져서 맥없이 땅에 떨어졌다. 마룻바닥이 폭발의 충격에라도 휩쓸린 것처럼 부서져서 위로 일어났고, 무수한 파편이 내 쪽으로 쏜살같이 튀어왔다

 

 "JAJAJA! 발악해봐야 소용없어리아! 오로 산타나는 최강의 창이자 무적의 방패다리또!"


 어떻게 저런 오그라드는 대사를 맨 정신으로 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약실에 총알이 없었기 때문에 들고 있던 총을 꽂고 다른 쪽 총을 뽑았다. 나는 뒤로 물러서며 두 발을 쐈다. 거의 0.1초도 안 되는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꼴이 되어버려서, 나는 그대로 뒤로 돌진해 민가의 벽을 뚫고 반대편으로 나왔다.

 

 “도망가봐야 손바닥 안이다리아!”


 하지만 안심한 것도 잠시, 뒤에서 몇 번인가의 음색이 울렸고, 그 중 하나가 왼쪽 귀를 너덜너덜하게 찢어 버렸다. 그러더니 빨리도 달려온 칠리가 기타를 도끼처럼 내리치기 시작했다. 나는 그걸 피하면서 접근해 손잡이로 놈의 골통을 날려버리려고 했지만 또 다시 당해버렸다. 처음에는 커다란 해머에 부딪친 것 같은 충격, 그리고 시뻘겋게 물드는 시계. 미처 대처할 틈도 없었던 데다가 거리까지 아까보다 더 가까웠던 탓에, 나는 또다시 뒤로 멀리 날려진 후 얕은 진흙 구덩이에 빠졌다. 사방에 진흙이 튀었고, 다시 벌겋게 물드는 시계로 보니 놈은 입술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기타는 손가락으로만 뜯는 게 아니었나? 커다란 해머로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에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고, 놈은 서서히 걸어왔다. 거리는 30보 가량 남아 있었다.


#7


 놈이 약 15보 앞으로 다가왔을 때, 나는 겨우 몸을 지탱해 일어설 수 있었다. 다행히 진흙이 총의 약실에 들어가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장전되어 있는 탄은 두발밖에 없었다. 거기다가 시간상 재장전도 무리였다. 나는 일단 총을 들어, 서서히 놈을 겨눴다.


 "그러니까 말하지 않았나리아. 총 따위로는 우리, 아니 나를 막을 수 없다리또."

 

 “네 뒤에 누워 있는 두 놈은 뭐냐.”

 

 “에에이, 말이 많다리아! 죽어라, 죽어라리또!”

 

 놈이 다시 기타줄을 뜯으려고 할 때, 옆으로 전력으로 움직여 날아오는 충격파의 탄환을 피했다. 그와 동시에 내 총이 첫 번째로 불을 뿜었다.


 그리고 다시 그 굉음이 울렸다.


 이번이 놈의 공격을 관찰하는 게 네 번째. 나는 드디어 굉음과 함께 무엇이 보이는지 알아챘다. 충격파의 '벽'이었다. 놈의 기타로부터 5보 앞, 원형으로 충격파의 '벽'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리고 발사된 총알은 그 벽에 부딪혀서 제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납작하게 구겨지고 있었다. 하도 두들겨 맞은 탓인지, 모든 과정이 슬로우 모션으로 펼쳐지고 있었다.


 나는 가능한 한 정확하게, 마지막 한 발을 발사했다.


 최후의 총탄은 충격파의 벽에 부딪혀서 구겨지고 있는 첫 번째 탄의 뒤를 때렸고, 그 힘으로 첫 번째 탄환은 충격파의 벽을 뚫고 날아가 칠리의 왼쪽 손목을 몸에서 분리해 버렸다. 콧수염이 한때 왼쪽 손이 붙어 있었던 자리를 보고 비명을 질렀고, 기타가 땅에 떨어져서 불협화음을 냈다. 손목은 저만치 뒤로 날아가 맥없이 철퍽 떨어졌다. 충격파의 벽에 밀려난 모래가 내 몸 여기저기로 튀었다. 눈에 모래가 들어가는 걸 막기 위해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 칠리는 피가 펑펑 솟아나오는 손목을 보고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 자리에 계속 서 있었다. 카르네는 여전히 역겨운 냄새를 풍기는 채로 저 멀리에 내팽개쳐져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 숨을 쉬는 것 같지는 않았다. 


 "더 이상 기타를 칠 수 없게 되었다리또..." 


 나는 총을 거꾸로 쥐었다. 그런 다음 곧장 놈에게 달려갔다. 당연히 놈의 골통을 부숴버리기 위해서였다.


 일은 순식간에 끝났다. 내가 달려오는 것을 눈치 챈 칠리가 멀쩡한 손으로 기타를 들려고 했지만, 이미 권총 손잡이가 놈의 얼굴을 강타하고 있었다. "지옥에서 보자, 그링고!" 굵은 나무가 부러지는 소리, 젖은 가죽이 찢어지는 소리를 동반하며 콧수염 달린 머리가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 머리는 시뻘건 흔적을 남기며 저 멀리로 날아갔다. 홈런. 어딘가의 창문을 깨고 들어갔는지 요란하게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찢어지는 비명이 들렸다. 오늘은 역시 너무 무리했는지, 놈의 머리를 날려버리자마자 다리가 풀렸다. 바람 불 때마다 먼지가 날리는 흙바닥에는 머리가 없는 시체가 둘, 똥오줌을 지린 시체가 하나. 그리고 그들의 악기가 널브러져 있었다. 나는 약간의 현기증을 느꼈고,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E


 나는 사흘 만에 침대에서 일어났다. 의사는 이런 체질은 처음 본다며, 팔을 제외하고는 자기가 손 댈 것도 없이 말끔하게 아물었다고 말했다. 팔에는 부목으로 간단한 응급처치가 되어 있는 상태였지만, 그나마도 풀고 멀쩡하게 움직일 수 있는 상태였다. 일어나자마자 나는 총과 물건부터 찾았다. 전부 제 자리에 모아 놓았다.


 마을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카르네의 '시체'가 어느 새 없어져 있었다고 한다. 사막 쪽으로 긴 자국(골반이 부러져서 걸어가지는 못했을 테니 기어간 게 틀림없다)이 이어져 있었고, 포장로에서 바로 사라졌다고 한다. 정신을 잃는 바람에 놈을 끝장내지 못한 것이 걸린다. 물론 다시 나타나더라도 짝패들이 전부 죽고 자신은 고자가 된 이상에야 그렇게 큰 위협이 되지는 못할 것이지만. 물론 내 몸 챙기기에도 바쁜 마당에 사치스러운 생각 같기는 하지만, 마라카스나 제대로 흔들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그리고 내가 의식을 되찾았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보안관이 달려왔다. 나는 그의 있으나마나한 취조에 장단을 맞춰준 후 필요한 물품을 찾아 만물상으로 갔다. 살인 마리아치들을 박살낸 게 나라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주인은 필요한 물건은 반값에 가져가라고 했다. 요즘처럼 돌연변이 괴물(예를 들자면 근육 고릴라, 살인 마리아치, 송아지만한 식인 마멋 등)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50NE탄은 사용할 수 있건 없건 간에 대부분의 가게에 들어와 있었고, 나는 비에 젖은 탄까지 고려해서 충분한 양을 구입했다. 그 외에는 육포, 돌처럼 딱딱한 비스킷 등의 식량과 튼튼한 물주머니, 그리고 거기 들어갈 며칠 치의 물을 샀다.


 마을 사람들은 데스 베이거스로 가기 위해서는 포장로를 따라가라고 했지만, 사막은 위험한 지역으로 순식간에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모래늪, 갑자기 펼쳐지는 절벽, 그 밑으로 흐르는 폭류 등 수많은 험난한 지형과 각종 괴물들이 들끓으니 차라리 포기하고 이 동네에 보안관으로 눌러 살 것을 추천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겁을 먹을 수는 없었다. 내가 내일 사막을 건넌다고 하자 안도의 표정을 지은 것은 보안관뿐이었다.


 할리를 타고 좀 달리자 저 멀리서 암회색의 길이 모래지옥을 양단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포장로에 올라가자마자 나는 할리의 목을 꺾었다. 할리의 몸 여기저기가 접히고 돌아가더니 근사한 오토바이로 변했다. 역광이 매섭게 비추고 있어 나는 주머니에서 선글라스를 꺼내서 썼다.


 저 멀리서 지평선이 태양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사방천지가 핏빛으로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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