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안샤르베인 0 3,013

병사들은 조금씩 진군 중이었다. 이야기로는 제네시스 장군이 있는 야영지에 합류한 뒤 최종 목적지로 간다고 했다. 그는 여전히 말없이 그들을 따르고 있었다. 여전히 이름은 몰랐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꼬마 아니면 살림꾼으로 통하고 있었고, 그도 굳이 다른 이름을 붙여달라고 하지 않았다.

조사는 큰 진척이 없었다. 이상한 생명체가 나돈다는 소문은 있었지만 사람들은 곧 잊어버렸다. 눈 앞에 나타나질 않았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이야기를 들으려고 아이에게 집적대는 사람도 있었으나, 그가 입을 꾹 닫은 채 함구했기 때문에 몇번 물어보던 사람들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이거 별 일이 없어서 심심할 지경이네."

"인마. 안 나오는 게 좋은 거야."

 

병사들의 잡담을 뒤로 하고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묘한 느낌이 들었다. 얼마 전 바깥바람을 쐴 때 마주했던 그 기운이었다. 그것도 숨막힐듯이 강한 기운. 그러나 주변 사람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현자의 말로 접근했다.

 

"어르신. 잠깐 말씀드릴 게..."

"무엇이냐?"

"이 주변, 뭔가 좀 이상합니다."

 

현자는 한번 슥 둘러보았지만 고개만 약간 갸웃거릴 뿐이었다. 노인이 그에게 물었다.

 

"이상하다니, 무엇이?"

"예?"

 

이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단 말인가? 금방이라도 주변을 옥죄어올듯한 이 기운이. 그가 무언가 더 말하려는 순간 앞에 가던 일행들이 멈춰섰다. 졸지에 앞사람들과 부딪치게 된 병사들이 불평을 늘어놓았다.

 

"뭐야, 멈추라는 명령도 없었는데."

 

하지만 불평은 금새 사그라들었다. 아니, 사그라들 수밖에 없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광경이 그들의 눈 앞에 펼쳐졌기에.

처음엔 그저 쓰러지는 것으로만 보였다. 하지만 그들 눈앞에서 무너져내린 것은 이미 사람이라 할 수 없는 고깃덩이였다. 날고 기는 베테랑이라 해도 이때는 첫 출전을 한 병사들과 다름없이 한 모습이 되었다.

 

"으아아악!"

"뭐 뭐야!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냐고!"

 

그들은 순식간에 공황상태가 되었다. 무슨 일이냐고 물어본다 한들 대답해 줄 사람이 있을리가 없었다. 그는 현자를 바라보았다. 그도 앞에서 벌어진 상황에 당황하고 있었다.

 

"대장, 대장은 무사한가?"

 

한 사람이 간신히 상황파악을 했지만 그들 앞에 닥친 건 최악의 결과였다. 대장조차도 이 살육 속에서 무사하지 못했다. 일부는 넋을 놓은 표정이었고, 일부는 자신만이라도 살아나가겠다고 도망치려고 했고, 일부는 제네시스 장군을 찾아가는 게 좋지 않겠느냔 의견을 보였다. 누구의 의견이 옳은 지 쉽게 결정 내리기 힘든 상황에서 그것은 또 나타났다.

이번에는 제대로 볼 수 있었다. 병사들은 경악했다.

 

"저, 저게 뭐야?"

"괴물이다! 모두 도망쳐!"

 

그는 눈이 커졌다. 그 괴물은 한 눈에 보기에도 이상했다. 체격에 비해 한쪽 팔이 비대하게 커져 있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이상한 건 팔에서 느껴지는 기운이었다.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기운이 팔 하나에 응축된 상태였다. 괴물의 울림은 단순히 흉폭함 때문인지, 아니면 저 마나로 인한 괴로움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가 멍하니 보고 있는데 누군가가 그를 끌어당겼다.

 

"뭘 멍하니 보고 있는가!"

 

현자였다. 그는 그제사 현자의 말 뒤로 올라탔다. 이미 병사들은 제각기 달아나기 바빴고, 괴물도 쫓아오고 있었다. 더 생각하고 있을 틈이 없었다. 사람들은 달아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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