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따뜻해진 것 같지만, 아직 쌀쌀하네,"
이맘 때, 여기서 너는 그렇게 중얼거렸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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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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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너는 어디에서, 누구와 있는 걸까.
벚꽃이 만개한 언덕 아래에서 너와 잡담을 했던 날들. 뭐라고 해야 할 지는 모르겠지만, 어디까지나 친구 이상으로 좁혀지지 않았던 거리감. 그런 미묘한 관계에서, 그 관계를 좋아했었지, 너는.
어디까지나 친한 친구로서─ 성별만 다른 친구로서, 그런 관계를 좋아했던 건 나도 마찬가지니까.
실은 외톨이었어. 한 줌도 안 되는, 그저 가식으로 가득 찬 '친구'라는 허울 좋은 명분으로 이뤄진 관계. 그런 가식의 한 가운데에서 때로는 혼자 울었던 적도 있었지만... 글쎄, 너를 만나고서는, 약간 변했지.
비관적으로만 보이던 세상에서 한 줌의 희망을 찾은 느낌이었어. 네가 편했어. 처음으로, 먼저 손을 내뻗어서 닿았던 인연이라는 것이 더욱 기뻤어. 그저 너와 같이 걷고, 시시한 이야기를 하고─ 그랬었어. 그런데, 어느 순간일까...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이 들었어.
그러다가 자각했어. '나는, 너를 좋아한다는 걸.'
그렇지만, 사랑은 사람을 바보로 만든다고 했었던가? 나는 이미 잘 알고 있던 사실을 무시한 게 되어버렸으니까. 어디까지나 친한 친구, 그 곳에서 머무는 관계를 바랐던 너와 나, 그리고 변해버린 나─
평범하게, 한 마디.
그리고 너는 대답했지. "...미안," 그 한 마디에서 나는 슬픔을 느꼈고, 너에게 감사했어. 적어도, 내 감정을 이해해줬으니까.
졸업을 하고 나서, 내가 등을 돌리지 않고, 내 미래를 향해 걸어 나갈 수 있게 해 줬으니까.
그렇지만 잊는 건 괴로운 일이야. 응, 그래... 지금처럼, 그 날, 너무나 시시하게 내뱉었던, 너를 좋아해라는 말을 내뱉었던 벚꽃이 만개한 그 언덕에서 너를 잊지 못한 채, 이렇게───
쭉, 기다리고 있으니까.
"아,"
바람이 분다.
부드럽게 바람이 불어오며, 흐드러지게 핀 벚나무를 흔든다.
수없이 떨어지는 벚잎의 비 아래에서, 나는 그저 멍하니 서 있었다.
뜨거운 무언가가, 볼을 타고 흐르는 듯 했다.
"정말이지... 너무나 흔한 말이지만, 미안해.
너라면 나보다 더 좋은 여자를 만날 수 있을거야.
솔직히, 뭐라고 해야 할 지 잘 모르겠더라.
정말, 정말 미안해..."
.
.
그럴 필요 없는데, 너무나도 상냥한 그 모습이 기억의 한 편에서─
희미해져갔다.
잊기, 싫어. 그렇지만, 이젠 미련을 버릴 때니까.
그러니까, 한 발짝 더 내딛는다. 과거에서 허우적대지 않는다. 추억은 추억으로서 남겨둔다.
그녀와 다시 만난다는, 그런 소설같은 일은───
없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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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