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はやぶさ] prologue

개복치 3 2,519
내가 생의 대부분을 보낸 우주는 춥고, 고독하고, 광활했다.
 
발사 당시 중량 510kg, 본체의 최대 치수가 고작해야 2m 정도에 불과했던 자그마한 내게 부여된 임무는 막중했다. 우주에 갈 수 없었던 부모님은 그 대신으로 지구 밖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나를 만들었고, 나에게 지구 밖에 있는 소행성을 탐사하고, 그것의 샘플을 채취해 되돌아라는 임무를 부여했다. 도중에 프로젝트가 취소될뻔도 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발사 기회를 잡았던 2003년 5월의 어느날, 나는 소행성을 향해 기나긴 여행길에 올랐다.
 
내 진짜 이름은 '제20호 과학위성(第20号科学衛星)'이었지만, 탈것에 간단한 이름을 달아주던 인간의 버릇에 의해, 그리고 일반인들에겐 제X호 과학위성같은 딱딱한 학술 명칭보다는 좀 더 대중적인 명칭이 쉽게 다가갔기 때문에 나는 발사 당일날이야 '하야부사(はやぶさ)', 부모님의 언어로 '매' 라는 별명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게 새롭게 얻은 하야부사라는 이름 아래, 나는 인간들의 축복과 기대를 품에 안고, 그리고 언젠가 부모님과 만날 재회의 희망을 가졌다.
 
13시 29분 25초. 굉음과 함께 로켓이 이륙하기 시작했다.
 
오늘부터 여행이 무사히 끝나고 고향으로 되돌아 올때까지는 프로젝트 출범부터 발사 직전까지 함께 해주셨던 부모님도, 항상 나에게 말을 걸어주며 희망을 맡겼다고 했던 연구원들도, 그 누구도 없는 혼자였다. 나는 어쩌면 나 이상으로 막중한 불안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있을 재돌입 캡슐을 끌어안았다.
 
그렇게해서, 내 여행은 시작되었다.

Author

Lv.1 Seoulite  1
0 (0%)

등록된 서명이 없습니다.

Comments

cocoboom
SF물이군요!
개복치
SF...라기보다는 JAXA의 소행성탐사선 하야부사의 일대기를 하야부사의 시점에서 재구성하는 내용입니다.
뭐 자아를 부여했으니 SF도 맞긴 맞는건가...?
cocoboom
ㅎㅎ 기대하겠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33 훈련소에서 댓글1 폭신폭신 05.25 2668
132 VII-9. 금지된 영역 작두타는라이츄 11.08 2670
131 습작 - 1일차 노숙까마귀 01.06 2671
130 있을 때 잘해. 댓글1 Novelistar 10.31 2672
129 무제 YANA 04.29 2674
128 마녀 이야기 1 댓글2 네크 01.16 2677
127 월드 오브 트로브-1 국내산라이츄 04.17 2677
126 여행자들을 위한 신비롭고 놀라운 이스티야의 안내서 - 요정과 마녀 (백업 자료) 댓글1 Badog 09.23 2678
125 마법사가 우주비행사를 만드는 법 댓글1 Heron 03.11 2678
124 VII-10. Intermission (3) 작두타는라이츄 11.08 2678
123 [푸파 시리즈] 금요일 밤의 열기 ① 로크네스 09.18 2679
122 과제로 낼 예정인 소설 - 위기, 절정(수정본) 댓글2 안샤르베인 11.01 2681
121 마그리트와 메를로 퐁티 그 사이에서. 댓글2 Sir.Cold 01.25 2681
120 [창작 SF 단편] - 인간, 죽음 Loodiny 02.10 2681
119 Tycoon City 데하카 11.02 2683
118 죽음의 죽음 댓글3 더듬이 03.16 2683
117 궤멸 (사람에 따라 좀 잔인할 수 있습니다) 미식가라이츄 06.06 2683
116 상담사님과 함께 작가의집 10.24 2684
115 한방꽁트 – 저주받은 갑옷 cocoboom 03.28 2684
114 나는 너의 미래다 - 1 민간인 11.28 2685
113 雪遠 - 2 Novelistar 10.06 2685
112 HIGH NOON -3 잉어킹 11.21 2689
111 [어떤 세계의 삼각전쟁] 관리자 댓글3 RILAHSF 02.27 2689
110 별의 바다 이야기 네크 08.14 2689
109 남자로 돌아왔는데 두근거림이 멈추지않는다 댓글1 네크 05.23 2690
108 아날로그:속마음 마시멜로군 09.16 2690
107 개목걸이 댓글2 주지스 10.05 2691
106 유리 구슬과 밤이 흐르는 곳 - 1 Novelistar 10.21 2693
105 [푸파 시리즈] 변신 이야기 ③ 로크네스 09.27 2694
104 [어찌됐건 스토리와 제목 창작연습을 하기 위한 소설] 대충 창조한 세상 댓글8 BadwisheS 10.22 2694
103 시간 야생의주지스 01.07 2694
102 통 속의 뇌 댓글1 네크 03.22 2694
101 발을 무는 악마 댓글6 작가의집 06.19 2695
100 기사의 맹약 댓글1 안샤르베인 12.22 2697
99 [소설제 : I'm Instrument] 새벽의... 앨매리 01.31 2697
98 StrandBeest(해변동물) 아게루짱 06.08 2697
97 HIGH NOON -2 잉어킹 11.21 2699
96 Workerholic-Death In Exams(2) 댓글3 Lester 01.01 2699
95 Robot Boy - 2 댓글1 Novelistar 03.17 2700
94 빛이 지는 어둠 속 작가의집 04.14 2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