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무더운 여름날이었다. 운동장에서 두 고딩이 궁시렁거렸다. 그들은 각각 문과생과 이과생이었다.
"야, 더워 뒤지겠는데 콜라 좀 사와봐라."
"니가가 병신아"
"가위바위보 해서 진 사람이 사오자."
이과생이 가위바위보에서 져서 콜라를 사오기로 했다. 그는 마트의 진열대에 있는 1.5L 펩시를 집어오며 이렇게 말했다. "역시 콜라는 펩시가 제맛이지."
운동장 한구석에 남아있던 자는 문과 출신으로, 1.5L 펩시를 사온 이과생을 반갑게 맞았다.
"아싸 콜라다 빨리 콜라먹자." 이과생이 대답할 겨를도 없이 문과생은 1.5L 펩시의 뚜껑을 땄다.
페트병은 곧장 부글부글 소리를 내며 안에 있던 내용물을 사방팔방으로 격하게 뿜어내기 시작하여 콜라가 바닥까지 적셨다. 이과생이 따졌다.
"아 미친놈아, 미지근한 걸 따면 어떡해."
문과생이 대꾸했다. "손에 묻은 건 씻으면 되지 뭐." 이과생은 이에 격노하여 따지기를, "아니 액체는 온도가 낮을수록 기체가 잘 녹는다고. 미지근할 때 따면 김 다 빠져." 문과생이 이에 "그깟 콜라 대충 먹지 쫄보새끼 이들이들하냐"
이과생은 분노가 폭발하여 그대로 운동장을 떠나 이과생들이 모인 교실로 달려가 소리쳤다.
"이 씨발 문과충 새끼가 페트병 콜라 미지근한거 뚜껑 따버림."
그 자리에 있던 다른 이과생들은 그 말에 분노하였다.
"감히 신성한 콜라를 욕보이다니"
"무식한 문과충들 응징하자"
뜻이 모인 이과생들은 즉시 실험실에서 폭약을 만들어 가져다가 문과생들이 모인 교실을 공격하여 순식간에 파괴해 아수라장을 만들었다. 이과생의 두목인 이개석은 그 자리를 떠나며 문과생들에게 "좆병신들 제발 콜라 좀 차게 해서 뚜껑따라 ㅉㅉ"이라고 말하고서 그 자리를 떠났다. 문과생들은 이에 분개했다.
"병신 이과충들 테러질이네. 펜은 칼보다 강하다고 했으니, 저놈들을 사회적으로 매장시켜버리자."
다음 날 아침, 전국 방방곳곳에 호외 신문이 나돌았다.
『반학문적 폭도세력, 학생 식생활 간섭 시작..전국 방방곳곳 테러』
민심이 크게 동요했다. 농민들은 이공계를 위해 그들이 수확한 콜라를 바치기 거부하기 시작했다. 이에 더해 문과생들의 수령인 문택동은 이개석에 대항해 농민들을 선동하였다.
"콜라가 궁한 이공계 세력이 농민을 약탈하고 있다! 그들에게 대항하여 우리의 콜라를 지키자!"
한편 이과생들은 크게 곤란해졌다. 그들에게는 남은 콜라가 몇 병 없었으며, 이 때문에 콜라를 사이에 둔 눈치싸움과 쟁탈전이 횡행했다. 하루는 한 이과생이 이개석에게 말했다.
"총통, 옆반의 아무개가 문돌이인 것 같습니다."
"이유가 무엇인가?"
"친구들과 콜라를 공평하게 나눠 마시기 때문입니다."
이개석은 크게 화를 내며 이 사실을 전한 이과생의 후장에 나트륨을 박았다. 그런데 옆반의 아무개가 곧 문과로 전향하면서 이는 사실로 드러나고 말았다. 문택동은 콜라를 얼마든지 마실 수 있는 문과로 전향하라고 이과생들을 선동했고, 곧 한 학년의 반을 차지했던 이과생들의 수는 반 한 개 규모로 전락하고 말았다.
학년의 거의 전체를 장악한 문택동은 정적들을 제거하기 위해 "우리 사이에는 아직 이과 물이 덜 빠진 놈이 많다!"라며 '문'화대혁명을 추진했다. 문택동의 빵셔틀들은 콜라를 차게 해서 마시는 행위를 반문과적이라 하여 탄압했다. 그들은 온도계를 가지고 다니며 학생들이 마시는 콜라의 온도를 재서 상온보다 낮으면 이과생으로 간주해 인민재판을 벌였다. 문화대혁명은 극에 달해 문택동의 빵셔틀들이 교무실마저 침입하기에 이르렀다.
"야이 미친놈들아, 왜 교무실에 온도계 들고 와서 지랄이야?"
"콜라를 차게 마시는 이과 선생은 선생 자격이 없다!"
학생주임은 문택동을 잡아서 퇴학시켜버리고, 학생회장이었던 문소평을 시켜 문과생들을 잘 관리하라고 당부했다. 문소평은 문과생들을 모아 말했다.
"미지근한 콜라든 차가운 콜라든 맛만 좋으면 된다."
문소평은 이와 함께 급식실에 거리상으로 가까운 한 반을 지정해 차가운 콜라를 허용했다. 차가운 콜라가 맛이 좋다는 소문이 문과생들 사이에 퍼지기 시작했고, 곧이어 다른 문과생들이 학교 교문 밑에 모여 자신들에게도 차가운 콜라를 허용할 것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문소평은 이에 대해 온풍기를 동원해 학생들을 쫓아냄으로 대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