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이야기 1

네크 2 2,653


마녀는 그 마을에 아무 기척없이 어느샌가 나타났습니다. 흰 피부에, 뿔도 없고 길고 뾰족한 귀를 가진 그녀는 마을 교외의 한적한 숲속에 순식간에 집을 짓고는 마을 사람에게 이야기했습니다.
"전 그 누구도 해치려하지 않아요."
그 마을의 주인인 비트베르겐 가문은 자신의 첫째와 둘째 아들, 셋째 딸을 보내 마녀를 쫓아내라고 지시했습니다. 군인이었던 첫째 아들은 칼을 높게 치켜들고 숲 속으로 들어가 외쳤습니다.
"이 숲에 숨어든 마녀는 나와라! 비트베르겐의 가주의 이름을 빌어 명한다!"
마녀는 나무 뒤에 숨어 키득거리며 대답했습니다.
"나는 비트게르겐이라는 이름도 모르고 그 가주도 몰라요."
그런 마녀의 이야기에 발끈한 첫째 아들은, 칼을 휘두르며 발끈했습니다.
"이 숲의 주인조차 모르는 자가 어찌 이 숲에서 살아가려는 것인가!"
마녀가 물었습니다.
"이 숲의 주인이라는건 그 가주가 이야기한건가요? 아니면 이 숲의 동물들이 이야기한건가요?"
그 질문에, 첫째 아들은 머뭇거렸습니다. 그 사이에, 숲 속에서 속삭이는 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비트게르겐은 무슨! 이 곳은 우리의 땅이야!"
있을리 없는 목소리에 식겁한 첫째 아들은 검을 떨어트리고 부리나케 숲 밖으로 달려나왔습니다. 그리고는 많은 것을 알고있는 둘째 아들에게 모든 이야기를 전해주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둘째 아들은 넓은 모자를 쓰고 품 속에 석궁을 숨긴채 숲 속으로 들어가 마녀를 찾았습니다.
"이 숲에 숨어든 마녀는 나오시오. 비트베르겐의 차남이 부탁하오."
마녀는 나무 뒤에 숨어 키득거리며 대답했습니다.
"어두운 숲속에서 그런 넓은 모자를 쓰고 들어올 필요는 없지 않나요?"
둘째 아들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모자를 벗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마녀, 당신도 나무 뒤에 숨어서 이야기 할 필요는 없지 않소?"
마녀는 나무 사이에서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왔습니다. 둘째 아들은 재빨리 가슴에서 석궁을 꺼내 마녀의 가슴을 향해 화살을 발사했습니다.
"아야, 아프잖아요! 하지만 어쩌죠? 저에겐 심장이 없답니다."
화살이 가슴에 꽂히고도 마녀는 싱긋 웃으며 둘째 아들의 눈 앞에 서있었습니다. 둘째 아들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섬뜩한 마법에 식은땀을 흘리며 손에 쥔 모자와 석궁을 집어던지고는 숲 밖으로 달려나왔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셋째 딸에게 전해주었다. 하지만 셋째 딸은 마녀를 쫓아내고 싶지 않았다. 첫째 아들처럼 군인인것도, 둘째 아들처럼 학자도 아닌 셋째 딸은 혼자 숲 속에 사는 마녀가 누구인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해질녘 남몰래 숲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마녀님, 계세요?"
어두운 숲 속의 언저리, 셋째 딸은 나지막히 숲에 말을 걸었습니다. 이내, 마녀가 대답했습니다.
"누구시죠? 우둔한 첫째 아들도, 아둔한 둘째 아들도 아닌 소녀가, 이곳에 무슨 일이죠? 밤의 숲은 차고, 소리마저 얼어붙는답니다."
셋째 딸은 거짓말을 했습니다.
"저는 우둔한 첫째 아들도, 아둔한 둘째 아들도, 또 무식한 셋째 딸도 아니랍니다. 저는 그저 마을의 작은 소녀랍니다."
마녀는 키득거리며, 셋째 딸의 눈 앞에 나타났습니다. 소문대로 마녀는 흰 피부에 길고 뾰족한 귀를 하고 있었고, 마을의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뿔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첫째 아들의 검을 허리춤에 차고, 둘째 아들의 모자를 머리에 쓴 마녀는 웃으며 셋째 딸의 손을 잡았습니다.
"그런가요? 그러면 축하해요. 그대가 저의 첫 손님이 될 것 같네요."
마녀의 손을 잡고 따라간 셋째 딸은 그녀의 집에 들어갔습니다. 나무 속에 지어진 집은 그 전에 본적없는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습니다. 소녀는 물었습니다.
"이 집은 누가 지은건가요?"
마녀는 친절하게 대답했습니다.
"내가 지었어요. 내 마법으로 말이죠."
셋째 딸은 보글보글 끓고 있는 스프를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그럼 저 스프는 누가 만든건가요?"
마녀는 친절하게 대답했습니다.
"내가 만들었어요. 내 마법으로 말이죠."
셋째 딸은 놀랐습니다. 마법으로 그런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기 때문이죠. 그녀의 아버지와 그녀의 가족이 하던 마법은 부수고 불태우는 것밖에는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신기해요. 마법으로 그런 일을 할 수 있는건 몰랐어요."
마녀는 물었습니다.
"신기해요? 그럼 제 마법을 조금 가르쳐줄까요?"
셋째 딸은 마녀의 말에 깜짝 놀라며, 그리고 또 기뻐하며 대답했습니다.
"정말요? 그러면 정말 좋을것 같아요! 제 부모님은 제게 아무것도 가르쳐주시질 않는답니다."
마녀는 싱긋 웃으며, 셋째 딸의 이마에 키스하며 말했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죠. 이제 당신은 제 첫번째 손님이자 첫번째 제자가 되었군요!"
셋째 딸은 그렇게 마녀의 제자가 되었답니다. 하룻 밤이 지나고, 또 지나고, 또 지났을때, 셋째 딸은 뛰어난 마법사가 되었습니다. 마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뛰어난 마법사가 되었죠.

[이어짐]

Author

Lv.1 네크  3
0 (0%)

등록된 서명이 없습니다.

Comments

흐린하늘
우둔과 아둔의 차이는 뭘까요.
네크
우둔 - 생각이나 행동이 어리석고 모자라다
아둔 - 무언가를 느리게 알아차리고 생각하는것이 어리석다
비슷한 의미긴 하지만 첫째는 그냥 멍청해서, 둘쨰는 똑똑하긴 한데 멍청하게 행동해서 다르게 썼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73 [자연스러운 문장 연습] 귀머거리 BadwisheS 03.26 2525
172 미아 이야기 2 (끝) 네크 08.06 2525
171 하바네로 잉어킹 09.25 2521
170 섬 저택의 살인 9 댓글2 폭신폭신 07.06 2521
169 그와 그녀가 세상을 살아가는 법. 1. 언리밋 12.12 2520
168 [어떤 세계의 삼각전쟁] 난투극 - 2 RILAHSF 04.04 2520
167 어느 소녀의 사랑 이야기 댓글2 블랙홀군 02.16 2519
166 섬 저택의 살인 6 폭신폭신 07.02 2518
165 과제로 낼 예정인 소설-전개 부분 댓글4 안샤르베인 10.18 2516
164 계약 안샤르베인 12.30 2515
163 경계를 넘어선 만남(完) 댓글2 안샤르베인 12.01 2511
162 헌신하는 아내 이야기 1 네크 05.16 2509
161 바톤터치 댓글1 글한 11.17 2509
160 VIII-3. 인과응보 작두타는라이츄 02.06 2509
159 라노벨 부작용 다움 06.27 2507
158 마지막 약속 댓글3 안샤르베인 04.18 2503
157 [はやぶさ] prologue 댓글3 개복치 03.30 2503
156 한방꽁트 - 빈티지 패션 트렌드 cocoboom 04.03 2498
155 Magica - 3 마미 12.03 2497
154 미아 이야기 1 네크 08.01 2496
153 헌신하는 아내 이야기 2 네크 05.22 2495
152 색깔의 무게 (1) 글한 11.13 2495
151 雪遠 - 3 Novelistar 10.15 2494
150 無力と言う罪_Borderland 댓글1 블랙홀군 06.05 2492
149 짧은 글 댓글2 다움 03.27 2490
148 안개왕 이야기 네크 05.09 2487
147 만월의 밤 自宅警備員 06.26 2486
146 애드미럴 샬럿 4 폭신폭신 04.12 2484
145 마법소녀는 아직도 성황리에 영업중! 1 네크 07.10 2484
144 VIII-4. 꽃으로 치장된 끝 작두타는라이츄 03.03 2484
143 의논 댓글2 안샤르베인 09.20 2478
142 애드미럴 샬럿 2 폭신폭신 07.30 2478
141 마법소녀는 아직도 성황리에 영업중! 5 네크 07.28 2478
140 꿈을 꾸는 이야기 네크 04.19 2477
139 괴담수사대-Laplace's riddle 국내산라이츄 09.18 2476
138 Prologue VIII. Cryogenic curse 작두타는라이츄 12.01 2472
137 섬 저택의 살인 7 폭신폭신 07.03 2470
136 Lovers Oi My lovers Novelistar 08.22 2469
135 단상 1 WestO 05.11 2468
134 마법소녀는 아직도 성황리에 영업중! 3 네크 07.15 2463
글이 없습니다.
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