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들리는 두꺼운 소리에 어둠속에서 의식이 돌아왔다.
어느새 고향집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나는 흙속에서 기대어 자고 있던 나로 변하였고, 나의 귀는 날카롭고도 소름끼치는 소리를 추적하며 고개를 들었지만 이네 방탄모를 부여잡고 이 시간이 흐르길 기다렸다.
그 순간 사방에서 터지는 소리와 나무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더이상 부러질 나무가 남아 있지 않았다 생각했음에도 부러지는 소리는 환청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정도로 선명했다.
공포의 시간이 흐르고 난뒤 모든 것이 사라진 것처럼 고요한 야밤이 돌아왔다.
멀리서 들려오는 고통의 신음과 움직이지 말라 소리치는 장교의 목소리 뿐이었다, 몇일전 나와 같은 지역에서 왔다는 이유로 내가 먹을것과 담배를 나누어주었던 청년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 결국 수집소로 이동했었다. 그와 동시에 사방에서 섬광이 번쩍였고 소리치는 부사관들과 그들의 목소리를 뭍어버리는 총성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점차 섬광은 가까워 졌고 총성은 더욱더 거칠고 빨라졌고 커져갔다.
나의 정면에 섬광도 가까워졌고 빨라졌으며 나에게 맹렬히 돌진하였다.
그 섬광의 얼굴은 점차 선명해졌으며 거대해져갔다. 그리고 쓰러졌다. 맹렬히 타오르는 촛불이 꺼지면 연기를 내뿜지만 그 섬광은 어떠한 흔적을 남기지 않고 내 앞으로 쓰러지며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