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멸 (사람에 따라 좀 잔인할 수 있습니다)

미식가라이츄 0 2,900

경고 : 사람에 따라 잔인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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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XX년 X월 X일, 프사이-오메가 연구소 궤멸 사건 조사서, 조사관 XXX

사건 현장에 들어서보니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그동안 여러 사건들을 조사했지만, 이번 사건은 한눈에 보기에도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연구소 시설에 첫 발을 들이자마자 내가 발견한 것은 곳곳에 즐비한 연구원의 시체였다. 전부 하나같이 인간이 아닌 무언가에 공격당한 듯 했다. 그리고 실험체들이 갇혀있던 시설들은 전부 파괴돼 난장판이었다. 곳곳에 과거에 시설이었다는 흔적만이 남아있을 뿐, 어느 하나 멀쩡한 것이 없었다. 시설들에도 피가 튀어 있었으며, 역한 냄새가 진동을 했다.

복도를 따라 쭉 걸어들어가는데, 신발에 무언가 찐득한 것이 묻어있는 것 같았다. 멈춰서서 신발을 보니 그건 피였다.전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건 단순 살인이 아니라, 거의 도축이라고 봐도 될 정도로 끔찍하다. 두 개의 소대라면 꽤 대규모일텐데, 어쨰서 한 사람도 제압을 못 했을까. 그것은 탈주자가 보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계속 복도를 따라 걸어가는데, 피바다는 끝날 줄을 몰랐다. 군데군데 부대원들의 시체가 보였다. 한눈에 보기에도 끔찍했다. 어떤 싸이코패스라도 이렇게는 못 죽일 것 같은 형상이다.

복도를 따라 쭉 걸어가니, 실험체들이 구류돼 있었던 방들이 쭉 보였다. 이 곳에 갇혀있었던 실험체들도 전부 탈출한것일까. 방문 앞에 붙은 표지판에는 실험체의 이름과 관리법이 쓰여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보니, 방 안은 휑했다. 방 안에 보이는 것은 침대 뿐이었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갑자기 등골을 타고 싸늘한 시선이 느껴졌다. 웬지 여기에 더 있으면 안될 것 같아서, 나는 그 자리를 서둘러 벗어났다.'

-어느 조사관이 Psi-omega 연구소의 궤멸 사건에 대해 조사한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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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아침도 별로 다를 건 없었어요. 그냥, 오늘 실험을 진행 할 연구원이 오지 않아서 기다리다가 밖으로 나왔더니, 인간들이 놀라서 도망치고 있더군요... 저는 그냥, 단순히 실험체 하나가 난동을 부린 모양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 날 보였던 건... 전혀 달랐어요. 그 녀석은 폭주한 실험체 따위로 넘길 수 있는 게 아니예요, 나와 같은... 희귀종이니까요.

인간들은 참 알다가도 모를 존재죠. 자신보다 강하다고 해도 무력회됐다고 생각하면 오만해진단 말이죠... 그게 그 녀석을 자극했던겁니다. "

그녀는 마주 앉은 여자를 흘긋 쳐다보곤 시선을 찻잔으로 돌려, 차를 한 모금 들이켰다. 평소에도 그녀가 즐겨 마셨다는 홍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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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Psi-omega 연구소에서 피험체로 지내고 있었다.

그 날도, 오전부터 실험을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지만 연구원은 오지 않았다. 왜 이렇게 늦는지, 타박이라도 해 줄 요량으로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복도를 가로질러 한 무리의 사람들이 달려나오는 것이 보였다.

"무슨 일이예요, 앤드류는 어디에 있습니까? "
"녀... 녀석이...... 크, 크, 큰일났어... 지, 지, 진압 부대를!! "

숨을 헐떡이며, 말도 제대로 하지 못 한 그는 이내 쓰러졌다. 하얀 가운을 붉은 피가 물들이기 시작했다. 피가 퍼지기 시작한 중심에는 분홍빛 칼날이 보였다.

'이런 칼날이라면... 설마! '

나는 재빨리 내가 있던 섹션을 빠져나와 루카가 있는 곳으로 갔다. 나 혼자서 저 녀석을 진정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어서, 루카에게 도움을 청할 목적이었다. 긴 복도를 가로질러 내가 있던 곳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루카가 있는 섹션이 있다.

"루카! 큰일입니다! "

여느떄처럼 지겨운 듯 공중에 불 떠 있던 그녀가 내 쪽을 돌아본다. 붉은 묘안은 언제 봐도 섬뜩하다. 게다가 아무렇지도 않게 인간을 죽이는 능력자인데다가, 실험에도 비협조적이어서 그녀에 대한 연구는 진행되지 않고 있었다. 사실, 희귀종 중에서는 나만이 인간들의 연구에 협조적이었지만 그녀는 유난히 인간들에 대해서 비협조적이었다.

"무슨 일이냐? "
"시그너스가... 시그너스가 섹션에서 풀려난 것 같습니다. 빨리 녀석을 막지 않으면 곧 진압 부대가 들이닥칠거예요! "
"시그너스??? 그 녀석이 풀려나? "

시그너스도 루카와 마찬가지로 실험에 비협조적이었다. 그렇기때문에 그녀는 평소에 삼중으로 된, 휘거나 베어지지 않은 합금으로 된 철창 안에 갇혀 있었다. 그녀의 주변을 떠다니는 구체는 총 일곱 개, 그녀는 그래서 '일곱 개의 칼날'이라고 불렸다. 주로 그 구체만이 연구 대상이었고, 그녀는 삼중 철창 안에 갇혀 지내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불려나다니?

"그 녀석, 지금 섹션에 있나? "
"아마도 그런 것 같습니다. "
"빨리 가자! "

루카와 함꼐 서둘러 시그너스가 있는 섹션으로 갔지만, 그녀는 거기에 없었다. 그리고 시그너스가 있을 만한 곳을 찾아 연구소를 돌아다니던 우리는 크로우를 만났다.

"너희들 왜 여기에 있는 거야? "
"시그너스가 섹션에서 탈출했다매. "
"그게 문제가 아냐! 그 녀석이 깨어났다고! "
"그 녀석이라면 설마... 최초의 그 녀석을 말하는겁니까? "

그 녀석은 매우 위험했다. 우리와 같은 희귀종은 인간에게 착취당하거나, 학대당하거나 해서 안 좋은 기억이 있기 때문에 인간을 싫어한다. 하지만 그 녀석은 달랐다. 마치 유전자 레벨에서 인간에 대한 증오가 각인돼 있는 것 같은 흉폭함이었다. 최초의 희귀종이라 불리는, 그녀의 이름은 '이브'였다.

오래 전, 그녀의 능력을 모방한 실험체를 만들고자 하는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워낙에 비협조적이었던데다가 루카 역시 마찬가지여서,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팔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랐던 연구원들은 실험체의 등에 팔을 수납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실험은 실패해, 피험체는 몸에 심한 무리가 가게 된다. 그리고 생명 유지장치를 이용해 그 미약한 생명의 불꽃을 유지해 오고 있었다. 그 피험체는, 그 녀석의 이름이 이브였기 때문에 코드네임을 '아담'이라고 지었었다.

"매드니스가 난동을 부리다가 깨운 모양이야. 서둘러! 어서 탈출해야 해! "
"하지만 시그너스는... "
"그 녀석은 라미아와 같이 탈출했어. 난 혹시 살아남은 녀석들이 있나 확인해보고 탈출하기로 했고... 아무튼, 빨리 나가야 해. 곧 녀석이 움직이고 진압 부대가 여기까지 들이닥칠거야. "
"...... 그 녀석이 눈을 뜨다니... "
"시간이 없어, 어서 움직이자. "
"알겠습니다. "

크로우를 따라 우리는 시그너스의 섹션으로 갔다. 그 곳에는 시그너스가 부숴버린 창살과 비상문이 보였다. 비상문을 열어보니, 밖과 통하는 통로가 있었다. 아무래도 혹시 그녀가 난동을 부릴 때를 대비해서 외부에서 진압책을 들여오기 위한 수단인가.

"크로우, 밖은 어떻습니까? 진압 부대는 어디까지 들어온거죠? "
"녀석들이 벌써 사이드 홀로 진입했어... 울프가 놈들의 총에 맞아 죽었지... "
"...... "
"여기서 앞으로 쭉 가면 연구소와 벗어날 수 있을거야. 난 여기서 날아가면 돼. 최대한 멀리 달아나야 해! "
"크로우 씨, 몸 조심하세요. "
"응, 너희도. "

크로우와 작별을 나눈 우리는 비상구를 통해 연구소를 벗어났다. 이미 밖에는 진압 부대가 들어와있는지, 총성과 무언가가 터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그 소리를 뒤로 하고 연구소에서 벗어났다. 크로우의 말대로, 최대한 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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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
"사실은, 이것 때문에 왔습니다. "

여자가 건넨 것은 조사관이 적은 일지였다.

"그 조사관은 이 일을 마치고 사표를 냈습니다... 적혀있는 그대로, 현장은 피바다였다고 하는데... "
"...... 시그너스는 인간을 이렇게 죽일 수 없어요. 인간에게 적개심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녀석은 이런 짓을 할 정도는 아니죠... 이건, '그 녀석'의 짓이 분명해요. "
"그 녀석이라면... "
"이브. 최초의 레어 얼터라 불리는 존재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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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익

김이 빠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바깥 공기가 들어오는지 차가운 느낌이 든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바깥 공기, 그리고 바깥 세상이었다. 초록색 액체에 갇혀 보던 세계와는 완전히 다른...

"키히히히- 시그너스가 날뛰고 있다네! "

그리고 내 눈앞에는 미쳐버린건지, 간이 부은건지 나를 가둬 둔 이 감옥을 해제한 인간이 있었다. 이 녀석도 피험체인가? 그렇다면 누군가가 이 안에서 날뛰고 있다는 모양이겠구나. 그렇다면 아무도 나를 방해할 자가 없다는 얘기네?

-퍽

오랜만이었지만, 이런 인간 정도는 풍선 터뜨리는 것보다 훨씬 쉽게 터뜨릴 수 있다. 순식간에 피와 뼈투성이가 된 잔해 속에서 이상한 장치가 보였다. 이런 것도 넣는구나, 인간들이란.

-콰직

묵직한 느낌과 달리 의외로 무른 장치인 것 같다. 모처럼 기지개를 켜고 밖으로 나오자, 나를 보고 비명을 지르는 인간들이 보였다. 역시, 이래서 거슬려... 시끄럽단 말이야. 그럼, 하나하나 가지고 놀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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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델타. 현재 연구소 안으로 진입하기 위해 준비중이다, 오바. "
'사이드 홀의 진압은? '
"무사히 마쳤다. "
'좋다, 그럼 안으로 진입해서 녀석을 사살해라. '
"알겠다. "

무전을 끊고 무장을 단단히 정비한다.

"알겠나? 놈은 일곱 개의 칼날을 다루는 녀석이야. 조심해야 해. "
"알겠습니다. "
"그럼, 진입을 실시한다. 델타 1이 먼저 들어가고, 델타 2는 5분 후 들어와라. "
"알겠습니다. "

한 무리의 무장한 사람들이 연구소 안으로 들어섰다. 그들의 눈앞에 보인 것은, 온 몸이 피투성이가 돼 죽어있는 사람들과 부서진 장치들이었다. 그리고 발 밑에 질척하게 엉겨붙은 피와, 공중에 풍기는 피비린내까지... 안은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윽, 피비린내... 우측으로 간다. "
"네! "

그들은 시그너스가 있었던 섹션으로 가기 위해 오른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브 역시 막 눈을 뜨자마자 죽은 매드니스의 잔해를 가지고 섹션 바깥으로 나오고 있었다. 그녀가 지나가는 곳은 피가 넘쳐흐를 것만 같은 발자국과 한때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는 고깃덩이가 있을 뿐이었다.

"부대장님! 저 앞에 실험체가 보입니다! "

델타 1부대가 이브를 발견했을 때, 그녀는 매드니스의 두개골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곧 찰칵, 하는 소리를 들은 그녀도 부대가 있는 곳을 봤다.

"우후후... 이거 다, 가지고 놀아도 되는건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엄청난 선물을 줬네~ 감사하지 않으면? "
"정지! 움직이면 쏜다! "
"그딴 장난감으로 나를 쏘겠다고? 요즘은 참 재밌는 장난감이 많은걸? "

그녀는 무수히 많은 총구들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은지, 부대쪽으로 한발짝 다가왔다.

"우, 움직이면 쏜다! 다시 반복한다! 움직이면 쏘겠다! "

그녀는 이제 그 말을 무시하기라도 하듯, 점점 부대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퍽

"!!"

다음 순간, 부대원들은 총을 떨어트릴 뻔 했다.

그녀가 들고 있는 것은, 부대장의 머리였다. 그것도 악력으로 잡아 뜯었는지 살점이 너덜너덜하게 붙은 머리. 누구보다도 용뱅하다고 자부했던 그들이었지만, 사람의 머리가 뽑히는 걸 두 눈으로 본 순간 그들은 서늘한 한기를 느꼈다. 곧이어 몸통이 쓰러지자, 그녀는 그 몸통을 터뜨려버렸다. 퍽,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사방에 피가 튀었다. 앞열에 서 있던 부대원의 헬멧에도 피가 튀었다.

"발포! 발포해! "

부대원들이 그녀를 겨누고 총을 쐈지만 허사였다. 있는대로, 전부 총알을 쐈지만 단 하나의 총알도 그녀를 관통할 수는 없었다. 오히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그녀는 앞열부터 차례대로 터뜨려 가기 시작했다. 퍽, 소리가 들리고 피가 튀어간다. 이윽고 총알이 다 떨어지자, 부대원들은 속수무책으로 죽어나갔다.

그렇게 한 부대를 터뜨린 이브를 맞닥뜨린 델타 2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총알 하나도 그녀를 뚫지 못 하는 반면 그녀는 마치 풍선을 터뜨리듯 부대원들을 터뜨렸다. 이윽고 바닥에는 피가 고이고, 잔해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어 구역질이 날 정도였다.

"요즘 장난감들은 너무 약해... "

그녀는 쯧, 혀를 차곤 유유히 피가 고인 복도를 걸어 연구소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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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그만 둘 만 하죠. 그 녀석은... 마치 인간을 장난감 다루듯 하니까요. 마음에 들지 않으면 부숴버리죠. "
"...... "
"한 가지 충고 해 드릴게요. 그 녀석과 맞닥뜨린다면... 어떠한 이유로든 당신은 살아남을 수 없어요. 당신에게 남는 건, 그저 지금 당장 죽느냐... 그리고 머지않아 죽느냐. 온전히 남느냐, 고깃덩이로 변하느냐. 그 뿐이예요. 그 녀석을 먼저 발견했다면, 그 녀석이 눈치채기 전에 도망치세요. 그럼, 이만. "

연을 만나고 돌아가던 여자는 지하철 역으로 가는 길이었다. 노란 스웨터를 입은 까맣고 긴 머리, 붉고 날카로운 눈은 그녀가 인간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었다. 가슴팍에는 타투를 한 건지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그녀는 장이라도 보러 나온건지 장바구니를 들고 있었다.

'타투라도 한 건가... '

한 무리의 사람들이 지나쳐가는 가운데, 그녀는 섞여들어갔다. 그녀가 연이 말했던 이브라는 존재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뭔가 찝찝함이 남는 것 같았다. 하지만 섣불리 다가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안 돼, 저 사람이 이브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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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렁거리는 성격. Lv.1에 서울의 어느 키우미집에서 부화했다. 먹는 것을 즐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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