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남

안샤르베인 0 2,509

"무엇입니까?"

 

아이가 되물었다. 제네시스는 아이에게 손짓했다. 아이는 잠시 고개를 기웃거리다가 가까이 접근했다.

잠시동안 귓속말로만 이루어진 대화가 이어졌다. 아이는 머뭇거리다가 곧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죠."

"죽을지도 모르는데 두렵지 않으냐?"

 

제네시스가 물었다. 아이는 희미하게 미소지어 보였다.

 

"누명을 쓰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합니다."

 

=======================

 

"혼자 떠났다구요?!"

 

늘 그를 지켜보던 메이다나는 물론이고 의무병들도, 병사들도 그 통보에 당황했다. 제네시스는 장군들 중에서도 성격이 가장 유하기로 소문난 상관이었다. 쓸데없는 피를 보는 걸 싫어했으며, 언제나 민간인의 보호를 최우선시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장군이 아무런 이야기도 없이 아이를 보내다니. 메이다나가 소리쳤다.

 

"이건 아니잖아요! 설마, 설마 그런 이야기 따위를 믿고 계신 거에요? 아버지!"

"...장군님으로 부르라고 했을 텐데."

 

제네시스가 노려보았다. 메이다나는 곧 입을 다물었지만 여전히 잔뜩 표정이 굳어져 있었다.

 

"어차피 괴물에 대해선 그 아이가 가장 잘 알지. 우리들보다도."

"그렇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요!"

"불복종할 거라면, 당장 짐 싸라."

 

그 말에 그는 움찔했다. 이토록 강경하게 나오는 아버지는 처음이었다. 더 이상 말해봤자 소용이 없을 듯했다. 메이다나는 조용히 막사 밖으로 나왔다. 발걸음에 힘이 없었다. 

제네시스는 미간을 찡그리며 이마에 손을 얹었다. 자신의 선택이 잘못된 것이 아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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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사라진 이후로도 진군은 계속되었다. 예정보다 시간이 지체됐기 때문에 자연히 병사들의 걸음은 급해졌다. 불만에 찬 사람들도 있었지만 어차피 감수해야 할 일이었다. 장군은 도착하면 반드시 휴식시간을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잠 깐 행군을 멈추고 막사를 치는 동안 장군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풍경이 이전과 달랐다. 단순히 시간이 흘러서 그런 게 아니었다. 길의 모양은 이전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갈수록 기괴하게 뒤틀린 나무와 풀들이 눈에 띄었다. 색도 거무죽죽하고 칙칙했다. 잔뜩 얽힌 덩쿨은 금방이라도 사람을 옥죌것 같았다.

제네시스는 잠시 여기로 온 것을 후회했다. 하지만 이곳은 지름길이었다. 시간을 맞추려면 반드시 여기로 통과해야했다. 제네시스는 수색대원들이 안전하게 돌아오기만을 빌었다.

갑자기 지독한 썩은내가 풍겼다. 병사들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이냐!"

"괴물입니다! 그 괴물이에요!"

 

병사들의 표정이 그렇게 경악으로 물든 건 처음이었다. 제네시스는 황급히 달려나왔다. 그리고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그 때의 괴물들이었다. 그러나 덩치가 저번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숫자도 마찬가지였다. 어디서 몰려나온건지 알 수 없으나, 괴물들은 병사들을 에워싸고 있었다. 먼저 정찰을 나갔던 대원 중 한명은 이미 처참한 고깃덩이가 된 지 오래였다. 우득우득 씹는 소리에 병사들이 몸을 떨었다.

 

"대체 이게 어떻게..."

"살려둬선 안 된다는 명이 있어서 말입니다."

 

아는 목소리였다. 제네시스의 표정이 급속도로 굳어졌다.

 

"네놈... 네놈이었나."

"저번엔 예상치 못한 사건 때문에 계획이 어그러졌습니다만, 이 정도 숫자라면 그럴 일은 없겠지요."

 

제네시스는 검을 뽑아들었다. 내통자가 있을거란 예상은 했지만 그것이 하필이면...

 

"포기하시지 그러십니까. 그러면 머리만은 무사히 갈 수 있을 텐데요."

"닥쳐라! 너 같은 녀석에게 굴할 것 같으냐!"

 

제네시스는 각오했다. 최대한 시간을 끌 것이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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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생각해놓은 부분까진 다 쓰고 나서 조만간 글정리 한번 들어가야겠네요. 부족한 부분도 퇴고할 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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