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행

안샤르베인 0 2,613

"적의 스파이일까요? 안 그래도 여긴 국경 근방인데..."

"그렇진 않네. 저 눈을 보게나."

 

그는 현자의 말대로 열심히 보았지만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현자는 빙그레 웃었다.

 

"눈을 보면 거짓인지 아닌지 알 수 있지."

"그렇지만 아이가 여긴 왜..."

"모르겠군. 기억이라도 잃은 듯 한데..."

 

노인과 그 일행이 이야기하는 동안 그는 머리를 감싸쥐고 있었다. 아무리 해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자신은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왜 여기에 있는지, 그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머릿속을 되짚어봐도 깜깜하기만 했다.

우울한 표정이 된 그의 어깨에 노인의 손이 닿았다. 그가 고개를 들었다.

 

"너무 걱정하지 말게나. 일단 여긴 어린아이가 혼자 있긴 위험하니 같이 지내면서 방법을 찾아보세."

"같이...요?"

 

현자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눈을 깜빡이다가 수긍했다.

 

========================

 

"이상하군... 마력흔이 발견되고 있다니."

 

조사중인 현자와 마법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들은 나무에 있는 무언가 뜯겨나간 흔적을 유심히 살피는 중이었다. 아이는 그 뒤를 따르며 가져온 도구들을 제때 건네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아이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그들에게 물었다.

 

"마력흔에 문제라도 있습니까?"

"음. 이 지역 근방에는 마법을 쓸 줄 아는 괴물이 없다네. 그러니 이상하단 것이지."

 

그 말에 그가 눈을 깜빡였다. 현자는 도구들을 모두 정리한 후 아이에게 건넸다.

 

"일단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건 이것 뿐이지만, 보고를 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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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 일행이 돌아오자 대장은 그들을 반겼다. 현자와 마법사가 대장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그는 부탁받은 대로 짐을 정리했다. 그를 보좌하기 위해 따라온 수습 마법사들이 곁눈질로 보아도 그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수군거림도 무시했다.

그와는 반대로 호의적인 태도를 취하는 사람도 있었다. 취사병이 그를 불렀다.

 

"다녀왔어? 힘들진 않고?"

"따라다니기만 하는 거라 힘들진 않습니다."

"그래그래. 식사 준비 중인데 좀 거들어 줄 수 있어?"

 

그는 군말없이 병사를 따라갔다. 잡일도 불평없이 하는 데다 의외로 힘도 좋고 요리 솜씨도 훌륭해서 그가 있으면 같은 노력을 해도 더 맛있는 식사가 탄생하곤 했다. 그래서 병사들은 이 깡마른 아이를 반겼고 뭐 하나라도 더 주고 싶어했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밥 때문이었다.

 

"여어. 우리 꼬마 살림꾼 왔네."

"자자. 얼마 안있으면 저녁 시간이니 서두르자고." 

 

그는 병사들에게 가볍게 목례한 후 칼부터 잡았다. 탁탁탁탁. 경쾌한 소리가 숲 안에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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