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물이 말라붙은 눈가에 주름이 졌다. 메이다나가 얼른 근처에 있던 양동이에 붕대조각을 적셔서 눈을 닦아주었다. 핏덩이가 좀 떨어지자 그제서야 그가 눈을 떴다. 검푸른 색 눈이 깜빡였다.
"일어났어?"
"...여긴..."
약간 쉰 목소리가 났다. 아마도 오래 누워 있어서 그런 것이리라, 제네시스는 조용히 말했다.
"여긴 안전하다. 잠시 쉬고 있어라. 물어볼 것이 많으니."
"...."
그는 제네시스를 물끄러미 보기만 할 뿐 대답이 없었다. 경계하는 건 아니었지만 낯설어하는 눈빛이었다. 이내 그가 고개를 돌려 주변을 돌아보았다. 자신이 앉은 곳을 제외하면 의무소는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근처의 책상엔 부상자의 처치를 위한 도구들이 즐비했다. 상비약 대용으로 쓸 수 있는 약초도, 물도 길어져 있었다.
그가 몸을 일으키려고 하자 메이다나가 붙잡았다.
"잠깐, 잠깐, 넌 환자잖아. 무리해서 몸을 일으키면 안 된..."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불을 걷었다. 온통 핏덩이가 말라붙어 있는 것만 제외하면 몸은 멀쩡했다. 그는 눈을 깜빡이더니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보았다. 메이다나는 눈이 동그래졌다.
"멀쩡하잖아?"
"...."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네시스가 말했다.
"어딜 가려는 거냐?"
"씻고 오겠습니다. 악취가 심하군요."
"어어, 혼자가면 안돼."
메이다나가 달라붙자 그는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슬며시 팔을 놓자, 그는 제 발로 의무소 밖을 나갔다. 제네시스는 그걸 물끄러미 보다가 메이다나에게 말했다.
"한번 따라가봐라. 수상한 행동을 할 시에 연락하는 것 잊지 말고."
"알겠어요."
메이다나는 눈을 반짝였다. 명령하지 않았어도 쫓아가려고 생각했었지만 장군이 정당성을 부여해 준 셈이었다. 메이다나는 그의 정체를 밝혀내고야 말겠다고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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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미 물로 들어간 상태였다. 피에 절었던 옷은 푹 젖어 있었다. 핏자국도 사라진지 오래라 메이다나는 신기해했다. 하녀들은 피묻은 옷만 보면 힘들어했는데 그의 옷은 젖은 거만 빼면 말끔하기 그지없었다. 그냥 물에 담궈도 사라지는 거라면 그렇게 어려워할 리가 없는데. 메이다나는 숲속에 숨어서 그를 지켜보았다.
그는 물에서 머리만 내놓고 있었다. 젖은 머리칼이 물결 흐르는 대로 움직였다. 적갈색 머리칼의 길이를 봐선 어린아이 키쯤 되겠다 싶었다. 피가 말라붙어 거무튀튀하던 얼굴은 창백하리만치 하얀 색으로 바뀌었다. 메이다나는 저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 그의 얼굴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때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메이다나는 제발 저려서 숲속으로 숨었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주위를 둘러보더니 이내 옷을 걸치기 시작했다. 메이다나가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땐 머리카락으로 가려진 등만 얼핏 보였다. 메이다나는 눈을 찡그렸다. 내가 잘못 본건가? 등에 큰 흉터가 있는 것 같았는데?
그가 다시 고개를 돌리자 메이다나도 잽싸게 몸을 숨겼다. 그는 옷을 입고, 머리를 뒤로 대충 묶은 뒤 망토까지 걸쳤다. 그리곤 숲 밖으로 나오더니 다시 고개를 홱 돌렸다. 이번에는 피할 수 없었다. 메이다나는 어색히 웃었다.
"...따라오신 건가요."
"아하하... 며, 명령이었으니까."
메이다나는 자신의 행위를 변명하느라 그의 머리칼이 이미 꽤나 말라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가 후드를 쓰려고 하자 메이다나는 깜짝 놀라 그의 손목을 잡았다.
"그걸 왜 쓰려고 해."
그는 대답하는 대신 메이다나를 빤히 보았다. 메이다나는 둘러댈 거리를 생각해 냈다.
"이제 심문을 받을 텐데 그런걸 쓰면 오해받을지도 모른다구. 쓰지마. 쓰지마."
사실은 그의 얼굴을 감상하기 위한 것이 더 큰 목적이었지만, 메이다나는 속으로 자신이 잘 둘러댔다고 생각했다. 그는 수긍한 듯 고개를 끄덕이곤 말없이 돌아섰다. 둘은 의무소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