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다나는 잔뜩 볼을 부풀린 채 앉아 있었다. 후계자 수업을 받기 위해 그토록 졸라 따라왔는데도, 후방에서 다른 병사들이 하는 일이나 지켜보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맘에 들지 않았다. 수색 임무에도 그는 포함되지 않았다. 뭐가 나타날 지 모르니까, 라는 것이 이유였지만 메이다나는 수긍할 수 없었다. 몇 년째 이웃 왕국과 대치상태인 상황에서도 이곳만은 침략당하지 않았기에. 물론 그럴만한 가치가 없는 곳이었지만 그럼에도 안전을 중시하는 아버지가 맘에 들지 않았다.
자신은 어엿한 성인으로 인정받을 나이였다. 귀족 사회에선 성인의 나이가 됐다 하더라도 몇 년 정도는 끼고 사는 것이 일반적이긴 했지만 엄연히 독립도 가능했다. 수련도 충분히 거쳤고 대회에서 우승한 적도 있었다. 아버지의 심정을 짐작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짜증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는 애꿎은 돌만 걷어찼다. 돌은 꽤 멀리 날아가는가 싶더니...
"...불만을 이런 식으로 표현하는 거냐?"
"으헉 아버... 아니 장군님 그게 아니고요."
제네시스의 이마 정중앙에 명중한 돌이 힘없이 떨어져내리자 그는 당황했다. 장군은 미간을 좁히나 싶더니 그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이제 성인이면 철 없는 짓 하지 말고 얌전히 대기나 하고 있어라."
"끄응..."
메이다나는 맞은 자리를 매만졌다. 혹이 부풀어 있었다. 입이 비죽 나온 채로 메이다나는 그가 가는 곳을 바라보았다. 저긴 의무소인데?
병사들 중엔 아직 다친 사람이 없었다. 메이다나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주변을 기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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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있는 것 뿐입니다. 좀 있으면 깨어날 겁니다."
"그렇군. 수고하게."
의무병이 잠시 자리를 비운 동안 제네시스는 자리에 앉았다. 피가 거무튀튀하게 말라붙어 본래의 얼굴을 알아보기 어려웠지만, 나이는 메이다나보다도 어린 듯했다. 어째서 이런 지역에 아이가, 그것도 무사히 있을 수가 있을까? 그는 물어볼 것을 천천히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그때, 소를 기웃거리던 메이다나가 의무병과 충돌했다.
"아얏!"
"...또 너냐?"
장군이 표정을 구겼는데도 불구하고 메이다나는 결국 의무실로 기어들어왔다. 그리고 제 앞에 있는 사람을 보고 놀란 표정이 되었다.
"이...이게 뭐에요?"
"피다."
"서, 설마 죽은건... 아니죠?"
"죽었으면 데려올 리가 있나."
제네시스는 한숨쉬었다. 어느새 딸과 말을 섞고 있는 제 자신이 한심스럽게 느껴졌다. 메이다나는 관심있는 표정으로 그를 내려다보았다.
"그런데 왜 이런 애가 숲속에 있었지? 여긴 그리 안전한 데 아니라면서요."
장군은 말이 없었다. 메이다나는 빤히 장군을 올려다보았지만 대답을 기대할 수 없음을 깨닫곤 볼을 잔뜩 부풀리며 다시 아이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러다가 눈을 빠르게 깜빡였다.
"어? 우, 움직였어! 깨어나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