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찰

안샤르베인 0 2,528

엘리자드는 둘을 물끄러미 보았다. 왕자가 별나다는건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수상한 손님까지 데리고 올 줄이야. 엘리자드도 제 앞에 있는 사람만은 본 적이 없었다. 그는 기사단 내의 사람이라면 일일이 외우고 있었다. 다만 상대의 목소리가 다급하면서도 당당하게 들린다는 건 알 수 있었다.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진 않았다.

엘리자드는 둘이 보는 앞에서 편지를 뜯었다. 비단 조각에 급하게 휘갈겨 쓴 흔적이 남아 있었다. 둘만이 알아볼 수 있는 암호를 확인한 후 내용을 읽어 내려가던 엘리자드의 눈이 커졌다.

 

"이건..."

 

그는 편지를 읽고 상대를 다시 바라보았다. 어째서 이런 내용을 자신도 알지 못하는 소년에게?

 

"넌 이 편지의 내용을 알고 있느냐?"

 

상대는 잠시 멈칫했다가 대답했다. 

 

"전 장군님께서 오늘까지 전해야 한다고 부탁하셨다는 것만 알고 있습니다."

 

엘리자드는 상대를 유심히 살폈다. 왕자보다 키도 작고, 검은 옷으로 가렸지만 깡마른 체구였다. 얼굴조차 가리고 있어서 어떤 사람인지 알 수가 없었다. 목소리조차도 중성적이었다. 그나마도 착 가라앉아 있었다. 다만 나이가 썩 많은 것 같진 않았다. 기껏해야 왕자의 또래 정도가 아닐까 추측할 뿐.

왕자는 그를 힐끗 살폈다. 편지를 전해주고 나서야 안도한 표정이었다. 시선이 느껴졌는지 그가 고개를 돌렸다.

 

"왜 그러십니까?"

"이제 내 부탁을 들어줄 차례잖아."

 

그가 살짝 입을 벌렸다. 마치 이제서야 알아챘다는 표정이었다. 그가 무언가 말하려는데, 엘리자드가 그 둘을 가로막았다.

 

"죄송하지만 왕자님. 그 전에 볼일이 있습니다."

 

왕자가 미간을 찌푸렸다.

 

"뭔데?"

"이건 중대한 사안입니다. 함께 왕궁으로 가야 합니다."

 

엘리자드는 그의 손목을 잡았다. 왕자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안돼! 내꺼가 먼저라고!"

"잠깐의 유흥을 끝내실 때도 되지 않았습니까?"

 

역시 엘리자드도 연락을 받은 게 분명했다. 왕자는 잔뜩 인상을 썼다.

 

"안돼. 이번엔 꼭 여우눈 영감탱이를 만나야 된다고."

"어차피 궁에서도 보실 수 있지 않습니까. 허가증은 제가 써드리면 그만입니다."

 

왕자는 표정을 구겼지만 소용이 없었다. 엘리자드는 그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궁에서 몇 가지를 물어볼 것이다. 네가 알고 있는 대로만 말하면 된다." 

Author

Lv.1 안샤르베인  3
0 (0%)

등록된 서명이 없습니다.

Comment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13 雪遠 - 3 Novelistar 10.15 2740
212 雪遠 - 2 Novelistar 10.06 3000
211 개목걸이 댓글2 주지스 10.05 2921
210 (본격 아스트랄 판타지)성스러운 또띠야들의 밤-1 댓글3 greenpie 10.04 2843
209 길을 무는 악마 댓글4 작가의집 10.03 3050
208 Resolver(리졸버) - 4 댓글2 [군대간]렌코가없잖아 10.03 2899
207 雪遠 - 1 Novelistar 10.03 3625
206 Resolver(리졸버) - 3 댓글2 [군대간]렌코가없잖아 09.28 2843
205 walking disaster 1.1 - 구원 댓글2 전위대 09.28 2891
204 추격 안샤르베인 09.26 2669
203 휴식 안샤르베인 09.25 2695
202 죽음의 완성. 댓글2 흐린하늘 09.24 2641
201 부탁 댓글2 안샤르베인 09.24 2916
200 정리 안샤르베인 09.23 2896
199 반의 성공, 반의 실패 안샤르베인 09.22 2799
198 합류 안샤르베인 09.21 2630
197 드러남 안샤르베인 09.21 2509
196 Reslover(리졸버) - 2 댓글2 [군대간]렌코가없잖아 09.20 2663
195 의논 댓글2 안샤르베인 09.20 2720
194 도주 안샤르베인 09.19 2609
193 의심 안샤르베인 09.19 2565
192 전투 댓글2 안샤르베인 09.17 2677
191 습격 안샤르베인 09.17 2499
190 기억 안샤르베인 09.15 2520
189 [습작] 죽음을 거스르는 방법 Prologue 댓글4 앙그라마이뉴 09.14 2792
188 Resolver(리졸버) - 1 댓글5 [군대간]렌코가없잖아 09.14 2792
187 위험 안샤르베인 09.14 3189
186 예감 안샤르베인 09.13 2523
185 일행 안샤르베인 09.12 2613
184 심문 댓글2 안샤르베인 09.12 2630
183 관찰 안샤르베인 09.12 2850
182 발견 안샤르베인 09.11 2967
181 무슨 일이 있었나? 안샤르베인 09.10 2603
180 알현 댓글6 안샤르베인 09.10 2546
열람중 서찰 안샤르베인 09.09 2529
178 Resolver(리졸버) - 프롤로그 [군대간]렌코가없잖아 09.09 2520
177 이성적인 악함 댓글1 작가의집 09.08 2556
176 전달 댓글2 안샤르베인 09.05 2549
175 협박 댓글2 안샤르베인 09.04 2524
174 반항 댓글2 안샤르베인 09.03 25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