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I-10. Intermission (3)

작두타는라이츄 0 2,658

시로헤비가 나타난 후로도 히다리는 한동안 사무실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었다. 아마, 자신의 엄마가 싫어했던 사람이기도 하니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녀와 미기야는 어찌됐건 유일한 혈육이었다. 하지만, 본인이 미안하다면 어쩔 수 없지...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 "

"어라, 너... 히다리? 미기야 동생 히다리지? "

"...... 응. "

"미기야 보러 온 거면, 잠깐 나갔는데. "

"...... 아. ...이거... "

 

히다리가 내민 것은 포장 봉투였다. 하트가 그려진 봉투 안에는 버터링 쿠키가 들어 있었다. 쿠키의 반은 초콜렛에 담겨 있었다. 유산지로 쿠키 대여섯 개를 받치고 그 상태에서 봉투에 넣은 모양인지, 뒷면으로는 유산지밖에 보이지 않았다. 갓 만들었는지 아직도 따뜻한 온기가 전해진다.

 

"...쿠키... 내가 만들었어... "

"응, 고마워. 꼭 전해 줄게. "

 

히다리가 가고, 잠시 후 돌아온 미기야는 책상 위에 놓인 쿠키를 발견했다.

 

"웬 쿠키예요? "

"니 선물. 뜯어봐. "

"아... 어라, 버터링 쿠키네? 저 이거 진짜 좋아하는데... "

"그러냐? ...그 녀석, 취향 하나는 귀신같이도 맞추는구만... "

"......? "

"이거 니 동생이 선물로 주고 간 거야. "

"아아...... "

 

히다리가 선물로 주고 갔구나. 그는 한 입 먹었던 쿠키를 내려놓았다. 버터링 쿠키를 좋아한다는 건, 히다리와 미기야만의 비밀이었다. 그녀의 계모는 그런 것, 전혀 해 줄 리 없었으니까. 쿠키는 가끔 계모가 자리를 비울 때 히다리가 해줬던 그 맛 그대로였다.

 

"??"

"히다리는 지금 어디 있어요? "

"갔는데? "

"아...... 저 잠깐만 나갔다 올게요. "

 

잠깐 나갔다 온다던 미기야는 저녁나절이 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시계가 저녁 여덟 시를 가리킬 무렵이 돼서야 겨우 돌아왔다. 어딜 뛰어갔다 온 모양인지, 가쁜 숨을 내쉬며 그는 파이로를 불렀다.

 

"어디 갔다 오냐? "

"헉, 헉... 파이로 씨, 혹시 나베 할 줄 아세요? 밒푀유 나베요. "

"난 모른다네. 애시가 알겠지... 왜? "

"히다리가... 밀푀유 나베를 좋아하거든요...... "

"음...... 어이, 애더. "

"왜? "

"너 혹시 밀푀유 나베 만들 줄 아냐? "

"...그게 뭐냐? 아아, 배추에 고기랑 야채랑 이렇게 겹겹이 해서 만드는 거 말하는거지? 어, 나 그거 할 줄 알아. 근데 그건 왜? "

"이 녀석 여동생이 그거 좋아한다는데? ...너 그럼 지금까지 뭐 하다 온 거냐? "

"아니, 재료를 사야 하는데 레시피를 전혀 모르겠어서요... 파는 걸 사 줄까 하다가, 히다리가 제가 해 줬던 밀푀유 나베를 제일 좋아했던 게 생각나서... "

 

데스 애더는 종이에 밀푀유 나베에 필요한 재료와 레시피를 적어 주었다.

 

"이거 그대로 사서 이렇게 해 주면 될거야. ...해 줬었는데 어쩌다 그걸 까먹은거야? "

"오랫동안 안 하면 그럴 수도 있지. 이해해. "

 

그리고 미기야는 다시 밖으로 나가 동네 슈퍼로 향했다. 종이를 보고 재료를 하나하나 고른 다음, 바구니에 담고 계산을 마친 그는 히다리의 집으로 향했다. 봉지 가득 든 것은, 히다리에게 해 줄 밀푀유 나베의 재료였다.

 

"히다리! "

"......? "

"짜잔~ "

"...아. "

"저녁 먹었어? 아직 안 먹었으면 간만에 밀푀유 나베나 먹자. "

"...정말? ...아직 안 먹었어... "

"그럼 잠깐 들어갈게. "

 

히다리의 집은 생각보다 간소했다. 1인분의 살림살이, 그리고 2~3인분의 식기와 수저. 그 외에는 단촐했다. 하긴, 일본에서도 히다리는 그랬었지. 오히려 방 좀 꾸미고 살라고 그가 한소리 할 정도였으니까.

 

"방 안 꾸미고 사는 건 여전하구나, 히다리. "

"...... "

 

데스 애더가 가르쳐 준 대로, 미기야는 야채를 썰고 고기와 켜켜이 겹쳐 냄비에 넣었다. 그리고 준비해 간 육수를 넣고 끓이다가, 불을 살짝 줄인 다음 가쓰오부시를 한 젓가락 얹었다. 뜨끈한 김이 올라 올 때마다 나베 위의 가쓰오부시가 움직였다.

 

"자, 먹어. "

"...... 잘 먹을게. "

 

오랜만에 먹어보는 그 맛인지, 히다리는 나베 한 솥을 금방 비웠다.

 

"쿠키 잘 먹었어. "

"...... 아. 응... "

"가끔 사무실에도 좀 놀러 오고 그래, 우리 식구들한테도 너 소개 좀 시켜 주게. "

"...... 그래도 돼? "

"그럼. ...새엄마가 잘못 한 거지, 넌 잘못 없잖아. 난 너 원망 안 해. "

"...... "

 

그는 자정이 넘어서야 사무실로 돌아 왔다. 그리고 그가 돌아왔을 때, 파이로와 데스 애더는 체스를 두고 있었다.

 

"어, 왔냐? "

"네. "

"잘 먹디? "

"네. "

"다행이구만... 야, 나중에 그 나베 나도 좀 해 줘라. 좀 먹어보게. "

"아, 밀푀유 나베요? "

"어. "

"나중에 히다리 놀러 오면요. 얼른 주무세요, 내일도 일해야죠. "

"그래. 들어가라. "

 

여전히 체스를 하고 있는 데스 애더와 파이로를 뒤로 하고, 미기야는 집으로 들어 갔다. 


Author

8,759 (78.7%)

<덜렁거리는 성격. Lv.1에 서울의 어느 키우미집에서 부화했다. 먹는 것을 즐김. >

Comment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13 관찰 안샤르베인 09.12 2579
212 [소설제-천야] Nighthawk's Dream 카페인성인 11.06 2576
211 한방꽁트 - 풍운 마왕동! 1부 cocoboom 04.10 2576
210 VI-6. Die Schwarz Tulpen 미식가라이츄 10.13 2572
209 VII-1. 갇혀버린 영웅 작두타는라이츄 03.18 2572
208 과제로 낼 예정인 소설 - 발단 부분만입니다 댓글6 안샤르베인 09.29 2570
207 나는 너의 미래다 - 끝 민간인 02.14 2568
206 외계로부터의 에코 프렌들리 계획 댓글2 잉어킹 12.01 2567
205 [백업][밝음 소설제 출품] The Lone Star NoobParadeMarch 09.27 2566
204 더러운 이야기 댓글2 기억의꽃 03.23 2566
203 切段 댓글4 Novelistar 08.27 2565
202 검은 나비의 마녀 댓글1 블랙홀군 07.17 2564
201 겨울冬寒 Novelistar 12.04 2563
200 마법소녀는 아직도 성황리에 영업중! 4 네크 07.18 2563
199 외전 3. Adventure for Death 작두타는라이츄 11.13 2560
198 Cats rhapsody - 1 민간인 11.23 2558
197 [본격 휴가 나온 군인이 쓰는 불쌍한 SF 소설] 나방 (#001 - 강산은 변하지 않았다. 변한 것은 사람뿐) 레이의이웃 06.11 2550
196 무제 민간인 06.22 2549
195 마법소녀는 아직도 성황리에 영업중! 2 댓글4 네크 07.10 2547
194 여느 4월 때와 같은 날씨였다. Novelistar 05.04 2543
193 [습작] 죽음을 거스르는 방법 Prologue 댓글4 앙그라마이뉴 09.14 2542
192 Workerholic-Death In Exams(1) 댓글2 Lester 12.17 2541
191 Workerholic-Death In Exams(3) Lester 02.02 2540
190 사신의 서 - (0) 엣날 옛적에 Badog 02.11 2540
189 손님을 맞는 이야기. 폭신폭신 06.05 2538
188 붉은 찌르레기 이야기 네크 01.23 2538
187 Robot Boy - 1 댓글1 Novelistar 03.14 2537
186 이복남매 이야기 블랙홀군 01.30 2536
185 반의 성공, 반의 실패 안샤르베인 09.22 2536
184 미래의 어떤 하루 주지스 01.07 2535
183 HIGH NOON -1 잉어킹 11.21 2534
182 VIII-2. Rimen game 작두타는라이츄 01.14 2533
181 유리 구슬과 밤이 흐르는 곳 - 2 Novelistar 10.25 2532
180 VI-2. Gloxinia 미식가라이츄 08.24 2532
179 부고(訃告) 댓글2 가올바랑 01.25 2531
178 따뜻함을 사고 싶어요 다움 04.09 2531
177 해바라기 소이소스 11.18 2529
176 [소설제: STEP] 종료입니다! 댓글2 QueenofBlade 12.22 2529
175 [Project:Union] 유트뵐리스와 차문화 Badog 03.26 2528
174 Resolver(리졸버) - 1 댓글5 [군대간]렌코가없잖아 09.14 2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