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

안샤르베인 0 2,598

핏물이 말라붙은 눈가에 주름이 졌다. 메이다나가 얼른 근처에 있던 양동이에 붕대조각을 적셔서 눈을 닦아주었다. 핏덩이가 좀 떨어지자 그제서야 그가 눈을 떴다. 검푸른 색 눈이 깜빡였다.

 

"일어났어?"

"...여긴..."

 

약간 쉰 목소리가 났다. 아마도 오래 누워 있어서 그런 것이리라, 제네시스는 조용히 말했다.

 

"여긴 안전하다. 잠시 쉬고 있어라. 물어볼 것이 많으니."

"...."

 

그는 제네시스를 물끄러미 보기만 할 뿐 대답이 없었다. 경계하는 건 아니었지만 낯설어하는 눈빛이었다. 이내 그가 고개를 돌려 주변을 돌아보았다. 자신이 앉은 곳을 제외하면 의무소는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근처의 책상엔 부상자의 처치를 위한 도구들이 즐비했다. 상비약 대용으로 쓸 수 있는 약초도, 물도 길어져 있었다.

그가 몸을 일으키려고 하자 메이다나가 붙잡았다.

 

"잠깐, 잠깐, 넌 환자잖아. 무리해서 몸을 일으키면 안 된..."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불을 걷었다. 온통 핏덩이가 말라붙어 있는 것만 제외하면 몸은 멀쩡했다. 그는 눈을 깜빡이더니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보았다. 메이다나는 눈이 동그래졌다.

 

"멀쩡하잖아?"

"...."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네시스가 말했다.

 

"어딜 가려는 거냐?"

"씻고 오겠습니다. 악취가 심하군요."

"어어, 혼자가면 안돼."

 

메이다나가 달라붙자 그는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슬며시 팔을 놓자, 그는 제 발로 의무소 밖을 나갔다. 제네시스는 그걸 물끄러미 보다가 메이다나에게 말했다.

 

"한번 따라가봐라. 수상한 행동을 할 시에 연락하는 것 잊지 말고."

"알겠어요."

 

메이다나는 눈을 반짝였다. 명령하지 않았어도 쫓아가려고 생각했었지만 장군이 정당성을 부여해 준 셈이었다. 메이다나는 그의 정체를 밝혀내고야 말겠다고 마음먹었다.

 

=========================

 

그는 이미 물로 들어간 상태였다. 피에 절었던 옷은 푹 젖어 있었다. 핏자국도 사라진지 오래라 메이다나는 신기해했다. 하녀들은 피묻은 옷만 보면 힘들어했는데 그의 옷은 젖은 거만 빼면 말끔하기 그지없었다. 그냥 물에 담궈도 사라지는 거라면 그렇게 어려워할 리가 없는데. 메이다나는 숲속에 숨어서 그를 지켜보았다.  

그는 물에서 머리만 내놓고 있었다. 젖은 머리칼이 물결 흐르는 대로 움직였다. 적갈색 머리칼의 길이를 봐선 어린아이 키쯤 되겠다 싶었다. 피가 말라붙어 거무튀튀하던 얼굴은 창백하리만치 하얀 색으로 바뀌었다. 메이다나는 저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 그의 얼굴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때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메이다나는 제발 저려서 숲속으로 숨었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주위를 둘러보더니 이내 옷을 걸치기 시작했다. 메이다나가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땐 머리카락으로 가려진 등만 얼핏 보였다. 메이다나는 눈을 찡그렸다. 내가 잘못 본건가? 등에 큰 흉터가 있는 것 같았는데?

그가 다시 고개를 돌리자 메이다나도 잽싸게 몸을 숨겼다. 그는 옷을 입고, 머리를 뒤로 대충 묶은 뒤 망토까지 걸쳤다. 그리곤 숲 밖으로 나오더니 다시 고개를 홱 돌렸다. 이번에는 피할 수 없었다. 메이다나는 어색히 웃었다.

 

"...따라오신 건가요."

"아하하... 며, 명령이었으니까."

 

메이다나는 자신의 행위를 변명하느라 그의 머리칼이 이미 꽤나 말라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가 후드를 쓰려고 하자 메이다나는 깜짝 놀라 그의 손목을 잡았다.

 

"그걸 왜 쓰려고 해."

 

그는 대답하는 대신 메이다나를 빤히 보았다. 메이다나는 둘러댈 거리를 생각해 냈다.

 

"이제 심문을 받을 텐데 그런걸 쓰면 오해받을지도 모른다구. 쓰지마. 쓰지마."

 

사실은 그의 얼굴을 감상하기 위한 것이 더 큰 목적이었지만, 메이다나는 속으로 자신이 잘 둘러댔다고 생각했다. 그는 수긍한 듯 고개를 끄덕이곤 말없이 돌아섰다. 둘은 의무소로 향했다. 

Author

Lv.1 안샤르베인  3
0 (0%)

등록된 서명이 없습니다.

Comment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13 VII-1. 갇혀버린 영웅 작두타는라이츄 03.18 2600
열람중 관찰 안샤르베인 09.12 2599
211 [소설제-천야] Nighthawk's Dream 카페인성인 11.06 2595
210 [백업][밝음 소설제 출품] The Lone Star NoobParadeMarch 09.27 2590
209 과제로 낼 예정인 소설 - 발단 부분만입니다 댓글6 안샤르베인 09.29 2590
208 VI-6. Die Schwarz Tulpen 미식가라이츄 10.13 2590
207 더러운 이야기 댓글2 기억의꽃 03.23 2588
206 외계로부터의 에코 프렌들리 계획 댓글2 잉어킹 12.01 2587
205 마법소녀는 아직도 성황리에 영업중! 4 네크 07.18 2587
204 한방꽁트 - 풍운 마왕동! 1부 cocoboom 04.10 2587
203 겨울冬寒 Novelistar 12.04 2584
202 나는 너의 미래다 - 끝 민간인 02.14 2584
201 切段 댓글4 Novelistar 08.27 2584
200 검은 나비의 마녀 댓글1 블랙홀군 07.17 2582
199 Cats rhapsody - 1 민간인 11.23 2581
198 외전 3. Adventure for Death 작두타는라이츄 11.13 2581
197 [본격 휴가 나온 군인이 쓰는 불쌍한 SF 소설] 나방 (#001 - 강산은 변하지 않았다. 변한 것은 사람뿐) 레이의이웃 06.11 2569
196 Workerholic-Death In Exams(3) Lester 02.02 2568
195 마법소녀는 아직도 성황리에 영업중! 2 댓글4 네크 07.10 2568
194 무제 민간인 06.22 2567
193 Workerholic-Death In Exams(1) 댓글2 Lester 12.17 2562
192 [습작] 죽음을 거스르는 방법 Prologue 댓글4 앙그라마이뉴 09.14 2560
191 HIGH NOON -1 잉어킹 11.21 2558
190 붉은 찌르레기 이야기 네크 01.23 2557
189 여느 4월 때와 같은 날씨였다. Novelistar 05.04 2557
188 반의 성공, 반의 실패 안샤르베인 09.22 2556
187 손님을 맞는 이야기. 폭신폭신 06.05 2556
186 미래의 어떤 하루 주지스 01.07 2556
185 해바라기 소이소스 11.18 2555
184 사신의 서 - (0) 엣날 옛적에 Badog 02.11 2555
183 유리 구슬과 밤이 흐르는 곳 - 2 Novelistar 10.25 2553
182 VI-2. Gloxinia 미식가라이츄 08.24 2550
181 이복남매 이야기 블랙홀군 01.30 2549
180 Robot Boy - 1 댓글1 Novelistar 03.14 2549
179 [Project:Union] 유트뵐리스와 차문화 Badog 03.26 2549
178 부고(訃告) 댓글2 가올바랑 01.25 2548
177 따뜻함을 사고 싶어요 다움 04.09 2548
176 Resolver(리졸버) - 1 댓글5 [군대간]렌코가없잖아 09.14 2547
175 VIII-2. Rimen game 작두타는라이츄 01.14 2547
174 [어떤 세계의 삼각전쟁] 난투극 - 2 RILAHSF 04.04 25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