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토끼구이가 오븐에서 나오는 체험담

베키 2 2,613

나는 오랜 친구가 집을 방문한다는 연락을 받고 어떻게 모자랄 것 없이 대접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끝에 그 친구가 최근 다이어트에 관심을 보인다는 것을 깨닫고는 오븐에 토끼를 굽기로 결심했다. 토막낸 것이 먹기에는 좋지만 아무래도 손님 대접용으로는 대단히 심심할거라 생각된지라, 적절히 내장을 손질해 둔 토끼 두마리를 토막내지 않고 그대로 쓰기로 했다.

 

적절히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하고 썰어놓은 각종 야채 위에 살며시 토끼를 얹어 천천히 굽기 시작했다. 친구가 올 시간에 맞춰서 구웠으니 모든 계획은 완벽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구워지는 것을 기다리며 거실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별안간 부엌에서 덜컹거리는 소리가 나지 않겠는가? 놀란 내가 오븐을 잠시 들여다봤는데, 충격적인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여어 친구! 오늘은 대단히 화끈한 밤일세! 같이 들어와서 춤추고 노래하세!"

 

세상에나. 오븐 안은 이미 난장판이였다. 플레이트 위에 소금간이 되어있는 토끼가 조금씩 갈색으로 변하며 흘러나온 육즙과 야채즙이 섞인 물로 몸을 적시는게 아닌가? 그리고 뭔가 사람마냥 몸을 들썩이고 일어서더니 두 토끼가 오븐을 밤무대 삼아 춤추고 노래를 하고 있었다. 머리없는 몸으로 약간씩 머리를 흔들거나, 잘려진 다리로 기기묘묘하게 서서 한쪽 발을 들어보이기도 하질 않나... 이건 꿈이야. 꿈이야.

 

머리를 얻어맞은 듯 멍하니 오븐을 바라보던 사이 어느새 시간이 토끼가 바싹 구워질 시간이 되었다. 오븐이 띵! 하고 끝나는 시간을 알려오면 최면은 분명 풀려야 했을텐데... 오븐을 여는데도 여전히 토끼는 가무를 즐기고 있었다. 슬슬 공연의 클라이맥스라도 되는 것인지 격렬한 움직임을 보여왔다. 그리고는 토끼의 마지막 말을 듣고 이제야 정신을 차렸다.

 

"당신도 나를 친구를 위해서 준비했던 것이겠지? 그렇다면 기꺼이 내 몸을 바치리다."

 

요리를 옮겨담을 접시를 준비해두자 잘 구워진 토끼 두마리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동시에 몸을 스스로 접시에 던지고는 이내 그 화려한 공연에 종지부를 찍었다. 어안이 벙벙한 사이에 친구는 벨을 누르고 있었고... 다행히 맞을 준비는 되어있었으니 망정이지 그 친구가 내 당황스런 표정을 봤더라면. 아니, 그 토끼가 보여준 디너쇼를 같이 봤다면 어찌됐을까?

 

친구를 대접하는 데는 성공적이였고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작별을 고했지만, 그때도 토끼의 마지막 순간은 잊혀지지가 않는다.

Author

Lv.1 집토끼  3
862 (86.2%)

등록된 서명이 없습니다.

Comments

디아니
인장의 유래인가요?
베키
판단은 오븐 제조회사에게 돌리겠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13 雪遠 - 3 Novelistar 10.15 2494
212 雪遠 - 2 Novelistar 10.06 2665
211 개목걸이 댓글2 주지스 10.05 2671
210 (본격 아스트랄 판타지)성스러운 또띠야들의 밤-1 댓글3 greenpie 10.04 2581
209 길을 무는 악마 댓글4 작가의집 10.03 2799
208 Resolver(리졸버) - 4 댓글2 [군대간]렌코가없잖아 10.03 2626
207 雪遠 - 1 Novelistar 10.03 3401
206 Resolver(리졸버) - 3 댓글2 [군대간]렌코가없잖아 09.28 2581
205 walking disaster 1.1 - 구원 댓글2 전위대 09.28 2627
204 추격 안샤르베인 09.26 2444
203 휴식 안샤르베인 09.25 2450
202 죽음의 완성. 댓글2 흐린하늘 09.24 2395
201 부탁 댓글2 안샤르베인 09.24 2616
200 정리 안샤르베인 09.23 2641
199 반의 성공, 반의 실패 안샤르베인 09.22 2536
198 합류 안샤르베인 09.21 2368
197 드러남 안샤르베인 09.21 2278
196 Reslover(리졸버) - 2 댓글2 [군대간]렌코가없잖아 09.20 2416
195 의논 댓글2 안샤르베인 09.20 2479
194 도주 안샤르베인 09.19 2346
193 의심 안샤르베인 09.19 2335
192 전투 댓글2 안샤르베인 09.17 2449
191 습격 안샤르베인 09.17 2265
190 기억 안샤르베인 09.15 2277
189 [습작] 죽음을 거스르는 방법 Prologue 댓글4 앙그라마이뉴 09.14 2542
188 Resolver(리졸버) - 1 댓글5 [군대간]렌코가없잖아 09.14 2527
187 위험 안샤르베인 09.14 2698
186 예감 안샤르베인 09.13 2285
185 일행 안샤르베인 09.12 2384
184 심문 댓글2 안샤르베인 09.12 2384
183 관찰 안샤르베인 09.12 2578
182 발견 안샤르베인 09.11 2719
181 무슨 일이 있었나? 안샤르베인 09.10 2358
180 알현 댓글6 안샤르베인 09.10 2322
179 서찰 안샤르베인 09.09 2289
178 Resolver(리졸버) - 프롤로그 [군대간]렌코가없잖아 09.09 2288
177 이성적인 악함 댓글1 작가의집 09.08 2318
176 전달 댓글2 안샤르베인 09.05 2324
175 협박 댓글2 안샤르베인 09.04 2293
174 반항 댓글2 안샤르베인 09.03 2337
글이 없습니다.
글이 없습니다.